1. 개요
베이퍼 록(Vapor lock) 현상은 유압식 브레이크에서 발생하는 이상현상의 하나다. 이 현상이 일어나면 브레이크가 제 동작을 못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액압을 이용하는 제동장치의 경우 끓어오른 브레이크액 기체나 외부에서 유입된 공기가 관 내에 머물러 압력을 가하여도 기체로는 압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압축되거나 팽창하면서 관련 장치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 베이퍼 록이라는 용어 자체는 자동차의 경우에 연료 압송 파이프에 공기가 들어가 압송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등을 지칭할 때도 쓰이지만, 주로 브레이크 관련 현상을 가리키므로 이 글에서도 이것에 대해서만 설명한다.
간혹 대형트럭 및 버스의 내리막길의 주요 사고원인이 베이퍼 록 때문이라는 기사를 쓰기도 하는데, 당연히 이는 전혀 말이 안된다. 이유는 간단한데, 대형트럭의 브레이크 작동 방식이 브레이크오일을 사용하는 유압식에서 공기압만 사용하는 풀 에어 브레이크 시스템이나 공기압과 유압을 함께 사용하는 공기배력유압식[1]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기사를 쓰는경우는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로 베이퍼 록이 위험하다는 사실 하나만 알고 기사를 쓰다보니 생긴 오류다. 실제로 기사에서 사고가 났다는 차량은 절대다수가 풀에어식으로 아예 브레이크액 자체를 안 쓰는 차량이었다. 그런데도 정말로 베이퍼 록이라고 박박 우긴다면 에어-유압 복합 제동방식(공기배력유압식)인지 확인해야 한다.
모터사이클 중에 유압 클러치를 사용하는 모델들 또한 설계오류로 인해 엔진열 등의 이유로 유압케이블에서 끓어올라 클러치가 잡히지 않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2. 상세
베이퍼 록 현상은 브레이크 액 내에 기포가 차는 현상으로, 이는 패드나 슈의 과열로 인해 브레이크액이 기화되어 유압계통 내에 공기 기포가 차게 되어, 브레이크 회로내에 공기가 유입되어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 것 같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베이퍼 록 현상은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발생한다.
- 한여름에 매우 긴 내리막길에서 풋 브레이크를 지속적으로 사용한 경우.
- 브레이크 액을 교환한 지 매우 오래된 경우.
- 저질이나 불량제품 혹은 자동차 제조사에서 요구하는 규격보다 낮은등급의 브레이크 액을 사용한 경우.
내리막길에서 풋 브레이크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패드의 열로 인해 액이 비등하여 기포가 차게 되고, 더욱이 저질 액의 경우엔 비등점 자체가 낮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발생하기 쉽다. 그리고 오래된 액의 경우 액 자체가 약간씩 변성하면서 물로 분해된 액들이 수증기로 변성하기 쉬워진다.
이 현상이 위험한 이유는 이 현상이 일어나면 브레이크가 전혀 듣지 않기 때문으로, 여름철에 브레이크 장치의 고장으로 나는 사고는 이 현상으로 인한 경우가 많다.
베이퍼 록 현상이 일어나면 당황하지 말고 의도적인 저단 기어 변속을 통한 엔진 브레이크를 이용하여 속도를 줄이고, 주차 브레이크를 이용하여 약간씩 제동을 걸어주는것이 좋다. 단, 당황해서 주차 브레이크를 끝까지 당길 경우 후륜이 잠기면서 균형을 잃고 좌우로 차가 스핀하게 된다. 고갯길에서 베이퍼 록 현상이 일어난 경우엔 가드레일에 끌듯이 받아서 속도를 줄여 멈추는 방법도 있다.
대관령이나 미시령 관통도로 등에는 내리막 급커브 전에 긴급제동시설이라고 하여 잡석으로 상구배를 만들어 브레이크 계통에 문제가 생긴 차량을 긴급정차시킬 수 있는 설비가 되어 있다. 여기에 차를 집어넣으면 십중팔구 범퍼부터 서스펜션 계통을 포함한 차량 하부가 파손되겠지만 확실하게 차를 세울 수 있으며, 목숨도 확실하게 구할 수 있으니 차 부서지는 생각 하지 말고 긴급시에는 단호하게 비상정차대에 차를 집어넣는게 좋다. 명심하자, 자동차보다도 당신의 목숨이 훨씬 더 소중하다.
이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브레이크 액의 점검을 일상화하고 주기적으로 교환하며[2] 가능하면 비등점이 높은 브레이크 액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양산차는, 일부 고급차종을 제외하고 절대다수의 자동차들은 DOT-3급의 브레이크 액이 사용된다. 현재 판매되는 브레이크 액 규격 중에 내열성능이 가장 낮은 브레이크 액인데, 가격이 워낙싸서 대부분의 차량에 순정으로 공장에서부터 채워져 출고된다. 이 DOT 규격을 높은 것으로 바꾸면, 브레이크액의 끓는점이 높아져서 내열성능이 크게 향상된다. DOT 5/6의 경우엔 레이스용으로 주로 사용한다. 내열성능이 매우 높지만, 일단 실리콘계 액상베이스라서 기존의 DOT-3/4/5.1 규격의 브레이크 액과는 절대 한 방울도 섞여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이놈들을 사용하려면 무지막지한 공임을 주고 브레이크 라인 전체를 청소를 하든가, 라인 전체를 신품으로 교환하여야 한다. 부품값 저렴한 소형차조차도 이런식으로 하게 되면 100만 원은 우습게 깨진다. 이런 여러 이유로 서킷주행용 펀카를 소유하고 있지 않는 한, DOT-5/6등급의 브레이크 액은 전혀 필요가 없다.
대신, DOT-4 등급의 브레이크 액으로 교체하면 되는데, 일반적으로 등급이 올라가면 수명이 짧아지는 다른 규격의 브레이크 액과는 다르게, 이 DOT-4규격은 오히려 DOT-3규격보다 수명도 길다! 내열성이 좋아져서 페이드 현상을 훨씬 줄여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몇몇 제품에서 찾아볼 수 있는 ABS용 DOT-4 브레이크 액들은 점도가 낮아, 펌프의 반응과 동작속도까지 빨라지기 때문에 ABS/TCS는 물론, ESP 전체의 제어력까지 조금 더 올려주는 보너스를 덤으로 챙길수 있다.
ABS용 DOT-4 등급 브레이크 액 중 가성비가 좋기로 유명한 것이 한국GM #93746642인데, 애프터마켓용으로 널리 사용되는 보쉬 DOT 4 HP보다 약간 우수한 성능에 가격도 싸고, 포장단위도 0.5L라 쓸데 없이 많이 사고 남기는 일도 없다.
참고로, 대부분 이 현상이 일어나기 전에 페이드 현상이 먼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자세한 것은 해당 문서 참고.
위기탈출 넘버원 94회(2007년 6월 30일) 방영분에서도 이 내용을 다뤘었다.
[1] 이 방식은 2000년대 이후의 버스나 트럭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2000년대 이후로 나오는 버스나 트럭은 유압 자체를 안 쓰는 풀 에어 브레이크 시스템만 쓴다고 봐도 무방하다.[2] 차량의 설명서를 보면 일상점검 및 정비 항목으로 나와 있다. 제발 점검 좀 하고 살자. 일반적인 교환주기는 4만km정도 내지는 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