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21 13:35:40

부자와 당나귀

팔려가는 당나귀에서 넘어옴
1. 개요2. 유래3. 줄거리4. 변형5. 여담

1. 개요

팔랑귀와 관련된 우화 가운데 하나로, 영제는 "The miller, his son and their donkey"(방앗간 주인, 아들, 당나귀). 제목의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닌 아버지와 아들(父子)을 의미한다.

2. 유래

이 이야기의 가장 오래된 버전은 중세 아랍의 전승에서 찾을 수 있으며, 주인공인 아버지의 이름이 '주하'이다. 기원전 5세기에 아리스토파네스가 쓴 희극인 '개구리'가 이 이야기에 영감을 주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이야기가 유럽으로 넘어와 최종적으로는 프랑스 작가인 라퐁텐의 우화집에 실리면서 전세계에 전파되어 각자의 문화권에 맞게 번안되었다. 대한민국에서는 "팔려가는 당나귀"로도 알려져 있으며, 조선 시대가 배경으로 현지화된 바람에 한국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로 많이 오해하고 있다. 또 이솝 우화로 잘못 알려져도 있다.

3. 줄거리

아버지와 아들이 당나귀 한 마리를 내다 팔기 위해 장으로 끌고 가고 있었다. 주막을 지날 때 여러명의 처녀들이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기 멍청한 사람들 좀 봐. 당나귀에 타고 가면 좋을 텐데..."

그러자 아버지는 아들을 당나귀에 태우고 갔다. 얼마쯤 가다 보니 노인들이 정자에 앉아 있다가 한 마디씩 했다.

"하여튼 요즘 젊은 것들은 예의가 없고 불효막심해! 늙은 아버지는 불편하게 걷고 있는데 아들이란 놈은 편하게 앉아서 가다니..."

이에 아버지가 당나귀에 올라타고 아들을 걷게 했다. 얼마쯤 더 가자 빨래터에 아낙네들이 이 모습을 보고 한 마디 했다.

"가여워라. 조그만 아이의 다리가 얼마나 아플까? 매정한 아비 같으니..."

이 말을 들은 부자는 함께 당나귀에 탔다. 얼마쯤 더 가자 이번엔 한 무리의 건장한 사나이들이 이걸 보고 한 마디 했다.

"조그만 당나귀 한 마리에 두 사람씩이나 타다니. 당나귀가 참 불쌍하오! 그렇게 가다간 얼마 못 가서 쓰러질 거요! 그러지 말고 당신들이 차라리 당나귀를 들고 가시오!"

이에 아버지와 아들은 당나귀의 다리를 묶어서 기다란 막대기에 끼워 함께 짊어지고 갔다. 마을 입구의 다리 위에 이르렀을 때 마을 사람들이 이 진귀한 구경거리에 모두 모여 웃고 떠들며 부자를 비웃었다. 이에 놀란 당나귀가 마구 발버둥치자 당나귀를 묶고 있던 끈이 끊어지면서 당나귀는 그대로 강물에 떨어져 익사했고, 그 광경을 본 부자는 풀이 죽은 채로 귀가하는 걸로 끝.

4. 변형

여느 전래동화들이 원래 그렇듯 이 이야기에도 여러가지 변형이 있다. 부자가 아니라 부부, 형제이거나, 당나귀가 아닌 이나 노새인 경우도 있다. 이들을 보고 한 마디씩 하는 사람들도 백수, 노인, 연인들, 떠돌이 상인 등 여러가지로 바뀐다. 특히 마지막에 당나귀 등에 들고 가는 장면이 변형을 많이 받는다. 당나귀가 떨어져서 죽지는 않지만 다치는 바람에 제대로 팔지도 못했다는 버전이나 그냥 그대로 도망쳐버렸다는 버전, 당나귀를 맨 채 비웃음만 받으며 끝나는 버전이나 아예 당나귀랑 부자가 같이 물에 빠지는 버전도 있다. 어느 버전에서는 그 마을사람들이 자기 마을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자기들이 심심한다고 사사건건 쓸데없는 간섭이 너무 지나쳐서 임금님에게도 소문이 났고 임금님이 평복으로 위장해서 사실여부를 직접 확인하고는 해당 마을사람들을 다시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간섭을 못하게 엄청난 비판과 함께 엄벌에 처하는걸로 나온다.

웅진출판에서 펴낸 웅진메르헨월드에서는 교훈적으로 각색되었다. 전반적인 구성은 같으나 '당신들은 짐승이 불쌍하지도 않냐' → '어린이는 걷게 하고 어른만 타다니 어린이가 불쌍하지도 않냐' → '젊은이가 타고 노인은 걷다니 이래서 어린 놈들이 문제다' → '타고 가면 될 것을 왜 힘들게 걸어가느냐'로 순서가 약간 바뀌었고, 당나귀가 죽지 않는 대신 아버지가 이치를 깨달은 다음 집에 돌아와서 아들에게 교훈과 함께 가볍게 타이르는 장면으로 끝났다.

'뚱딴지 명심보감'에서는 뚱순이가 찰흙으로 사람을 만들 때 아빠는 옳게 고쳐 주었지만, 뚱딴지가 제 멋대로 고쳐주어서 그대로 만들었다가 작품이 괴물 같이 나와버려서 울상이 되었을 때 엄마가 이 이야기를 해 주었다. 여기선 여러 소리를 들은 뒤에[1] 부자가 당나귀 등에 같이 타고 가다가 우연히 통나무 다리에 이르었을 때, 거기서 당나귀가 무게 중심을 버티지 못하면서 셋이서 세트로 추락했다는 줄거리다.

입체동화 이솝이야기에서는 이런저런 참견들을 들은 끝에 결국 다른 사람 일에 신경 좀 쓰지 말라고 하더니 2인용 자전거를 타고 그 뒤에 수레를 연결해서 거기에 당나귀를 태워가는 것으로 끝난다.

5. 여담

한컴타자연습에도 수록되어 있으며, 기본 줄거리는 여러 사람들의 말을 듣고 결국은 당나귀를 짊어지고 가다가 당나귀가 물에 빠져 죽고 남은 부자가 풀이 죽은 채로 귀가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생각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는 설정.

이와 비슷한 이야기들로 사자가 농부의 딸에게 반해서 장가를 들려고 하자 농부는 '딸이 이빨과 발톱을 다 뽑으면 좋겠다고 했다'라고 말한 후 이빨과 발톱이 없어진 사자를 회초리로 마구 때려서 쫓아내는 농부의 이야기나 금수저로 태어난 한 청년이 별세한 양친이 물려준 막대한 재산들을 물 쓰듯 흥청망청 팡팡 써제꼈다가 남은 재산이라곤 겨우 외투 한 벌밖에 안 남게 된 그가 한겨울의 어느 따뜻한 날, 제비 한 마리[2]를 보고 외투를 팔았으나[3] 매서운 동장군이 몰아친 며칠 후에 며칠 뒤 얼어죽은 그 제비를 보고 슬퍼하며 흐느꼈으며, 잠시 후 이 청년도 동사한 이솝 우화도 있다.[4]


[1] 아주머니를 만날 때는 여러 명의 아주머니가 아닌 아이를 포대기에 메고 있는 한 명의 아주머니가 힘이 좋아 보이는 당나귀를 왜 둘이 같이 안 타느냐고 의아해하는 것으로 상황과 대사가 약간 바뀌었으며, 한 무리의 사나이들과 만나는 부분은 생략되었다.[2] 이 제비도 어리석은 제비로, 동료들은 가을이 되자 다 따뜻한 남쪽 나라로 날아갔지만, 이 녀석만은 노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서 동료들이 떠나는 것도 못 보고 혼자 남아버렸다.[3] 버전에 따라 외투를 판 뒤 그 판 돈으로 한 음식점에서 배를 채웠다는 것이 삽입되기도 한다.[4] 논리야 놀자에 수록되었으며, 청년이 얼어죽은 그 제비를 보며 어리석기는 우리 둘 다 마찬가지라고 슬퍼하며 흐느끼는 장면으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