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하 ETRI)의 연구개발능률성과급 배분을 둘러싼, 연구직과 행정직 직원들 사이의 갈등에 대한 논란. 그동안 연구개발능률성과급을 행정직 직원들이 약 94.7%가량 차지하고, 연구직에게는 5.3% 가량만 할당하던 관행이 공개되면서 시작되었다.2. 배경
2.1. 연구개발능률성과급이란?
연구개발능률성과급(이하 연개능)은 국가연구개발혁신법상 간접비의 일정 비율(최대 10퍼센트 이내)를 재원으로, 우수한 연구성과를 낸 연구자 및 지원 인력에게 지급하는 능률 성과급으로 규정된다.그러나 ETRI의 행정직원들은 해당 문구를 '우수한 연구자' + '우수한 지원 인력'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연구자' + '모든 지원인력'으로 해석하면서 연개능의 90% 이상을 행정직 직원들이 차지하는 관행을 만들어냈다. 또한, 이와 관련된 간담회에서 이러한 관행이 ETRI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정부출연연구기관들에서도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 다른 기관들의 통계를 공개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정출연들에서 평균적으로 90% 가량의 연개능이 행정직에게만 돌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이 공개되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3. 전개
논란 자체는 10월 말부터 하이브레인넷 등 일부 박사학위자 커뮤니티 등지에서 드문드문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으나, 공론화된 계기는 2025년 11월 말 ETRI가 전직원 대상 설명회를 개최하면서였다. 원래 수십에서 백 명 규모를 예상했던 설명회는 참석자가 몰리면서 급히 500석 규모 대강당으로 변경된 것으로 알려진다. 설명회 이후에도 갈등은 해소되지 않았고, 일부 연구직은 "연개능은 연구성과에 대한 보상이어야 한다"는 문제 제기를 본격화했다.이에 따라 연구직을 중심으로 한 노조 측은 공식적으로 배분 기준 변경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단체교섭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있다. 반면 행정직과 실무직 일부는, "연구직은 이미 연구수당을 받는다. 연개능은 행정지원 업무에 대한 보상이라는 기존 관행을 유지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 문제점
가장 큰 문제는 이로 인해 성과급의 역전 현상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시로 제시된 것이 ETRI의 사례인데, 입사 2.6년차 행정직 직원이 수령하는 성과급이 평균 1,700만원인 반면 같은 연차의 석박사급 연구직 직원이 수령하는 연구수당이 평균 1,400만원이라는 통계가 공개되었다. [1]물론 직업간에 급의 차이가 없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정출연 중에서도 위상이 상위권에 속하는 ETRI의 특징상, 그곳에 취직하기 위한 박사들의 스펙은 매우 높은 편이며, 특히 그냥 박사라는 학위 자체를 얻기 위해서도 학사 졸업 후 몇 년간의 추가적인 노력과 공부가 필요하다는 점이 연구직 직원들 사이에 큰 문제의식을 일으키고 있다. 박사학위를 얻기 위해 학부 졸업 후 5년을 더 공부하고 졸업논문을 발표하는 등 여러 고난을 거쳐야 하는데, 그 노력에 대한 보상이 학부 졸업자보다 낮다는 점, 그리고 그 낮은 급여의 원인이 성과급을 행정직이 독식하던 관행 때문이라는 점이 문제의 원인.
또한 법령 및 제도 설계 취지에 비해 실제 지급 방식이 크게 어긋났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제도 설계상 "우수 연구자 및 우수 지원인력"에게 지급되는 것이 연개능이지만, 그것을 '우수 연구자 및 모든 지원인력'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러한 해석 방식으로 인해 연개능의 대부분이 연구직보다 행정직에 대부분 지급되면서, 제도 취지 자체가 무시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 외, 업무능력 평가제도 자체가 왜곡되었다는 지적 역시 일고 있다. 통상 정출연의 연구직원들은 하나의 부처 또는 실 단위에 약 30~40명가량이 소속되고, 상위 10%만 S등급 평가를 받으므로 약 3~4명 가량의 최상위 실적자가 나온다. 그러나 행정직원들은 각 부처 아래 4명 내외의 실 단위로 소속을 잘게 나눈 후, S급 평가를 소수점으로 줄 순 없으니 올림한다는 평가제도를 만들어 각 실 당 1명씩이 최상위 평가를 받는다. 이로 인해 연구직 인원들은 전체의 10% 가량이 최상위 등급 평가를 받는동안 행정직 인원들은 전체의 20~25%가 최상위 등급 평가를 받고 연봉인상 등에 우대를 받았다는 주장이다[2]. 또한 연구직과 행정직 간 호봉 산정이나 직급 제도 등의 구조적 차이로 인해 같은 연차에 입사한 연구직과 행정직이 20년 뒤엔 행정직의 호봉이 몇 년 분 더 올라가있는 현상이 발생하는 등 여러 문제점들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대해 행정직들은 '해당 수당은 고생하는 행정직 직원들을 위한 정당한 보상'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에 반발하는 연구직들은 '과제나 외부 용역, 계약 등도 우리가 계획, 관리, 결과도출 다 수행하는데 왜 행정직이 받아가는 거냐'는 식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3]
5. 반박
5.1. 연구개발능률성과급 지급 취지
(2011년 국회 지경위 결산 검토보고서(40page)) (중략) 다섯째, 간접비 사용이 허용되는 용도를 보면 인력지원에 관한 경비(과제 수행에 소요되는 지원인력 인건비, 연구성과 우수자 및 우수 지원인력에게 지급하는 능률 성과급), 연구지원에 관한 경비(해당 연구개발에 소요되는 기관 공통지원경비), 성과활용지원에 관한 경비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중에서 연구성과 우수자에 대한 능률성과급은 직접비의 연구수당과 중복되는 부분이므로 간접비 사용대상에서 제외하거나, 그 지급대상(노벨상 등 유명과학상 수상자)을 한정하여 운용토록 하는 것이 타당한 방향으로 생각됨.
(2014년 국회 예결위 결산 검토보고서(784~785page)) (중략) 따라서, 미래창조과학부는 연구자에 대한 성과 보상의 집중 문제에 대한 실태 조사를 통하여 연구개발능률성과급의 지급 대상은 지원인력으로 한정 짓는 등의 제도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음
(2019년 국회 과방위 결산 검토보고서(58page)) (중략) 연구인력의 경우 연구수당과 연구개발능률성과급을 함께 지급받을 수 있으나, 지원인력은 연구수당 수령이 불가능하므로, 지원인력에게 연구개발능률성과급을 더 많이 지급하는 것은 타당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임.
본문에서는 법령 및 제도 설계 취지에 비해 실제 지급 방식이 크게 어긋났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오히려 법을 정하는 주체인 국회에서 본 사안에 대해 해석한 사례만 보면 ("연구개발"능률성과급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지원인력이 연구개발능률성과급을 더 받는 것은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
물론 모든 행정직[4]을 다 우수한 지원인력으로 보거나, 성과에 대한 보상이 취지인데도 대놓고 연구수당에 상응하는 나눠먹기 목적의 성과급처럼 규정에 명시하는 경우[5]는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개능을 지원인력이 더 많이 받는 것 자체를 횡령 등 법적으로 문제 삼기는 어려울 것이다.
5.2. 연구직-행정직 호봉 산정 관련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인사관리요령 제75조(신규채용자의 연봉)) ① 신규채용자의 연봉은 전문성과 능력을 고려하여 채용요구부서장이 결정하며, 표준연봉을 초과 또는 미달하여 지급할 경우에는 인사관리담당부서장과 협의하여 결정한다.
에트리는 신규채용자 호봉을 부서장이 결정하는 구조이다.[6]
연구직-행정직 호봉 문제의 핵심은 행정직이 연구직 호봉을 후려쳐서 발생하는게 아니라, (같은 연구직인) 시니어급 연구부서장이 박사학위자들의 고생과 경력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고 많게는 2~4grade씩 후려치다 보니 동일 나이 행정직과 별 차이가 안나게 되는 것이다.
즉 젊은 박사들의 처우가 열악한 원인은 행정직 때문이라기보다 기관의 제도를 결정하는 "같은 연구직" 시니어급들이 만든 정책과 행태가 원인이며[7], 이를 전적으로 행정직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부적절하다.[8]
6. 관련보도
한해 54억원 연구능률성과급 두고 ETRI 연구직·행정직 갈등'연개능' 둘러싼 ETRI 갈등 확산…연구·행정 충돌 격화
ETRI 연구성과급 배분 놓고 내부 구성원 간 갈등
(뽐뿌) 행정직이 연구비 독식해서 난리남
[1] 연구수당은 연구과제에 참여하는 연구과제 참여자들에게 제공되는 수당인데 반해, 연구개발능률성과급은 인센티브로 우수한 연구성과 창출에 기여한 연구자 또는 연구지원인력에게 선별적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연구수당은 임금, 연구개발성과급은 보너스에 해당됨.[2] 또한 부가적으로 이러한 왜곡된 업무성과평가로 인해 전체 지원인력 170명 중 최하위 업무평가인 C등급을 받은 사람이 단 1명밖에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연개금을 공평하게 분배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우수인력이라고 할 수 없는 C등급 평가를 받은 사람한테는 연개금을 주지 않는다'고 해명했으나, 실제로는 단 한 명을 제외한 모든 행정직이 연개금을 받고 있었던 것.[3] ETRI 내부시스템은 모든 기안 문서를 연구원이 작성해서 기안하면 연구부서 보직자와 복수의 행정직 또는 행정부서에거 “딸깍” 클릭하는 행태여서 연구행정 대부분을 연구직이 직접 수행하고 있음.[4] 참고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행정직은 한전이나 철도공사 등 일반 공기업으로 치면 본사에서 인사, 재무 등을 수행하는 인력이며, 대학교 행정실처럼 서류처리 하는 선생님들은 보통 과제에서 계약직으로 고용함[5] 항공우주연구원 과기부 감사지적 사례가 이에 해당함[6] 인사부서에서 부여하지 않음[7] 참고 : https://www.hibrain.net/recruitment/cafes/453/posts/208/articles/510567?pagekey=510567&listType=TOTAL&pagesize=5&sortType=RDT&limit=100&displayType=TIT&siteid=1&page=1[8] 기관의 주요 의사결정은 연구소장, 본부장들의 의결로 이루어지며, 이들 대부분은 행정직이 아니라 50대 책임연구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