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소금의 왕국

“마약 해본 적 있냐. 대마 같은 거.”

해본 적이 없을지라도 해본 척은 가능했으므로, 나는 또다시 떠들어댔다.
거짓말이 들킬까 무섭진 않았다. 어차피 이 애들이 코로 하얀 가루를 들이마실 일은 앞으로도 없을 텐데.
따지고 보면 무케르지 패거리도 암페타민이나 코카인을 직접 하진 않았으니까,
나는 어디선가 주워들은 낱말 덩어리를 또다시 훔쳐 온 셈이었다.

“그러면 너, 이것 좀 확인해줘라.”

그런데 여기서부터 이야기와 현실의 칸막이가 흔들거렸다.
나는 정현수가 건넨 휴대폰 화면을 살피며 인생의 페이지가 완전히 넘어가려는 것을 느꼈다.
문제 있는 성장 소설에서 범죄 느와르로, 법 조항과 통과 금지 목록이 도사린 현실로.
정현수가 보여준 건 각종 허브와 버섯을 판매하는 해외 사이트였다.
말이 좋아서 허브지 신종 마약에 가까운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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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소금의 왕국>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