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자 고도리의 주인공이다. 한자로는 高刀李라고 쓴다.
첫 등장 때부터 끝까지 말단 자리에서 승진하지 못한 비운의 샐러리맨으로, <날자 고도리>를 창간호부터 연재했던 잡지 <직장인>의 편집부는 이런 그를 가리켜 '입사 이후 10년 동안 말단직만을 고수하는(?) 사람'이라고 은근히 디스한 바 있다.
속옷 회사 여성해방의 영업부 소속으로 무엇 하나 뜻대로 되는 일이 없다. 말단이라는 지위상 늘 최전선에서 뛰어야 하나 기본적인 업무도 제대로 처리못할 정도로 무능한데다 실적은 좋지 못하고, 간혹가다 성과를 내기는 하지만 그 공은 부장이나 과장에게 돌아간다. 근무태도 또한 좋지 못하여 지각은 예사이고 멋대로 자리를 비우는일이 흔한데다 막말로 사내 분위기를 나쁘게 만들며, 거래처간다는 핑계로 사창가에 갔다오거나 다른길로 새서 놀다오곤 한다. 집안은 자기 쪽이나 처가 쪽이나 잘난 게 없는데다 밤일도 시원찮아 허구헌날 못생긴 아내에게 구박을 받는다. 특히 고도리의 결혼생활을 보면 고도리는 차라리 결혼 안 하는 게 낫다.[1] 직장이든 가정이든 그냥 낙이 없다. 월급은 그럭저럭 받지만 월급의 반을 자기멋대로 쓰는 등 씀씀이가 헤퍼서, 아직도 단칸방에 세들어 사는 등 집안 형편은 곤궁하기만하다. [2] 그렇다고, 늘 돈을 써대는 것도 아니고 극중에 온갖 개폼잡다가 정작 월급날에 월급을 받고 화장실로 가서 돈세다가 동전이 하나 변기에 빠지자 기겁하면서 그걸 빼내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또한, 기생집에 갈때도 싸구려 애국지사라고 기녀에게 속마음으로 비웃음당하기도 했고, 고도리 본인도 돈아깝게 너랑 개별적으로 놀겠냐며 집으로 가버렸다.
이쯤 되면 작중에서 아집과 악다구니만 남은 인물로 묘사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특히 대인관계가 좋지못하여 직속상사인 숙적 주점불 부장한테는 만날 독설과 뻗대기로 일관하다 혼만 나기 일쑤고, 동기인 나수재가 상사임에도 끝까지 말을 높이지 않으며, 영업부의 홍일점 미스 리에게는 성희롱 발언을 일삼으니 영업부는 물론 그 외 거의 모든 회사 사람들과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여 회사에서 미움받고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3] 얼핏 보면 전술했듯이 악만 남아 케세라세라를 외치는 소시민의 한 단편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좋게 말하자면 말단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지위고하에 관계 없이 입바른 소리를 한다는 카타르시스를 독자에게 준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김수정 작가의 대표작 아기공룡 둘리의 둘리도 어쩌면 작가의 이런 성향이 반영된 점이 커서 작품 끝까지 길동과의 관계가 연재 끝까지 개선되지 않은 체 비호감으로만 독자에게 남은 게 고도리와 둘리 모두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그렇다고 승진 욕심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일 좀 제대로 하고 나도 좀 인정받고 승진 좀 하자며 정말로 열심히 일하지만, 너무 과로한 나머지,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고 애써 그가 이룩한 공로는 오이지 과장이나 다른 이들이 실컷 차지하여 상까지 받을 때, 병원에서 링겔 꽂고 혼수상태로 누워있는 고도리를 비교하며 보여주는 비극적인 에피소드도 있었다.
그나마 과장(나중에 차장으로 진급하는 오이지)과[4] 후배 미스터 송과는 좀 괜찮게 지내지만 부장과는 원수지간이다. 부장 역시 고도리를 정말 싫어하여 항상 고도리한테 쓴소리를 하며 불이익을 준다.[5] 오죽하면 그가 아파서 회사를 며칠 못 나왔다가 나와서 부장 속을 긁자 부장이 '저 작자 안 나올 때 만성 위궤양이 다 치유되는 것 같더니만...'이란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결국 바깥으로 나와 담배를 피워대며 '내가 이웃 부장보다 못하는게 뭐야!' 라고 분노하기에 이른다. 이걸 본 고도리는 자신의 공책에 직장인 스트레스 해소법: 원수같은 상관 엿먹이기라고 적어두고 있던 걸 체크하면 슬쩍 미소지었다.
그중에서도 아내가 제일 만만해서인지 여름에 보약 좀 달여달라는 하소연에서 못생겼다는 인신공격, 음담패설까지 못하는 말이 없고 아내가 차려준 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불만과 함께 아내의 쓴소리에 역정을 내다가 부부싸움까지 벌인다. 그래도 내심 아내와 딸을 끔찍이 위하는 듯한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한다.[6] 한편으로는 자신의 무능력을 책망하면서...
술은 자주 마시지는 않지만 굉장한 골초인데 작중에서 담배를 틈만나면 피우고 다니며 집에서도 많이 피운다.
다만, 에피소드마다 연결되지 않아 이야기가 따로 진행되기도 한다. 한 에피소드 후반부에는 아내가 짐싸들고 가출해버리고 고도리는 아무렇지 않게 여기기까지 한다. 어린 갓난아기와 4살 정도 아들까지 두고 내기 도박을 하기도 했는데 이건 그냥 특별판 단편 정도로 나온 건지 단행본에선 수록되지 않고 여성지 연재판만 있었다.
실제로 당시의 직장인들이 이 만화를 보면서 "그래도 난 고도리보단 낫다."라는 생각을 가지며 거기에 힘을 얻고 직장생활을 견뎌나갔다.
여담인데 실제로 80년대 후반에 진짜 고도리를 찾는다고 하는 이벤트를 벌인 바 있다. 조건은 장기간 진급못하는 직장인에 과장과 사이가 괜찮은데 부장과는 사이가 원수지간인 사람이었고 진짜로 미스터 고도리로 뽑혀서 당시 상당한 상금인 1000만원(지금으로 치자면 1억 값어치는 된다.)을 받은 사람이 MBC 심야 토크쇼에 나와 자신의 회사 이야기를 했는데 그 사람의 부장은 그와 말다툼 벌이다가 분노해 책상을 뒤엎어버린 적도 있었다고...
[1] 집안일은 하나도 도와주지 않으며 아내한테 막말과 역정은 예사이고 폭력까지 행사한다. 딸과도 놀아주는 모습이 작중에서 한번도 없고 그저 아내한테만 맡긴다. 이쯤되면 전형적인 불량가장이다.[2] 이 당시에는 결혼을 해도 신혼부부들은 단칸방 생활을 하는것이 일반적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돈을 모으면은 집의 크기를 늘리는 테크를 단계적으로 밞아서 최종적으로 집 장만에 나서는 식으로 살았다. 물론 이 당시에 고금리로 이 테크를 밟는데 실패하거나 IMF때 받은 퇴직금으로 자영업이나 사업, 주식에 투자했다가 말아먹는 사람도 적지 않았고, 그것이 한국의 노년층 빈곤율이 높은 이유이기도 했다.[3] 심지어 사장에게도 불량사원으로 찍혀있다. 특히 기안용지로 코풀다가 버리는것을 사장한테 들통나서 질책받을때 사장이 고도리의 직책이 말단인것을 보고 놀라면서 '아직도 사표를 안썼냐?'며 그를 비웃고 간다.[4] 사실 오이지도 고도리를 싫어하며 무시하고 있다.[5] 병가를 쓰면 나오지 않은만큼 본봉에서 깍아버리며, 회식에서 항상 제외시키고 당직을 자주 서게 만든다. 직원평가에서도 항상 낙제점을 주어 승진 자체를 못하게 해놓았다.[6] 좋은 남자 에피소드에서 연말이 되자 고도리가 아내한테 다정한 말을 하며 외식을 하고 영화관으로 데려가 영화를 보여준다. 특히 여기서 고도리는 아내가 딸이 힘들어한다며 밖에 나갔다오겠다고 하자 자신이 데리고 나가며 아내보고 영화를 보라며 배려를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