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6-21 21:33:48

고키덴 뇨고

弘徽殿女御(こきでんのにょうご)

1. 개요2. 정편 초반의 홍휘전 여어3. 정편 후반의 홍휘전 여어4. 역사에 나오는 고키덴노 뇨고(弘徽殿 女御)

1. 개요

겐지모노가타리의 등장인물이다.

한자를 그대로 읽으면 홍휘전 여어(弘徽殿女御). 여기서는 고키덴 뇨고라 썼지만, 사실 정확한 발음은 고키덴노뇨고다.

뇨고/여어(女御)는 일본의 후궁 명칭으로 중궁 다음가는 천황의 비(妃)를 말한다. 헤이안 시대에는 섭관 이후 3위 이상인 공경[1]의 여식으로 중궁이나 황후는 여어 가운데에서 뽑힌다. 다만 처음부터 황족 출신이면 바로 황태자비나 황후로 입궐하는 것도 가능했으며 황족 출신도 여어로 입궐한다. 3위 대납언 이하 당상관 이상인 벼슬아치의 여식은 갱의(更衣)였다.

홍휘전은 천황의 거처인 청량전(清涼殿) 북쪽에 있는 처소로 유력한 비(妃)가 처소로 삼았던 곳이다. 청량전 동북쪽 구석에는 홍휘전의 임시 거처인 웃전이 있는데 궁중의 청량전은 천황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주거 공간으로 헤이안 시대 중기가 되면 여기에서 정무를 보고 행사 등이 열려 공적 공간의 기능을 지녔으며 특히 청량적 남쪽 부분은 신하들과 접견을 하거나 의식이 열리는 장소였다. 북쪽은 천황의 사적인 공간이며 웃전은 천황이 비와 함께 지내는 부부공간이었다. 웃전 동쪽은 홍휘전 웃전이고 서쪽은 후지츠보 웃전이라고 불렸다.

작중에서 고키덴 뇨고는 두 명 등장한다. 한쪽은 우대신의 딸, 한쪽은 좌대신의 아들이자 훗날 내대신으로 승진하는 토노츄조/두중장[2]의 딸로 둘 다 후지와라氏다. 헤이안 시대 당시 간혹 예외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태정대신, 좌대신, 우대신, 내대신 지위는 모두 후지와라氏의 차지였다.

2. 정편 초반의 홍휘전 여어

弘徽殿女御 藤原氏→ 弘徽殿大后 藤原氏

홍휘전 여어 후지와라씨 → 홍휘전 대후 후지와라씨[3]

우대신의 딸로 스자쿠테이의 어머니이자 오보로즈키요의 언니다. 기리츠보테이의 첫 여인이며 장남 및 황녀 3명을 낳았다. 기리츠보테이가 기리츠보 갱의에게 푹 빠져있는 것을 두고 몇 번이나 독설을 던지며, 갱의가 죽자 덴노는 상심해있는데 보란 듯이 거처에서 연회를 열기까지 하는 명실공한 악역이다. (다만 이것은 남편에게 보내는 제스처일 가능성이 크다) 아들이 덴노가 된 후에는 겐지 측 인물을 모조리 박대하고, 결국 겐지를 귀양 보내는 것까지 성공하지만 도로아미타불.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 겐지의 악행을 생각하면 오히려 동정표를 살 수 있는 인물이다. 기리츠보테이는 이 고키덴 뇨고를 맞아들여 우대신 세력을 얻고는 나중에 겐지의 생모인 기리츠보 갱의에게 빠져 고키덴 뇨고를 등한시한다. 이것만으로도 빡치는 상황인데 기리츠보 덴노는 기껏 갱의가 없어지니 그녀와 닮은 후지츠보 여어를 들여 또 편애한다(...). 심지어 이쪽은 내친왕이라 신분도 후지와라씨인 자기보다 더 높아 건들지도 못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기리츠보가 신분 낮은 겐지가 권력다툼에 휘말릴까봐 아예 신적강하시키고 스자쿠를 후계자로 삼기는 했지만, 고키덴 여어 본인은 자기 아들 놔두고 겐지를 후계자로 삼을까봐 불안해 했던 걸 보면 확실히 기리츠보테이는 후계 문제와 관련하여 신뢰를 못 산 모양.

기리츠보 갱의 사후 덴노가 어미 잃은 겐지를 부탁하자 차마 냉정하게 대할 수 없어서 잘 해줄 뻔도 했으나, 이 눈치 없는 부자는 후지츠보가 들어오자마자 도로 고키덴 뇨고를 팽해버리고 후지츠보만 따라다닌다. 기껏 잘 해주려는 사람한테 알아서 미움 사고, 고키덴만 더 나쁜 사람 만든 격(...) 이후에도 기리츠보테이는 겐지만 어화둥둥 싸고 돌며 고키덴의 아들인 동궁마저 뒷전에 밀어놓고 차별하고는, 그녀가 찍어놓은 며느리감인 좌대신의 딸마저 겐지의 정실로 주어 버린다. 정치적 세력을 대주는 자신을 홀대하고 아들마저 차별하는데 어느 여자가 보살이 되나. 더 빡치는 와중이지만 이런 저런 이유들로 모두가 고키덴 뇨고가 정처인 중궁이 되는 걸 당연시하고 본인도 기대했는데, 겐지가 후지츠보 뇨고를 강간해 태어난 아들이 새 동궁으로 내정되면서 그녀에게 중궁 자리까지 뺏기며 세상의 동정을 받는다.

사실 만화나 영화에서 없는 상황까지 만들어가며 고키덴 뇨고를 나쁘게 그리고 깊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홀랑 넘어가기 때문에 많이 묻히지만, 고키덴은 남편이 갱의를 편애해서 생기는 문제와 궁의 불만을 총대 메고 나서서 간언한다. 질투가 아닌 정치적 이유를 들고, 기리츠보가 짜증 내면서도 무시하지 못하는 것은 신분도 신분이거니와 맞는 말 대잔치였기 때문. 기리츠보 덴노를 가장 오랫동안 잘 모셨고 정치적 힘이 되어 주는 등 심한 악질은 아니다. 또한 갱의에 대한 후궁의 단체 괴롭힘은 과한 편애로 후궁 전원을 상대로 골고루 원수 져 놓은(...) 기리쓰보 제의 자업자득이었던 것도 있는데 고키덴 뇨고가 나서서 주동한 것처럼 뒤집어 쓴 것도 있다. 사실 작품 특성상 한글 번역해도 겉만 읽어선 모르거나 잘못 이해할 부분이 꽤 있기도 하다 보니...

작중에서 사람들이 중궁에서 밀려난 것이나 겐지 모자 때문에 홀대받는 걸 사람들이 부당하게 생각하고 편을 드는 것도 이 때문. 겐지 부자가 하는 짓이 당대 관념으로도 영 비정상이라 그런 듯도 하다.고키덴만 정상이라 고통 받는지도 하지만 매체에서 대접이 이렇다 보니 질투에 쩐 못된 본처 캐릭터로 찍히고 일각에서는 고키덴이나 그 편을 드는 세상 사람들을 '총애를 뺏기고 투기해 진정한 사랑을 못살게 굴어 죽인 악역', '위대한 사랑의 결실 & 왕의 재목인데 왕이 되지 못한 뛰어난 겐지를 훼방놓는 악인'들로 착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듯(...) 그 쯤 되면 다소 불쌍하기도.

게다가 겐지는 고키덴의 여동생이자 이복형의 약혼녀로 중궁이 될 예정이었던 오보로즈키요까지 건드려, 여어(女御)로 입궁 준비 중이었던 그녀는 상시(尚侍)의 신분으로 입궁했다. 그나마도 겨우 입궁시키고 중궁 자리도 날렸으니, 결국 당하고 또 당하다 못한 고키덴 뇨고가 강력하게 나서 겐지를 귀양보낸 것이다. 하지만 작가의 편애로 끝끝내 이 막장 인간을 못 이겨 뒷전으로 밀려나고, 오히려 당하기만 한 사람인데 악역으로 찍혀버린 어쩌면 겐지에게 제일 심하게 당한 피해자.

여담으로 동생 오보로즈키요는 40대가 되도록 여전히 겐지와 가끔씩 엔조이 관계(항상 겐지가 먼저 찾아가 덮치고 그녀는 뿌리치지 못하는)를 유지했지만, 스자쿠인이 상황으로 물러난 뒤에도 변함 없이 사랑해주는 마음을 따라 같이 비구니가 되고 겐지를 내치게 된다. 정작 겐지는 별로 아쉬워하지도 않는 게 함정.

3. 정편 후반의 홍휘전 여어

弘徽殿女御 藤原氏

홍휘전 여어 후지와라씨

아오이노우에의 오빠인 내대신(두중장)의 딸로 타마카즈라의 이복자매이기도 하다. 레제인이 11살일 때 12살이었으며 그 해에 태정대신의 자제(大殿の御子)로서 입궐했다고 나온다. 이 태정대신은 아오이노우에와 두중장의 아버지인 좌대신이 태정대신이 되었다는 뜻인데 단순 후견이라는 건지 할아버지의 양녀가 되었다는 뜻인지는 불명이다.

본래 가장 먼저 레제이 덴노에게 입궁해 총애를 받아 딸 하나를 낳았는데, 레제이 덴노가 천황 시절에 낳은 자식은 이 딸 하나뿐이다. 나중에 들어온 로쿠조노미야스도코로의 딸 사이구 뇨고(斎宮女御/재궁 여어)와 경쟁하게 된다. 그림을 좋아하던 레제이 덴노가 개최한 그림 대결을 통해 자신은 아버지의 지원을 받고 사이구 뇨고는 겐지의 지원을 받아 권력다툼을 벌이게 되고, 겐지가 스마 시절 그린 그림을 통해 패배하면서 여어 자리에 머물게 되고 사이구 뇨고가 아키코노무 중궁이 된다.

레제테이가 타마카즈라에게 반해 입궐시키려 하자 겐지와 내대신이 타마카즈라가 입궁하면 아키코노무 중궁과 고키덴 뇨고는 어쩌지?하고 걱정해서 망설였으며, 검은 턱수염 중장에게 아내로 넘어가게 되자 내대신은 일이 이렇게 되었지만 고키덴 뇨고를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결말이라 받아들인다.

속편의 우지 10첩인 타마카즈라의 후일담에서 레제이 상황의 후궁으로 언급된다. 타마카즈라의 큰딸이 레제이 상황의 후궁으로 들어와 딸을 낳고, 나중에는 아들도 낳자 불편해했다고 한다.

4. 역사에 나오는 고키덴노 뇨고(弘徽殿 女御)

사실 고키덴노 뇨고(弘徽殿 女御)라는 인물은 역사상에 실존했던 인물이다.

처음으로 사용된 건 무라카미 덴노의 여어(女御) 중 한 명인 후지와라노 노부코(藤原 述子)가 해당 명칭으로 불렸다.

가잔 덴노의 여어 후지와라노 요시코(藤原 忯子)도 고키덴노 뇨고(弘徽殿 女御)라 불렸다.

고스자쿠 덴노의 여어 후지와라노 나리코(藤原 生子)도 고키덴노 뇨고(弘徽殿 女御)라 불렸다.


[1] 간다치메라고 하는데 4위 참의를 제외한 3위 이상을 말한다. 공경의 공은 태정대신, 좌대신, 우대신이며 경은 대납언, 중납언, 참의, 3위 이상읠 조관을 뜻한다.[2] 히카루 겐지의 첫 번째 정처 아오이노우에의 오빠로 처남이었던 인물이다.[3] 태후가 아니라 대후大后라고 표기된다. 황후도 중궁도 아니라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