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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제

관료에서 넘어옴
1. 개요2. 역사
2.1. 어원2.2. 막스 베버의 초기 관료제 모델2.3. 20세기 탈산업사회 모델의 영향2.4. 20세기 일본식 관료제의 영향2.5. 이후 다양한 모델의 제시
3. 특징
3.1. 장점3.2. 단점
3.2.1. 파킨슨의 법칙(Parkinson's Law)3.2.2. 피터의 원리(Peter's Principle)3.2.3. 딜버트의 원리(The Dilbert Principle)
3.3. 관료제를 위한 변론
4. 기타5. 관련 문서

1. 개요

관료제(, bureaucracy)는 문서화된 규칙을 기초로 확립된 분업화와 계층화된 조직구조이다.

관료제 하에서는 각 구성원이 계층화된 위계질서를 가지고, 업무를 세분화하여 그 업무를 한정된 관할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배정하고, 인간관계가 아닌 일정한 규칙과 절차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 그 결과 전통 및 관습적 권위에 의존하지 않으며, 합리성과 합규칙성을 기반으로 비자의적 행동(impersonal conduct)이 최대한 억제된다. 관료제의 구성원(관료)은 신분이나 인맥이 아닌 실적에 따라 평가받으며 그 결과 조직 전체의 효율성은 증가한다. 실적은 효율성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관료제는 정부 조직과 동의어가 아니다. 정부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관료제를 확립할 수 있다. 회사와 같은 영리단체도 본질적으로는 관료제적인 특성을 갖는다. 대부분의 현대 기업이나 법인 단체 등의 조직 구조는 관료제를 기반으로 자기 조직에 맞게 변형된 것이다. 더 나아가 자선단체나 종교단체 등의 비영리단체에서도 이런 성격이 나타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심지어 사이비 종교에서도 관료제적 성격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반(反) 신천지 운동가 변상욱이 <신천지 파이터가 말하는 신천지가 정체를 숨기는 이유>에서 설명한 바 있다. 최근 관료제는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제대로 관리될 경우, 민간 기업에 크게 뒤떨어지지 않거나 비슷한 수준의 생산성을 보여주기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 역사

2.1. 어원

관료제의 어원은 bureau(사무실)와 -cracy(지배)로 사무실 책상 물림이 사람을 지배한다는 말이다. 막스 베버가 주장한 조직의 형태 중 가장 대표적인 것. 베버는 19세기의 대석학이자 사회과학 분야의 최종 보스. 실제로 카를 마르크스와 함께 인문사회과학의 보스라는 소리를 듣는 학자다. 베버 본인은 이 체계를 "가장 합리적이며 효율적인 조직의 형태"라고 했다. 한편, 베버는 도구적 합리성(instrumental rationality)의 화신인 관료제로의 이행이 심화될수록 인간의 자유가 제한되어 인간이 기계의 톱니바퀴(cog in a machine)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학술적인 측면에서는 관료제를 정부조직이나 기업에서 볼 수 있는 피라미드 조직으로 정의할 수 있다.

2.2. 막스 베버의 초기 관료제 모델

막스 베버에 의하면 관료주의 조직은 분업화된 전문화, 위계서열 엄격, 문서주의, 연공서열과 능력에 의한 승진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관료제는 필요한 직무에 따라 직위를 고안하고 직위 간의 위계적 서열을 미리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누가 그 직위에 임명되어도 각 직위자는 서열에 따라 지시를 순차적으로 이행하게 된다. 이러한 조직은 당시 기존에 있던 귀족중심적(혹은 엽관제적) 조직과는 다르게 높은 효율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가져왔기에 당시에 만연했던 정치와 행정(또는 경영)간의 거리를 둘 수 있었다.

베버에 의해 체계화되기 전에도 원형적인 개념은 있으나, 이론을 정립한 베버의 서양 중심적 관점에서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화하면서 생겨난 체계 또는 그런 거대조직의 구성 및 작동체계를 뜻한다.서구와는 달리 중국에서는 강한 통제력을 가진 국가 행정조직이 고대 이래 계속 존재해 왔다고 본다. 중국의 대부분의 문화 요소는 한나라 때 이미 기틀이 잡혀 있었고, 서구 문명의 암흑시대당나라의 행정 및 체계는 주변의 대부분의 나라의 모범이 되었다. '3성 6부제'로 대변되는 행정 시스템이 근방의 국가들에겐 국가라면 응당 갖추어야 할 '일반 상식'처럼 자리잡았을 정도. 결국 이러한 중국의 관료제 시스템과 과거 제도를 통한 인사 등용 시스템은 근대 유럽에서 받아들여 현대적 관료조직으로 발전시킨다. 그렇지만 전근대 기준으로는 매우 복잡한 중국의 행정조직조차도 베버의 현대 관료제에 비하면 매우 느슨한 조직인 것이 사실이다.

관료제라고 번역조어한 것은 19세기까지 국가 행정조직 외에는 이 개념에 해당하는 거대조직이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20세기 들어 자본주의가 고도화하면서 관료제 조직을 갖는 거대한 기업이 생겨나고 보편화되었다.

2.3. 20세기 탈산업사회 모델의 영향

20세기 후반 들어 탈산업사회(또는 후기산업사회)라는 사회변화 모델이 대두됨에 따라 산업사회의 핵심적 구성원리인 관료제는 많은 학문적 관심을 받았다. 전술한 막스 베버 이후 베버의 그늘을 벗어나 팀제 조직이나 매트릭스형 조직등 탈관료제 모형을 찾으려는 노력이 계속되어 왔지만 대규모 조직을 운영하는데 있어서는 아직 막스 베버의 관료제를 대체할 만한 조직모델이 없는 형편. 베버가 괜히 사회과학의 본좌 소리를 듣는게 아니다.

덕택에 시스템 엔지니어링도 이 관료제의 체제에서 따온 개념들이 많다. Top-Down 접근방식이나 이를 토대로 한 WBS(Work Break-down Structure) 등이 있다.

2.4. 20세기 일본식 관료제의 영향

서구는 20세기 중후반 일본의 성장을 보며 그 원인을 찾고자 했는데, 그들이 보기에 일본의 관료제가 여타 모델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일본의 조직은 고용안정성을 바탕으로 한 '높은 충성심'과 '관리자-피관리자간의 긴밀한 관계' 등 몇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었고, 이때까지만 해도 상당수 학자들은 이런 일본 모델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다.(윌리엄 오우치의 <Z이론>)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일본의 경제가 정체에 빠지며 서구에선 일본 관료제의 부정부패, 능력보단 인맥,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점이 노동자의 향상심을 해칠 수도 있다는 점 등의 단점이 더 부각되었다. 그 외 일본식 모델의 장단점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앤서니 기든스 저 <현대 사회학>을 참고할 것.

2.5. 이후 다양한 모델의 제시

일본 모델은 관료제에서 유의해야할 점을 상기시켜주었고, 이를 정반합시켜 새로운 이론들이 경영 관행 등에서 나타나게 되었다.

관료제를 보완 또는 대체할 새로운 조직 이론으론 팀제, 탈관료제(Adhocracy), 민간위탁 등이 제시되었고, 알다시피 현재 시행되고 있는 곳도 제법 많다. 또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간 교류를 통해 전체를 보는 눈을 길러주는 융합분야도 관심사이다.

3. 특징

3.1. 장점

  • 관리직들이 합리적이고 성과 지향적이라는 전제하에, 조직내 모든 권한과 책임이 위계적으로 돌아가므로 많은 양의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 가능하다. 기업에서 사장이나 임원들이 부하들의 의견을 듣지 않더라도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이런 경우를 말한다.
    • 합리적이지 않을 경우 (권위주의에 빠져있다든지, 미신에 빠져있다든지, 업무에 관심이 없고 게으르다든지, 무식해서 결정을 할 능력 자체가 없다든지) 기성 조직에서 보이는 멍청한 결정들을 일으켜 한계에 봉착한다. 명 4대 암군을 겪은 명나라를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명 4대 암군이 재위한 약 100년의 세월을 버텨낸 것도 관료제의 힘이긴 하지만.
    • 성과 지향이 아니라 다른 이익을 추구할 경우 문제가 생긴다. 가령, 최고 지도자가 사리사욕을 중시할 경우 독재화된다. 대부분의 독재는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대명제에 의해 한계에 봉착한다. 중간관리직이 사리사욕을 중시할 경우 부패한다. 높은 사람들이 파벌을 형성하기 시작하면 성과는 사라진다.
    • 군대의 경우, 군대의 관료인 참모 제도가 도입되면서부터 100만명 단위의 군사를 지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 전문화된 업무 체계로 효율성이 극대화 됨. 관료제는 오너 - 임원 - 중간관리직 - 실무자의 피라미드 형태로 구성된다. 그렇기에 분야에 따라 전문 인원을 배치할 수 있다. 이는 포디즘에 의거한 분업으로도 설명할 수 있는데 관료제가 이루어지지 않은 조직은 구성원들이 각자 모든 일을 하게 된다. 산업혁명과 포디즘의 등장 이전의 자급자족식 생산을 생각하면 된다. 반면 관료제는 특정 구성원이 특정한 업무만을 해 내면 된다. 산업혁명과 포디즘 이후 분업화된 컨베이어 벨트같은 예.
  • 구성원들이 자기 분야에 전념하여 전문화되고 숙련된 기술을 획득할 수 있음. 역시나 분업의 장점 중 하나다. 일례로 기업 구성도를 보면생산 기업일 경우 생산직(공장, 실무진)과 연구직(연구소, 개발진) 그리고 사무직(본사, 경영진)이 보통 나뉘게 되는데, 생산직은 생산 숙련도만 키우면 되고 연구직은 연구만 잘 하면 된다. 사무직은 경영이나 영업만 잘 하면 된다. 이 체제가 관료제가 아니라면 각 구성원이 생산직에 종사했다가 뜬금없이 영업을 뛰어야 하기도 하고 경영진이 연구를 해야 하는 등 다른 업무에도 신경을 써야 하게 된다. 경영, 생산, 연구 등 다방면의 능력을 일정 수준 이상 고루 갖추는 것보다 그 중 하나 자신에게 특화된 업무의 능력을 첨단화하는 것이 더 쉬울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다만 직급이 높아질수록 자신에게 상관없는 분야에 대해 학습할 필요는 생기기 마련. 적어도 생산직 수장 공장장은 연구직이나 사무직의 업무를 세부사항까지는 이해하지 못해도 일정 수준은 이해할 수 있어야 조직에서 원하는 생산을 할 수 있다. 반면 연구소 소장 역시 생산직의 상황이나 사무직의 요구사항을 이해할 수 있어야 조직이 원하는 방향으로 연구할 수 있다. 사무직 특히 사장과 같은 고위 경영진은 생산직과 연구직의 상황을 정확히 알아야 조직을 경영할 수 있다. 물론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나, 적어도 상위직급 정도 되면 자신의 분야가 아니더라도 일정부분 이해할 능력은 갖추어야 한다는 소리다
    • '해고~강등, 강임'이 안 될 경우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하급자에게 고함을 지르고 욕설을 하는 등 중간관리직으로서는 실격인 사람이 실무자에서 중간관리직으로 한 번 승진되었다면, 중간관리직으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전혀 업무에 맞지 않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노동법상 해고도 안 되고 중간관리직 자리를 줘야 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지사장, 국장 등 관리직 자리를 맡게 된다.
    • 아무리 전문화된 업무 체계를 유지하려 해도, 고위직에서는 '전문가 부하'와 '두루두루 다 다루는 비전문가 상사'가 업무를 함께 하는 일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장관 밑에 '행정직 출신 실장, 기계직 출신 실장, 전산직 출신 실장'이 골고루 있다고 가정할 경우, 장관은 3가지 업무를 모두 알 수는 없다. 이 때 비전문가 상사가 자신의 무능력에 대해 인지하고 권한 부여 (empowerment)를 해 주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아는 게 없으니 상사가 주도적으로 전문적 업무를 시킬 수는 없는데, 무능력이 드러나는 것은 부끄러우니 무조건 전문가 부하가 하는 말은 묵살해버리고, 이전까지의 관행대로만 하자고 우기게 된다.
  • 규정과 절차에 의거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체계. 관료제는 위계질서와 문서절차(결재)를 중시한다. 흔히 정치, 기업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 '결재란'이라고 되어 있고 '과장, 부장, 사장' 등의 직책명과 사인란이 있는 서류가 흔히 나온다. 이는 기획 수립자, 문서 제작자가 과장, 부장, 사장에게 그 계획이나 문서의 결재(승낙, 인정)를 받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결재의 절차 역시 하부 실무진이 하는 것이 아니라 실무진이 작성한 서류를 중간 관리자가 확인 후 결재하고, 그 서류들을 모아 또 상위 임원에게 결재를 받고, 상위임원 역시 자기가 결재한 서류를 모아 보스에게 결재를 받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즉 이 과정에서 도중에 결재를 받지 못하는 기획이나 서류는 폐기되거나 하부에 환송되어 보수절차를 거친 후 재결재를 받게 된다.
    이는 조직의 위계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때문에 중간 과정은 조직에서 공식적으로 수립한 과정과 절차에 의거하여 시행되게 되며 의사소통도 이에 기반하여 실시된다.
    • 비선실세가 설치고 다니는데 하급자가 감사를 통해 상급자의 모가지를 날릴 수 없으면 문제가 생긴다. 망하기 직전까지 조직의 위계질서는 지켜지지만, 그 대가로 조직 자체가 붕괴하게 된다.
  • 하급자가 조직 목적을 훼손하고 사리사욕을 챙기려 할 때 제지할 수 있다. 하급자가 공명심에 빠져 조직 전체에 손해를 끼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구성원 개인은 관료제 전체를 보면 부품에 불과하며 위계질서에 의거 상부의 명령을 거부하거나 함부로 곡해할 수 없다. 결재를 받지 못한 행동을 하려 들면 권위가 없어서 시행할 수 없다. 이런 요소들을 배제하면서 조직 전체의 목표를 거시적으로 조망하고 대처할 수 있다.
    • 제지가 해이해지면 각종 역기능이 나타난다. 감사징계 문서로.
    • 상급자가 조직 목적을 훼손하는 것은 하급자가 제지할 수 없으므로, 제지에 대한 별도의 조직을 만들고 권한을 줘야 한다. 특히 군대 조직에서 제지가 해이해지면 몇몇 장군에 의한 쿠데타로 연결될 수도 있다.
  • 지침이 명료한 가이드라인으로 구성되어 이해하기 쉬움.
    • 정성적인 평가가 기준이 될 경우 지침을 지키느냐 마느냐는 필요없어지고 상급자의 말을 잘 듣는 딸랑이냐가 중요해진다. 딸랑이가 아닌 사람들은 괘씸죄를 적용받고 승진에서 밀려난다.
  • 공식적 규칙의 적용이 예외 없이 공평무사하게 적용되어 평등권을 확보.
  • 비교 대상이 귀족정, 신정 등일 경우 관료제가 훨씬 효율적이다. 관료제가 비효율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근대 관료제 이후에 제시된 조직 모델과 비교할 때나 그렇다는 것이다. 전근대에는 혈통의 특권, 고위층과의 인맥 등이 출세를 결정짓고, 종교적 관념이나 고위층의 체면만 생각해서 의사결정을 하였다.

3.2. 단점

이 문단을 읽기 전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관료제는 나쁜 것' 이라는 식으로 단순 매도하는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단점이 더 큰 제도였으면 지금까지 살아남지도 못했을 것이며,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조직이 관료제를 채택하고 그 이론 하에서 운영되지도 않았을 것이다.[1] 다만, 장점 대비 단점도 상당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제시되는 것. 비판적 의견도 어디까지나 관료제를 보완하자는 입장이지 관료제 자체를 철폐하자는 것이 아니다.


관료제가 왜 문제점이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의견이 있다.
* 경직성: Merton 모형. 여기서는 최고관리자의 지나친 통제가 관료제의 병폐를 유발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 분할성: Selznik 모형. 여기서는 권한의 위임 및 전문화가 이해관계의 분열, 훈련된 무능 등을 초래하는 문제를 지적한다.
* 무사안일성: Gouldner 모형. 여기서는 관료들의 규칙에 의거한 소극적 행동이 병리현상을 초래한다는 점을 다룬다.

막스 베버 역시 관료제의 한계점을 의식하였고, "쇠우리"(Iron Cage)라는 독특한 표현을 사용하여, 본래의 개신교적 윤리라는 색채를 잃어버린 관료제가 껍데기만 남은 채로 굴러가게 되는 것을 경계하였다. 개신교 윤리를 간직한 "관료"(bureaucrat)에 대해 베버가 그렸던 모습을 대강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사심이 없으며 공명정대할 것.
  • "시켜서 하는 일 (Job)"이 아닌 "사명 (Vocation)"으로서 필요한 전문적 역량을 갖추기 위해 노력할 것.
  • 개인에 대한 충성심이 아니라, 자신의 맡은 역할에 충성할 것.

즉, 위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채워진 관료제적 조직은 비효율성을 초래하게 되며, 이런 조직들로 굴러가는 현대사회는 곧 쇠우리와도 같다는 뜻이 되겠다.

비슷한 맥락에서, 만약 우리가 어떤 관료제적 조직에 무언가를 요구할 경우, "예산이 없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인원이 없습니다", "권한이 없습니다", "선례가 없습니다" 의 다섯 가지 답변 중 하나를 듣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 외에 관료제의 역기능에 관련된 개념들에 대해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레드 테이프(Red Tape): 번문욕례, 서면주의, 서식주의, 문서만능주의 등으로도 불린다. 규정된 절차를 글자 그대로 따를 것을 강요하는 시스템 하에서 지나치게 시간을 소요하여 원활한 업무수행 및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공식화된 규칙을 강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16세기 스페인 행정부에서 중요한 행정서류는 특별히 붉은 끈으로 묶어놓는 관습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 보수주의: 변화에 대해 저항하는 것. 조직혁신을 함에 있어 걸림돌이 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현대 지식정보 사회 속에서 이것은 매우 치명적일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팀제 운영이나 아메바형 조직 등이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관료제 사회에서 개혁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자신이 속한 조직을 살깎는 일이라면 아무도 좋아할 리가 없다.
  • 할거주의: 부서 이기주의라고도 한다. 자기 소속기관, 국, 과만을 생각하고 타 기관이나 국, 과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으려는 현상이다. 즉, 종적으로 협력할 수는 있는데 횡적으로는 협력하지 못하는 것으로, 이러한 부분은 조직의 조정(coordinating)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심해지면 서로간에 처리해야 할 업무를 이리저리 떠넘기기도 한다. 떠넘기기만 하면 다행이지 심하면 싸움까지도 한다. 매트릭스형 조직구조가 하나의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지만, 너무 복잡해서 혼란만 키울 수도 있다. 이의 대표적 사례는 역시 일본군의 육해군 대립이 있겠다. 군대는 결국 나라를 보위하기 위해 조화롭게 움직여야 하는데 일본군 육해군은 서로를 질투하고 미워하여 합동작전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 훈련된 무능(trained incapacity): 관료제적 시스템으로 인해 자기 담당분야에 대해서는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지만 타 분야에 대해서는 전혀 조망하지 못하는 현상이다.[2]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부서 간의 보직순환이 필수적이나, 이것 역시 지나치면 전문인(specialist)을 확보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훈련된 무능은 인적자원의 범용성과 전문성 사이에서의 상충관계를 의미하는 것에 가깝다.
    관피아와는 약간 다르다. 일례로 기재부 차관출신이 은행권에 들어가게 되면 그건 관피아로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은행업과 거의 관련없는 해수부통일부차관 출신이 은행권에 들어가게 되면 그건 관피아가 아니라 낙하산 인사다. 관피아는 종전 행정부에서 일하던 고급공무원 등이 관련업종 고위직으로 영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실무능력 자체는 유관업종이기에 있다는 소리다.
    어느 조직의 어느 부서라도 일정 직책 이상 올라가면 조직 전체를 조망할 필요성이 생긴다. 그런데 단순히 담당분야내부의 승진 요건만을 충족해 승진하다 보면 다른 업무는 이해를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경영진에서 생산여건을 무시하고 연구를 진행해 결국 제품이 시망인 경우도 허다하고, 연구직이 생산여건을 파악하지 못하고 연구 제품을 내 놓다가 불량률이 하늘을 향해 치솟는 경우도 많으며, 반대로 생산직이 연구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 제품을 요상한 방향으로 생산하는 경우도 많다. 만일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잘 알았더라면 이런 일은 거의 없거나 피해가 많이 줄어들 것이다.
  • 복지부동: No Action Talks Only (NATO)라고도 부른다. 관료들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며 가치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아니라, 딱 상부에서 지시받은 만큼만 일하려는 것을 의미한다. 관료제 하에서는 책임소재가 명확하여 신상필벌이 확실하다는 장점이 이렇게 단점으로도 작용한다. 관료제의 무사안일주의의 한 사례이다. 그나마 평시에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정도로 끝나지만 비상시에는 큰 문제가 되기 십상이다. '이 문제는 제 소관, 관할, 업무범위내가 아니라서요'가 이를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문장. 관료제에서의 높으신 분들이 유능해야 하는 이유로, 특히 비상시에는 높으신 분들, 즉 컨트롤 타워가 확실히 교통정리를 해 주어야 일이 제대로 돌아간다.
  • 형식주의: 이와 관련된 항목으로 전시행정 항목도 함께 참고바람. 어떤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가치를 망각하고 관료제적 형식이라는 수단이 최종적 목표를 대치해 버리는 것. 높으신 분들이 보기엔 열심히 일처리를 하는 것 같지만 실제 고객이나 정책의 수혜자의 입장에선 싫은 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 과두제의 철칙(Iron Law of Oligarchy): 독일의 정치학자 R.Michels가 제안한 개념이다. 이 사람은 결국 파시스트가 된다. 어떤 조직이든 소수의 수뇌부가 권력을 잡고, 그것을 지키게 되며, 이로 인해 조직의 민주화가 훼손된다는 주장. 미헬스는 이와 같은 권력의 집권화가 궁극적으로 대규모 조직에서의 민주적 의사결정이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본다. 그리고 이 개념은 이후 엘리트주의다원주의의 치열한 대결로 이어졌다. 현재의 상황은 다원주의가 엘리트 주의를 상당부분 인정한 가운데 소수 엘리트의 독점적 지배에 대해서만 대항하고 있는 정도이다.
    이 개념에 대한 강력한 반례 중 하나가 바로 위키위키 시스템. 그런데 이것도 사실 보면, 시스템 유지자와 서버 유지자가 상대적으로 강한 힘을 발휘하게 되므로(즉 운영진) 완벽한 반례라고 보기는 어렵다. 작성금지동결처리에 대한 논란이 대표적.
    저술가 강신주는 이것이 간접민주주의의 한계라 평가하고, 직접민주제를 지향하는 정책의 도입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3.2.1. 파킨슨의 법칙(Parkinson's Law)

군대의 부서들 중 자기 부서를 확장시키고 싶어하지 않는 기관은 아직 발명되지 않았다.
― 독일의 한 참모장교. 《히틀러 최고사령부 1933~1945》. 제프리 메가기
어떤 조직의 규모는 그 조직에 필요한 인원수와는 무관하게 증가한다는 아이디어로, 1955년 <The Economist> 지에서 처음 발표된 개념. 이를 두고 경영학자 파킨슨이 정부 까려고 의도적으로 짜맞추기 한 것이며, 2차대전 직후 과도하게 거대화된 영국의 해군성을 깐 거라는 평가가 많다. 관료들은 경쟁자가 아니라 하급자를 증가시키기를 원하고, 관료들은 서로를 위해 업무를 재생산한다는 두 가지 핵심이 주가 된다. 보다 범용적이고 일반화된 버전으로 "필요는 공급을 충당하기 위하여 증가한다"도 있다.

예를 들어 직원A가 자신의 업무가 과중하다가 생각하여 인원의 충원을 요구한다. 여기까지는 합리적이다. 그런데, 이 직원 A는 자신의 권한을 침해할 수 있는 동료가 아니라 하급자를 원한다(개념1). 그래서 직원 B가 고용된다. 직원 B는 A가 다 하지 못한 업무를 하게 된다. 하지만 동료가 아닌 하급직원이 충원되었기 때문에 동료였다면 필요없는 업무가 새로 발생한다. 관리업무, 명령 업무, 보고 업무, 감시 업무 등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2명으로 끝날 수 있는 인원 충원은 3명째로 접어드는데, 이 직원 C는 직원 B의 하급자이다. 이걸로 A가 B와 C를 관리하는 업무와 B가 C를 관리하는 업무, 그리고 A-B-C사이의 보고 및 감독 업무가 새로 등장하였다. 이하 반복.

3.2.2. 피터의 원리(Peter's Principle)

목표달성에 대한 보상으로 승진이 주어지는 시스템 내에서, 그 조직 구성원들은 궁극적으로 그들이 경쟁력을 잃을 때까지 더 많은 권한을 부여받는다는 주장. 간략히 말하면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무능해질 때까지 승진한다"가 된다. 예를 들어, 어떤 관료 A가 자신이 맡은 직책에서 일을 잘하면 승진할 것이다. 그리고 승진한 직책에서도 일을 잘 하면 다시 승진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능력에 한계가 오면 A의 승진은 정지된다. 이 때 A의 직책은 A가 승진할 수 없을 만큼 A의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직책이 된다. 유능한 사원, 유능한 대리, 유능한 과장, 평범보다 좀 나은 부장인 A의 행보가 결국 무능한 임원이 된 상황에서 멈춘 것이다. 이 때 A의 승진이 과장에서 멈추면 가장 효율적이고 부장에서 멈춰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능력있으면 승진시킨다는 구조는 A를 임원까지 올린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반복하면 모든 직책은 직책에 걸맞은 능력을 갖추지 못해서 더 이상 승진할 수 없는 이들만으로 매워지게 된다.

이는 1969년 L.J.Peter 박사의 논문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결국 실질적인 업무는 아직 자신의 무능 수준에 이르지 않은 하급자들에 의해 달성되며, 오히려 상급자들이 일을 망치지 않도록 하급자들이 상급자들을 "관리"한다고 본다. 거꾸로, 너무 잘난 하급자들은 잠재적으로 자신을 위협할 능력있는 하급자의 존재를 용납할 수 없는 상급자들의 농간으로 일찍 도태될 수 있다.

피터의 원리에 대해 "무능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요구되는 직무역량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료제하 조직 혹은 국가에서 이런 상급자에게 요구되는 직무역량이란게 90% 이상이 사내 정치 혹은 사외 정치같은 정무적 역량이다.

해결책으로는 "승진하거나 물러나거나" 정책을 펴는 방법이 있다. 이건 군대장교 인사행정에서도 부분적으로 도입되어 있다. 장교들은 계급마다 정년이 따로 있다. 아울러 연공서열에 근거한 승진제를 폐지하는 것, 도급계약을 맺어 해결하는 것, 승진 대상자를 새 직무에 충분히 훈련시킨 후 승진시키는 것 등이 있다.

3.2.3. 딜버트의 원리(The Dilbert Principle)

1990년대의 만화 < 딜버트 > 에서 언급된 내용으로, 피터의 원리와 유사한 주제를 다룬다. 조직은 무능력한 개인을 일선 실무직에서 빼냄으로써 현장에서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대신 그들이 별볼일 없는 일들밖에는 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이 요지다. 무능력한 상사 문서와 뛰어난 아랫사람 항목도 같이 참고할 것.

공산주의 유머 항목에서 이와 같은 단점들을 과장, 희화화시킨 각종 블랙 조크들을 감상할 수 있다.

3.3. 관료제를 위한 변론

위와 같이 관료제를 너무 까기만 하니깐 1980년대 이후 Kaufman, Milward & Rainey, Meier 등은 관료제를 옹호하는 논문을 써내기 시작했다. 그들의 주된 논거는 관료제가 완벽하다는 것이 아니라, 관료제 역시 문제점이 있으나 실제보다 더 많이 비판 받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 이유로 정치인들의 정치적인 이유를 들고 있다. 정치인들의 삽질도 관료들에게 넘기면 국민들은 이에 속아 관료들만 욕한다는 것이다.
  • 관료제의 비능률성: 관료제에 대한 첫번째 비판은 바로 비효율성이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관료제가 꼭 효율적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 사기업과 달리 정부는 효율성 외에 민주성과 합법성 등의 가치도 추구해야 한다. 또한 효율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 사기업의 경우 이윤으로 효율성을 평가할 수 있으나 국가의 경우 효율성을 평가할 근거가 마땅치않다. 넷플릭스 같은 기업은 인사, 재정 등의 규정을 최소한으로 만들고 최고의 인재를 뽑아 상황에 따른 최선의 결정에 맡긴다는 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세금은 절대 그런 방식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 국민들의 이유없는 불신: 관료제를 변론하는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국민들은 관료제 전체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나 자신이 경험한 행정기관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다. 관료라고 하면 불친절, 부조리의 대명사이나 실제로 우리가 체험하는 동사무소나 구청의 시스템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민원이 있어 관공서에 들리면 아마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억지 미소라도 지으며 인사할 것이다. 즉 국민들이 관료제에 대해 가지는 불신은 대부분 근거가 없거나, 정치인들에 의해 조장되었다라고 보는 것이 관료제를 변론하는 학자들의 주장이다.

4. 기타

  • 문명 5에서는 뜬금없이 불가사의 건립시 15%의 생산력 보너스를 주는 정책으로 설정되어 있다. 문명의 관료제는 Bureaucracy가 아니라 Aristocracy이긴 하지만. 일본어판에서는 귀족제로 번역되어 있으며 사실 이쪽이 더 맞는 번역이다. 그렇다고 해도 정책 효과가 뜬금 없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불가사의 건립이라고 하는 건 거대한 노동력을 오랜 기간 집약시켜야 하니까 귀족제나 관료제가 필요하다고 보면 마냥 뜬금 없는 건 아니다.
직업적인 관리. 또는 직업적인 관리들의 집단. 특히, 정치에 영향력이 있는 고급 관리.
국가 기관에서 일을 하는 공무원. 특히 정치에 영향력을 가지는 고급 관리의 무리.
같은 관직에 있는 동료
  • 관료의 국어사전상 정의는 위와 같다. 대한민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고위공무원단(3급 이상)을 관료로 본다. 하지만 '관료'(bureaucrat)와 '관료제'(bureaucracy)의 뜻은 전혀 다르다. 관료제는 공무원, 공공기관, 사기업, 심지어 동네 편의점의 점장과 알바 1:1 사이에서도 생길 수 있는 반면, 관료는 적어도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이 되어야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5. 관련 문서


[1] 체스터튼의 울타리(Chesterton Fence) 비유가 바로 이것을 지적하고 있다.[2] 아르바이트와 비정규직을 예시로 들면, 정규직보다 대우가 낮아서 똑같은 할당량으로 일을 해도 불만이 많아서 자신의 직무에 대한 책임감이 없어지는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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