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24 21:04:17

광석 라디오

파일:external/www.wired.com/fox3.jpg
1. 개요2. 상세3. 실사용 사례4. 매체에서의 등장

1. 개요

Crystal radio

게르마늄 라디오라고도 불리며, 전력 없이 작동되는 라디오이다. 광석수신기라고도 한다. 다이오드와 저항, 안테나 선만으로 FM 라디오를 만들어 들을 수 있다. 외부 전력없이 날아다니는 전파를 소리로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막상 만들어 보면 소리가 굉장히 작으며, 강전계 지역이 아니면 듣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광석 라디오가 최초로 만들어진 시기에 검파 역할을 하는 다이오드는 반도체 성질을 띄는 결정 광물에 바늘 모양의 금속을 접촉시켜 만들었는데[1] 이로 인해 광석라디오라는 이름이 붙었다. 반도체의 성질이 밝혀진 후 P-N 접합 다이오드는 물론, 금속-반도체 다이오드도 많이 상품화, 소형화된 지금은 굳이 광석을 이용해 라디오를 만들 필요는 없다.

FM 광석 라디오는 송신소가 바로 근처에 있지 않는 이상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영상 속의 회로를 똑같이 만들어 실험해 보니 60mW 출력의 FM 카팩 바로 옆에 놔둬도 소리가 쥐똥만하다. 5 km 안에 FM 송신소가 있으면 모를까. 위 영상 말고 제대로 된 FM 광석 라디오의 경우 15 km 안에 송신소가 있으면 들리기는 한다. 진짜로 개미만하게 들리기만 한다. AM, 단파 또한 국내(도시권)에서 듣기 힘들고, 시골에서는 들을 만 하다.

2. 상세

광석 라디오는 방연석이나 실리콘, 저마늄 등의 반도체 성질을 띄는 광석을 사용하여 제작된다. 원칙적으로는 '크리스털 이어폰'이라고 하는 임피던스(impedance)가 1000~2000옴에 달할 정도로 극히 높아 교류신호의 전압이 감소하지 않고 잘 통과하며 작동되는[2]옛날에는 종종 쓰였으나 요즘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특수한 이어폰을 달아줘야 들을 수 있다. 일반적인 이어폰은 코일과 자석으로만 이루어져 임피던스가 6~10옴 정도로 낮은데, 이는 광석라디오가 공급할 수 있는 한계치 이상의 과한 전류를 요구하게 되어 결국 출력단의 전압을 낮춰버리고, 이어폰에 흐르는 전류도 거의 0에 수렴하게 된다. 따라서 일반 이어폰이 약한 교류 전류를 내보내는 광석 라디오에서 거의 작동하지 못하는 것이다. 크리스털 이어폰에는 코일이 없고 하나의 압전 패널이 배치되어 있으므로 유도 리액턴스는 낮고, 용량 리액턴스는 엄청나게 높다. 따라서 임피던스 자체가 높아지게 된다. 용량 리액턴스는 1/2πfc로 계산되며, (유도 리액턴스) L값에 비해 C값(캐패시턴스)가 커질수록 임피던스가 높아지는 걸 알 수 있다. 반대로 C값에 비해 L값이 커질 때에도 임피던스는 높아진다. 소형 전기제품에 쓰는 변압기를 달아서 임피던스가 낮은 보통의 이어폰으로도 들을 수는 있으며, 이런 과정을 '임피던스 매칭'이라고 한다.

요즘은 크리스털 이어폰은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작하는 사람들은 세라믹 이어폰을 사용한다. 국내의 온라인 쇼핑몰에 크리스털 이어폰이라 검색하면 교육용으로 팔리는 것을 쉽게 구할 수 있고, 돈이 없다면 고물상이나 분리수거장에서 압전소자(피에조 소자)를 사용하여 이어폰을 자작할 수 있다. 주로 전자레인지에서 삑삑거리는 버저가 피에조 소자이므로 이것을 크리스털 이어폰으로 개조할 수 있다.

안테나에서 받는 미약한 전파를 그대로 검파만 하여 그 전력으로 이어폰을 구동하는 방식으로, 전력 없이 작동되므로 소리가 작고, 감도가 약하여 수신 가능한 범위도 트랜지스터 라디오에 비해 근거리에 한정되어 있다. 환경에 따라 다르다. 여름 밤의 뻥 뚫린 환경에서는 러시아, 일본, 중국 신호가 다 잡히기도 한다. 주로 단파 대역이 이렇다. 이런 한계는 외부 전원을 받아 증폭이 이루어지는 스피커를 출력단에 물리는 등 출력되는 오디오 신호를 증폭시켜 주면 비교적 많이 개선된다. 반대로 안테나와 코일 쪽을 키워도 외부 전력 없이 스피커를 울릴 정도로 출력이 커지기도 한다.

동조회로와 검파기 및 리시버로 이루어진 구조가 매우 간단한 라디오이기 때문에 크기도 매우 작고 휴대도 간편하다. 증폭 작용을 하는 부품이 전혀 없으므로 트랜지스터는커녕 진공관도 소형화/대중화되기 전 시대에도 주머니에 들어가는 작은 휴대용 라디오가 존재할 수 있었다. 다만 주파수를 거르는 바리콘 부품 자체가 철판 뭉탱이 그 자체라서 무게는 살짝 무거웠지만. 현재는 폴리바리콘이나 트리머를 사용해서 훨씬 가볍고 작게 제작할 수 있다.

검파 다이오드는 전압 강하가 적은 게르마늄 다이오드를 사용하는게 높은 감도에 유리하다. 게르마늄의 전압 강하가 0.2~0.3V 정도인데 반해, 실리콘 다이오드는 0.6~0.8V에 달한다! 보통 게르마늄 다이오드인 1N60이나 1N60P등이 많이 사용되며, 국내 쇼핑몰에 검파다이오드라고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1N60은 유리관 안에 점접촉 방식으로 제작되어 있고, 1N60P는 쇼트키 방식이라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다. 높은 감도는 1N60, 높은 음질 및 주파수 선택도는 1N60P가 낫다. 다만 가격이 비싸므로 시간이 많다면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대량구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100개에 무료배송으로 1300원 꼴이니. 1N60보다 더 고주파의 신호를 잡으려면 수 GHz까지 커버가능한 1SS86도 나쁘지 않다. 전압강하 약 0.32V로 게르마늄 다이오드다. 이건 FM 광석 라디오를 만들 때 좋다.

장기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인력발전 라디오나 태양광 및 인력발전 건전지 충전기+건전지 라디오를 구비하는 것이 낫다. 인력발전 라디오는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에서 규정하는 비상 물품 중 하나일 정도로 검증된 물건이다. 생존주의적 입장에서는 어떤 환경에서든지 방송 수신이 가능한 것이 중요한데, 수신 가능한 환경이 굉장히 한정적인 광석 라디오는 써먹을 게 못 된다. 아래의 광석 라디오 사용 사례도 라디오를 구하기 어려웠던 옛날이었으니까 그나마 겨우겨우 만들 수 있는 대로 만들어서 썼던 거지, 21세기 현재는 이미 아프리카 최빈국의 시장통을 가도 중국제 라디오와 건전지를 구할 수 있는 시대다. 이렇게 최첨단 전자기기이자 사치품이었던 라디오도 20세기 말쯤 되면 이미 개나소나 만들어 세계각지에 팔게 되었기 때문에 현재는 애호가들이나 찾는 DIY 장난감 정도로 취급된다.

실제로 들어보려면 대형 안테나를 설치할 큰 공간과 전자기기로부터 멀리 떨어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단파 기준으로 최소 4m~11m의 긴 안테나가 필요하다. 잡음의 종류로는 스마트폰 기지국의 신호[3], 60Hz 교류전원의 노이즈[4],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노이즈 등이 있다. 시골처럼 거대한 안테나를 설치할 공간과 전자기기 노이즈가 적은 곳이 있다면 광석 라디오의 효율은 최고가 된다. 이 경우 일본, 러시아, 영국, 중국 등 세계 각국의 방송이(단파기준) 매우 선명하게 잘 들린다. 볼륨 또한 안테나 길이만 잘 맞추면 핸드폰으로 녹음이 가능할 정도로 상당히 커진다. 반면 수도권에서 듣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국내에서는 광석 라디오를 과학조립키트 등으로 판매 중이다. 부품을 구하기 어렵다면 홍X전자의 H-2NR 같은 키트를 구매하면 된다. 단파 광석 라디오지만 동조코일 3개 중에서 하나를 빼내고 그 자리에 471(470uH) 인덕터로 교체하면 AM 방송 수신이 가능해진다.

오래 전에 팔리던 라디오공작키트 교재에는 10리터 물통만한 원통에 전선을 감거나 나무에 안테나선을 걸친 광석라디오를 만드는 방법이 나오기도 했다. 이렇게 하면 스피커를 달고 선국해도 소리가 잘 나올 정도로 출력이 좋아졌다고. 전선값 등 재료비를 생각하면 전혀 채산성이 없지만, 전자제품이 아니라 유지비가 들지 않는 시설로 생각하면 재미로 해볼 만은 하다.

3. 실사용 사례

휴대용과 무전원이라는 특성 때문에 가난한 나라에서 다이오드나 각종 부품을 이용해서 이 광석 라디오를 들었다고 한다. 상단의 사진에서처럼 면도날과 굵은 샤프심, 옷핀이 있으면 광석 없이도 다이오드를 직접 만들 수 있다! 다만 면도날은 불에 그을린 상태여야 하고, 샤프심 또는 연필심(탄소)이 거의 점 형태로 면도날에 살짝 닿아 있어야 한다. 원리는 기본적인 금속-반도체 다이오드와 똑같다. 금속(면도날)과 반도체(샤프심)[5]가 접촉하여 쇼트키 장벽을 형성해 다이오드가 되는 것. 샤프심을 하나 더 만들면 트랜지스터까지도 손으로 만들 수 있다!

이 외에도 불꽃도 정류가 된다고 한다. 열전자의 이동을 사용하는 것으로, 진공관 다이오드의 원리를 생각하면 된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 군인들의 참호에서처럼 극한 상황에 처하거나 포로수용소 따위에 갇힌 사람들이 일반적인 라디오를 들을 수 없을 때,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잡동사니와 금속 등을 이용해 광석 라디오를 만들어서 외부 소식을 듣기도 하였다. 심지어 구호품에 재료를 나누어 넣어 전달하기도 했다는데 그것만으로는 거의 소재 수준이라서 잘 알아챌 수 없을 정도. 이 때문에 어디 토굴 같은 곳에서 숨어 듣는다는 의미로 Foxhole radio라는 이름도 붙었다.

4. 매체에서의 등장

  • 노을빛 소녀 - 작중 등장인물들이 '광석 라디오 연구회의 멤버들이다.
  • 도라에몽 - 골동품 전파 판매[6]가 등장하는 에피소드에서 도라에몽이 미래의 서비스로 전화해서 방에 있던 라디오를 광석 라디오로 교체해준다.
  • 대통령 각하 만세에서는 비싼 진공관 대신에 보급이 쉬운 라디오로 나온다. 특히 아시아 신생국들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 - 폭격기가 격추된 후 독일군에 포로가 된 미국 육군항공대 폭격기 승무원들이 수용소 신세를 질때 대원중 하나가 수용소 내의 잡동사니 들을 모아서 이걸 만들어 몰래 외부 소식을 청취하는 장면이 나온다.

[1] 금속-반도체 접합에 생기는 쇼트키 장벽(Schottky barrier)을 활용한 것으로 현재 이용되는 쇼트키 다이오드의 초기적인 형태이다. 지금도 광석라디오용 검파기로는 게르마늄 쇼트키 다이오드가 많이 추천된다.[2] 임피던스는 교류에서의 용량 리액턴스+유도 리액턴스+저항 성분을 다 합친 것으로, 교류 전류가 흐를 때만 나타나는 진정한 저항 성분이라고 할 수 있다.(임피던스=교류에서 전류가 흐르기 어려운 정도)[3] 삐리리리릭 거리는 높은 소리가 난다. 광석 라디오에서 들리라는 방송은 안 들리고 이런 잡음만 난다면 위치를 옮기는 것이 좋다[4] 전봇대 밑을 가급적 피해야 한다[5] 흑연 역시 14족 원소인 탄소로 구성된 반도체이기 때문에 광석 역할을 할 수 있다.[6] 정확히 말하면 도구는 아니고 그냥 미래의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