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누군가 양다리를 걸칠 때 그 사람을 구조적 공백에 있다고 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행위자 갑과 행위자 을이 행위자 병을 매개로만 연결될 때, 병을 갑과 을의 '구조적 공백'에 있다고 한다. 위 그림을 보자. B가 속한 연결망은 모든 행위자들이 서로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어떤 행위자가 아는 정보는 모든 행위자들에게 거의 고르게 공유되며, 어떤 행위자에게서 정보를 공유받는다고 해봐야 그 정보는 이미 다른 행위자에게서 공유받은 '중복된' 정보일 확률이 매우 높다. 쉽게 말해, '내가 아는 것은 남들도 알고', 남들이 내게 말해주는 정보는 대체로 '뒷북'에 불과하다. B는 정보 우위를 누리지 못한다. 반면 A는 다르다. A는 A를 매개로 하는 세 가지 연결망에게서 각각 나오는 정보를 독점한다. 아래쪽 연결망에서 나온 정보를 왼쪽 위 연결망에 속한 행위자가 알 확률은 없고, 그 정보가 왼쪽 위 연결망에서 나온 정보의 뒷북일 확률도 없다. A는 언제나 중복되지 않은, 새로운 정보를 공유받는다. 따라서 A는 B와 달리 정보 우위를 점한다[1].
이러한 정보 우위를 바탕으로 A는 '협상'도 잘할 수 있다.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A가 왼쪽 위 연결망에 있는 집단에 속한 행위자와 협상을 한다고 했을 때, 그 행위자가 높은 가격을 부르면 A는 "에이, 저 아래쪽 연결망에 속한 행위자 분은 그것보다 낮은 가격을 부르던데[2], 좀 낮춰 주시죠?"라고 속이면서 더 낮은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다. 정보(Information)를 이용하여 타 행위자를 통제(Control)하는 것이다.
한편, 저 그래프에서 B와 B에 연결된 행위자를 잇는 선을 '불필요한(redundant)' 연결이라 하고, A와 A에 연결된 행위자를 잇는 선을 '불필요하지 않은(non-redundant)' 연결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