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0-02-21 15:20:32

국사교육강독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에서 1학년 때 배우는, 힘들기로 유명한 강독 과목.
"성대섭! 시작해봐." - 수업을 시작하실 때
朴平植 敎授
1. 수업 개요 및 목표2. 방학 숙제3. 수업 방식4. 여담

1. 수업 개요 및 목표

역사를 배우는 초학도로서는 1차 사료에 접근해 볼 기회가 적은 게 사실이다. (사실 한국사 교과서만 봤지 누가 한문 1차사료로 공부를 할까,) 하지만 중등 역사교사 및 역사 연구자를 배양하는 역사교육과의 목표를 감안하면, 역사교육과에서 1차사료는 전공공부를 하는 데 필수불가결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강의를 통해 1차 사료의 해석 분석 종합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강독 수업은 국사학과, 서양사학과, 동양사학과 등 역사와 관련된 다른 과나 타 대학의 역사교육과, 역사 관련 과에 비슷한 이름으로 존재한다. 가령 공주대학교 역사교육과는 '한국사사료강독'이라는 과목을 개설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 방학 숙제

이 강의는 특이하게 방학숙제가 존재한다. 바로 동몽선습을 수기로 베껴서 제출하는데, 양이 상당히 많다. 하지만 서울대학교에 합격한 직후 기쁜 마음으로 다들 방학숙제를 해 간다. 방학숙제가 끝나면 뭔가 새로운 캠퍼스의 생활이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큰 오산이다.

3. 수업 방식

파일:gukgang.png
동감강목의 일부
2015년 기준으로 일단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동감강목'이라는 책의 한문 원문과 그 해석, 모르는 내용은 주석을 수기로 써 가야 한다. 선생님께서 보통 3장 정도 분량을 숙제로 내 주시며, 이걸 공책에 주석과 함께 쓰면 보통 30페이지 정도 공책에 필사하여야 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점은 '동감강목'이라는 책이 국내에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이기 때문에 수강생들은 한자를 하나하나 찾아서 스스로 해석해야 한다. 해석본이 있는 걸 베끼는 것과 혼자서 해석하는 것은 걸리는 시간이 몇 배로 차이가 난다.
하지만 동감강목의 내용은 그 내용의 70% 이상을 현재 디지털화된 조선왕조실록이나 동양고전데이터베이스에서 찾을 수 있다. (물론 대략적인 뜻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이지, 글을 구성하고 있는 한자는 조금씩 다른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에 수강생들은 한자를 하나하나 꼼꼼히 봐야 한다.) 이러한 꼼수를 통해서 수업 전 숙제를 해가면 약 15시간에서 20시간이 걸린다. 이 시간을 줄이기 위해 보통 수강생들은 4~5명씩 팀을 짜서 각자의 분량을 나누어서 공유하는 전략을 쓴다. 하지만 이렇게 하는 순간 문제가 되는 게 한 사람이 오역을 하거나 불성실하게 숙제를 하면 그 고통은 나머지 조원들이 분담하게 된다.

4. 여담

  • 16년 4월의 어느 화창한 봄날 선생님께서 '봄에 가장 먼저 피는 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수업을 시작하였는데 어떤 학생이 '선생님 마음에 피는 꽃이요'라고 대답했다. 그 때 교실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 수업이 끝난 후 그 학생은 선생님과 1시간동안 단독면담을 하였다고 한다.
  • 국사교육강독은 신입생이 처음으로 듣는 강의이기 때문에 서울대 마크가 그려진 과잠을 입고 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선생님은 과잠에 붙어있는 서울대학교라는 마크에서 네임벨류에 담겨져 있는 사회적 위치와 의무 책임을 항상 말씀하시면서 조선시대 성균관 유생들의 책임의식을 몇 차례 설명하시곤 하신다.
  • 16년도에는 총선이 겹쳐있어서 수강생들에게 정치 참여를 매번 독려하셨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투표 인증샷까지 보내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하였다.
  • 번번이 당신의 아들에 대해 언급을 하시곤 하신다. 하지만 다른 아버지들처럼 아들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들을 욕하기 위해 언급하신다. 항상 밤에 잠을 늦게까지 안 자고 당신께서 출근하실 때 퍼질러 잔다는 내용으로부터 시작해서 여러 행실이 마음에 드시지 않으신가보다. 참고로 선생님의 아들은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재학중인 엘리트이다. (....)
  • 국사교육강독의 숙제 분량이 점점 합리적으로 줄어들고 있다.13년도에는 화요일 목요일에 수업이 진행되었고 화요일에 내주는 숙제가 목요일에 내주는 숙제보다 양이 많았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말도 안된다는걸 알 수 있는게 목요일에 숙제가 나가면 목 금 토 일 월 5일동안 준비할 수 있지만 화요일에 숙제가 나가면 화 수 이틀만에 숙제를 해가야 한다. 하지만 이런 걸 고려하시지 않으시고 오히려 화요일에 숙제 폭탄을 내주시면 화요일 수요일은 헬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14년도부터는 화요일 금요일에 수업이 시작되는 것으로 변경되었고 숙제의 양도 엄청나게 줄었다. 16년도에는 송병선이 찬술한 《동감강목》에서 약 두 페이지를 숙제 한 회 분량으로 내주시니 3년 전과 비교하면 말그대로 '桑田碧海'다. 이 글을 앞으로 읽을 신입생의 입장에서는 점점 로드가 가벼워지고 숙제가 편해진다는 것에 감사하지만 후배들을 생각하는 선배의 입장으로서는 줄어드는 숙제가 염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국사교육강독의 로드가 줄어든다는 것은 곧 역사과 학생들의 한문독해실력 또한 수직으로 추락한다는 의미이며, 이는 미래의 역사학도 양성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다.
  • 비교적 많은 로드를 감당하는 신입생들을 불쌍히 여기시는 선생님께서 신입생의 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사교육강독이 개설되는 학기를 옮길 생각을 하신다는 카더라 소문이 있다.
  • 발표를 잘 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항상 내년에 보자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하시곤 하신다. 하지만 국강에 미친듯이 숙제를 하지말고 다른 생산적인 것을 하라고 권하기도 하신다. 국강에서 C를 받아도 사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말씀과 함께 말이다. 이러한 학점에 대한 선생님의 이중적인 태도는 학생들의 지향점을 혼탁하게 만들기도 한다.
  • 모 선배의 제보에 의하면 박평식선생님께서 부여하시는 학점은 본인의 기대보다 2단계 높게 나온다고 한다. 선생님께서 항상 구박을 하시고 시험 문제도 어렵게 나와서 학생들이 매양 좌절을 해도 선생님께서 보시기에는 학생들이 비교적 높은 성취도를 이루었다고 생각하시는 듯 하다. 즉 열심히하면 비교적 후하게 주신다고 하니 학점 때문에 너무나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 국강이라는 험난한 늪을 건넌 이들은 국강이 꿀이라고 말한다. 한근이나 동근을 국강 재수강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국강 재수강을 택하겠다는 사람도 즐비하다. 실제로 16년도 기준 국강은 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숙제 양도 대폭 적어졌다. 그리고 비록 《동감강목》이 해석본이 없는 고서라고 하더라도 《동감강목》의 약 90%를 고전 DB와 조선왕조실록 DB에서 그와 거의 판박이거나 똑같은 내용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배끼기만 하면 된다.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다. 이렇게 소비되는 시간도 줄이기 위해 보통 삼삼오오 팀을 짜서 분량을 나눈다.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국강은 더 이상 헬과목이 아닌 역사과의 꿀과목 중 하나라는 의견도 국강을 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