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01-15 16:31:03

그레이브즈/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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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문 배경2. 마지막 한 발 #3. 총잡이와 도박꾼4. 철부지들과 봄볼로니5. 구 배경

1. 장문 배경

말콤 그레이브즈는 어린 시절 빌지워터 부둣가의 후미진 뒷골목에서 자라며 싸움과 도둑질 등 훗날 유용하게 써먹게 될 여러 가지 기술들을 배웠다. 그리고 매일 밤 정박하는 밀수꾼의 보트에서 물건을 나르며 돈을 벌었다. 부두에서 활동하는 범죄 조직에 고용되어 힘쓰는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벌이는 시원치 않았고, 그레이브즈의 야망을 충족시키기에는 너무 시시했다. 결국 소년티를 겨우 벗자마자 그레이브즈는 총 한 자루를 슬쩍해 슈리마 본토로 향하는 배에 몰래 몸을 실었다. 그리고 도둑질과 사기, 도박을 하며 연안 지대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큰돈이 걸린 머드타운의 불법 도박판에서 한 남자를 만난 후 그레이브즈의 인생 궤도는 크게 바뀌었다. 오늘날 트위스티드 페이트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유명한 사기꾼이었다.

무모하리만큼 위험과 모험을 즐기는 두 사람은 한눈에 서로를 알아보았고, 한패가 되어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 그레이브즈의 힘과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교묘한 말솜씨는 기가 막힌 궁합을 자랑했다. 시간이 가면서 서로를 신뢰하게 된 두 무뢰한은 부자들을 등쳐먹고 어리숙한 자들을 골려 먹었다. 또한 엄선해서 뽑은 부하들과 함께 여러 건수를 올리고, 기회가 날 때마다 경쟁자들을 팔아넘겼다.

가끔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돈을 전부 날려 먹기는 했지만, 그레이브즈는 곧 다가올 모험에 기분이 들뜨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번은 발로란 남부의 국경 지대에서 납치된 상속자를 구출한다는 구실로 두 녹서스 명문가를 이간질했다. 그리고 보상금만 챙기고 상속자를 팔아넘겨 버렸다. 필트오버에서는 난공불락의 태엽장치 금고를 유일하게 뚫은 도둑들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금고의 보물을 모두 털었을 뿐만 아니라, 경비대원을 꾀어 훔친 화물선에 싣도록 한 다음 태양 관문을 통해 도망쳤다.

범행이 발각될 때쯤이면 둘은 멀리 달아난 뒤였고, 현장에는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카드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그들의 운도 거기까지였을까?

크게 한탕을 하려다 그만 일이 꼬여 버렸고, 그레이브즈는 현지 집행관들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그 와중에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다.

악명 높은 범죄자 수용소에 갇힌 그레이브즈는 수년간 독방에 갇힌 채 고문당했고, 옛 동료를 향한 원한은 점점 깊어져 갔다. 정신력이 약했다면 그대로 무너졌겠지만, 말콤 그레이브즈는 달랐다. 복수심은 그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마침내 자유를 되찾은 그레이브즈는 교도소장의 산탄총을 어깨에 메고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찾아 나섰다.

수소문하던 끝에 그는 고향인 빌지워터로 향했다. 그곳에서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현상금이 걸린 채 쫓기고 있었다. 현상금을 타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추격을 계속한 그레이브즈는 결국 트위스티드 페이트와 마주했지만, 해적왕 갱플랭크가 다른 해적선들과 전투를 벌이는 바람에 두 사람은 옛 원한을 접어 두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했다.

그렇게 또 한 번, 그레이브즈는 고향에서 도망쳤다. 다만 이번에는 옛 친구와 함께였다. 두 사람 모두 수년 전 헤어졌던 동료와 재회하게 되어 기뻤지만, 그레이브즈 마음속의 앙금은 쉽게 가시지 않았고 믿음을 회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다만 그레이브즈는 여전히 빌지워터를 그리워했다. 어쩌면 '이번'에는 최후의 한탕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기에...

2. 마지막 한 발 #

텅 빈 술집, 부서진 탁자에 기대선 말콤 그레이브즈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창 밖에서 현상금 사냥꾼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조용히 좀 해. 술 맛 떨어지잖아.”

그레이브즈는 술병을 보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데마시아 와인? 정말 이것뿐인가?”

온 사방이 산산이 부서진 유리조각 투성이였다. 간신히 몸을 숨긴 주인장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게 저희 집에서 제일 비싼 술이라굽쇼.”

“그래, 그래. 남은 술이 그거밖에 없겠지.” 그레이브즈는 박살 난 술병들을 내려다보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주인장이 벌벌 떠는 게 당연했다. 여기는 매일 혈투가 벌어지는 빌지워터가 아니니까. 필트오버는 그레이브즈가 태어난 빌지워터보다 안전하고 깨끗한 도시로 알려져 있었다.

그레이브즈는 와인의 코르크 마개를 깨물어 바닥에 뱉고 병나발을 불었다. 그러더니 부자들이 하던 것처럼 와인 냄새를 맡고 술을 혀 위에서 굴려보았다. “오줌 맛이네. 뭐 공짜 술에 이렇다저렇다 할 수 없겠지만? 안 그래?”

부서진 창문 너머로 짐짓 허세를 부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만 포기하시지. 우린 일곱이고 너는 혼자야. 좋게 끝나지는 않을 거야.”

그레이브즈는 피식 웃으며 받아 쳤다. “당연하지. 좋게 끝나길 기대했나? 그럼 친구들을 더 모아보라고!” 술병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일하러 갈 시간이네.” 특수 제작된 산탄총을 긴 탁자에서 집어 들며 그레이브즈가 말했다. 새 탄환이 장전되는 위협적인 딸각 소리는 바깥까지 울려 퍼졌다. 한 번이라도 그레이브즈를 만났던 사람이라면 이 소리를 모를 수 없다. 파멸을 알리는 자명종 소리. 심장이 쿵 내려앉는 소리.

그레이브즈는 미끄러지듯 문 쪽을 향해 다가갔다. 유리조각이 장화 굽 아래 경쾌하게 부서졌다. 그는 몸을 굽히고 깨진 창문 너머를 흘끗 쳐다봤다. 네 명의 남자가 쪼그리고 앉아 선술집 안쪽으로 석궁과 소총을 겨냥하고 있었다. 둘은 작업장이 있는 이층에, 둘은 그늘진 문간이었다.

아까의 새된 목소리가 외쳤다. “지옥 끝에서부터 너를 쫓아 왔다고. 이 망할 자식아! 수배지에 생포하란 얘긴 없었어. 더 피 흘리기 싫으면 총이 보이게 손들고 걸어 나와.”

그레이브즈가 답했다. “나갈 거라고. 걱정 붙들어 매라니까.”

그리고는 바다뱀 은화 한 닢을 휙 던졌다. 동전은 럼주가 쏟아진 탁자 위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앞면을 위로하고 멈췄다. 주인장이 바들바들 떨며 겨우 손을 내밀어 동전을 집어 들었다.

“문 값이야. 잘 챙겨놔.” 그레이브즈는 씩 웃었다.

“문이라굽쇼?” 주인장이 울먹이며 되물었다.

커다란 장화가 눈 깜짝할 사이에 술집 앞문의 경첩을 부수어버렸다. 그레이브즈는 총알을 난사하며 박살 난 문 사이로 돌진했다. 텅 빈 필트오버의 거리로 경쾌하고 무시무시한 빛의 그림자가 날아오를 듯 어른거렸다.

“좋다, 이놈들아! 두 눈 크게 뜨고 어떻게 끝나는지 지켜봐라!”

3. 총잡이와 도박꾼

해당 문서 참조 바람.

4. 철부지들과 봄볼로니

파일:Graves_Twisted_Fate_The_Boys_and_Bombolini_01.jpg
녹슨 칼과 팔뚝만 한 육식성 쥐가 가득한 역겨운 빌지워터의 화물 창고 중에서도 단 하나의 창고에서만큼은 그러한 것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친척이 살해당한 필트오버인 무기 거래상의 그 화물 창고는 주로 대륙 전역의 평화를 위협하는 적들에게 화약과 마법공학을 사용한 고성능 폭발물을 보내는 데 사용되었다. 주로 대상은 아이오니아의 녹서스인, 슈리마의 녹서스인, 데마시아의 녹서스인, 그리고 아주 가끔 녹서스의 녹서스인이며, 마지막 대상은 최근 '폭탄 가격으로 바가지를 씌우는 인색한 버러지'에게 살해 협박 편지를 보내기까지 했다.

필트오버인 창고 주인이자 그 저급한 녀석은 더 이상 식민지의 악당들을 상대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창고 주인은 중무장한 푸른 길 용병단을 고용해 자신의 창고를 지키게 만들고 동시에 중무장한 다른 용병 무리를 고용해 첫 번째 용병들이 지키고 있는 화물을 전부 훔치게 시켰다. 격렬한 총격전이 발생할 것을 가정하고 거대한 연쇄 폭발이 일어난다면 조금 더 부유해진 무기 거래상이 발을 뺄 수 있도록 화물에 엄청난 액수의 보험을 들어둔 것이다. 창고 주인이 고용한 강도들이 악명 높은 범죄 예술가 트위스티드 페이트와 악명 높은 목욕 기피자 말콤 그레이브즈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미래를 내다본 사업적 결정이었다.

무고한 희생자는 의도된 것이었다.


"이게 대체 뭔 빌어먹을 상황이지? 함정 같은 건가?" 말콤 그레이브즈가 2층 난간 뒤편, 그의 거대하고 육중한 몸을 겨우 가릴 수 있는 두꺼운 기둥 뒤에서 상황을 예리하게 추측했다. 그레이브즈 주변으로 총알이 빗발치며 두꺼운 엄폐물이 부서지고, 인상을 찌푸린 만화 속 남자가 폭발하는 그림이 걸린 주변 화물에 손가락 굵기의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그런 것 같은데." 근처에서 몸을 웅크린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손가락으로 카드를 돌리며 대답했다. 카드가 돌아갈 때마다 푸른색에서 붉은색으로 다시 황금색으로 바뀌었지만, 이렇게 긴장한 상태에서는 순서를 제대로 맞출 수 없었다. 붉은색 카드는 거대한 화염 폭발을 일으키고, 황금색 카드는 거대하고 반짝이는 폭발을 일으키며, 푸른색 카드는 당장 쓸모가 없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것은 문제였다.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얼간아! 한 발도 못 쏘겠잖아!" 그레이브즈가 사람만큼 거대한 산탄총의 방아쇠에 올린 손가락을 움찔거리며 소리쳤다. 그레이브즈는 받은 만큼 돌려줄 수만 있다면 총에 맞는 것도 개의치 않을 인물이었다.

"놈들이 화약 상자 뒤에 함정을 설치했어." 페이트가 바닥부터 천장까지 설치된 휘발성 폭발물 더미를 가리키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데드 풀호처럼 가라앉고 싶지 않다면 다른 계획을 생각해 내야 해."

"난 그러고 싶지 않아!" 그레이브즈는 불평했다. 죽고 싶지 않다는 것인지,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정말 짜증 나는군! 왜 우린 항상 이상한 일만 받는 거지?"

"그야 보수가 가장 짭짤하니까." 페이트가 더욱 태연한 태도로 대답했다. "반성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흠. 네가 그렇게 말하면 뭔가 그럴싸하단 말이지." 그레이브즈는 이런 위기 사태에서 자신의 연막탄이 창고 바닥에 있는 검은 화약에 불을 붙여 페이트와 함께 순식간에 죽게 될지, 아니면 0.5초 후에 눈먼 어인들 중 하나가 실수로 다이너마이트 상자에 총알을 발사해 죽게 될지 차분히 생각했다. 두 번째 선택지가 괜찮은 것 같았다. 아주 좋아. 아주, 아주 좋아.

"나한테 아주, 아주, 아주 좋은 계획이 있어!" 그레이브즈가 당당하게 수류탄을 꺼내 들며 말했다. 그는 앞에 보이는 상자에 그려진 인상을 찌푸린 만화 속 남자를 바라보았다. "날 막지 마." 그레이브즈가 말했다.

"뭐 하는 거야?" 페이트가 외쳤고 그레이브즈의 팔이 수류탄을 던지기 위해 호를 그리자 페이트의 눈이 공포로 크게 뜨였다. 페이트의 머릿속에서는 학살의 부두 대부분과 두 사람이 함께 산산조각 나는 모습, 최소한 그레이브즈 혼자 산산조각 나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게 된다면 기껏해야 불편한 게 전부겠지만. "말콤, 뭐 하는 짓이야?"

"멈춰!" 아래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던지면 안 돼!"

그레이브즈는 그 명령에 조금 기가 죽었지만, 그와 동시에 갑자기 총성이 줄어들었다는 것에 안도하며 연막탄을 내려놓았다. 공황 상태에 빠진 페이트는 자신이 창고를 탈출하는 데 사용했다면 실수로 모두를 죽이고 말았을 붉은색 카드를 들고 있었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잠시 시선을 교환하고 각자의 폭발 무기를 지켜본 다음 다시 시선을 교환했다.

"그래도 내 계획이 낫지." 그레이브즈가 흡족하게 웃었다. "더 안전하거든."

아래쪽에서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폭탄으로 가득 찬 창고를 향해 총을 쏘는 용병들에게 사격 중지 명령을 내렸고, 특히 쿠인이라는 용병은 "지난번 사건 이후로 잘 확인했어야지."라며 강하게 비난을 받았다. 이어서 총잡이들이 불만으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용병들의 생선 대가리 크기나 모양으로 보아 중얼거리기보다는 물먹은 소리가 들려왔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책임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페이트는 그레이브즈에게 몸을 기울이고 코트 안쪽 주머니를 가리켰다. "내가 준 파란색 카드 아직 가지고 있어?" 페이트가 속삭였다.

"뭐, 파수꾼 때 그 카드? 그래, 아직 가지고 있어." 그레이브즈가 평범하게 대답했다.

"조용히 말해. 이제 놈들 몰래 여기서 빠져나가는 건 어때? 지금 놈들은 정신이 팔린 상태야. 우리가 빠져나가도 모를걸."

"그렇겐 안 되지, 이번 일로 한몫 챙길 수 있다며. 내가 이렇게 큰 건을 두고 그냥 떠날 거라고 생각해? 나도 입에 풀칠은 해야지."

"우리는 이미 최소 백번은 죽고도 남았어. 이쯤에서 손 떼야 해."

"나는 절대 안 죽어. 왜냐하면 난 잘생긴 주인공이거든.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

"알긴 개뿔. 눈먼 총알 하나에 장례식을 치르게 될 수도 있어."

"네 장례식이겠지. 나는 비에고도 이긴 사람이야. 그러니 내가 남자 주인공이지."

"남자 주인공? 그 망할 이야기 정말 못 들어주겠군!" 페이트가 소리치자 창고에 있는 모두의 이목이 쏠렸다.

"봤어? 네 탓이야. 정말 조연 배우다운 행동이었어." 그레이브즈는 자신이 '조연 배우'라는 단어를 올바르게 사용했다고 40% 정도 확신하며 흡족하게 웃었다.

창고의 모두가 자신이 어디에서 어떤 상황에 처한 것인지 정확하게 인지한 순간 머뭇거리며 긴장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2인조 무법자와 푸른 길의 일반 용병들 중 그 누구도 이 대치 상황을 끝낼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 그리고 어떤 대치 상태라도 금세 폭력적으로 치닫는 것이 유구한 빌지워터의 전통이었으리라.

웃통을 벗고 위협적인 작살총을 든 장신의 귀상어도 이 대치 상황을 끝낼 수 없었다. 그도 마찬가지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봄볼리니라는 이름의 귀상어는 같은 위치에 있는 상대에게 절제된 우아함을 보여주는 방법과 상황을 장악하는 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가장 잘 알았다.

"무슨 짓을 하는 거냐, 이 정신 나간 놈들아!" 그는 난간을 향해 소리쳤다. "빌지워터 절반을 날려버릴 셈이야? 대체 어떤 강도 놈들이 화약 창고에 실탄을 가져오는 거야?"

말콤 그레이브즈와 트위스티드 페이트 모두 (미련하게도) 엄폐물에서 머리를 내밀었고 각자 새로 등장한 상대의 눈을 한 쪽씩 바라보았다. 강철 같은 눈빛, 근육질 몸뚱이, 분명 바다뱀을 꿰뚫기 위해 만들어진 무시무시한 무기까지. 그를 알아보는 데 걸린 시간은 1초. 그리고 2초.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3초.

"봄볼리니?" 그레이브즈가 물었다.

"말콤?" 봄볼리니가 다시 물었다. "말콤 그레이브즈? 너야? 나... 나를 털겠다고?"

그레이브즈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어깨의 긴장을 풀었다. 봄볼리니는 그냥 멍청한 생선이 아니었다. 멍청한 생선 친구였다.

"널 털려는 게 아니야. 너희를 고용한 자를 터는 거지." 그레이브즈가 설명했다. "놈이 우리도 고용한 모양이야. 그러니까 여기서 우리가 하는 일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없는 거지."

"우리?"

"안녕, 봄볼리니." 페이트가 손을 흔들었다. "나도 널 털러 왔어."

"뭐?" 봄볼리니가 반발했다. "잠깐! 너희 둘이 날 날려버렸지! 내 배를 날려버렸다고! 너희들은 빌지워터 역사에 남을 최악의 건수에서 파트너인 나를 배신했어!"

"최악은 아니었어." 그레이브즈가 대꾸했다.

"보석 하나였지." 페이트가 정정했다. "알고 보니 유리였지만."

"아니, 그건 아니야." 그레이브즈가 말했다. "더 많아야 했는데."

그렇지 않을 뿐이었지.

봄볼리니는 오래전 그레이브즈와 페이트로 구성된 2인조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세 번째 멤버였다. 변변찮은 보수를 받고 사소한 일을 처리하는 그들의 전단지에는 안타깝게도 설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지만.

전단지에는 "2인조가 적절한 가격(아무 가격)에 모두(아무나)를 위해 무슨 일(아무 일)이든 다 합니다."라고 쓰여 있었고 이로 인해 조직에서 봄볼리니의 존재가 완전히 지워진 것뿐만 아니라 잠재 고객과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소통의 오해가 다수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폭력이 심화되는 빌지워터의 유구한 전통에 따라 이런 사소한 문제는 유혈사태나 부두의 작은 폭발 사고로 이어지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새롭게 등장한 범죄자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고 그들은 유명한 용병이 되었다.

전단지는 몇 년 동안 고쳐지지 않았고, 젊은 봄볼리니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결국 봄볼리니는 범죄계에서 은퇴해 자신의 몫으로 평범한 스쿠너선을 구매하여 푸른 불꽃 제도에서 홀로 강도질보다 보수가 좋은 난파선 잠수를 시작했는데, 우연히도 술집 전단지에 해적 살점 축제 같은 이름으로 자신의 사업을 알리지 않았다.

그리고 또 우연히 이런 성공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고, 결국 누군가 말콤 그레이브즈와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고용해 부흐루 유적 근처 잠수 지점에서 옛 동료를 강탈하게 만든 것이다. 일말의 양심도 없었던 2인조는 즉시 의뢰를 받아들였다. 강탈은 곧 소형 기름 화재로 이어졌고, 다시 대형 기름 화재로, 다시 소형 스쿠너선 폭발과 유혈 사태로 이어졌다. 스쿠너선과 함께 모든 보물이 가라앉았지만... 유리 조각 하나는 구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봄볼리니가 죽었다고 생각했고, 의뢰인은 분노했으며, 누구도 보수를 받지 못했다. 이 정도면 2인조의 어느 정도는 성공적인 습격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죽은 거 아니었어?" 페이트가 물었다. "분명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봄볼리니는 넓게 퍼진 상어 눈 때문에 자신의 신체 어디도 볼 수 없었지만, 기어코 머리를 기울였다. "내가 죽은 것처럼 보이나?"

"글쎄." 그레이브즈가 대답했다. "그럴지도."

"놈들을 죽일 겁니까, 보스?" 망둥이를 닮은 거대한 이족보행 어인이 안절부절하며 물었다.

"저는 망둥이와 같은 생각입니다." 망둥이의 동료이자 인상적인 장총을 가진 등이 굽은 딱총새우가 말했다. "녀석들이 전에 보스를 배신했다고 했습니까? 놈들은 무슨 관계입니까?"

봄볼리니가 눈을 끔뻑였다. 호두알 크기의 두뇌가 그들의 관계를 떠올리기 위해 분주히 돌아갔다. 숙적과의 복잡한 곡절도 수십 년이 지나면 잊혀지기 마련이니까.

그레이브즈. 페이트. 그레이브즈... 그리고 또... 페이트. 둘은 무슨 관계지?

그렇지.

봄볼리니는 무언가 흥미로운 사실을 떠올렸다.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무언가를. 모든 대치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무언가를 말이다.

"놈들은 한 쌍이야." 그는 자신 있게 추측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건 우리도 압니다." 망둥이가 대답했다.

"아니, 둘은 한 쌍이라고." 봄볼리니가 자신감을 더 실어 말했다. "결국 둘이 그렇고 그렇게 될 줄 알고 있었어. 그레이브즈의 취향은 최악이고, 페이트는 내가 본 남자 중 최악이지. 딱 들어 맞잖아!"

망둥이는 어깨를 으쓱했다. 딱총새우는 한숨을 쉬며 위에 있는 한 쌍의 강도를 돌아보았고 애초에 왜 이런 의뢰를 받아들였는지 궁금해하며 조준 장치를 조정했다.

하지만 난간 위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놈이 우리가 한 쌍이라고 생각하는데." 페이트가 속삭였다. "그러니까 그런 한 쌍 말이야. 커플. 로맨틱한 커플 말이지."

"나도 '한 쌍'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 토비아스." 그레이브즈가 전보다 확실히 신중해진 태도로 속삭였다. "하지만 이걸 어떻게 받아치지? 어떻게 할래? 그리고 왜 놈은 이렇게 유치하게 구는 거야?"

페이트는 빈손으로 자신의 턱을 쓸었고, 머릿속으로 질문을 던지며 잘못 뽑은 붉은색 카드를 황금색 카드로 바꿨다. 모두가 엄청난 폭발로 사망할 가능성은 여전히 생각보다 높았지만, 봄볼리니와 부하들은 경계를 늦추고 있고, 이제는 대담하게 나설 때였다. 페이트에겐 무언가 큰 한 방이 필요했다. 황당한 무언가를. 모든 대치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무언가를 말이다. 필요한 건...

"나를 또 이런 문제에 휘말리게 하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군!" 페이트는 신체 대부분이 저격수에게 노출되지 않게 유지하며 그레이브즈에게 삿대질하며 소리를 질렀다. "너 다워. 일이 터지기 전에는 생각이라는 걸 하지 않아! 덩치만 크고, 수완도 없고, 화약 창고를 터는 일에 마법공학 탄환과 수류탄을 가져오는 놈이야! 우리 어머니 말이 맞았어. 우리는 같이 있으면 안 돼!"

그레이브즈가 당황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다. 먼저 그레이브즈는 페이트의 어머니를 만나본 적도 없으며 지금까지 존재하는지조차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페이트가 그레이브즈에게 계획을 설명하지 않은 채로 자신을 도둑들 사이에서 황태자가 될 수 있게 해준 강인한 신체와 노련한 강탈 계획을 비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거야? 항상 잘난 척하는 건 너야. 그리고 우리는 지금 이런 쓰레기 같은 일거리나 맡아서 너는 죽으려고 하고 나는 널 구하려고 하지! 나였다면 쉬운 일을 했을 거야. 살인이나 가벼운 갈취 같은 것들 말이야!"

"그래, 네겐 눈깔이 없으니까!" 페이트는 '눈깔'이라는 단어를 계속 강조하며 티나게 눈을 깜박였다.

그레이브즈는 바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파트너의 수많은 단점에 불만을 쏟아냈다.

"그래서 우리가 항상 싸우는 거야." 페이트가 다시 눈을 깜박였다. 이 윙크는 효과가 있었다.

난간 아래에서 지루해하거나 혼란스러워하는 선원들 사이 봄볼리니는 열광하고 있었다.

누군가 오래 친구에게 배신당한다면 그들 사이의 감정은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린다. 그렇게 편집증과 망상에 빠지게 되고, 그보다 더 복잡한 복수라는 상상에 취하게 만드는 것이다.

봄볼리니는 이 모든 것들을 경험했다. 봄볼리니가 종종 즐기는 상상 중 하나는 자신이 가장 증오하는 두 명의 적이 자신의 강철 같은 상어 눈앞에 쓰러지는 것이다. 상상에서는 엄청난 폭발물이 적재된 방이나 배 안에서 둘이 말다툼이 벌이고, 정점에 이른 순간 불길이 치밀고 폭발이 일어나 둘 모두를 죽이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미안해, 봄볼리니."라는 글자가 연기로 쓰인다. 그다음 모두가 환호하는 가운데 왕관과 휘장을 받는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홀도.

굉장히 복잡한 상상이었다.

하지만 상상에 없던 것은 황금색 카드가 자신의 가슴에 명중해 바다로 이어지는 화물용 문밖으로 날아가는 것이었다.

"지금이야!" 페이트는 엄폐물에서 튀어나와 인접한 사무실로 달리며, 폭발물 상자들이 충분히 높게 쌓이지 않은 벽에 황금색 카드를 던지고 소리쳤다. 카드는 금빛 빛줄기를 퍼뜨리며 순식간에 봄볼리니의 용병들을 기절시켰고, 놈들은 즉시 사방으로 총을 쏘기 시작했다.

그레이브즈가 연결 통로를 통해 페이트를 따라 더 큰 창고로 들어갔을 때, 눈먼 총알이 망둥이와 딱총새우가 엄폐물로 사용하고 있던 상자에 박혔고, 두 어인은 얼어붙었다. 총알이 허공을 가르는 가운데 망둥이와 딱총새우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둘 사이에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다행히 목숨은—" 망둥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폭발이 일어났다.

의뢰인이 처음에 설명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검은 화약 상자 위로 금속 구조물을 따라 페이트와 그레이브즈가 비틀거리며 움직일 때, 첫 번째 폭발이 창고 전체를 흔들었다.

"상황이 좋지 않아." 페이트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정말 좋지 않은데." 그레이브즈가 대답했다. "우리가 작업 중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나 일적으로나 지금 너랑 있는 게 기쁘지 않아."

"뭔들 기쁘겠냐! 움직여야 해!" 페이트가 소리를 지르자 연기가 자욱한 1층에서 무장한 용병 몇몇이 위를 올려다보았고, 어인이 아닌 범죄자들이 그들 위에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생각한 것보다 더 감정적인 상처를 입은 그레이브즈는 난간의 옆으로 연막탄을 던졌고 1층은 짙은 부식성 안개로 뒤덮였다. "보통은 일이 재밌지만, 내 가슴이 지금은 아니라고 하는군." 용병들의 건조한 기침 소리를 들으며 그레이브즈가 말했다.

"왜 그렇게 다 큰 어린애처럼 굴어? 넌 어른이라고!" 페이트는 화약 창고 1층에서 눈먼 총알이 날아오는 가운데 움직이기 위해 애쓰며 소리쳤다.

"다 큰 애새끼라고 하지 마! 넌 언제나 내 덩치를 욕하지. 네가 상황을 망칠 때마다 위기에서 구하는 덩치가 바로 나야. 배은망덕한 놈은 너야, 페이트!"

"내가 배은망덕하다고? 카마보르의 유령 왕자와 싸우겠다고 몇 개월 동안 사라졌다가 당당하게 마을로 돌아온 게 누군데."

"놈은 유령 왕이었어. 내가 싸우지 않았으면 우린 전부 유령이 됐을 테니까 다행인 줄 알라고! 우리 둘 다 유령이 됐을 거야. 우리 모두가 말이야!"

"너는 거기 있지도 않았잖아! 내가 샤우나의 편지를 읽지도 않은 것 같아? 그레이브즈, 사기꾼한테 사기칠 생각은 마. 가위 인형이랑 웃통 벗은 이상한 놈이 세상을 구할 때 너는 밖에 남겨졌어."

"그건 사실이 아니야, 페이트." 그레이브즈가 험악하게 말했다. "그건 소문일 뿐이지. 우리는 그날의 진실을 말하지 않았어."

"아, 제발! 네가 발로란의 제일가는 영웅이 되기 수십 년 전부터 그 과대망상은 짜증이 났어."

"이거 아직도 가짜로 싸우는 거야, 아니면 진짜 싸우는 거야? 만약 이게 진짜 싸움이라면 그 멍청한 모자를 네 주둥이에 처넣을 생각이거든."

"진짜 싸움인 것 같은데! 그리고 그거 알아? 너는 냄새나고 제대로 생각도 안 하지. 그리고 여기선 수류탄이 최선의 해결책이 아니었어!"

"그래, 이래서 우리가 처음에 같이 일하는 걸 그만둔 거야! 너는 나보다 잘났다고 생각하지. 이것보다 잘한다고 생각하지!"

"그렇다면 어쩌려고?" 페이트는 소리를 질렀고 말을 뱉고 나서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불에 타 무너지는 창고 앞에서 살아남은 봄볼리니의 용병들이 직원용 문을 통해 난간으로 쏟아져 들어왔고, 난간과 벽을 고정하고 있던 볼트가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분리되고 있었다. 많은 용병들이 심하게 그을렸고, 그에 걸맞은 분노에 휩싸였다.

"싸움은 나중에 해도 돼, 제기랄! 저 문으로 나가!" 그레이브즈가 외치자 둘은 말다툼을 멈추고 무너지는 난간의 출구로 빠르게 달려 나갔다.

출구로부터 여섯 걸음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다른 폭발이 화약이 있는 1층을 날려버렸고 하나씩 상자에 불이 붙기 시작하며 맹렬한 불기둥이 푸른 길 용병단을 집어삼켰다. 공급책이 수십 번은 더 넘게 설명했지만, 그레이브즈가 확인하지 않은 사실은 바로 수류탄에서 발생하는 연기는 전술적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해 제작된 따끔하고, 눈을 멀게 하고, 악취가 나는 가연성 높은 혼합물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연기는 더 많은 검은 화약 상자에 불을 붙이고 폭발을 일으켰으며, 번지르르한 카드 속임수꾼과 목욕 기피자를 한 층 아래, 폭탄으로 가득 채워진 난장판이 된 입구로 날려버렸다.

그들의 습격 중에서도 이번은 성공적인 습격 중 하나로 남을 것이다.

"으윽." 그레이브즈가 신음했다. "엿 같은 상황이군."

페이트는 아직 모자가 제자리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머리를 더듬었고 모자가 무사한 것을 확인한 후에야 비명을 지르는 갈비뼈를 부여잡았다. "그래, 엿 같아."

"토비아스, 우리가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하면... 한 가지 부탁이 있어."

"뭔데, 친구?" 페이트가 미소를 지었다.

"네가 먼저 죽어라." 그레이브즈가 기침하며 웃었다.

"아이고, 친절하기도 하지."

천장의 잔해와 덩어리가 바닥을 강타하자 창고가 다시 흔들렸고 갈라진 2층 벽을 통해 연기가 쏟아지며, 단단하게 포장된 마법 폭발물 상자에 불길이 스쳤다. 상자에는 폭발 속에서 인상을 찌푸린 남자가 그려져 있었다.

"여기가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은 거야?" 그레이브즈가 직원용 출구로 보이는 곳을 향해 비틀거리며 나아가며 물었다.

"여긴 빌지워터잖아, 말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

"신경 쓰지 않지... 나를 빼면 말이야!" 익숙하지만, 조금 더 거칠어진 목소리가 들렸다.

몸통 중앙에 짙은 자주색 멍 자국이 남은 봄볼리니는 극적으로 2인조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빌지워터의 가장 유명한 용병들과 유일한 탈출구 사이에 서서 덩치만큼이나 거대한 작살총을 장전했다. 그레이브즈는 바깥 부두에 축축하게 남은 상어 모양의 흔적을 발견했다. 봄볼리니는 이렇게 등장할 순간을 기다리며 몇 분 동안이나 숨어있었던 것이다.

"맙소사, 또 이놈이라니." 페이트가 중얼거렸다.

"그래. 아직이다!" 봄볼리니가 기침을 억누르며 소리쳤다. "이렇게 긴 세월이 지나고 너희들을 봤을 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 그 오랜 시간이 흐르고 흘—"

"관심 없어." 그레이브즈가 상어 옆에 있는 폭발물 상자에 거대한 산탄총을 겨누며 말했다. 그레이브즈가 방아쇠를 당기자 총알이 발사되었고, 연기가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무너지는 창고에서 훔치기엔 지나치게 많은 수백 개의 폭발물이 솟구쳐 올랐고, 작은 낚시 부두 위로 말콤 그레이브즈와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갑자기 나타났다. 페이트의 순간이동이 완벽하지 않았던 탓에 현장에 남은 연기와 불길도 따라왔다. 두 사람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레이브즈의 산탄총이 그의 배 위로 떨어졌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비명, 어쩌면 욕이었을지도 모른다.

"파란색 카드는 확실히 쓸모 있다니까." 페이트는 다친 등을 바닥에 맞댄 채로 떠벌리며, 부러진 갈비뼈를 붙잡고 있지 않은 손으로 모자의 먼지를 털었다. 긴 하루였다.

"그래, 하지만 처음에는 쓸모가 없었어." 조금 그을리고 멍이 들었지만, 그 외에는 멀쩡한 그레이브즈가 헐떡였다. "총격전이 일어나기 전에 사용했어야 했는데. 훔치든 뭐든 할 때 말이야."

"그럼 예술성이 없잖아. 그림자 속에 숨어서는 명성을 쌓을 수 없어.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야지!" 멀리서 창고의 골조가 휘어지고 아직 폭발하지 않은 화물에서 맹렬하게 솟구치는 화염을 바라보며 페이트가 대답했다. 그는 마치 요점을 강조하듯 손을 살짝 흔들었다.

"맞는 말이야." 그레이브즈가 납득하지 못한 채로 말했다.

검게 그을린 옷을 입은 둘은 모든 것이 계속해서 폭발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거의 낭만에 가까웠다. 누군가 이런 모습을 낭만적이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흥미롭게도 그들은 낭만을 느꼈다.

"그래서, 음... 이젠 어떻게 하지?" 페이트가 최대한 빠르게 침묵을 깨며 말했다. "우리의 비열한 의뢰인을 배신하는 거? 봄볼리니를 수습해 무덤을 만들어 주는 거?"

그레이브즈가 킬킬거리며 웃었다. "오, 그건 당연히 가장 먼저 해야지. 나를 날려버리려고 한 놈들 중에서 멀쩡히 살아있는 놈들은 없어. 봄볼리니는... 그 상어 자식이 아직 저기 어딘가 있다는 것에 돈을 걸지. 놈은 나랑 비슷해. 폭발하기엔 너무 멍청하거든."

"친구, 너는 내가 만난 놈 중 최고의 멍청이야." 페이트가 웃었다. "넌 폭발하지 않을 거야. 진심이야."

"당연하지." 그레이브즈가 숨을 헐떡였다. "하지만 이제 다 끝났으니... 우리 이야기 좀 해야겠지."

"그래." 페이트가 한숨을 쉬었다. 페이트는 사과를 피할 방법을 찾는 것에 지쳤고, 몸에 흐르는 아드레날린 때문에 어떤 이유에서든 절대 사과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어겨도 괜찮았다.

그래도 여전히 "미안해."라는 말은 꺼내지 않을 것이다. 그것만큼은 무리였다.

"말콤, 내가 너보다 낫다고 말할 생각은 없었어. 이번 일을 해결하고 나면..."

"그만, 그만, 그만." 산탄총을 등에 맨 그레이브즈가 물 위로 다리를 달랑거리며 말했다. "벌써 듣기 싫군. 사과는 받아들이지. 다음에 네가 한잔 사도록 해."

"좋지." 해가 지기 시작하는 바다를 바라보며 페이트가 기꺼이 대답했다.

그레이브즈는 자신의 파트너를 비꼬려고 바라보았지만, 이번에는 아마도 처음으로 토비아스의 이목구비에 지금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던 특별한 선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날카로운 턱, 올곧은 코, 유행에 뒤처진 모자를 선택하는 굉장히 대담함. 페이트는 객관적으로 끔찍한 사람이었지만, 어쩌면 적절하게 끔찍한...

흐음. 그레이브즈는 생각했다.

이제는 나이를 먹은 말콤 그레이브즈는 어느 정도는 현명해졌지만, 비교도 할 수 없이 경험이 많아져 자신이 했던 행동과 말보다 다음에 꺼낼 말을 더욱 조심스럽게 생각했다. 그들과 같은 범죄자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살핀다는 것은 그레이브즈의 취향이 아닐 뿐더러 그가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일이기에 특히나 놀라운 일이었다. 그는 생각했다. '왜 나에 대한 토비아스의 의견을 그렇게 신경 쓰는 거지?' '전엔 중요하지 않았는데.' '무엇보다도 그들에겐 각자의 역할이 있었고—'

"말콤." 페이트가 끼어들었다. "뇌진탕이라도 온 거야?"

"그럴 수도." 그레이브즈는 한숨을 쉬었지만, 슬프거나 지친 한숨은 아니었다. 혼란스러운 한숨에 더 가까웠다.

"좋아, 어디 한번 볼까." 심각한 부상을 입은 페이트가 그레이브즈의 머리를 옆으로 넘기며 멍 자국이 있는지 확인했다. "네가 튼튼하다는 건 우리 둘 다 알고 있지만, 우린 불사의 몸이 아니야."

"봄볼리니와는 다르지." 페이트가 머리카락을 넘긴다는 묘한 기분에 혼란스러워하며 그레이브즈가 말했다.

"할 말 없게 만드는군." 페이트가 말했다. "스쿠너선 습격 사건이 생각나. 우리의 오랜 친구가 아주 끔찍한 폭발에 휩싸였지."

"당해도 싸. 나는 취향이 끔찍한 게 아니야. 나는 끔찍한 인간을 좋아하는 취향을 가졌을 뿐이지. 그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야."

페이트는 뇌진탕이 어떻게 보이는지 몰랐기 때문에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하고 파트너의 머리를 살펴보는 일을 멈췄다. 페이트는 소년처럼 헝클어진 그레이브즈의 머리칼 위로 석양이 반사되자 그의 다부진 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 모든 단어들을 하나의 문장으로 생각하다 문장이 완성되자마자 몸을 떨었다. "네 취향은 끔찍하지 않아, 말콤. 재앙이지."

"재앙?" 그레이브즈가 되물었다. "예시를 하나 들어봐. 못할걸"

"북방인." 페이트가 거의 즉시 대답했다. "바퀴벌레 문신을 한 상인. 부흐루 광신도."

"광신도는 아니야."

"우리 둘을 희생시키려고 한 적은 있지만, 확실히 광신도는 아니지. 고래 인간. 문어 인간. 두 번째 고래 인간."

"오르카."

"오르카는 고래의 일종이야. 수도승. 바스타야. 녹서스인."

그레이브즈가 움찔했다. "그래, 나쁜 놈이지."

"녹서스인, 녹서스 출신 말콤.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하더군."

"돌이켜보면 취향에 있어서 내가 원했던 것보다 더 인종 차별적이었던 것 같아." 그레이브즈가 말했다.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사랑한 연인을 집에 데려오는 것과는 다르지. 넌 그렇게 잘나지 않았어."

"미안하지만, 나는 굉장히 잘났거든." 페이트가 외쳤다. "어떤 방면에서든 누구도 토비아스 펠릭스의 매력에 저항할 수 없어. 나는 이 방대하고 순진한 땅에서 눈이 촉촉이 젖은 수백, 아니 수천 명의 관광객들에게 사기를 쳤다고."

"이 몸은 아니지." 그레이브즈가 조금 격하게 웃었다. "아니면, 음... 그게."

"무... 물론, 그렇지." 페이트는 눈을 마주치지도 않은 채로 자신의 모자를 만지작거렸다.

둘은 한동안 침묵을 지키며 앉아있었다. 솟구치는 화염과 격렬한 폭발, 멀리서 들리는 비명과 고함과 비교하면 상대적인 침묵일 것이다.

"오, 놈이 타는 꼴 좀 봐."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지저분한 어른아이처럼 부두 위에서 다리를 흔들고 있는 그레이브즈가 말했다. "토비아스,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오해하지 말고 들어. 내가 범죄와 스무 가지 정도를 사랑하는데, 너는 그중에서—"

"샤우나는? 아니면 웃는 항아리를 든 그 여자는?" 사십 년이 넘게 딱히 여자에 관심이 없던 그레이브즈지만, 페이트는 질투심을 제대로 숨기지 못한 채 물었다.

그레이브즈는 정신적으로 교감하는 사업적 동반자 사이의 평범하고 일상적인 대화에 필요한 것보다 더욱 많은 의도를 담아 정정했다. "베인은 좋은 친구지. 하지만 우리가 괴물을 죽일 때만 도움이 되겠지.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샤우나'라고 부르지 마. 그녀가 알면 네 목을 부러뜨릴 거야. 그리고 다른 쪽은... 지금은 그쪽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

"무서운 여자야." 페이트가 말했다. "그런 옷은 본 적도 없어. 손이 정말로 많더군."

"정말 무서운 여자지." 그레이브즈가 동의했다. "그 여자가 나를 벽 같은 곳으로 걷어찰까 걱정이 되는데.

"요점은 내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거야. 나는 세상을 보고 있어. 필트오버. 그림자 군도. 나는 카마보르를 봤어, 토비아스. 내 지평을 넓히는 중이야. 더 멀리 넓히고 싶을지도 몰라. 이쉬탈이 열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돈벌이가 될지도 몰라... 그러니까... 네가 나와 함께 가고 싶다면 말이야."

그는 코트를 뒤적이며 익숙한 파란색 카드를 꺼냈다. "경우에 따라서는 내게 이 카드가 더는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 네가 있을 테니까."

페이트가 키득거렸다. "지금은 가지고 있는 게 어때? 그냥... 기념품이라 생각해."

그레이브즈가 다시 카드를 주머니에 넣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지 뭐."

두 사람은 물리적으로 어색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여러 스릴 넘치는 사건사고와 범죄를 떠올리며 바보 같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있지. 그게, 음... 파트너로서 말이지." 그레이브즈가 확실히 말했다.

"그래, 물론이지. 파트너. 공범 말이야." 페이트가 덧붙였다.

"그뿐이야."

"그래."

"그렇지."

"그렇고말고."

두 사람은 어색한 기침으로 상황을 마무리했다. 그레이브즈는 눈을 깜빡이지도 않고 물을 바라봤고 페이트는 모자 아래에 시선을 두었다. 저 멀리에서 창고가 계속해서 타오르고 있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습격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파일:tf-graves-finale.jpg

5. 구 배경

5.1. 리그의 심판

원문 링크

후보: 그레이브즈
날짜: CLE 21년 10월 14일

관찰

말콤 그레이브즈를 보노라면 강인함이 느껴진다. 흉터와 굳은살로 뒤덮인 그의 육체는 늙었음에도 불구하고 탄탄하며, 표정은 항상 근엄하면서도 의지로 가득 차 있다. 그레이브즈의 한 손에는 항상 육중한 산탄총 한 자루가 들려있다. 필요 이상으로 무거운 총기지만, 어떻게 보면 그에게 딱 맞는 무기다.

하지만 그레이브즈의 진면목은 그의 눈을 봐야지만 알 수 있다. 그의 시선은 뭔가 그가 달성할 수 없는, 그의 손아귀에 닿을락 말락하면서 닿을 수 없는 어떤 목표에 고정되어 있다. 그 무엇도 그가 가는 방향을 돌릴 수 없다. 자신의 머리에 얹혀진 막대기로부터 대롱거리는 당근을 너무 오랫동안 쫓은 나머지, 그것이 속임수임을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그것밖에 할 수 없는 모습처럼 보인다.

회고

'어디 가나 똑같구먼, 높으신 분들은 항상 희한한 쇼를 좋아하는군.'이라고 그레이브즈는 생각했다.

그레이브즈에게 화려함은 사치였다. 그는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을 대부분 그의 산탄총을 통해 진행했다. 항상 이랬던 것은 아니었다. 먼 옛날, 그는 진심으로 남을 속이는 것을 즐겼었다. 멍청한 놈들을 골탕먹인 후, 들통 나기 전에 훌쩍 마을을 떠나는 게 그토록 즐거울 수 없었다. 물론 그때에는 자신과 비슷한 철학을 가진 동료가 있었다. 그 철학은 이랬다: '사기는 오래 칠수록 훌륭한 것이다.'

생각해보면 참 좋을 때였다.

그러던 어느 날,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그를 등쳐먹었다.

배신에 익숙한 그레이브즈였지만, 어떻게인지는 몰라도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그를 성공적으로 배신했다. 그 한 번의 실수로 그레이브즈는 인생의 상당 부분을 헌납해야 했었고, 다시는 그렇게 당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쓰디쓴 교훈이었지만, 그런 교훈일수록 머리에 오래 남는 법이다.

이제 복수만 달성하면 완벽하다.

강철이 부딪히는 소리가 그레이브즈를 상념으로부터 일깨웠다. 암울한 종말, 속아 넘어간 인생의 소리와도 같은 소리였다. 이미 무엇이 그를 기다릴지 알면서 그레이브즈는 몸을 돌렸다. 최근에서야 얻을 수 있었던 자유와 자신 사이에는 다시 익숙한 철창이 놓여있었고, 철창 반대편에는 그의 간수, 아레고르 프릭스 박사가 기분 나쁘게 웃고 있었다. 그레이브즈는 프릭스의 눈 사이에 총알을 박아넣기 위해 팔을 들었지만, 그의 손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또 다시 프릭스의 개인 수용소에 갇힌 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난관이었다.

프릭스는 입가에 거품이 날 정도로 웃었다. 둥글납작한 체형과 구역질을 유발하는 성격을 소유한 프릭스의 유일하게 봐줄 만한 점은, 적어도 그가 수감하는 자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만큼의 용기는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그레이브즈는 생각했다. 그레이브즈가 알아낸 바로는 프릭스는 이 수용소를 경쟁자 제거에 주로 사용했지만, 그레이브즈의 경우에는 좀 달랐다. 오래 전, 그레이브즈와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프릭스의 애첩 두 명을 납치하고 프릭스의 돈으로 1주일동안 호화찬란한 여행을 다녀왔었다. 그레이브즈가 빼돌린 돈을 추적했을 시점에 트위스티드 페이트와 그는 이미 데마시아의 정복자 해변에서 사기를 치고 있었다.

프릭스가 쌕쌕거리는 소리를 내며 물었다.

"날 더이상 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나?"

그레이브즈가 대답했다.

"꼴도 보기 싫었거든. 그 돼지 같은 얼굴이 누군가의 벽에 걸려 있으면 참 멋질텐데 말이야." 그가 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가중 처벌의 위험을 달고 있는 만큼, 그레이브즈는 각 단어를 강조하며 말했다.

프릭스가 으쓱거리며 물었다.

"내가 어떻게 해냈는지 궁금하지 않나?"

"난 벌레가 왜 돌아온건지 궁금해하지 않아. 그냥 더 세게 짓밟을 뿐이지."

"내가 너를 다루고 난 뒤에도 그렇게 대답할 수 있을지 궁금하군." 프릭스가 내뱉었다. 그레이브즈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가 얼마나 오래 그 지옥같은 곳에서 살아남았는지를 생각하면 벼룩과도 같이 질긴 목숨이었다. 친구도 거의 없고 간수들은 프릭스가 어딘가에서 주워온 건달들이었던 만큼, 이제와서 고통은 처벌보다는 그냥 귀찮은 것에 불과했다.

"다음 번에 네놈이 오줌 지릴 때를 대비해 좀 제대로 된 음식이나 먹어." 그레이브즈가 대답했다.

"그레이브즈, 왜 리그에 합류하고 싶어하는가?"

뚱보 프릭스치고는 의외로 직설적인 질문이었지만, 어쩌면 발로란의 제일 강력한 조직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그조차도 달라지는가 싶었다.

"그걸 왜 물어보나? 내 과거는 모조리 알고 있을 텐데."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나?"

과거에서 튀어나온 새로운 목소리를 듣자 그레이브즈의 피가 끓었다. 프릭스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본 그레이브즈는 손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철창을 꽉 쥐었다.

"트위스티드 페이트! 네놈이 줏대가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쓰레기와 한통속이라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구만!" 그레이브즈는 이런 재회를 꿈꿔왔던 것이 아니었다.

"이 자식─" 프릭스가 내뱉었다.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표정은 침착했다.

"그레이브즈, 왜 리그에 합류하고 싶어하는가?"

"이 철창에서 내보내주면 왜인지를 확실히 보여주─" 그레이브즈가 울부짖었다.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다시 물었다.

"왜 리그에─"

"네놈의 사기를 들춰내기 위해서다, 트위스티드 페이트! 세상은 네가 무슨 '챔피언'이라고 믿을지 몰라도, 난 네놈이 어떤 놈 인지를 똑똑히 알고 있어. 네놈의 전부를 앗아가버릴테다. 내가 네 진실을 모두 까발린다면, 넌 그 누구도 속일 수 없게 될게다!"

그레이브즈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그를 예상보다 심하게 자극했던 것이었다. 그레이브즈는 속으로 다시는 트위스티드 페이트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로 결심했다.

"속마음을 드러낸 기분이 어떤가?"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씩 웃었다. 그 웃음을 보는 그레이브즈는 피가 다시 끓어올랐지만, 흥분하지 않기 위해 침을 꿀꺽 삼켰다.

"가시덤불에 걸터앉은 기분이군."이라고 그레이브즈가 중얼거렸다.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이번에는 소리내어 웃었다.

"다시 봐서 반갑군, 말콤."

그 말과 함께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밖으로 나갔고, 프릭스 역시 그를 뒤따랐다. 단단히 열이 오른 그레이브즈는 철창이 갑자기 열리기 전까지 감방 안에 앉아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감방을 나섰고, 이윽고 난데 없이 총을 든 채 전쟁기관소 안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런, 쇼였군.

그레이브즈는 이를 꽉 깨물고 총을 장전했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그레이브즈였지만, 그렇게 보고 싶다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