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1-01-02 09:23:00

나르(리그 오브 레전드)/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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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문 배경2. 사냥당한 사냥꾼 #3. 눈 내리는 날4. 구 설정
4.1. 구 단문 배경4.2. 구 배경

1. 장문 배경

얼음이 프렐요드에 그 이름을 붙여주기 전, 그곳에는 경이로 가득한 땅이 존재했다. 한때 나르의 눈에 비친 세상이었다.

활기 넘치는 어린 요들 나르와 나르의 종족은 북쪽 땅의 강인한 부족들과 뒤섞여 살아갔다. 나르는 눈에 발자국이 겨우 남을 정도로 작았지만, 성질은 자신보다 열 배는 더 큰 짐승들과 맞먹을 정도라 뭔가 잘못되면 욕을 내뱉으며 폭발하고는 했다. 이 때문에 나르는 필멸자들과 거리를 두고 사는 지혜로운 거대 생명체들에게 더 친근감을 느꼈다. 나르에게 그들은 흰색 털이 난 덩치 큰 요들처럼 보였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부족민들이 식량을 찾아 툰드라를 뒤지며 야생 열매와 맛있는 이끼를 모을 때, 나르는 좀 더 본질적인 전리품을 수집해나갔다. 돌이나 자갈, 죽은 새의 지저분한 잔해 같은 것들이었다. 나르가 가장 아끼는 보물은 드류바스크[1]의 턱뼈였다. 턱뼈를 차가운 땅에서 끄집어낸 순간, 나르는 신이 나 소리를 지르며 온 힘을 다해 턱뼈를 멀리 내던졌다.

턱뼈는 두어 걸음 먼 곳에 떨어졌다.

처음 만끽하는 성공에 신난 나르는 자신의 '부메랑'을 어디든 가지고 다녔다. 세상에는 반짝이는 보푸라기, 달콤한 꿀, 동그란 물건처럼 나르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가져다줄 만한 것들이 많았지만, 아끼는 무기를 던졌다가 받을 때만큼 순수한 기쁨을 선사하는 물건은 없었다. 나르는 이제 자신을 사냥꾼이라고 여기며 작은 요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는 야생 짐승 떼를 뒤쫓아 다녔다.

하지만 그런 나르조차 북쪽 땅에 다가오는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하늘은 더욱 어두워진 것 같았고, 바람은 더욱 매섭게 느껴졌다. 한때 함께 식량을 찾던 필멸자 부족들은 이제 서로를 사냥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얗고 덩치가 큰 요들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것으로 생각한 나르는 그들에게 향했다.

나르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사냥 기술을 동원해 그들의 흔적을 따라 광활한 산맥의 눈 덮인 산봉우리로 올라갔다. 이렇게까지 멀리 온 것은 처음이었다. 몰래 다가가자 셀 수 없이 많은 필멸자들이 보였다. 신나는 일이었지만, 그중 누구도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그때 땅이 흔들리더니 갈라졌다. 나르는 살면서 처음으로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성질을 내는 것 같다고 느꼈다. 필멸자들이 소리를 지르고, 덩치 큰 요들들은 포효했다.

하지만 괴물이 나타나자 침묵만이 남았다.

심연이 열리고 그곳에서 기어 올라온 괴물[2]은 거대한 뿔을 달고 촉수를 휘둘렀다. 기이한 빛으로 타오르는 외눈은 나르의 등털을 쭈뼛하게 만들었다. 몇몇 필멸자들이 달아났고 나르의 가슴에 이상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치 부메랑을 잃어버리거나, 다시는 포옹을 받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끔찍한 괴물이 자신의 새로운 친구들을 해치려 하고 있었다.

그 사실에 화가 난 나르는 그 순간 진심으로 분노했다.

나르의 눈에는 괴물밖에 보이지 않았다. 순식간에 나르는 괴물을 향해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한쪽 발에는 눈덩이를 쥔 채였다… 적어도 나르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눈덩이가 아닌 산비탈에서 뜯어낸 바위였다. 나르가 거대하고 하얀 요들만큼 커진 것이다. 나르는 괴물의 얼굴을 세게 쳐서 괴물을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나르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 순간 그 어떤 겨울보다도 차갑고 매서운 한기가 나르를 덮쳤다. 공기조차 얼어 버릴 듯했다. 이 원소 마법은 나르의 텁수룩한 털 속을 날카롭게 파고들며 나르를 그 자리에서 얼려 버렸다. 괴물은 물론 모든 것이 침묵에 빠졌다. 나르의 힘과 분노 역시 모두 녹아 사라졌다. 팔다리에 깊은 피로가 몰려들자 나르는 조용히 잠에 빠졌다.

오랫동안 잠들어 있다 마침내 깨어난 나르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어깨에서 서리를 털어 냈다. 하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맞서 싸울 괴물도, 지켜야 할 친구도 없게 되자 나르는 다시 아주 작고 외로운 존재가 된 것 같았다.

세상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나르의 커다란 눈에 비친 세상은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래도 자신의 옆에 소중한 부메랑이 놓여 있는 걸 발견한 나르는 기쁨의 비명을 지르며 종종걸음으로 사냥감을 찾아 나섰다.

아직까지 나르는 그 운명의 날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신이 어떻게 빠져나온 것인지 짐작도 하지 못한다. 그저 수집할 만한 물건과 탐험할 장소가 가득한 눈앞의 세상에 감탄할 뿐이다.

2. 사냥당한 사냥꾼 #

정글은 어리석은 것들에겐 자비를 베풀지 않지. 부러진 가지 하나쯤이야, 하고 무시하고 돌아다니는 만사태평인 놈들. 어떤 상황에서도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부주의한 녀석들 말이야.

이 정글은 이미 나한테 접수된 지 오래. 시시한 사냥감들 덕분에 한적하고 지루한 나날들이 계속되었다. 그래, 내가 놈의 흔적을 발견하기 전까진 말이야. 그 커다란 발자국을 통해 녀석의 발톱을 처음 만났지. 필시 언월도처럼 육중하고 날카로울 거야. 거기 걸리면, 사람 따윈 순식간에 반 토막이 날 것 같았다. 드디어 흥미로운 사냥감이 등장한 걸까?

나는 즉시 그놈의 자취를 추적하기 시작했고, 놈이 지나간 자리마다 충격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거목들, 영겁의 시간 동안 굳건히 서서 이 땅을 수호했던 나무들이 어지러이 쪼개져 있었다. 조잡한 도끼를 든 멍청한 놈들이긴 했지만 수많은 인간이 이 거목을 베겠다고 찾아와서는 나무 밑동에 상처 하나 남기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토록 단단한 거목들을 가느다란 나뭇가지인 양 짓밟고 지나가다니. 도대체 넌 누구냐?

그놈의 흔적은 신기하게도 계속해서 끊기기 일쑤였다. 지나다닌 곳마다 이렇게 처참한 꼴을 만들어놓고 갑자기 증발한 것 마냥 흔적이 끊기다니. 폭풍같이 휘몰아치다 이슬처럼 사라지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아아! 내가 곧 놈을 마주하리라! 너는 내 인생 최고의 전리품이 되리라!

상상만 해도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나무들이 죄다 쓰러져서 생긴 텅 빈 공터에서 시냇물 소리를 들었다. 소리가 아주 가까이서 났다. 조금 걸었더니 냇가에 다다랐고 거기서 작고 복슬복슬한 주황색 털 뭉치를 발견했다. 녀석은 쪼그려 앉아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멀찍이 떨어져 잠자코 그 자그마한 생명체를 지켜보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작은 물고기 하나가 수면 밖으로 튀어 오르자, 거의 동시에 그 털 뭉치 녀석이 물살을 향해 뛰어들었다. 저 녀석 요들이었어? 꽤 재빠르잖아? 게다가 나름 사냥꾼이라니!

아주 좋은 징조야. 그놈을 곧 찾을 수 있겠군. 놈은 이미 내 손아귀에 든 쥐다.

그런데 이상했다. 냇가로 올라온 고 요들 녀석이 나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녀석은 큰 귀를 쫑긋 세우고, 한 손에는 뼈로 만든 부메랑을 쥐고 있었다. 이윽고 네 다리를 이용해 내 앞으로 달려와서는 뭐라고 자꾸 쫑알대기 시작했다. 뭐라는 건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잘 있어라, 나는 사냥감을 찾아 떠나야만 한다. 어린 요들에게서 발길을 돌린 나는 장애물처럼 높은 바위를 훌쩍 뛰어넘어 사냥감의 흔적을 계속해서 추적해 나갔다. 놈의 냄새를 포착하는 데 모든 정신을 집중하자. 눈을 감고 킁킁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괴상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쉽게도 범인은 아까 그 요들 녀석.

이 꼬마가 여기까지 왜 따라온 걸까? 모르겠다. 어쨌든 사냥에 방해만 될 뿐이야. 나는 녀석과 눈을 맞춘 뒤에 손가락으로 저 먼 곳을 가리켰다. 계속 저쪽으로 가라는데도 자꾸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구나. 혹시 못 알아듣는 건가? 강하게 나가야겠군.

한 걸음 물러서서 포효를 내지르자 요들 녀석의 털이 마구 나부끼고 발 아래의 땅이 우르르 쾅쾅 울렸다. 얼마 후, 녀석이 고개를 돌리더니 작은 미소 같은 걸 지으면서 내 앞에 부메랑을 들어 보였다. 지금은 이럴 시간이 없어. 난 녀석의 부메랑을 낚아채서, 저 앞에 보이는 나뭇가지 사이로 던져버렸다. 부메랑은 나무의 몸통에 깊이 꽂혔고, 녀석은 곧바로 부메랑을 쫓아 뛰어가 버렸다.

그리고 한 열 걸음 걸었을까? 갑자기 뒤에서 울려 퍼지는 거친 포효에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사방에서 바위와 나무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 귀가 얼얼할 정도였다. 눈앞에서 거대한 나무 하나가 쓰러지며 내 앞길을 막았다. 나무 몸통에 꽂혀 있는 건 요들 녀석의 부메랑.

등 뒤에선 섬뜩한 으르렁 소리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야말로 어리석었군.

나르를 만난 화자의 경험담을 다루고 있다. 메가 나르의 흔적을 쫓던 화자가 귀찮다고 미니 나르를 쫓아냈다가 메가 나르에게 공격받는 줄거리. 화자는 사냥, 전리품 등의 대사로 미루어 보아 렝가로 추정되고 있다.

3. 눈 내리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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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내내 눈이 내려 온 세상을 새하얗게 덮었다. 하늘에서 솜털 같은 눈이 조금씩 내리더니 이내 눈발이 거세졌다. 순식간에 눈보라가 몰아쳐 세상의 모든 소리를 삼켜버렸다. 그때 근처 동굴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동굴 안에선 주황색과 푸른색 털 뭉치가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나르는 심술이 난 채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동굴 안에서 눈 위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지만,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았다. 나르는 자신의 몸통만 한 뼈이빨 부메랑을 손에 쥔 채 바닥을 보며 짜증을 냈다.

"슈바누파!" 나르가 소리쳤다. 무슨 뜻인지는 확실치 않았다. 아마 눈 위에 그림이 마음대로 그려지지 않아서 짜증이 났거나, 아니면 달콤한 우유가 먹고 싶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나르는 그림을 그리다 말고 옆으로 폴짝 뛰었다. 거기엔 역시나 미완성된 그림이 있었다. 그림은 전부 비슷한 광경을 묘사하고 있었다. 평화로운 요들 무리가 추운 북부의 부족들과 한데 뒤섞여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었다. 어떤 그림에선 요들 무리 옆에 덩치가 머리 하나만큼 큰 야수가 서 있었다. 다른 그림에서는 나르가 다른 이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림은 서로 조금씩 달랐지만 나르는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커다란 부메랑을 바라보며 손으로 천천히 쓰다듬었다.

"오나 레가." 나르가 중얼거렸다.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꽉 안아달라는 뜻의 "오가 라가"와 비슷해서 오해가 생긴 적도 있었다.

나르는 부메랑을 입에 물고 몸을 앞으로 숙였다. 양손이 자유로워지자 흙을 골라낸 뒤, 땅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았다. 자신의 작품을 망치는 성가신 방해물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목적이었다. 아무것도 없음을 확인한 나르는 그림을 멀리서 보려고 공중제비를 하며 뒤로 껑충 뛰어올랐다.

눈에 그린 그림 속에는 산만 한 크기의 촉수가 달린 외눈박이 괴물이 있었다.

"와보!" 나르가 소리치자 물고 있던 부메랑이 땅에 떨어졌다. 괴물은 나르의 상상 속에서처럼 무시무시한 모습이었다. 괴물은 한쪽 촉수로 엘누크 무리를 내리치고 있었고, 다른 촉수로는 엘키르들을 마치 나뭇가지처럼 쥐고 있었다.

"가날루 모." 나르가 으르렁거렸다. 자세히 살펴보니 엘누크를 엘키르처럼 그려놓았다. 그럴 수 없었다. 나르는 그림을 고치려고 손을 뻗으려다가 움직임을 멈췄다. 나르의 커다란 귀가 쫑긋 섰다. 귀 안쪽의 보랏빛 털이 쭈뼛해졌다.

동굴 바깥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로 미뤄봤을 때 다리가 네 개인 듯했다. 어쩌면 괴물이 자신의 그림이 마음에 안 들어서 항의하러 왔는지도 몰랐다.

나르는 부메랑을 손에 쥐고 뒷다리로 꼿꼿이 섰다. "나코탁!" 나르가 소리쳤다. 자신의 숙적과 한 번 더 겨룰 준비가 됐다는 뜻이었다. 나르는 속으로 신이 났다. 긴 낮잠에서 깨어난 뒤로, 괴물이 자신의 친구들을 어디로 데려갔는지 항상 궁금했다. 이제 그 답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불청객이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외눈박이가 아니었다.

촉수도 달려 있지 않았다. 대신 통통하고 다부진 다리가 달려 있었다. 거친 털이 온몸을 감싸고 있었고 머리와 등을 따라 난 갈기에는 서리가 껴 있었다. 지쳐 보이는 얼굴에는 상처가 나 있었고 상아색 엄니 두 개가 짤막한 주둥이 옆으로 솟아 있었다.

참 희한하게 생긴 녀석이라고 나르는 생각했다.

눈을 피하려고 동굴 안으로 들어온 거대한 드류바스크 멧돼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입김을 뿜어댔고 발굽으로 땅을 쿵쿵 찍었다. 바닥에 있던 눈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나르의 그림은 완전히 망가졌다.

"라악! 왑!"

나르의 부메랑이 멧돼지의 미간에 정확히 명중하자 멍해진 멧돼지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더니 눈을 깜빡이며 화가 난 듯이 으르렁댔다. 광분한 나르는 씩씩거리며 보란 듯이 부메랑을 멧돼지에게 들어 보였다.

동굴 안에서 둘의 천둥 같은 포효가 울려 퍼졌다.

멧돼지와 거대한 요들은 싸우기 시작했다. 나르의 몸집은 멧돼지보다 더 커져 있었다. 나르는 거대한 주먹으로 침입자를 강타했다. 분노를 담아 멧돼지의 두꺼운 가죽 위로 주먹을 연신 내려쳤다.

싸움은 금방 끝날 듯이 보였다. 하지만 멧돼지는 용케 나르의 가슴을 걷어차 날려 버렸다. 흩날리는 눈 사이로 가시가 돋친 나르의 등이 보였다. 나르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순간 씩씩거리는 숨소리와 얼어붙은 바닥을 발로 긁는 소리가 점점 빨라졌다. 마치 황소가 달려들 준비를 하는 듯한 소리였다.

윙윙거리는 눈보라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마치 프렐요드가 곧 있을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하는 듯했다.

"나르!" 멧돼지가 달려들자 거대한 나르가 포효하며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 순간 육중한 팔로 멧돼지의 엉덩이를 후려쳐 멧돼지를 동굴 입구 옆 바위벽 쪽으로 날려 보냈다.

끼익, 하는 외마디 비명이 동굴 안을 가득 채웠고, 누워 있는 멧돼지 위로 얼어붙은 돌덩이가 떨어졌다.

나르는 숨을 헐떡이며 멧돼지 쪽으로 걸어갔다. 발로 툭 차 보았지만 움직임이 없었다.

나르는 멧돼지가 잠이 들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왜 눈을 뜨고 자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신기하게도 멧돼지 주변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나르는 의아했지만, 처음 보는 광경은 아니었다.

나르는 비슷한 기억을 떠올렸다. 긴 낮잠에 들기 전, 서로 다른 부족들이 이상한 소리를 외치며 뾰족한 막대기를 날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재밌는 놀이 같아 보였지만, 힘들어 보이기도 했다. 놀이는 한쪽이 붉게 물든 눈 위에 잠이 들 때까지 계속됐다. 엄청 피곤한 모양이구나, 하고 나르는 생각했다. 지금 나르 앞에 잠들어있는 이빨 달린 요들도 그래 보였다.

옛 생각을 하다 보니 나르는 차분해졌다. 그리고 긴 낮잠에서 깨어났던 순간을 떠올렸다.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것이 사라진 것 같았다. 숨이 차분해졌고 어깨와 발은 점점 작아졌다. 나르의 몸은 불과 몇 초 전에 자신이 찍은 거대한 발자국과 비교도 안 될 만큼 줄어들어 있었다.

자그마한 요들은 동굴 안으로 뛰어 들어가 자신의 부메랑을 집어 들고 힘껏 끌어안았다. 나르가 긴 낮잠을 자는 동안 곁을 지킨 유일한 친구였다.

나르는 멧돼지를 힐끔 보았다. 숨소리도 내지 않으며 자고 있었다. 나르는 부메랑을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눈보라 치는 동굴 밖으로 달려갔다.

눈보라가 점점 거세게 몰아쳤지만, 나르는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잠들어 있는 멧돼지가 걱정이었다. 나르는 자그마한 손으로 눈을 잔뜩 끌어모아 멧돼지 위에 덮어주었다.

잠을 자려면 담요가 필요할 테니까.

4. 구 설정

4.1. 구 단문 배경

나르는 고대 요들로, 장난스러운 행동을 하다가도 한순간에 파괴를 일삼는 거대 야수로 변해 어린아이 같이 난폭한 짓을 한다. 나르는 이제 수천 년 동안 갇혀 있던 얼음 정수에서 풀려나 새롭고 놀라우리만치 변한 세상을 뛰어다닌다. 나르는 위험을 즐기며, 뼈이빨 부메랑이든 옆에 있는 건물이든 손에 잡히는 것은 뭐든 적을 향해 던진다.

4.2. 구 배경

"나르!"

수천 년 전에 태어난 고대 요들 나르는 작고 귀엽고 발랄하다. 하지만 간혹 화가 나면 거대하고 난폭하며 파괴적인 야수로 돌변한다. 가늠할 수 없는 세월 동안 얼음 정수의 빙하 속에 갇혀 있던 나르가 자유롭게 풀려났을 땐 이미 세상이 많이 변해 있었다. 허나 새로운 모습으로 그를 맞이한 세계는 나르에게 기쁨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많은 이들이 위험을 두려워할 때 앞뒤 재지 않고 뛰어들어 부딪히는 것이 나르의 성격이니까.


[1] 세주아니가 타고 다니는 멧돼지 브리슬의 종이 바로 드류바스크이다.[2] 냉기 수호자. 자세한 내용은 프렐요드공허(리그 오브 레전드) 문서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