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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리그 오브 레전드)/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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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문 배경2. 첫걸음 #3. 구 배경

1. 장문 배경

바다의 고집 센 젊은 바스타야 나미는 신비한 파도 소환사 지팡이를 이용해 파도의 모양을 바꾸고 자신의 부족 마라이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 마라이 종족 최초로 바다를 떠나 뭍으로 나온 나미는 용기와 결단력, 패기로 무장하여 상상도 하기 힘든 일들에 맞선다.

타곤 산 서쪽 바닷가에는 마라이라는 바스타야 종족이 산다. 이 인어족은 오래전에 심해의 협곡을 발견했다. 그 협곡에는 모든 형태의 생명을 앗아가는 끔찍한 어둠이 도사리고 있었다.

마라이 종족은 마을의 중앙에 월석이라는 천상의 마법이 각인된 빛나는 바위를 모셔 두었다. 월석의 꺼지지 않는 천상의 빛은 심해를 기어 다니는 괴물들로부터 마라이 종족을 보호해주었다. 백 년 정도가 지나면 월석의 빛이 희미해지기 시작한다. 그때가 되면 마라이족은 가장 용맹한 전사를 택하여 파도 소환사라는 호칭을 수여한다.

파도 소환사는 협곡의 차가운 어둠 속으로 뛰어들어 끔찍한 것들을 이겨내고 심연의 진주를 찾아내야 한다. 심연의 진주를 찾아내는 데 성공하면 해변으로 올라간다. 그곳에서 타곤 산 정상에서 내려와 자신을 기다리는 빛나는 방랑자를 만나 진주를 월석으로 교환해야 한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이 교환은 많은 이들의 목숨이 달린 고된 의식이나, 여태 어둠의 괴물들을 잠재우는 방편이었다. 마라이족은 예전에 진주를 채취하러 최우수 정예 부대를 보냈으나, 협곡에 보내는 사람 수가 많아질수록, 마치 그들의 에너지를 집어삼키기라도 하는 듯, 괴물들의 힘도 커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군부대 하나는 심해의 괴물들로 무력화되지만, 마라이족의 파도를 제어하는 전설적인 지팡이로 무장한 전사 한 명은 심해의 위험을 피해 진주를 갖고 도망쳐 나올 가능성이 높았다.

늘 파도 소환사가 되고 싶었던 나미는 너무 어리고 충동적이었다. 용맹한 전사인 그녀는 마라이족 사이에서 고집이 세기로 유명했고, 그 고집 때문에 말썽에 휘말리기 일쑤였다. 나미가 아직 어릴 때 이번 세기 들어 처음으로 월석의 빛이 약해졌다. 나미는 파도 소환사에 도전했다. 그러나 원로들은 충동적인 나미가 아닌 신중한 라쇼를 파도 소환사로 선택했다. 라쇼는 전투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기로 유명한 전사였다.

라쇼가 심연으로 뛰어들고 일주일이 흐르고 다시 일주일이 흘렀다. 꼬박 한 달을 파도 소환사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으나 라쇼는 돌아올 기미가 없었다. 이때까지 마을로 돌아오지 못한 파도 소환사는 한 명도 없었다.

원로들이 기다리며 서로 다투는 동안 월석의 불은 더 희미해졌다. 나미는 누군가가 파도 소환사가 되어 임무를 수행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럴 바엔 나미 자신이 파도 소환사가 되는 편이 나으리라.

나미는 어머니의 심해 지팡이를 들고 심연으로 뛰어들었다. 며칠 후, 그녀는 진주와 전사한 파도 소환사의 지팡이를 가지고 돌아왔다. 눈에는 공포가 어려 있었다. 나미의 건방진 태도에 화를 내던 마을의 원로들도 그녀의 용맹함을 칭찬할 수밖에 없었고 공식적으로 나미를 파도 소환사로 임명했다. 나미는 수면 위로 올라 파도를 타고 땅의 사람을 만나러 해변으로 향했다.

그러나 월석을 지닌 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해변에는 대신 노파 한 명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노파는 자신의 조부모가 지난 파도 소환사의 교환을 목격했다며 월석이 없다고 설명했다. 월석을 만들 수 있는 이는 달의 성위뿐인데, 그녀는 타곤을 떠났다고 했다.

나미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성위를 찾아 월석을 가져오리라 맹세했다. 부족 사람들의 목숨이 달린 일이었다.

지느러미 아래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물을 소환할 수 있는 신비한 파도 소환사 지팡이의 힘을 이용하여, 나미는 임무를 이어가기 위해 육지로 떠났다.

파도 소환사는 굳은 결의를 안고 신세계로 헤엄쳐 갔다.

2. 첫걸음 #

아무도 소녀를 믿지 않았다. 옷을 입히고 제대로 된 문장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진정시킨 다음에도 소녀가 늘어놓는 말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마을 사람들도 초현실적인 일을 겪을 만큼 겪었다. 타곤 산자락에 사는 이상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 해도 소녀의 말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소녀는 바다에서 떠오른 초현실적인 인간 형태의 생명체가 마을로 오고 있다고 말했다. 들어보니 떠돌이 같기도 했다. 타곤 산 정상에서 가끔 나오는, 길을 잃고 혼란스러워하는 천상의 존재. 그러나 바다에서 천상의 존재가 나온다는 얘기를 들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소녀가 장난쳤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그러나 붉은 눈의 여인이 발치의 파도를 조종하며 마을로 헤엄쳐 왔을 때, 마을 사람들은 소녀의 말이 장난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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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인이 말했다. “저는 나미예요. 바다의 마라이 종족입니다. 해를 끼칠 생각은 없어요.”

마을 사람들은 입이 떡 벌어진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필시 그녀의 모습에 놀랐으리라. 그들이 나미 눈에 얼마나 이상하게 보였는지를 생각하면 무리도 아니었다. 비늘 없는 살과 지느러미가 있어야 할 곳에 뒤쪽으로 향한 팔 두 개라니.

대화를 할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지만, 나미는 그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저는 달의 성위를 찾고 있어요. 저희 부족이 필요로 하는 무언가를 갖고 있거든요. 그것 없이는 우리 부족, 어쩌면 모든 사람이 무자비한 어둠에 집어 삼켜질지도 몰라요.”

마을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하여 계속 나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졸고 있던 네 발 달린 짐승 한 마리만이 마을에 나타난 인어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레바퀴의 마른 풀을 입안 가득 당겨와 침을 질질 흘리며 질겅질겅 씹을 뿐이었다.

적막 속에서 나미는 애꿎은 지팡이만 두드리며 서 있었다.

“그러니까, 성위가 있는 곳을 아는 분이 계신다면요. 흠.” 군중을 뒤덮은 끝없는 침묵을 깨트리기 위해서라면 어떤 소리라도 내야겠다고 생각한 나미가 코를 훌쩍였다. “제게. 아주 도움이 될 거예요.”

너무 조용해서 마을 사람들이 그 자리에 얼어붙은 것만 같았다. 나미는 마을을 둘러보다 흔들리는 작은 빛을 곳곳에서 발견했다. 밀랍으로 된 조그만 기둥이나 큰 나무 막대기에 올려진 빛은 살아 있는 것 같아 보였으나 감각은 없는 듯했다. 바람에 일렁이고 탁탁 소리를 열정적으로 냈다.

“저건 뭐라고 부르나요?” 나미가 빛을 가리키며 물었다. “참 예쁘네요.”

금빛 옷을 입은 노인 한 명이 호위병 둘을 옆에 끼고 앞으로 나왔다. 나미로서는 왜 그런지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바깥세상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한사코 가리곤 했다. 여러 겹 걸친 천으로 보아 그 사람이 원로가 아닐까 싶었다. 아니면 그냥 추운 걸 수도 있었다.

“달을 찾고 있다고?” 노인이 물었다. “왜지? 우정? 적의?”

나미가 눈을 가늘게 떴다. 노인의 입술이 소리 없는 분노로 떨렸다. 달의 성위가 그에게 중요한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어느 쪽이지? 숭배하고 보호하려는 쪽? 아니면 적대하는 쪽?

선택지를 따져보았다. 분명 달 자체를 적대할 만큼 멍청한 사람은 없으리라. 나미가 대답했다.

“우정이죠 물…”

“…이단자다!” 원로가 소리쳤다.

“…우상! 우상이라고 말했어요. 잘못 들으신 거예요!” 나미가 소리쳤으나 호위병들의 호령에 나미의 애원 소리가 묻혀버렸다. 마을 사람들 다수가 무기를 들고 액체가 든 동그란 통에 창을 담더니 빛을 밝혔다.

나미가 주황색 빛의 정령으로 깜빡이는 창끝을 바라보았다. 정령의 춤은 매혹적이었지만 열을 뿜어냈다. 만지면 몹시 불쾌할 것 같았다.

원로가 명령했다. “당장 이 마을을 떠나라! 너는 공포와 속임수를 퍼뜨릴 뿐이고, 우리는 이를 용납할 수 없다!”

나미가 굳은 얼굴로 잠시 그들을 노려보았다. 땅의 사람으로서 처음 치르는 시험이었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면 마을 사람 중 누구를 상대로 싸워도 자신을 지키는 건 가능했다.

그러나 그런다면 자신이 필요한 것을 얻을 리 만무했다.

“무섭습니다.”

원로가 미소 지었다. 나미는 이를 무시하려 애썼다.

“여러분이 무섭다는 게 아니에요. 저는 굶주린 어둠의 끔찍한 주둥이를 들여다보았어요. 다시는 기쁨을 느끼지 못하리라 생각했죠. 여러분의 창은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저는 떠나지 않을 겁니다. 부족이 아직 위험에 처해 있는데 떠날 순 없어요.” 나미는 앞으로 나와 지팡이를 땅에 꽂았다.

그 움직임이 어찌나 겁이 없고 자신감에 차 있었는지 마을 사람들이 화들짝 놀랐다. 어떤 사람은 뒷걸음질 치기까지 했다.

마을 젊은이 하나가 뒤로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열이 나는 창이 손에서 미끄러져 건초더미를 실은 수레 아래 떨어지고 말았다. 춤을 추는 열의 정령의 키가 커지더니 풀을 핥으며 건초더미로 열기를 뿜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레 전체가 일렁이는 뜨거운 기운으로 가득 찼다.

입을 우물거리던 동물이 겁에 질려 이히힝 울더니 화염을 피해 몸을 돌렸다. 동물이 허둥대는 와중에 근육 잡힌 다리로 수레를 차 넘어뜨렸다. 타오르던 풀더미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열 줄기들이 마을의 초가지붕에 내려앉더니 가는 길에 놓인 모든 것을 엄청난 식욕으로 집어삼키며 빠르게 퍼져 나갔다.

마을 사람들이 허둥지둥 근처 우물에서 양동이로 물을 담아왔다. 굶주린 정령들에게 물을 끼얹는 마을 사람들에게 나미는 두려움 가득한 눈을 떼지 못했다. 한동안 마을 사람들의 노력이 정령들의 분노를 이기는 듯했다. 이글거리는 열기가 쉬익 소리를 내는 끔찍한 뭉게구름으로 바뀌었다. 점점 무거워지고 커지는 모양새가 여타 바깥세상의 공기와는 사뭇 달랐다. 정령들이 물을 다 마시고 지붕 꼭대기에서 춤추자 쉬익 소리를 내는 연기가 더욱 빠르게 소용돌이쳤다. 푸른 밤은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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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더 가져와! 빨리!” 마을 사람들이 외쳤다.

나미가 생각했다. ‘그거라면 내가 도울 수 있는데.

나미가 파도 소환사 지팡이를 꽉 잡고 높이 들어 올렸다.

나미가 생각에 집중하자 마을 해변에서 철썩거리던 바닷물이 한데 모이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나미가 눈을 감고 손을 더 꽉 쥐더니 지팡이를 당겨 바닷물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바다가 포효하며 마을 위 허공으로 높이 올라왔다. 돌격 태세를 갖춘 성난 파도의 가파른 벽이었다.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나미가 지팡이를 앞으로 밀어젖혀 지팡이 머리 부분이 춤추는 열기 쪽을 향하게 했다.

“제발 비키세요!” 나미가 마을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사람들이 나미의 말대로 움직였다.

파도가 마을 전체를 집어삼킬 것처럼 앞으로 쏟아져 내렸다. 땅에 닿기 직전, 물은 거대한 촉수가 되어 이리저리 구불구불 사납게 날뛰었다. 물의 촉수는 공기를 가르며 뱀처럼 기어 게걸스러운 열기와 분노의 자취를 킁킁대며 추격했다.

바닷물 덩굴이 성난 빛을 에워싸 뱀처럼 그 주변을 휘감으며 광채를 쥐어 짜 위축시키고 질식해 쓰러지게 했다. 정령들은 연기 가득한 마지막 숨을 쉬익쉬익 내쉬었고, 푸른 밤의 적막이 이내 그 빛을 대체했다.

나미가 숨을 내쉬며 지팡이를 조금 느슨하게 잡았다. 순식간에 형체가 사라진 물의 촉수가 바닥에 철벅 떨어졌다. 구경하던 이들은 깜짝 놀라며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원로와 호위병들이 들고 있던 양동이를 떨어뜨리고 나미 쪽으로 돌아섰다. 좀 전의 분노는 온데간데없었고, 나미를 바라보는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다.

“아이오니아.” 원로가 말했다.

“네?”

“달, 그러니까 달의 성위를 거기서 찾아봐. 아이오니아는 대륙이야. 저쪽으로 가면 된다네.” 원로가 바다 쪽을 가리켰다. 나미의 지팡이도 그쪽으로 그녀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달과 파도는 형제자매와 같았다. 달이 가는 곳 어디든, 파도 소환사 지팡이가 이끌릴 수밖에 없었다.

“아! 그러니까… 네. 고맙습니다.” 희망으로 부푼 가슴을 안고 나미가 외쳤다. 그러고는 흠뻑 젖어 물이 뚝뚝 흐르는 마을을 애매하게 가리키며 말했다. “저 저건… 죄송해요. 어쨌든 고맙습니다.”

나미가 지팡이를 들자 해변에서 파도가 일어나 그녀를 고치처럼 감싸 바닷가 쪽으로 다시 데려갔다. 원로가 나미를 불렀다.

“불이라네!” 그가 외쳤다.

“네?” 나미가 물었다.

“우리 횃대와 창에 있는 빛 말이야, 그건 이라고 한다. 불은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지. 가끔… 예측 불가할 때도 있지만.”

“불이라고요.” 나미가 웃으며 말했다. “맘에 드네요.”

그 말을 뒤로 파도 소환사는 어딘지 모를 곳을 향해 바다로 돌아갔다.

3. 구 배경

바닷속 깊은 곳에 사는 종족에게도 심해의 어둠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바다의 원초적인 에너지를 자신의 힘으로 끌어들일 줄 아는 나미는 어둠의 공포에서 자신의 종족을 구원하기 위해 자진해서 위험천만한 임무를 떠맡았다. 물이 지닌 신비한 회복력과 파도가 가진 파괴력이 그녀의 무기. 사람들은 이제 확고한 결단력과 용기를 지닌 소녀, 나미의 손에 종족의 운명이 달려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파도 소환사의 임무는 수면 밖의 멀고 먼 세계에서만 발견되는 에너지의 응축물인 월석을 운반하는 것이다. 나미의 종족 '마라이'는 심해의 공포를 떨쳐내기 위해 월석의 빛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지만 월석의 힘이 오로지 백 년 동안만 지속되기 때문에 빛이 사라지기 전에 새로운 월석을 확보해야만 했다. 백 년째 동짓날 밤이 가까워오면, 파도 소환사는 심해의 밑바닥까지 도달하여 심연의 진주를 찾아내고 그것을 육지까지 가져가야 한다. 그리하여 수면 밖에 사는 땅의 사람을 만나 진주와 월석을 교환하면 되는 것이다. 이 의식을 전부 책임지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두고 마라이 종족은 파도 소환사라는 신성한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러나 백 년이 다 채워져 가는데도 이번 세대의 파도 소환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시간은 점점 가까워오고 엄청난 재앙이 예상되었지만 마라이 종족은 믿음을 놓지 않았다. 파도 소환사는 분명히 나타날 것이다. 나타나야만 한다... 그러나 시간은 하염없이 계속 흘렀고 이제 더 이상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순 없었다. 끝까지 파도 소환사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누군가가 대신 나서야만 했다. 이때, 마라이 종족의 딸 나미가 파도 소환사의 임무를 대신 수행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아무도 나미가 위험천만한 심해의 어둠 속에서 살아 돌아올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위험과 고비에 맞서 싸운 지 6일째 되던 날. 나미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진주를 손에 넣은 채 당당히 귀환했다. 깜짝 놀랄만한 일이었다. 찬양받아 마땅한 위업이었다. 마라이 종족은 그녀를 파도 소환사라 칭송하였고, 이제 나미는 수면으로 나아가 교환의 의식을 완수하고자 했다.

그러나 나미가 수면에 도달했을 때, 해안엔 그 어떤 인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유사 이래 기록된 파도 소환사의 전설에서 월석을 지닌 자가 도착하지 않았다는 얘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다. 어리둥절해진 나미는 신성한 만에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땅의 사람은 약속을 지키러 오지 않았다. 이제 나미는 선택해야만 했다. 마라이 종족의 생존이 그녀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었다. 마른 땅에 관한 정보는 이야기나 소문을 통해 전해 들은 것이 전부였지만 그녀는 엄청난 결단을 내리고 말았다. 파도를 소환해 뭍으로 오른 뒤 직접 월석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이로써 나미는 마라이 종족 최초로 바깥세상을 탐험하게 되었다. 바다를 뒤로하고 길을 나서며 그녀는 굳게 결심했다. 나미는 파도 소환사의 임무를 완수하기 전까지 절대 고향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내가 바로 해일이야. 되돌아갈 순 없어." ~ 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