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6:14:12

나비에 엘리 트로비/작중 행적/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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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모습인 맥켄나가 새의 모습인 카이사, 라르스에게 꼬리를 흔들어대며 춤추면서도 종종 걸어가는 모습에 시선을 떼지 못한채로 웃어대며 귀엽다고 생각하면서도 혹시 넘어질까봐를 우려한다. 여기서 넘어져봐야 다치지도 않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혹시 모를 상황을 우려한다.

그때 도시락을 들고 온 하인리는 새의 모습인 맥켄나와 카이사, 라르스를 보고 맥켄나가 애들을 잘 본다고 말한다. 하인리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머리카락에 붙어있는 꽃잎을 떼며 '봄이 되니 내 남편이 피었다'는 농담을 던진다. 하인리는 도시락 통을 옆에 두더니 볼에 키스를 하며 "이런 말을 하다니, 내가 겨울에 이쁘지 않았나보다"라고 받아치지만, "기억이 잘 안 나서 그렇다. 정말 덜 예뻐서 그랬나보다."라고 되받아친다. 이 말에 하인리가 시무룩해하자 뺨을 어루어만지면서 볼에 키스를 하며 농담인데 뭘 그렇게 시무룩해하냐고 놀린다. 그제서야 주변에 맥켄나가 있다는 걸 기억해내고 얼른 고개를 돌린다. 새의 모습인 카이사, 라르스가 부리를 벌린채 자신과 하인리를 보고 있고, 엉덩이가 자신 쪽을 향한 채 고개를 돌리고 있는 맥켄나의 모습에 좀 미안해진다고 생각한다.

국무회의실로 가면서 맥켄나는 제발 자기 앞에서는 좀 덜 붙어있어달라며, 자신과 하인리가 알콩달콩 신혼처럼 보내면 투혼도 같이 끓어오른다고 투덜대지만 하인리는 자리를 피하면 되지 않냐고 대꾸한다. 맥켄나는 뭔 소리냐며, 자기가 먼저 와 있었다고 따지지만 하인리는 눈도 깜짝하지 않은채 자신이 본 건 열심히 꼬리를 흔들면서 춤추던 뿐이라고 파랑새라고 대꾸한다. 덕택에 맥켄나는 더 열이 받아서 누가 꼬리를 흔들었냐고 씩씩거리지만 하인리는 자신이 본 게 개였냐, 새였냐고 대꾸해버린다. 결국 맥켄나는 참지 못하고 하인리에게 따지려하고, 이를 듣고 있다가 둘 다 그만하라고 말린다. 속으로 어떻게 시간이 지나도 매일같이 티격태격이냐며, 둘이 라르스와 카이사 앞에서 매일 저럴까봐 걱정한다. 이어서 라르스와 카이사가 둘을 닮기라도 할까봐 하는 걱정에 성자의 예언을 떠올려 꼭 사이가 좋아야한다고 우려한다.

국무회의실 앞에 오지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던 재상은 자신과 하인리를 보자마자 그제야 살았던 얼굴로 큰일이라고 외친다. 하인리는 턱으로 국무회의실 문을 가리키며 들어가서 얘기하라고 대꾸한다. 국무회의실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재상은 좀 조용하다 싶었더니, 월대륙 연합이 제대로 머리를 썻다고 외친다.

재상으로부터 월대륙 연합이 얼음 마법사의 대다수를 고용해서 데려갔다[1]는 보고를 듣는다. 자신이 륍트에 직접 가겠다고 선언하고서 차를 마신다. 하지만 자신의 선언에 하인리, 맥켄나, 재상까지 서로 당황한 얼굴로 쳐다보자, 그렇게 놀랄 필요가 있냐고 생각한다. 하인리는 나서서 륍트에 직접 가겠다니 위험하다며 안 된다고 말린다. 교역 초기이니만큼 최대한 실패 사례를 줄여야한다고 대꾸하지만 하인리는 그래도 그렇지 사람이 몇인데 자신이 왜 직접 가냐며 말린다. 자신이 시작했고,주도했고 맡고 있는 일이니 자신이 가는 게 가장 낫다고 대꾸하고한다. 자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하인리, 맥켄나, 재상은 조용해진다.[2]

잠시 후 재상은 눈치를 보며 동대제국에 부탁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하인리는 잠시 재상을 쏘아보면서도 곧 억지로 표정을 풀고서 동대제국에 소속된 얼음 마법사가 몇 명 있지 않냐며 재상의 의견에 동의한다. 있겠다고 대답하자마자 재상은 그러면 동대제국의 도움을 받으면 되지 않냐고 제안하려한다. 재상의 말을 끊고서 차를 소리나게 내려놓으며 재상에게 트로비 공작과 동대제국 황제는 바보가 아니라고 일갈한다. 재상이 당황하자 한숨을 내쉬고서 이번에 도움을 받으면 어떤 방식으로 교역이 이루어지는지, 어떤 이들과 교역을 하고 있는지, 어떤 이들이 새로운 루트에 관심을 보이는지 전부 살펴두었다가 독자적인 교역로를 만들려 할 거라고 설명한다. 그제야 재상은 납득한다. 아직은 그렇게 둘 수 없으니 자신이 직접 간다는 거고, 어차피 한 번은 가볼 생각이였다고 대답하면서도 직접 눈으로 본 것과 무역상에게 이야기를 듣는 건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후 카프멘을 통해 륍트에 자신이 방문한다는 전갈을 보낸 후 륍트에 가게 될 일행을 꾸린다. 공식적인 방문이 아니었기에 실속 있는 일행을 꾸리면서도 자신도 직접 가는 게 별로인지, 아니면 직접 가는 게 낫는지 등 계속 고민한다.

며칠 후 커다란 배를 보자마자 오길 잘했다고 뿌듯해한다. 반면 하인리는 역시 더 말렸어야 한다는듯 배가 너무 크다고 말한다. 그러니 더 안전하겠다고 대꾸하지만 하인리는 차라리 둘이 같이 가면 안 되냐고 투덜댄다. 황당해해 둘 다 나라를 비우자는 거냐고 따지지만 하인리는 걱정이 돼서 그런다며 라르스와 카이사도 엄마 보고 싶다고 맨날 울 거라고 투덜댄다. 언젠간 라르스와 카이사도 자신의 말을 안 듣고 멋대로 다닐 거라고 대꾸하고서, 다 크면이라고 생각한다. 하인리는 대꾸하지 못한다. 돌아보며 아니냐고 묻지만 하인리는 '이게 아닌데'라는 표정으로 그렇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대꾸하지만 하인리는 시무룩해져 식사라도 함께 하고 가자고 제안한다.

식당으로 들어간다. 요리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이 바다괴물과 수룡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된다. 바로 돌시를 떠올려 그가 노래를 불러대며 찾아대도 찾기 어려워서인지 영 나타나지 않고 있더니, 여전히 파랑새를 찾아다니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인리는 바닷길이 험한 모양인데 역시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꾸는 게 어떻냐며 여전히 말리려 한다. 교역은 어쩌냐고 대꾸하지만 하인리는 이번에는 과일을 교역품에서 빼내는 게 어떻냐고 제안한다. 현재 가장 좋은 반응을 보인 게 과일이였다고 대꾸하고서 제대로 가져갈 수만 있다면 투자 대비 수익 역시도 제일 크다고 판단한다. 시무룩해진 하인리는 요리를 헤집으며 걱정이라고 말한다. 아르티나, 랑드레 자작, 카프멘이 다 같이 가니 걱정 말라고 말해보지만 하인리는 셋 다 마음에 안 든다고 계속 투덜댄다. 이 말에 속으로 셋 다 근처에 있다는 걸 하인리가 신경써서 말했으면 좋겠다고 황당해한다. 카프멘은 하인리 쪽으로 약간 몸을 기울이며 저런 소문은 대륙 간 항해가 잦은 항구에서 늘 도는 이야기이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몇 시간 후 호위들, 로라, 하녀와 하인들, 담당 대신과 그 일행들과 함께 배에 오른다. 로라는 배 난간을 잡고 신이 나서 저기 보라고 외치며 배 여기저기를 뛰어다닌다. 처음에는 로라를 말리려했으나, 자신도 생전 처음 보는 느낌에 신기해해 어느새 휘말리게 된다. 배를 타 본 적 있냐는 질문에 자신도 유람용 배 외엔 처음이라고 말한다. 로라는 난간을 붙잡고 자기도 그렇다고 외치고서 주베르 백작부인, 로즈도 같이 왔었으면 재밌었을텐데 아쉽다고 말하자마자 마스타스에 대해서는 말하려다 만다. 마스타스가 본인은 잘 지내고 있다는 편지를 보내고 있고 좋은 소식도 계속 들려오고 있다고 알려준다. 마스타스가 상대한 도적들이 '쑹쑹' 잘려나간다는 소식을 상기해 옆에 있을 때는 어리바리한 시녀 같더니, 기사로서의 마스타스는 정말로 대단한 것 같다며, 소문만 들어서는 자신이 아는 그 마스타스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로라는 서너 시간 정도가 지난 후 점차 조용해지더니 멀미에 시달린다. 로라의 등을 두드리려고 하면서도 자신도 같이 멀미에 시달릴까봐 해주지 못하고, 결국 억지로 위엄을 지키려한다. 이내 견디지 못하고 갑판으로 나와 바다를 쳐다보며 속을 달래려한다.

그러던 와중 카프멘이 다가온다. 고개를 돌린 순간 바닷바람에 머리핀이 빠지면서 머리가 헝클어지게 된다. 당황해해 머리카락을 두 손으로 쥐고 앞을 쥐지만 입술을 깨물고 웃는 모습에 쳐다본다. 카프멘은 자신의 머리카락도 바람에 흔들리긴 한다고 사과한다. 몹시 민망해하며 잠시 정색했으나 곧 표정을 풀고서 어차피 카프멘은 이런 자신의 마음까지 알 거라고 생각한 찰나 카프멘은 다시 턱에 힘을 꽉 주고 웃는다. 차갑게 흘겨보지만 카프멘은 시선을 피한채 괜한 헛기침을 하면서도 웃고 있는다. 카프멘에게 무슨 일로 온 거냐고 질문한다.

그러나 카프멘은 자신이 질문하자마자 미소가 사라진다. 이내 카프멘은 다시 웃더니 자기가 결혼을 한다면 자신은 어떨 것 같냐고 질문한다. 의외의 질문에 카프멘의 결혼 상대가 륍트 사람인지 아니면 이쪽 사람인지를 질문한다. 하지만 카프멘은 자신이 아는 사람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되물으면서도 자신이 아는 사람이 많기에 짐작하지 못하고, 결국 어떤 사람이냐고 대놓고 묻는다. 하지만 카프멘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지자 도대체 누구냐며, 자신과 사이가 나쁜 사람인 거냐고 궁금해한다.

카프멘이 대답하려던 찰나 파도가 치솟아오르는 바람에 배가 흔들리면서 미끄러지고 만다. 다행히도 카프멘은 자신을 팔로 붙잡고 한 팔로는 기둥을 잡는다. 그러나 배는 거세게 흔들리고, 그 바람에 카프멘과 함께 배 밖으로 튕겨나가게 되고 만다.

그대로 바다에 빠지게 되고, 이후 카프멘과 함께 어느 섬에 조난당하게 된다.

소비에슈의 과거 회상에서 오시스 3세에게 폐하와 비슷하게 생긴 동물을 보았다고 하는 모습으로 깨알같이 등장.[3] 표현법을 잘 몰라서 '이렇게 이렇게' 밖에 표현을 못하자 못 알아들은 오시스 3세의 반응에 시무룩해 하면서 자기가 아직 어려서 그렇지 폐하의 나이라면 분명 그 동물의 이름을 똑부러지게 잘 알았을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오시스 3세가 네가 내 나이가 되면 알려달라며 새끼 손가락을 걸고 약속한다. 나비에 역시 새끼 손가락을 걸더니 오시스 3세의 손등을 찰싹 치며 약속한다.

과거 회상이 끝난 직후, 카를 후작이 소비에슈에게 한 보고에 따르면 실종되었다고 언급된다.

새소리를 들으면서 속으로 등은 따뜻하고 눈을 감았는데도 앞이 하얗다며, 자신은 하인리의 곁에 있고 그의 품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장난꾸러기가 또 뭘 하고 있는 거냐'는 생각으로 웃음을 흘리며 눈을 뜬다. 하지만 일어나보니 자신의 앞에 있는 건 카프멘이였고, 자신의 몸을 덮고 있던 카프멘의 자켓이 떨어진다.

뜻밖의 상황에 놀라 주위를 둘러보지만 자신들은 위가 뚫려있고 그 구멍으로 햇살이 비치는 동굴 안에 있었고, 자신은 그 동굴 경계선 안쪽에 누워있었단 걸 그제야 알게 된다. 햇살이 비치지 않는 동굴 가장자리는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 것에 카프멘에게 여기가 어디냐고 묻는다. 카프멘이 바다에 빠진 건 생각나냐고 반문하자 배에서 떨어진 건 생각난다고 대답하고서 자신도 생각나는 게 없기에 고개를 젓는다. 기억나는 건 랑드레 자작, 아르티나 등 배 밖으로 튕겨져 날아가는 자신을 보며 기겁해하던 사람들이였기에 속으로 무슨 일이 벌어진거냐고 경악해한다. 카프멘은 배가 바다에 사는 커다란 무언가와 부딪힌 것 같다고 설명한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냐고 질문하지만 보통은 바다 생물들이 다 피해간다는 설명을 듣는다. 도중 카프멘은 설명을 하다 말고 자기 탓이라고 사과한다. 갑자기 탓을 하냐고 반문하지만 카프멘은 항구 식당에서 사람들이 이상하단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자기가 괜찮다고 말했다는 이유를 댄다. 이에 그게 왜 카프멘의 탓이냐며, 자신도 괜찮을거라고 생각했고 선장도 괜찮다는 판단을 내렸고 담당 대신도 괜찮을거라고 했다고 따지면서도 따지자면 모두의 실책이라고 생각한다.

카프멘에게 거듭 괜찮다고 말하고서 자리에서 일어나지만 햇빛이 들어오는 쪽에 피워진 모닥불을 보고서 여기가 어디냐는 질문을 다시 한다. 이 질문은 꽤 여러 번 하는 거 같지만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은 게 없다보니 결국 다시 묻고 만 것이라고 생각하고서 혹시 여기가 동굴 가장자리가 아닐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동굴 가장자리 안쪽을 돌아본다. 도중 카프멘은 본인도 정확히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 이 말에 놀라 되묻지만 카프멘은 앞장서서 걸어간다. 카프멘을 따라 걷던 중 햇빛이 들지 않는 어두운 곳에 희미하게 빗금처럼 하얀 줄이 있는 곳에 도착한다. 카프멘은 그 줄 부근을 손으로 더듬거리다가 밀고, 그곳에 있던 문이 열리듯 백사장이 드러난다. 동화책에 나올 것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에 백사장 주위를 둘러보던 중 주변은 온통 바다에 뒤로는 수풀과 절벽이 있는 광경에 경악한다. 그때 카프멘으로부터 사람이 살지 않는 섬 같다는 말을 듣는다.

카프멘은 가장 높은 곳에 자켓을 걸어두고 자신은 백사장에 도움을 청하는 글씨를 커다랗게 써두며 구조 신호를 해둔다. 하지만 불안해해 이걸로 구조될 수 있겠냐고 질문한다. 그러기를 바라야 할 거라는 대답에 대답을 하지 못한다. 카프멘은 자신과 본인이 동시에 사라졌으니 아마 철저하게 수색할거라며 염려 말라고 위로한다. 한숨을 내쉬고서 백사장에 앉는다. 이렇게 앉았다간 드레스가 엉망이 되고 구겨지겠지만, 지금 이 와중에 드레스는 문제도 되지 않기에 이후 갈아입을 옷이 없다는 것에 곤란해하면서도 속으로 여기에 얼마나 오래 머물러야 하냐고 불안해한다.

그 사이 카프멘은 바지를 걷는다. 지금 뭐 하자는 거냐고 묻지만 카프멘은 그래도 뭘 좀 먹어야 한다고 대답한다. 먹을게 없지 않냐고 물어보려던 순간 카프멘은 바다 쪽으로 다가간다. 멍하니 앉아 있던 와중 카프멘이 바다로 들어가는 카프멘의 모습에 놀라 조심하라고 외친다. 속으로 저러다 바다에 휩쓸려가는 건 아니냐고 불안해하던 찰나 카프멘은 염려 놓으라고 대답하고서 허리를 숙여서 바다 안쪽을 뚫어라 쳐다본다. 괜찮은거냐고 생각하던 와중 멀쩡하던 바다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정체불명의 생물을 떠올린다. 아직도 그게 괴물인지 동물인지 통 구분이 안 가는데다 물고기 떼는 왜 동시에 치솟아오른 것인지 의문을 품는다. 원인을 알 수 없기에 걱정하던 와중 혹시 그 현상이 항구 쪽에서 문제가 되겠냐는 의문을 가진다. 문득 그렇다면 화이트 몬드 쪽에서 알려야하지 않냐며, 샬렛 공주 일로 사이가 애매해지긴 했지만 어쨋든 같은 연합 소속이기도 하고 샬렛 공주와는 개인적으로 여전히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 때 카프멘이 바다로 들어간다. 소리를 듣고 이럴 때가 아니라며, 그 일은 나중이고, 지금 중요한 건 이 섬에서 무사히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해 정신을 차린다. 말없이 일어나 주위를 돌아다니며 모닥불에 넣을 땔감으로 쓸 나뭇가지를 줍는다. 그 사이 전기 마법으로 물고기들을 약간 익혀서 잡은 카프멘은 자신을 보고서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혼자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말하지만 카프멘은 혼자 해도 되니 자신은 쉬라고 대꾸하고서 넓은 나무판을 구한 뒤 그 위에서 물고기들을 손질한 후 굽는다. 그런 카프멘의 모습을 구경하면서 그래도 며칠은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용기를 가진다.

잠시 뒤 나란히 앉아 구운 생선을 먹는다. 하지만 카프멘은 소스가 있었다면 좋았을거라며 아니면 최소한 레몬즙이라도 있어야했다고 말한다. 모닥불 앞에 엉거주춤 앉아서 손가락으로 가시를 하나하나 발라가며 먹는 카프멘의 모습에 이제야 새삼 알게 된 모양이지만 카프멘은 의외로 입맛이 까다롭다고 생각한다. 그런 카프멘의 모습이 어떻게 해도 기품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이내 자신도 마찬가지일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속마음을 읽은 카프멘은 가시를 바르다 말고서 자신을 쳐다본다. 머쓱히 웃지만 카프멘은 따라 웃으면서 자신은 생선을 두 손으로 뜯어먹어도 기품있다고 말한다. 이 말에 자신을 놀리는 거 같다는 생각에 슬쩍 카프멘을 째려본다. 카프멘이 시선을 내리고서 바쁜 척 손을 움직이자 그걸 타박하고 싶어하면서도 일단 민망하니 화제를 바꾸자고 생각한다. 슬쩍 생선을 내려놓고서 손을 감춘다. 이를 눈치챈 카프멘은 눈을 내리뜬채 생선에 집중하는 척하면서 슬그마니 입꼬리를 올린다. 낮에 하려던 말은 무엇이였냐고 물으며 화제를 바꾼다. 카프멘은 도로 입꼬리를 내린채 자기가 어디까지 말했었냐고 반문한다. 누구랑 결혼한다고 말했다고 대답하지만 카프멘은 대답하지 않는다. 왜 대답을 하지 않냐고 의아해하던 찰나 카프멘은 섬에서 나갈 때 알려주겠다고 대답한다. 왜 저렇게까지 대답을 미루려는 거냐고 의아해하다, 그렇게까지 자신과 사이가 나쁜 사람인 거냐고 질문한다. 이 말을 하면서도 자신이 들으면 충격받을 정도냐고 생각한 찰나 카프멘은 웃음을 터트린다. 그런 카프멘을 보고 속으로 자신과 사이가 나쁜 사람이 누가 있냐며 불안해한다.

야생 경험이 있었던 카프멘은 나서서 일을 한다. 이 광경을 보며 가만히 있기 뭐하다 여겨 카프멘을 쫓아다니면서 남은 생선을 얼려두고, 나뭇가지를 더 주워다가 쌓아놓고, 잠자리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기 위해 동굴을 정돈하는 등 그를 돕는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옷은 점점 더 엉망이 되어버리고 만다. 옷이 없다는 것에 당황해하던 찰나 갑자기 박쥐 몇 마리가 동시에 날아간다. 그 바람에 놀라 뒤로 넘어지게 되고, 카프멘이 달려온다. 카프멘은 놀라 자신에게 다가와 괜찮냐고 묻고서 황급히 자신을 살피던 중 치마가 허벅지 중간까지 찢어져있는 것을 목격해 황급히 입을 가리고 몸을 돌린다. 속으로 카프멘이 왜 저러냐며 덩달아 당황해하다가 몸을 살펴보지만 그제서야 치마가 찢어져있다는 걸 알게 된다. 속으로 안 그래도 한 벌뿐인 옷이였다고 경악한다.

카프멘은 자신에게 바지를 양도해준다. 카프멘이 원채 키가 크다보니 그의 바지는 자신에게 너무 길었지만 지금은 크다고 투덜거릴 처지가 아니기에 바지를 입는다. 카프멘이 어떠냐고 묻자 바지가 좀 크긴 하지만 괜찮다고 대답하고서 바지를 적당한 길이에서 묶고 있는다.

그 사이에 카프멘은 커다란 과일을 들고 다가온다. 찢어진 치마보다 그의 다리가 더 드러나있는 것에 최대한 그쪽을 보지 않은채 과일을 받아들인다. 자기는 옷 안에 바지를 한 겹 더 있으니 괜찮다면 겉에 입는 바지를 주겠다고 말해서 고맙다며 받았지만 안에 입는 바지가 저렇게 짧을 줄은 몰랐다고 생각한다. 카프멘은 과일을 딸 때 보니까 저쪽으로 깊지 않은 호수가 있었다고 알려주고서 혹시 씻고 싶다면 망을 봐주겠다고 말한다. 어차피 아무도 없다고 대꾸하지만 카프멘은 그래도 혹시 모른다고 말한다.

카프멘이 알려준 호수에서 목욕한다. 입욕제도 물에 띄워주는 꽃잎도 시중을 들어주는 시녀들도 없는데다, 물이 차가운 것에 새로워하며 물을 튀기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부엉이 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들려오는 것에 풍경이 아름다워서 무섭지 않다고 생각한 찰나 새가 날아가는 소리를 듣는다. 하인리인가 하는 생각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지만 새들이 줄지어 날아가고 있는 걸 보게 된다. 하인리가 아닌 것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내 시무룩해해 고개를 내리며 돌아갈 순 있겠냐고 걱정한다.

망을 보겠다던 카프멘이 대답을 하지 않자 카프멘을 불러본다. 하지만 대답이 없자 거기 있는 거 맞냐고 묻는다. 그럼에도 대답이 없자 결국 소리를 높여서 외치며 카프멘을 부른다. 그제야 카프멘은 여기 있다고 대답한다. 옷을 마저 입고서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가 카프멘에게 뭐 하고 있냐고 물으면서도 뭘 하기에 불러도 대답이 없냐고 생각한다. 커다란 바위에 앉은 채 허공을 향해 귀를 기울이고 있었던 카프멘은 무슨 소리가 난 것 같다고 말한다. 카프멘은 못 듣던 소리라고 대답하며 인상을 찌푸린채 바위에서 내려온다. 그는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것 같다고 생각하다가 카프멘이 절벽에 매달아둔 제복을 떠올려 혹시 누가 구조 신호를 보고 온 게 아니냐고 질문한다. 카프멘이 그럴 수도 있다고 대답하자 그럼 그쪽으로 가보자고 권한다. 순순히 긍정한 카프멘이 손을 내밀자 손을 잡고 걸어간다.

해변가로 나오지만, 정말로 구조 신호를 보고 섬으로 다가오는 배를 목격한다. 배를 보고서 신호를 본 것 같다고 외친다. 카프멘도 웃으면서 제복을 매달아둔 절벽을 본다. 안도해 가슴에 손을 얹고 다행이라고 말하면서도 정말 이대로 여기서 평생 살까 걱정했는데 이제 살았다고 생각한다. 조난 당일 카프멘과 섬 변두리를 둘러본 후 육지와 이어지지 않고, 헤엄을 쳐서 근처 육지로 갈 수 없는 말 그대로 고립된 섬이였기에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이라는 확신을 얻었고, 사람이 섬에 오긴 오는지 어느 위치에 있는지 등 그런 것조차 알기 어려웠던 걸 상기하고서 그래도 지금이라도 돌아가는 것에 대한 기쁨에 카프멘 덕분에 무사히 돌아간다며 감사를 표한다. 하지만 카프멘은 슬픈 표정을 짓는다. 돌아가게 되었는데 왜 저런 표정을 짓는 거냐고 의아해하다 혹시 돌아가는 게 싫은 거냐며, 돌아가서 해야 한단 결혼이 싫은 거냐고 질문한다. 그가 시원스레 말하지 않기에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무인도에서 나가기 싫어할 정도로, 말도 하기 싫을 정도로 안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걸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카프멘은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고 둘러댄다. 표정이 좋지 않다고 지적하지만 카프멘은 웃으면서 좀 놀랐을 뿐이라고 대답한다. 이 말에 그렇다기엔 아까 표정이 너무 어두웠다며 미심쩍어한다.

그 사이에 커다란 배에서 작은 나룻배가 내리고, 나룻배에 탄 사람은 노를 저으며 섬 쪽으로 다가온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카프멘에게 좀 더 관련된 질문을 하는 게 옳은건지 모른 척 해주는 게 옳은 건지를 고민한다.

마침내 나룻배가 가까이 온 순간 에인젤과 마주치게 된다. 자신과 카프멘을 본 에인젤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냐고 질문한다. 에인젤이 왜 여기에 오냐고 중얼거리다가 눈이 마주친다. 에인젤은 활짝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제복 문양을 가리키며 조난자 구조는 초국적 기사단의 주요 임무 중 하나라고 대답한다.

배에 올라탄다. 갑판 위에서 밧줄을 만지작거리던 중 초국적 기사단 4기사단 기사들이 자신을 곁눈질하는 것에 자신의 얼굴에 쏟아지는 게 바닷바람인지 시선인지 둘 다 따가워 구분이 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심호흡을 하고서 슬쩍 돌아보지만 4기사단 기사들은 동시에 시선을 피한다. 한숨을 쉬면서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4기사단 기사들 역시 자신이 배에 타고 있는 것에 자신만큼 황당해하는 눈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선실에서 나오자마자 자신 쪽으로 다가온 에인젤은 이런 우연도 있다니 신기하지 않냐고 자신을 놀리고서 이것도 운명이란 거라는 말을 덧붙인다. 대답하지 않지만 에인젤은 '나와 황후 폐하 사이에 놓여진 우정을 인정하긴 싫은 모양이라고 말한다. 이 말에 '그런 게 있다면 잘라버리고 싶다'고 대꾸한다. 하지만 에인젤은 '카프멘 대공을 헐벗기고 노는데 내가 방해해서 그런 거냐'는 농담까지 던진다. 이 말에 속으로 정말로 미운 사람이고 부채로 입을 세 번만 찰싹찰싹 때리고 싶다고 황당해하면서도 그 덕에 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에인젤은 '우리 사막 나라 대공님은 충견처럼 곁에서 떠나질 않더니 어디 갔냐'며 아예 카프멘을 놀린다. 이 말에 속으로 카프멘이 화대륙의 왕족이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왕족에게 충견이라고 말하냐고 황당해한다.

에인젤을 흘겨보지만 에인젤은 이 상황이 재밌기만 한 듯 즐겁게 웃으면서 그런데 자신은 왜 그 조그만 섬에서 조난되어 있던거냐고 질문한다. 바다에 빠졌다고 대꾸하지만 에인젤은 물론 날아가다가 지쳐서 쉬고 있는 건 아닐거고, 자신은 새가 아니라며 또 자신을 놀린다. 속으로 여우 같다고 황당해해 다시 에인젤을 흘겨보지만 에인젤은 사냥감을 앞둔 여우가 기뻐서 껑충거리는 듯 웃으면서 자신이 새라면 무슨 새냐며, 역시 백조인거냐고 농담을 던진다. '여우 정도는 한 입에 삼킬 수 있는 넙적부리황새'라고 대꾸하지만 에인젤은 듣고보니 좀 닮은 것도 같다고 자신을 놀린다. 이 말에 속으로 열세 번은 부채로 찰싹찰싹 입을 두드려주고 싶다고 재차 황당해한다. 이어서 에인젤은 목표 지점은 화대륙이였겠냐고 대놓고 질문한다. 그를 냉담하게 쳐다보지만 에인젤은 태연하게 웃으면서 마침 초국적 기사단 제복으로 갈아입은 카프멘이 선실에서 나오자마자 아예 옆에서 '먹이가 옷을 다 갈아입은 모양입니다. 황새님'라고 이죽거린다.

초국적 기사단과 저녁식사를 한 후 자신은 손님이기에 최대한 식당에 머무르려한다. 하지만 자신이 껴있었던 탓에 초국적 기사단도, 자신도 서로가 어색해해한다. 결국 먼저 갑판으로 나와 그 사이에 어두워진 하늘을 바라본다.

도중 자신을 따라 식당에서 나와 갑판으로 온 카프멘은 작은 목소리로 도움을 입은 처지에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에인젤을 조심하는 게 좋겠다고 속삭인다. 에인젤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겠냐고 질문한다. 카프멘은 그대로 전할지, 조금 돌려서 전할지를 묻는다.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러냐고 의아해하다가 그대로 전하라고 권한다. 카프멘은 '나비에 님이 왜 화대륙에 가고 있을까, 륍트의 대공이 함께 있으니 륍트에 가는 거겠지. 역시 얼음 마법사들이 부족해서 직접 나서신건가, 오늘은 날 안 얼려주시나, 눈이 신비로워, 그런데 정말 넓적부리황새인가.'라는 에인젤의 속생각을 알려주고서 미간을 찡그리며 마지막 말은 자기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인다.

그 때 에인젤은 노크를 하며 접시 위에 청포도를 올린 접시를 든채로 자신에게 다가와서는 접시를 내밀며 후식을 안 가지고 갔다고 말한다. '친절한 시늉을 잘 내는군요'라고 말하고 싶어하지만 에인젤이 자신을 구해준 걸 기억하고 고맙다고 말해 순순히 그의 친절을 받아들인다. 에인젤은 청포도를 건내고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옆에 와 나란히 서서는 다른 한 손으로 갑판을 집은채 바다를 둘러보며 바다에 빠졌는데 멀쩡히 살아난 건 정말 천운이라며, 죽거나 살더라도 해적에게 건져서 평생 허드렛일을 하면서 살 수도 있다고 충고를 건낸다.[4] 이 말에 비꼬는 거라 생각했는데 아닌 거냐며, 아까 장난을 칠 때보다 목소리가 한결 진지해졌다고 생각한다. 초국적 기사단은 바다 쪽으로 자주 다니냐는 의문을 품지만 에인젤은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언제 진지한 목소리를 냈냐는 듯 다시 눈꼬리가 길게 휘어지도록 웃는다. 대답 대신 바다를 바라본다.

자신과 카프멘을 배 밖으로 던져버렸던 바다는 너무나도 조용하고 바다새가 내는 소리는 평화롭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쩌면 맞은 편에 앉아 태연히 차를 마시는 에인젤 때문에 더욱 평화롭게 보이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에인젤은 갑자기 배 밖으로 무언가가 튀어올랐다면 무엇인지 보았냐며 왜 조난당했는지를 질문한다. 커다란 다리 같았지만 사람의 형태는 아니었다고 대답한다. 대왕오징어 같은거였냐는 질문을 듣는다. 주위로 물살이 같이 튄 데다, 뒤이어 작은 물고기들이 뛰어올라서 정확히 모르겠다고 대답하면서도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연합 간에 눈치 싸움을 벌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설명에 에인젤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부하에게 받아 적었냐고 묻고서 부하가 펜을 내려놓으며 대답하자 카프멘에게 자신과 같은 걸 보았냐고 질문한다. 제대로 본 게 없었다는 카프멘의 대답에 에인젤은 갑판 위에 나와 있었지 않냐고 질문한다. 다른데 정신이 팔렸다는 카프멘의 대답에 에인젤은 어디에 팔렸냐고 질문한다. 카프멘은 대답 대신 에인젤의 부하가 가져다준 차를 마신다. 에인젤은 미묘하게 웃고, 그런 에인젤을 본 카프멘은 미간을 약간 구긴다. 어쩌면 에인젤이 기분 나쁜 생각을 해서라고 생각한 찰나 에인젤은 어쨋든 자신은 뭘 봤긴 봤지만 제대로 못 봤고, 카프멘은 아예 본 것도 없으니, 둘 다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놀린다. 이 말에 에인젤은 생각만 기분 나쁘게 하지 않고, 생각한 걸 굳이 또 밖으로 표현한다는 생각에 속으로 부채로 그의 입을 다섯 대쯤 때리고 싶다며 부채를 만지작거리고 싶어한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에인젤을 만날 때마다 자신이 이토록 폭력적인 사람이였냐고 생각한다. 카프멘이 에인젤을 냉랭하게 쳐다보다가 갑자기 웃자 이 생각이 우습냐고 생각한다. 에인젤이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자 '저 비상한 여우가 이번엔 또 뭘 알아낼까' 하는 생각에 얼른 끼어들어 륍트에 왜 가는 거냐고 질문한다. 다행히 효과가 있었는지 에인젤은 카프멘에게서 시선을 떼더니 자신을 보고서 의외인 듯 자기가 륍트에 가는 건 어떻게 알았냐고 질문한다. 자신이 화대륙에 가는 걸 알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고 대답하지만 에인젤이 의아해하자 '월대륙에 데려다줄 수 없어서 미안하다, 시간이 좀 걸릴거다' 등의 말을 하지 않는 건 자신과 목적지가 같아서라고 대꾸한다. 에인젤은 표정이 밝아지며 '나비에 님은 다른 길로 와도 늘 나와 같은 길에 도달한다'고 말한다. 속으로 칭찬이냐고 황당해한다.

륍트까지 가는 뱃길은 하루이틀로 부족했고, 자신 역시 갈아입을 옷이 없었기에 초국적 기사단 4기사단 제복으로 갈아입어야하는 상황이 된다. 4기사단 제복을 들고 '냄새나는 옷에서 최대한 냄새를 빼고 입을 것이냐, 적의 옷을 얻어 입을 것이냐'는 두 종류의 자존심에 갈등한다. 카프멘이 선실 밖에서 문을 두드리며 자신을 부르자 고민이 너무 길었냐며 자신이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가서는 나오지 않으니 걱정이 돼서라고 생각한다. 곧 나가겠다고 대답하고서 결국 4기사단 제복을 선택한다. 갈아입고서 거울 앞에 서서 행진 때 동대제국 근위기사 제복을 입은 적은 있지만 하필 초국적 기사단 제복인거냐는 생각에 어색해한다. 이내 자신은 실리를 쫓는 거고, 이 와중에 초국적 기사단 제복을 입기 싫다고 냄새나는 옷을 입는 게 이상하며, 벌거벗고 지내면 더더욱 이상하다고 스스로 다짐하듯 생각한 후 선실 문을 열고 나온다.

하지만 선실에서 나오자마자 문 앞에 몰려있는 4기사단의 모습에 당황해 다시 문을 닫는다. 문고리를 닫은채 저기 모여서 뭐하자는 거냐고 씩씩거리지만 에인젤은 문너머에서 웃으면서 자신이 4기사단 제복을 입으니 다들 신기한 것 같다고 놀린다. 이 말에 그렇다고 다들 몰려있으면 어쩌자는 거냐며, 기사들이 몰려있어도 기사단장인 자기가 쫓아내야하지 않냐며 참 얄미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에인젤이 자신을 부르자 나가지 않고 버틴다. 그런 자신의 모습에 에인젤은 다들 물러나라 할 테니 나오라며, 계속 거기 있을 수는 없을거라고 말한다.

륍트로 가는 내내 바람이 몹시 거세서 배가 흔들렸을 뿐 전반적으로 항해는 무난하게 되지만, 에인젤은 자신을 볼 때마다 옆에서 놀려댄다. 초국적 기사단 제복이 잘 어울리고 초국적 기사단으로 와도 잘 어울릴 듯 한데 어떻게 좀 생각이 있냐고 놀리는 에인젤에게 자신은 제복을 입을 일은 없을거라고 대꾸한다. 왜 그리 생각하냐는 질문에 자신은 명령을 내리는 위치이거나, 아니면 수장일거라고 대꾸한다. 에인젤은 생각해보니 나비에의 명령을 받는 것도 즐거운 일일거라며, 월대륙 연합 수장 자리를 노린다면 자신우 나비에에게 한 표 던질거라고 놀린다. 이 말에 저게 여우인지 능구렁이인지 모르겠다며, 그는 누구라도 인정하는 월대륙 연합 수장의 최측근이라고 황당해한다.

그때 화대륙의 육지를 목격한다. 갑판에 서서 항구를 보다가 카프멘에게 망원경을 건내며 저기냐고 묻는다. 카프멘은 잠깐 망원경을 받고서 잠깐 살피는가 싶더니 망원경을 내리고서 대답한 후 자신 쪽을 보고 웃으며 고향이라고 대답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항구가 가까워지고, 가슴이 벅차오르는 걸 느끼며 그의 고향은 무척 활기찬 곳이라고 말한다. 카프멘은 자신에게 고향을 보여주는 걸 늘 꿈꿨다고 대답한다. 카프멘은 륍트와의 무역을 성사시키려 아주 고생을 많이 했고, 이렇게라도 와서 좋다고 대답하지만 대답하지 않던 카프멘은 자기도 좋다며, 좋은 분과 와서 더욱이라고 대답한다. 이 말에 좋다는 사람 치고 표정이 영 그렇다며, 그 하기 싫은 결혼 때문이냐는 생각에 항구가 보이지 않을 때보다 더 안색이 어둡다고 여긴다. 슬쩍 눈치를 살피지만 카프멘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자신의 의문을 들었을텐데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내 말하기 싫은 부분이니 더 묻지 말자고 생각해 대신 망원경을 만지작거리며 경치를 구경한다. 처음으로 보게 된 화대륙의 나라의 모습에 심장이 뛰는 이상한 기분을 느낀다. 하인리에게 뛸 때와는 다른 방향이라는 느낌에 언젠가 하인리와 함께 올 수도 있겠냐고 생각한다.

마침내 배는 항구에 내린다. 배에서 내린 순간 몸이 출렁거리는 느낌에 신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신기하지 않은 척 어깨를 펴고 턱을 든다. 비록 4기사단 제복을 입긴 했지만 그래도 위엄을 잃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 찰나 카프멘은 웃어댄다. 웃지 말라며, 모른 척하라고 말해보지만 늘 모른 척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웃는 게 보인다고 대꾸하지만 카프멘은 옆을 보고 웃을거라고 받아친다. 카프멘을 흘겨보다가 주위의 광경을 바라본다. 경치를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어서 누군가를 흘겨보는 시간도 아깝다고 생각하다, 날씨는 월대륙보다 훨씬 더운 것 같고 이게 계절 탓인지 기후 탓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카프멘이 사계절 내내 덥다고 설명하자 그래서 카프멘의 옷이 그렇게 노출이 많은거냐고 생각한다. 카프멘은 햇볓이 강할 때는 오히려 살이 드러나지 않게 입는다고 설명한다.

그렇게 카프멘과 륍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던 도중 옆에서 있던 에인젤은 '똑똑'이라고 말하며 노크하는 시늉을 낸다. 말을 멈추고 돌아보지만 에인젤은 친절한 투로 자신은 이제 어디로 가냐며, 수도냐고 질문한다. 아니라고 해봐야 믿지도 않을거고, 행선지를 감출 수도 없을거라는 판단에 근처 항구에 일행이 있나 찾아본 뒤에 수도로 갈 생각이라고 순순히 대답해준다. 에인젤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럴거라고 생각했다고 대답하고서 눈웃음을 지으며 자기도 수도에 볼 일이 있었다며, 괜찮다면 같이 가겠냐고 질문한다. 에인젤은 목적지가 륍트이고 그는 자신의 목적지도 륍트란 걸 알고 있으며 카프멘이 륍트의 대공이란 것도 알고 있기에 아주 예상하지 못한 질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내 허락해도 되겠냐며, 그가 무슨 목적으로 륍트에 가는 건지 같이 가는 게 도움이 될지 아닐지에 대한 생각에 고민한다. 이어서 이젠 더는 한 배를 탄 처지가 아니다보니 바로 대답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해 대답을 미루고서 카프멘을 쳐다본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만큼 에인젤의 목적을 잘 아는 사람은 없고, 그러면 에인젤은 무슨 뜻으로 같이 가자고 하는지 같이 가도 될지 판단하기 쉽다고 생각한 찰나, 자신의 눈길을 받은 카프멘은 대답하지 않은채 에인젤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자신 쪽을 보며 묻는다.

에인젤의 제안을 수락해 함께 가게 된다. 화대륙에 온 것도, 이렇게 여행하게 된 것도 신기하다고 말한다. 카프멘이 그렇냐고 묻자 웃으면서 게다가 '동행은 언제 뒤를 때릴지 모를 사람'이라고 말한다. 카프멘은 따라 웃지만 에인젤은 걸어가다가 멈칫하더니 돌아보며 일부로 들으라고 한 말이냐고 질문한다. 아니라고 둘러대면서도 하지만 들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고 대꾸한다. 에인젤은 약한 소리를 낸다. 떠나기 앞서서 항구에서 일행이 있나 찾아보았지만 아무도 만나보지 못하게 된 상황에 카프멘은 사실 항구 쪽에 누군가 남아있으리라 여겼는데 의외라고 말한다. 길이 엇갈린 모양이거나, 계획이 엇갈렸을거라고 말하고서 말 머리를 쓰다듬으며 경치를 구경한다. 문득 하인리를 떠올리고 며칠 후면 자신의 편지를 받게 될 거냐는 생각에, 혹시라도 자신이 물에 빠진 사실을 듣게 되었다면 자신이 무사히 륍트에 도착했단 소식 역시도 금세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와 동시에 돌아가면 하인리와 아기들에게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한다. 이내 시선은 에인젤에서 멈추고, 따로 가는 것보다 같이 가는 게 상대도 꿍꿍이를 더 만들지 못할거라 여겨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과연 이게 옳은 선택이냐고 생각한다.

해가 지기 전에 항구 근처 도시로 들어가게 된다. 륍트에서는 여행객들이 여관에서 지내는 것보다는 집을 빌려서 지내는 경우가 많다는 카프멘의 설명에 에인젤은 호화로운 저택을 빌린다. 저택을 보며 단 하루만 머물기에는 매력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늦은 밤 옥상으로 올라가 하늘을 쳐다보며 하인리도 지금 하늘을 보고 있겠냐며, 자신을 그리워하겠냐고 생각한다. 카프멘이 자신을 부르자 얼른 손을 내리고 돌아본다. 잠시 함께 해도 되냐는 질문에 물론이라고 대답한다. 륍트의 복식으로 갈아입은 카프멘을 보며 언제 갈아입은거냐고 생각한다. 카프멘이 곁에 나란히 서자 그는 평소에도 륍트의 복식을 자주 입긴 하지만 월대륙 식과 섞어서 입더니, 철저하게 륍트 식으로 입었다는 생각에 시선은 상체가 드러난 살로 향한다. 이내 시선을 황급히 두며 멀쩡한 남의 니나 복시을 두고 민망하게 보는 건 실례일테지만 아직 정면을 볼 용기가 없다고 생각한다. 카프멘은 괜찮다며 자기보단 용기가 있다고 말한다. 생각에 대고 말하지 말라고 대꾸하지만 카프멘은 웃으면서 정말이라고 말한다. 용기를 내고 싶은데 못 낼 일이라도 있냐고 질문한다. 카프멘은 사실 아주 쉬운건데 잘 안 된다고 대답한다. 카프멘의 반응에 결혼 이야기냐고 직설적으로 묻는다. 카프멘이 놀라자 하기 싫은데도 꼭 해야할 정도로 도움이 되는 결혼이냐고 질문한다. 카프멘은 돌로 된 난간을 두드려보다가 이거 보라며, 대답도 못하지 않냐고 중얼거린다. 카프멘이 누구와 결혼하든 자신은 어차피 알게 된다고 지적하지만, 카프멘은 최대한 느리게 알기를 바란다고 대꾸한다. 이 말에 '그대가 누구와 결혼하든 우리 사이의 우정은 변하지 않는다'고 받아친다. 카프멘이 대답 대신 입꼬리만 어색하게 올리자 그의 결혼 상대가 누구인지 계속 물어보야하는지에 대해 망설인다. 그와 동시에 그걸 원해서 이렇게 자꾸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거냐고 생각한다. 카프멘이 아니라고 대꾸하자 아니라고 받아치고서-. 재차 생각에 대고 말하지 말라고 대꾸한다.

카프멘은 나지막하게 웃더니 주위를 둘러본다. 불침번을 서는 4기사단 기사들만 있고, 조용하게 대화를 나누면 들릴만한 거리는 아니기에 왜 갑자기 주위를 살피는지 의아해하다 에인젤에 대해 자신에게 알려주고 싶은 게 있다는 걸 눈치채 질문하며 그래서 주위를 살펴본거냐고 생각한다. 카프멘이 대답하자 무엇이냐고 묻는다. 에인젤의 알 수 없는 속내는 내내 상대하는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는 느낌과 동시에 그는 오는 내내 누구보다 산뜻하고 친절하게 굴었지만 신년제 때 좁아지는 우리 안에 사람을 넣어 전시하고, 새가 된 하인리를 우리에 넣어 복도에 걸어두고, 자신에겐 한 편이 되고 싶다면서 뒤에선 동대제국에 손을 내미는 자이니 겉으로 친절하다고 해서 절대로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카프멘은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되묻지만 카프멘은 말 그대로라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생각을 읽을 수 없단거냐고 질문한 찰나 카프멘은 그건 아니라고 대답한다. 생각은 읽을 수 있는데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는 의미에. 그게 무슨 뜻이냐고 생각한다. 카프멘은 에인젤은 자기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대답함과 동시에 정 반대되는 생각도 자주 하다보니 그 중에 뭐가 진심인지 들으면서도 알 수가 없다고 설명한다. 대답한 찰나 카프멘은 머리를 빨리 굴리느라 그런건지, 의식적으로 그런건지, 원래 성격인지는 모르지만 어느 쪽이든 경계해야한다고 설명한다. 그가 왜 륍트에 가는지는 생각하지 않냐고 질문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대답을 듣는다.

마침내 륍트의 수도에 도착한다. 멀리서 볼 때부터 감탄이 터져나오는 아름다운 도시라고 생각하지만 헤어진 일행을 찾기 위해 이전과는 달리 이전의 도시들을 구경하듯 수도를 구경하지 못하고 카프멘과 함께 곧장 성 안으로 들어간다.

성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카프멘은 방문객을 안내하는 궁인을 찾아 월대륙에서 온 손님은 어디에 있냐고 질문한다. 궁인은 카프멘을 보자마자 놀라면서도 그들은 성 밖 부근에 있는 저택을 빌려 거주하고 대답하고서 말을 마치자마자 펄쩍 뛰면서 '대공께서 월대륙 황후와 물에 빠졌단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고 소리를 높인다. 카프멘은 헛기침을 하고서 자신을 가리키고, 궁인은 그제야 자기가 말한 '월대륙 황후'가 자신이란 걸 눈치채 사색이 되어 자신이 호위들과 같은 제복을 입고 있길래 그랬다고 사과한다. 궁인의 말에 항구에 도착한 후 에인젤과 카프멘이 갈아입을 옷을 구해주었지만 노출이 너무 심해서 다른 옷을 찾아보았으나, 륍트는 남자 옷이나 여자 옷이나 노출이 심했기에 결국 용기가 나지 않아 계속 제복 차림으로 있었는데, 그 탓에 궁인은 자신을 기사로 착각한 모양이라고 생각해 괜찮다고 대답한다.

이후 궁인으로부터 일행이 어디 있는지 자세히 설명을 듣는다. 카프멘과 궁을 나서면서도 미리 륍트의 왕비인 이모나에게 사람을 보내 '늦은 시간이라 지금 인사를 하기엔 예의가 아닌 듯 하니 내일 밝은 후 인사를 하고 싶다'고 양해를 구해둔다.

성 밖으로 나오자마자 이미 소식을 듣고 기다리고 있었던 로라는 궁전 문 앞에서 자신을 맞이해준다. 펄쩍 뛰면서 달려온 로라를 끌어안고서야 불안감이 가시지만 로라는 엉엉 울면서 자신이 갑자기 휭 하고 날아갔다고 들었고, 자기는 선실에 있느라 못 봤는데 듣고서 진짜 진짜 놀랐다고 말하지만 도중에 말이 끊어진다. 이 말을 들으며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이해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로라를 품 안에 안고서 눈물을 참으며 오는 내내 경치를 보며 신기해했고, 이런 곳이 있다고 감탄했는데 자신도 모르는 불안감이 있긴 있었다고 생각한다. 로라는 한참만에 눈가를 닦으면서 자신을 놓고 부끄럽다는 듯 웃으며, 보내준 서신은 잘 받았고 잘 이해가 안 간다고 말하고서 뜬금없이 4기사단이랑 같이 온다니 그게 무슨 뜻이냐고 질문한다. 대답을 해주려던 찰나 그제야 에인젤이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았고, 4기사단 기사는 계속 남아있었다는 걸 알아챈다. 에인젤이 어디 갔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는다.

륍트의 왕인 이모트가 자리를 비운 상태였기에, 이모나와 단 둘이 식사 자리를 가지게 된다. 사실 '단 둘'이라고 하기엔 애매하긴 하고, 멀지 않은 곳에서 이름 모를 악기를 든 아름다운 사람들이 잔잔한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모나는 륍트의 특산품인 술을 잔에 따른 후, 잔을 약간 들어보이며 우아하게 웃으면서 '늘 월대륙이 어떤 곳인지 궁금했는데, 월대륙의 황후님을 뵈니 월대륙이 어떤 곳일지 짐작이 간다'고 말한다. 마주 웃으며 이모나의 행동을 따라하지만, 겉으론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생각에 웃지 못한다. 이모나는 어떤 곳일지 짐작이 간다 말하면서도 그 짐작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기에, 저런 식으로 표현하면 어떻게 보일지 의식하느라 상대에게 휩쓸리기 쉽다고 생각함과 동시에 사람을 다루는데 아주 일가견이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던 중 이모나는 자신은 '밤중에 찾아온 남자'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말한다. 속으로 감탄하고 있던 중 들은 말이였기에 놀라 쳐다본다. 일부로 놀리는 듯한 묘한 뉘앙스였다고 생각하지만 이내 정말 그런 뜻일리가 없다고 생각해 눈이 마주친다. 이모나는 웃음을 터트리고, 보석을 엮어 만든 머리 장식 아래로 휘어진 그녀의 눈을 보고서 바로 에인젤을 떠올린다. 그와 동시에 전 날 갑자기 사라졌음을 떠올려 그가 이모나와 만났고, 자신 몰래 이모나를 찾아와 속닥거리고 갔다면 자신이 들어서 좋을 이야기가 아니었을 것임을 눈치챈다. 습관적으로 혀를 차는 대신, 잔을 내려놓으면서 최대한 의미심장해보이도록 월대륙이 어느 쪽 분위기이기를 바라냐며, 자신 같은 분위기나, 아니면 전 날 본 '그 남자' 같은 분위기냐고 질문한다. 이모나는 잠시 눈썹을 치켜세웠으나, 곧 입꼬리를 올리며 선택할 수 있는 거냐고 질문한다.

이모나와의 식사 이후, 그녀와 둘이서 대화를 나누고 나니 마음도 복잡해지고, 마음 만이 아닌 교역 문제도 좀 복잡해질거라고 생각한다. 카프멘과 상대할 때는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생긴각하지만, 이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카프멘은 교역 상대국을 찾기 위해 전국을 떠돌며 고생했기에, 같이 처음부터 노력해준 자신에게 교역 독점권을 주는 걸 전혀 싫어하지 않았지만, 이모나는 다르며, 그녀는 일반 왕족이 아니라 통치자이기에, 첫 교역을 시작한 상대국에게 굳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독점권을 주어야할지는 망설일 수 있으며, 입장이 전혀 다른데다가, 실리와 의리 둘 중 어느 쪽을 쫓아야할지에 대한 고민은 모든 통치자라면 의외로 자주 겪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벤치에 앉아 별을 보며 손가락으로는 하나하나 하나 하늘을 짚어보고 있는 카프멘을 목격한다. 뭐하는 거냐고 생각하면서 다가간다. 자신이 다가가자 카프멘은 손가락을 내려놓으며 자신이 묻기도 전에 먼저 옛날 일을 떠올리던 중이였다고 털어놓는다. 카프멘의 어린 시절이냐고 대답하면서도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카프멘은 입꼬리가 미묘하게 올라간다. 이를 보고 그의 일이 아님을 눈치챈다. 카프멘은 자기도 그때 어리긴 했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어린 시절이냐고 말하자 카프멘은 수긍한다. 누구의 어린 시절이냐고 묻던 찰나, 카프멘은 비밀로 하겠다며 그 사람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수긍해주고서 다가간다. 카프멘은 벤치에서 일어서더니 자리를 가리키며 여기 앉으라고 권한다. 곧 갈 거라고 거절하며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카프멘은 자신을 한 번 보더니, 하늘을 한 번, 다시 자신을 한 번 보더니, 하늘을 한 번 보며 무언가를 기억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다가, 갑자기 바닥을 쳐다보며 샬렛 공주에게 청혼했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카프멘은 덤덤하게 말했으나, 본인은 놀라 정말이냐고 질문한다. 카프멘은 자신 쪽을 쳐다보지도 않은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샬렛 공주와 카프멘, 이 조합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대였기에, 할 말을 잃고 쳐다본다. 이내 떨떠름한 내색을 최대한 감추고서 괜찮냐고 질문한다. 배, 섬, 오는 길에 들른 저택, 궁전에 오는 내내 카프멘은 결혼 생각을 하며 힘들어했고, 며칠 내내 표정이 안 좋은 걸 보면 분명 하기 싫은 결혼일거라고 생각했기에 질문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내 혹시 카프멘이 샬렛 공주와 결혼하는 게 다른 이유가 있는 거냐고 생각하다가 정략 결혼을 떠올리지만, 정략 결혼은 오히려 온갖 조건이 오고 가느라 연애결혼보다 더 까다롭지만, 화이트 몬드와 륍트 사이에서 오고 갈 어떤 조짐도 없다고 생각한다. 카프멘은 설명을 해줄 것 처럼 입술을 달싹이다가, 몇 번 그러고는 본인이 원해서 하는 결혼이니 자신이 신경쓸 일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한다. 이 말에 자신이 오지랖을 부린다 여겨 민망한 기분에 물론 그렇겠다며 어색하게 대답하고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밤새 머리를 굴린 탓에 눈꺼풀이 무거웠지만, 반대로 마음은 한풀 가라앉게 된다. 역시 그 수밖에 없다며, 이모나를 협박할 수 없으니 에인젤을 협박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좋아하는 그이니 이를 이용해서 쫓아내겠다고 생각한 후 옷을 갈아입는다.

그러나 옷을 다 갈아입기도 전에 밖에 있던 기사는 에인젤이 찾아왔다고 알린다. 에인젤이 이 시간에 왔다는 것에 힐끗 시계를 본다. 창 밖만 봐도 어둡다는 걸 알 수 있는 새벽인데도 이런 시간에 왔다는 것에 꿍꿍이가 있는 건지, 대책을 세우자마자 설마 한 건 더 터트리러 왔냐는 의심을 품는다. 불안하지만 내보낼 수는 없기에 가벼운 옷을 입은 후 들어오게 한다. 문제가 있다면 그게 뭔지 보아야 해결 방법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방에 들어온 에인젤은 평소보다 더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였다. 입에 꽃이 핀 거냐며, 륍트는 여름이지만 그 혼자 봄이라고 여기고, 이모나를 흔들어 놓았으니 무슨 일이 있긴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방금 전 이모나를 만나고 왔다는 말에 역시나 이모나가 결국 에인젤에게 긍정적인 대답을 해준거라고 생각한다. 이내 '방금 전 만나고 왔다'는 말에 당황해한다. 새벽인데도 만났다는 것에 이 시간을 새벽이라 여기는 건 자신만의 기준인거냐고 생각한다. 에인젤이 자신을 만나러 온 것도 의외인데 그 전에 이모나까지 만나고 왔다니 륍트에서는 하루를 더 빨리 시작하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에인젤은 '이번에도 나비에 님이 승리했다'는 예상치 못한 말을 꺼낸다. 비꼬는 거냐는 생각에 인상을 찡그리고 쳐다본다. 하지만 에인젤은 이제는 가슴 위에 손을 올린 채 연극조로 '다시 패배했으니 난 또 나비에 님에게 사로잡혀 있게 생겼다'고 한탄한다. 무슨 소리인거냐고 황당해한 찰나 에인젤은 '난 지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한 번 지고 나면 며칠은 끙끙 앓는다'고 말한다. 헛소리라고 딱 잘라 말하지만 에인젤은 '계속 헛소리를 들으면서, 패배를 안겨준 사람이 꿈에 나타나 헛소리를 계속한다'고 받아친다. 이 말에 자신이 그의 꿈에 나타나 헛소리를 한단 말이냐고 따지면서도 '지금 헛소리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너'라고 돌려 표현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에인젤은 지금까지 너무 자연스러워서 눈치채지 못했다는 말을 꺼낸다. 의아해한 찰나 에인젤은 어떨 때는 막 말을 놓고, 어떨 때는 격식을 갖추어 말하는데, 기준이 있는 거냐고 질문한다.

에인젤이 떠난 후에도 그가 말한 자신이 그를 이겼다, 이번에도 자신이 승리했다는 말을 떠올리며 여전히 그 승리가 무엇인지 오히려 궁금해질 지경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카프멘인가 하는 생각에 확인해보자고 다짐한다.

카프멘이 머무는 거처로 찾아간다. 기사가 이 시간에 가려는 거냐고 질문하자 륍트에선 이 시간에 다니는 모양이라고 대답한다. 기사는 고개를 기웃하면서도 자신이 확신을 가지고 말하자 순순히 걸어간다. 이모나도 그렇고 에인젤도 그렇다며, 카프멘 역시도 륍트 사람이고 고향에 돌아왔으니 지금쯤 멀쩡히 깨어있을거라고 확신하면서도 자신도 륍트에 왔으니 륍트의 방식을 따라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방 문을 두드린 순간 카프멘은 누가 봐도 잠에 취한 얼굴에, 단정하던 머리에도 새집이 지어진 모습으로 비틀비틀 걸어나오며, 이 시간에 찾아올 줄은 몰랐다고 말한다. 이 광경에 아니었냐고 당황해한다. 삐쭉 올라온 머리카락을 쳐다보지만 카프멘은 조금 낯빛이 붉어져 잠시 안에서 기다려주겠냐고 말하고서 안으로 들어간다. 기사는 '거봐요.'라는 시선을 자신에게 보낸다. 민망한 기분을 감추기 위해 정색하고서 자신도 륍트에 처음 와서 그렇다고 대답한다.

응접실 안으로 들어가 잠시 기다린다. 가벼운 가운 차림으로 갈아입고 나와 머리카락은 잘 눌러둔 채인 카프멘의 모습에 륍트는 사람들이 새벽에 활동을 시작한다 생각했다고 사과한다. 카프멘은 (륍트에서) 그런 사람은 이모나 뿐임을 알려준다. 이모나가 특이한 경우였음을 알게 되자마자 카프멘은 대충 자신이 무슨 이유로 이 시간에 찾아온건지 알 거라고 생각한다. 어색하게 웃고 있던 중 카프멘도 따라 웃으면서 이해했다며, 오해할만하다고 대답한다. 자신이 이 시간에 왔는지 알아냈다면, 자신이 무슨 이유로 왔는지도 알아냈을거라고 지적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카프멘은 미소째 굳는다. 그 표정을 살피며 이모나는 분명 에인젤에게 흔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마음을 바꾸었으니 혹시 카프멘과 관련이 있냐고 정곡을 찌른다. 아니나다를까 카프멘은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그 모습에서 대답을 알아챈다. 카프멘은 머뭇거리다가 오해하지 말라며, 본인에게 유리한 방향을 선택했을 뿐이라고 대답한다. 자신도 고맙다 말하러 온 게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한다. 이 말에 카프멘이 놀라자 에인젤을 꺾을 방법은 자신에게도 있었으니, 혹시 카프멘이 나선거라면 헛수고였단 말을 하러 온거라고 딱 잘라 말한다. 이후 방에서 나간다.

한편 하인리는 맥켄나로부터 나비에의 실종 소식을 들고 새로 변신해서 륍트로 날아간다. 맥켄나도 새로 변신해서 따라가는데 '째째째째째' 하는 소리를 내며 쫓아갔다. 에르기 역시 하인리가 전서조를 통해 편지[5]를 보내면서 나비에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

며칠 간 륍트의 축제를 구경하고, 이모나가 열어준 륍트 방식 연회에 참석하고, 무역 관련된 회의에 참석하고, 수요는 신선한 과일이 가장 많은데 이번 같은 일이 생길 경우 신선식품은 무역으로 가져올 수 없는 경우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느라 덕분에 아침에 일어나 뭘 좀 하고 나면 눈깜짝할 사이에 하루가 끝나게 된다. 그 사이에, 자신이 일행과 헤어진 사이 항구에 남은 아르티나 경과 랑드레 자작도 수도에 돌아와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간 후 륍트를 떠나기 바로 전 날 이모나는 귀족들을 불러 작별 연회를 열어주겠다고 제안한다. 이모나의 제안에 괜찮다고 사양한 후 마지막으로 륍트의 일상을 돌아보기 위해 옷을 조용히 갈아입고 있는다.

그러던 중 가지러 갈 게 있다면서 잠시 자리를 비웠던 로라는 껑충거리면서 뛰어오더니 웃으면서 몸을 꼰다. 몸을 꼬면서도 손은 등 뒤에 두고 있는 것에 왜 그러냐며, 뒤에 뭘 숨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로라는 깜짝 놀라면서도 감춘 륍트의 의상을 내밀어 이거 보라고 말한다. 노출이 많고, 화려한데다, 이모나를 위해 한 번 입어볼까 싶었으나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아 입지 못한 륍트의 의상에 웃으면서 예쁘다며, 기념으로 가져가려는 거냐고 질문한다. 로라는 자기도 가져갈거지만 이건 아니라며, 이건 자신에게 주려고 한다고 대답한다. 이 말에 놀라 손을 내저어 자신은 괜찮다고 말한다. 로라는 괜찮다며, 잘 어울릴거라고 재촉한다. 다시 손을 저으면서 괜찮다며, 로라가 입으라고 대답하지만, 로라는 자기도 입을거라며, 자신도 같이 입자고 재촉한다. 륍트 의상은 아름답고 매력적이지만, 월대륙 분위기와는 맞지 않았고, 문화를 존중해야하는 의미에서 꼭 입어야한다면 모를까, 이모나가 괜찮다고 해준 상황에 굳이 입고 싶지 않아한다. 로라만 입으라며, 자신은 괜찮다고 다시 거절해보지만, 로라는 륍트에 왔으면 륍트의 옷은 한 번 입어봐야한다며,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옷을 꼭 잡고서 유달리 평소보다 반짝이는 눈으로 졸라대는 로라의 태도에 알았다며, 딱 한 번이라고 대답해 결국 넘어가고 만다. 자신이 사라진 사이에 로라가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들었기에 차마 이런 사소한 일까지 안 된다고 거절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로라가 좋아하자 입고 나가진 않을거라며, 둘이서만 보는 거라고 대꾸한다. 좋아하는 로라를 보며 저렇게 좋아하는데 괜찮겠다 싶기도 하다는 생각에 결국 로라와 자신 둘 다 륍트의 의상으로 갈아입는다.

입는 방식이 익숙하지 않아서 서로 옷 입는 걸 도와주는데도 시간을 제법 잡아먹었으나, 다 입고 나니 좀 재밌고, 신기해한다. 로라는 자신이 륍트 의상을 입은 채 거울 앞에 서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서 키득거린다. 놀리지 말라고 대답하지만, 로라는 그런데 정말 잘 어울리신다며, 하인리 폐하가 좋아하실거 같다고 말한다. 이후 로라는 륍트에서 사귄 친구들에게도 자기 옷을 보여주겠다며, 위에 망토를 걸치고 밖으로 나간다. 혼자 남아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본다. 역시 어색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하지만 자신도 하나 기념으로 가지고 가고, 하인리 것 하나, 자신 것 하나 가지고 갈 생각을 한다. 이내 로라 말이 맞다며, 하인리라면 좋아할 것 같기도 하다고 여긴다.

그때 퀸의 모습인 하인리가 소리를 낸다. 그 소리에 저렇게 기쁘게 울면서 기쁠 때 나오는 그 춤을 출지도 모르겠다며, 무척 귀엽겠다고 생각한다. 하인리는 재차 소리를 내지만, 그가 보고 싶어서 그런지, 이젠 하인리가 우는 소리도 환청으로 들린다고 여긴다. 하인리는 다시 소리를 내지만, 진짜 새가 우는 건지 생각하다가 륍트에도 하인리처럼 우는 새가 있다고 여기고, 월대륙에도 하인리처럼 우는 새가 있겠다며, 자신의 옆에서 안 올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인리는 계속 소리를 내지만, 그래도 좋다며 그리운 소리가 들려왔다고 생각한다.

하인리처럼 우는 새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거울에서 시선을 떼고 몸을 돌려 창가로 다가간 순간 창가에 앉아있는 새의 모습에 울음소리 뿐만이 아닌 생긴 것도 하인리와 똑같다고 생각한다. 원래 이렇게 생긴 새는 다 구구 하고 우는 건가 하는 생각에 신기해해 부리를 만진다. 눈을 감고 가만히 손길을 받는 것에 이런 면까지 하인리를 닮았다고 생각한다. 순하다고 여겨 머리를 매만지다가 슬쩍 안아들려한다.

그러나 안아들기 전 하인리는 뒤로 물러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변신을 풀고 사람 모습으로 돌아오며 설마 아무 새나 이렇게 막 안아주고 그러는 건 아니냐며, 자신의 새는 퀸 밖에 없단 걸 명심해야한다고 타박한다. 반가워해 얼굴을 끌어안다가, 다시 놓고 뒤로 물러나 한 번 더 얼굴을 살피며 진짜 하인리냐고 묻는다. 하인리는 눈웃음을 지으면서 가짜 하인리도 있는 거냐고 놀린다.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해서 그의 얼굴을 마구 매만지고 있자니 뒤늦게 하인리가 여기 있으면 안 된다는데 생각이 미친다. 여긴 어떻게 왔냐고 따지지만 하인리는 '그대가 바다에 빠졌다니까'라고 대꾸한다. 괜찮다고 소식을 전했는데 설마 못 받았냐고 따지지만, 하인리는 받았지만 정말 괜찮은지 확인하러 왔다며, 건강한지, 무탈한지, 확인하고 싶어서였다고 대꾸한다. 말을 마친 하인리는 얼굴이 불그스름한채 시선을 피하며 하지만 괜찮아보이니 다행이라고 중얼거린다. 괜찮아서 다행이라면서 얼굴은 왜 붉히지 하는 생각에 그의 반응을 수상해한다.

그러다 뒤늦게 자신의 차림을 눈치챈다. 경악해해 황급히 하인리를 밀어내지만, 하인리는 이미 볼 걸 다 본지라 순순히 밀려나면서도 태연하게 웃으면서 뭐 어떠냐며, 자기는 지금 아예 아무것도 안 입었다고 놀린다. 속으로 '자랑이다. 자랑이야.'라고 혀를 차면서 가볍게 볼을 꼬집는다. 하인리의 눈이 흔들린 걸 보고 손을 놓는다. 왜 이러는가 싶어서 두 손으로 뺨을 감싸고 왜 이러냐며 우는 거냐고 묻는다. 하인리는 자신의 손등 위에 연신 입을 맞추며 소식 듣고 미치는 줄 알았다고 대답하고서 '여기가 까맣게 타들어가는 느낌이였다'고 말하며 자신의 손을 가져다 자기 가슴 위에 올린다. 손이 손바닥에 닿으면서 열기와 고동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느낌에 그 상태로 가만히 있다가 고개를 들어 하인리의 눈을 약간 들여다보며 물기가 어려서인지 그의 눈동자가 제비꽃을 우린 차처럼 보인다고 생각한다. 하인리는 자신의 손으로 자기 얼굴을 감싸더니, 살 냄새를 맡으려는 듯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그래도 무사히 됐고 보고싶었다며,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견딜수가 없었다고 속삭인다.

한창 하인리와 간만에 만난 정을 풀고 있던 중 로라는 문을 두드리며 자신을 부른다. 잠시만이라며 얼른 대답하고서 자신의 목에 달라붙어있는 하인리를 떼어내며 나중에라고 말한다. 하인리를 숨기기 위해 숨길만한 장소를 찾지만 없음에 경악한다. 이모나가 알려준 륍트의 궁전 구조[6]를 떠올리고 암살자를 막으려다가 하인리가 숨을 쥐구멍이 막히게 생겼다고 생각한다. '이 얄미운 새는 혼자 태평하다'는 생각에 얄미워서 등을 찰싹찰싹 때리지만, 하인리는 웃음을 터트리더니 그제야 새로 변해 창 밖으로 날아간다. 혼자 고고하다고 생각하며 멀어지는 하인리의 꽁지깃을 노려본다.

그때 로라는 겁먹은 목소리로 다시 부른다. 자신이 문을 열어주지 않자 걱정이 된 모양이라고 여겨 얼른 문가로 다가가 문을 열어주며 괜찮다고 말한다. 로라는 자신의 얼굴을 보자 그제야 활짝 웃으다가 잠시 후 어딘가에 시선이 멎더니 눈동자가 빠르게 흔들린다. 왜 저렇게 당황해하는 거냐고 의아해하다 로라의 이름을 부르지만, 로라는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더니 눈을 질끈 감으며 생각해보더니 뭘 두고 왔다고 둘러댄다. 의아해해 어디에냐고 질문하지만 로라는 밖이라고 재차 둘러댄다. 사람을 시키라고 말한 순간 로라는 직접 가고 싶다고 다시 둘러댄다. 뭘 두고 온 건지 어디에 두고 왔단 건지 물어볼 사이도 없이 로라는 곧장 뒤돌아 나가버린다. 로라의 몹시 부자연스러운 태도에 수상해한다.

하인리가 륍트 의상을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기에 몇 벌 사서 선물할 생각으로 외출했으나, 무슨 일인지 들리는 의상실마다 이미 '파는 옷이 없다'는 말을 듣게 된다. 황당해해 누가 의상을 다 사 간거냐고 카프멘에게 물었으나 카프멘은 다들 입을 모아 말하길 '잘생긴 사람'이 사갔다고 말했다며, 무척 잘생긴 사람이였다고 설명해준다. 그래도 전부다 사가진 않았을거라고 중얼거린다. 카프멘은 의상실 주인에게 한 번 더 묻더니 전부 사 간 게 맞다고 다시 설명해준다. 대체 어떤 사람이 그런 짓을 했냐고 중얼거린 찰나 카프멘은 의상실 주인에게 뭐라 또 묻더니 갑자기 인상을 찡그린다. 굳은 표정에 왜 갑자기 그러나 싶어 왜 그러냐고 묻지만 하인리는 미심어쩍하는 목소리로 옷을 사간 사람이 금발에 보라색 눈동자를 가졌다고 알려준다. 그 말을 듣자마자 하인리를 떠올린다. 설마 아니겠지 하는 생각을 하지만, 이내 억지로 머릿속에 든 생각을 털어버리려 노력해본다. 역시 하인리 같다고 다시 생각한 찰나 카프멘도 같은 의견인지 걱정이 되어 왔던 모양이라고 말한다. 이마에 한 손을 올리고서 속으로 "멍청한 바보새!"라고 탓해보지만, 하인리가 들을리가 없다고 여긴다. 이 속생각은 카프멘만 들었기에 카프멘은 다른 생각을 해보는 게 어떠냐고 대꾸한다. 이에 미안하다고 말한다.

하인리는 제대로 국경을 거치지 않고 온 것이라, 다음 날에도 결국 공식적으로 나타나지 못하고 밤에 몰래 다시 들어와 끊이지 않는 키스를 퍼붓고 간다. 륍트 의상을 사 간 게 하인리냐고 추궁한다. 이에 하인리가 어떻게 알았냐고 반문하자 금발에 보라색 눈동자를 한 미남이 사갔다고 알려준다. 하인리는 '월대륙 미남은 화대륙에서도 미남인가보다'라고 능청스럽게 웃으면서 대꾸하고서 자신의 이마에 자기 이마를 비빈다. 그래도 웬일로 이실직고한다며, 서대제국으로 돌아가서 볼 때까지 비밀로 할 줄 알았다고 지적한다. 하인리는 그렇지 않아도 부탁할게 있어서였다고 털어놓는다. 의아해한 찰나 하인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의 귀에 대고 부끄럽다는 듯 륍트 의상을배에 태워서 같이 운반해달라며, 들고 갈 방법이 없다고 속삭인다. 이 말에 속으로 "......진짜 이 맹한 새가?"라고 황당해한다.

이모나와 작별 인사를 한 후 타고 온 배에 오른다. 이모나는 '다음에 또 만날 길이 있기를.'라고 작별 인사를 건내고는 카프멘을 향해서도 "아가. 네 마음에도 안식이 찾아오기를."라고 다정하게 인사한다. 카프멘이 무릎을 굽히자 이모나는 카프멘의 이마 위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한 번 끌어안았다가 놓는다. 그 모습을 보고서 이모나가 카프멘을 많이 염려하고 걱정한다는 것, 카프멘 역시 이모나에게 많이 의지한다는 것을 느낀다.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멀지 않은 곳에서 에인젤이 타고 온 배가 세워져 있는 걸 바라본다. 이모나는 에인젤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에인젤은 아직 떠나지 않았고, 홀로 남은 배가 흔적으로 남아있는 것에 에인젤은 다른 나라 쪽으로 갔다는 이모나의 말을 떠올려 어디로 갔을지 궁금해한다. 새 무역 상대국을 찾으러 간 거냐고 생각하지만 어려울거라고 판단한다. 이내, 그 정도로 열정적인 인간이라면 다른 무역로를 뚫을 수도 있을거라고 판단한다.

그러고 있자니 선장은 자신에게 다가와 허리를 약간 숙이며 이제 출발할 시간이라고 말한다. 고개를 끄덕여 허락한다. 자신의 허락에 선장은 선원들을 향해 한 손을 번쩍 들어올리고, 동시에 하얀 기가 펄럭이며 위로 올라간다.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드디어 돌아가는구나. 내 집으로. 무사히!"라고 가슴이 벅차한다.

선원들도 대신들도, 대신들이 데려온 사람들도, 랑드레 자작과 로라도, 아르티나 경까지 모두 표정이 환했고, 악사들은 밝고 경쾌한 음악을 연주하며, 이따끔 달빛이 환한 밤에는 갑판에서 가벼운 간이무도회를 여는 등 등 돌아가는 길은 내내 분위기가 평화로웠으나, 신나게 웃고 떠들다가도 자신이 갑판 부근에만 가면 다들 정색한다. 바람을 쐬려고 한다고 둘러대보지만, 로라는 바람은 여기 있어도 분다고 반박한다. 갑갑해하면서도 이미 자신은 갑판 부근에 서 있다가 황당하게 날아가 실종됐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여기며, 허공에서 본 아르티나 경과 랑드레 자작의 놀란 표정이 새삼 떠올라 생각하니 부끄럽다고 생각한다. 섬에 조난당했을 당시에는 앞길이 막막하고 상황이 놀라워서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지금 되새겨보니 두 사람 다 표정이 장난아니었고, 자신은 아르티나 경이 그렇게 눈을 커다랗게 뜨는 건 처음 봤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이동하던 중 사방이 전부 다 파란 물이라, 어디쯤인지조차 짐작하기 어려운 곳에 있을 때쯤, 로라는 비장한 얼굴로 슬며시 다가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자신을 부른다. 무슨 말을 하려냐고 생각한 찰나 로라는 자신이 마지막으로 배에 실은 그 물건들이라고 언급한다. 하인리가 부탁한 륍트 의상이였으나, 너무 많이 가져가는 것 같아서 직접 산 게 아닌데도 자신이 부끄러워진다고 생각한다. 이내 무표정을 유지하고서 그게 왜냐고 되묻는다. 로라는 호기심과 정체모를 감정이 담긴 목소리로 언제 산거냐고 물어본다. 옷 한 벌을 사기 위해 의상실을 몇 군데나 돌아다닌 자신이, 갑자기 옷을 몇 보따리나 가지고 승선하는 걸 알아차릴 정도로 로라는 영민하기도 하다고 생각하며, 이 점 때문에 물어보는 것임을 알아차린다. 하지만 자신 역시 짐을 배에 실으면서 만약을 대비해 카프멘과 말을 맞춰두었기에 괜찮다고 생각하고서 일부로 카프멘 쪽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카프멘이 도와주었다고 대답한다. 카프멘은 멀지 않은 곳에서 책을 읽다가, 자신 쪽을 향해 덩달아 웃으며 묵례한다. 이를 목격한 로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으나, 어째서인지 그럴듯한 변명을 했는데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얼굴이였기에 의아하게 여겨 로라를 쳐다보며 왜 그러냐고 묻는다. 로라는 주먹을 쥐더니 자신을 향해 "전 그래도 폐하의 편이예요! 아시죠?"라는 의문스러운 말을 내뱉는다.[7] 로라의 말에 갑자기 무슨 영 생뚱맞은 말이냐고 의아해한다.

로라에게 물어보려하던 찰나, 망루에 올라가 망을 보던 선원은 "해적이다! 해적이야!"라고 외치고서 망루에 달린 종을 세게 흔들어대기 시작한다. 고요하던 배 위에는 종소리가 퍼져나가고, 혼자 씩씩거리던 로라는 덩달아 그 말을 외치면서 펄쩍 뛴다. 선원이 외친 '해적'이라는 한 단어와 연달아 울린 종소리에 평화롭던 선상 안 분위기가 바뀌고, 랑드레 자작과 아르티나 경은 얼른 자신의 곁으로 와서 자신과 로라를 몸으로 감싼다. 로라는 자신의 팔을 꼭 붙잡고 그런데 해적이 어딨단거냐며, 자기 눈에는 바다 밖에 안 보인다고 중얼거린다. 이 말에 자신 눈에도 바다 외엔 안 보인다고 수긍한다. 안개도 없는 그냥 커다랗고 환한 바다였기에 커다란 구름이 끼어있긴 하지만, 도대체 해적이 어디 있는 거냐고 궁금해한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안개인 줄도 몰랐던 안개 사이로 선미가 나타나고, 서서히 커다란 배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 커다란 배의 모습에 신화 속에나 나올법한 그 크기가 위압적이라고 생각한다. 로라는 순식간에 조용해지고, 자신 역시 멀리서 보아도 느껴지는 거대한 배의 크기에 순간 압도되어 입을 다문다. 서서히 드러난 배의 돛에 그려진 해골 무늬를 보고서 이게 해적이냐고 생각하며, 오싹할 정도로 두려운 느낌이 든다. 갈 때는 이상한 바다 생명체 때문에 조난당했는데 올 때는 해적에게 걸린 것에,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랑드레 자작은 이 와중에도 침착한채 차분한 목소리로 기사들에게 전투 준비를 명령하고, 기사들은 재빠르게 랑드레 자작의 명령을 수행한다. 아르티나 경은 조용히 허리춤에서 검을 아주 약간만 손잡이를 꽉 쥐고서 무슨 일이 있어도 나비에와 로라를 보호하라고 명령한다. 그 사이에도 파도를 헤치고 여러 척의 배가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서 자신이 두려워하면 로라가 무서울거라는 생각에 긴장한 걸 감추고 무표정을 유지하고서 가까워지는 배들을 쳐다본다.

그러나 배와 배가 서로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진 순간 갑자기 해적선은 뱃머리를 돌리고, 이 광경을 본 로라까지 해적선이 돌아가는 것을 알아볼 정도로 노골적으로 돌아간다. 잠시 후 위풍당당하게 등장했던 거대한 해적선들은 도로 배를 돌려 가버리고, 이 광경을 본 로라는 눈을 휘둥그레하게 뜨고서 진짜로 돌아간다고 외친다. 다들 영문을 몰라 웅성거리던 도중 한 명은 혹시 그 해적일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랑드레 자작의 기사도 얼른 나서서 해적을 쫓아다니는 해적이 있는데, 일반 배에는 관심이 전혀 없다고 설명해준다. 그럼 해적이 아니지 않냐고 질문한다. 랑드레 자작의 기사는 일단 해적기는 걸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도 좀 이상하지 않냐고 물으려한다.

그때, 얼핏 커다란 배 갑판에서 어디서 본 듯한 남자를 목격한다. 누구냐고 궁금해해하면서도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 실루엣을 보고서 느낌에 에르기라고 추측한다.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앞으로 나서지만, 기사들이 위험하다며 자신을 말린다. 결국 기사들을 달고서야 갑판 끝으로 나가는데 성공하지만, 갑판 끝으로 갔을 때는 에르기는 보이지 않았고, 대신 안개를 뚫고 웅장하게 나왔던 해적선들이 거리를 둔채 길을 안내하기라도 하듯 앞서간다. 하인리가 해적과 관련 있단 소문을 상기하고서 혹시 그 해적이 에르기가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설마 아닐거라며, 잠시 떠오른 생각을 떨쳐내, 설마 일국의 공작이 해적들과 어울리진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때 조용히 자신과 같은 방향을 보던 아르티나 경은 소문일 뿐이지만, 해적을 쫓는 해적이 찾고 있는 해적이 있다고 알려준다.

배는 블루 보헤안의 항구에 도착한다. 도착하자마자 하인리부터 목격한다. 출발 날짜를 잘 계산한 듯, 단상을 가져다 놓고 앉아 있다가 배를 대기도 전부터 손을 흔들어 아는 척을 하고 있었던 하인리에게 에르기 공작이 해적이냐고 질문한다. 하인리는 '나 여기 배웅나왔는데, 우리 오랜만에 만났는데. 만나자마자 다른 남자 얘기냐.'라고 시무룩해한다. 하인리의 옆에는 블루 보헤안의 왕이 몹시 부담스럽단 얼굴로 마지못해 웃고 있었다.

하인리는 어쨌든 그렇게 했는데, 자신이 만나자마자 에르기에 대해 질문을 던진게 서운한건지 시무룩해하는 기색을 감추지 않은채, 선장에게는 '책임자는 내가 단단히 문책할 생각이니, 사건의 경위를 제대로 작성해서 보고하라'며 그 와중에도 화풀이는 엉뚱한데 한다. 선장 탓이 아니란 걸 알고 있지 않냐고 지적하고서 그가 륍트에 새로 변해 찾아왔을 때 자신이 분명 사건 경위를 아주 샅샅히 알려주었다며 황당해한다. 카프멘과 외딴 섬에 고립되어 있는동안 그의 바지를 입고 그의 하체를 보았단 얘기는 하지 않은채, 그랬다간 하인리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바다에서 그런 이상한 게 튀어나오는데 선장이 어떻게 하겠냐고 지적하면서도 가는 길목에 튀어나와있던 것도 아니고 도중에 중간에서 퍽 튀어나왔다고 황당해한다. 하인리는 그래도 경위는 제대로 파악해야한다고 대꾸하고서, 자신도 오자마자 에르기가 해적인가부터 파악하려했지 않냐고 반문한다. 삐졌냐고 묻지만 하인리는 맞다며 투덜댄다. 그렇게 단호하게 말하면 자신이 할 말이 없어진다고 당황해해 앞서가는 하인리를 쳐다본다. 그러고 있자니 하인리는 멈춰서서 돌아보며 안 오냐는 듯 자신을 향해 손을 내민다. 이게 에스코트냐고 타박하면서 손을 잡는다. 하인리는 가볍게 웃더니 손등을 가져다 입을 맞추며 환영 인사라고 대답한다.

륍트에서 돌아온 후, 나흘간은 아기들과 시간을 보낸다. 아기들 역시 자신이 잠시 실종되었다는 걸 알기라도 한듯 자신의 곁에 딱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이후 닷새째부터는 다시 일을 조금씩 하기 시작하면서 일주일 째에는 완전히 이전의 패턴을 되찾는다.

이후 가장 먼저 바다에서 일어난 그 기묘한 현상부터 조사하기 시작하며, 항구가 있는 영지의 영주들을 모두 불러보아 질문한다. 자신만 그 현상을 처음 겪은 게 아니었는지 영주들은 갑자기 바다에 치솟은 괴생물체 때문에 배가 흔들린다거나, 뒤집힌다거나 하는 등 그런 이야기는 최근에는 몇 번 들었지만, 아무래도 그런 류의 괴담은 원래부터 많아서 이번에도 괴담이라 생각했다며, 진실이라 하더라도 어느 게 괴담이고 어느게 사실인지 구분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영주들에게 그런 괴담이 처음으로 돈 시점이 언제냐고 질문한다. 영주들은 첫 시작을 따지자면 너무 오래 거슬러간다며, 그야말로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이야기들이라고 설명한다. 그 중에는 괴생물체에 관한 사례가 보고되긴 했지만, 조사 결과 실제 사례는 없었다는 등, 여전히 괴담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영주들도 있었다.

대화가 빠르게 오가는 중 작은 지도 위에, 괴생물체 이야기가 괴담이라고 믿는 영주들의 영지와 어쩌면 괴담이 아닐수도 있다 주장하는 영주들의 영지를 각각 다른 색깔로 칠한다. 표시를 다 하고난 후 놀라운 사실을 눈치채 '수룡'이라고 중얼거린다. 자신이 내뱉은 말에 열렬히 말을 주고받던 대신들과 영주들은 자신이 입을 열자마자 조용해지는 한편, 그중에는 자신이 한 말을 다 들은건 아닌건지 의아한 얼굴을 한 사람도 많아진다. 그들의 얼굴을 찬찬히 살피면서 다시 한 번 더 '수룡'이라고 중얼거린다. 자신이 내뱉은 '수룡'이란 말에 자신이 출발했던 블루 보헤안의 영주는 조심스레 되묻는다. 작은 지도를 내려놓고 큰 지도를 가져오게 해서 중앙에 펼치고서 그 위에 몇 몇 영주들의 항구를 동그라미로 체크한 후 한 지점을 향해 물길을 그려, 영주들에게 물길이 공통적으로 닿는 곳에 수룡의 둥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킨다.

카프멘에게 돌시를 만나보고 싶다고 부탁한다. 흔쾌히 수락한 카프멘은 일주일 뒤 돌시와 약속을 잡았다는 것과, 돌시는 여전히 그의 파랑새를 찾아다니는 중인데, 그 사이에 파랑새가 다시 궁전에 돌아왔을지도 모르니, 그 파랑새를 찾으러 오는 김에 자신과 만나주겠다는 말을 전해준다. 이 말을 듣고 그래도 맥켄나가 이 이야기를 못 들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돌시가 오기로 한 날, 돌시가 응접실에서 기다리자 가려하던 찰나 멀쩡히 벌레 인형을 가지고 놀던 카이사가 울어댄다.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있던 와중이였기에 깜짝 놀라서 요람에 숙여 허겁지겁 불러본다. 그러나 카이사는 계속 울어대더니 갑자기 새로 변했다가 사람으로 변하길 반복해댄다. 이 광경에 오빠가 이상한 증세를 보이자 덩달아 무서워졌는지, 벌레 인형을 움켜쥔채 이쪽을 빤히 보던 라르스마저 돌연 울기 시작하고, 아이들이이 왜 이러는 거냐고 당황해한다. 우선 사람과 새를 오가는 카이사를 안고 손을 뻗어 라르스를 다독거린다. 다행히 라르스는 그것만으로도 침착해져서 울음을 그친다. 라르스의 눈동자가 포도알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카이사를 안은채 갈팡질팡한다. 일반적인 아기라면 의사를 부르면 되지만, 카이사는 지금 새가 됐다 사람이 되기를 반복하고 있었기에 이 와중에 시녀들에게 아이를 맡기고 궁의나 하인리를 부를 수 없는데다, 궁의도 부를 수 없는 상황이였기에, 결국 로즈에게 맥켄나를 불러달라고 부탁한다. 무슨 일이냐는 로즈의 말에 괜찮으니 맥켄나를 좀 빨리 불러달라며, 서두르라고 재촉한다.

카이사를 보여주자마자, 맥켄나는 떼를 쓰는 상태임을 알아채고 설명을 해준다.[8] 카이사가 어디 안 좋은걸까봐 걱정하던 차에 들은 말에 카이사를 안고 어르다가 놀라서 이게 떼를 쓰는 거냐며, 카이사는 아직 아가인데 그런 생각을 하냐고 질문하지만, 맥켄나는 낄낄 웃으면서 카이사를 안아 얼러주다가 "황자님 떼젱이네. 황후 폐하 닮아서 점잖은 줄 알았더니......"라고 놀린다. 그 말에 대답하지 않는다. 맥켄나는 자신를 닮아서 떼젱이라고 재차 놀리고, 말을 끊는다. 맥켄나는 농담이였다며, 우리가 좀 친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절대 진심으로 자신이 떼젱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건 아니라고 둘러댄다. 그게 아니라고 대꾸하며, 지금 1층 가장 큰 응접실에 돌시가 와 있다고 설명한다. 맥켄나는 흠칫 몸을 떨면서도, 자신이 돌시를 왜 불렀는지 알기에 왜 왔냐고 질문하지 않다가, 그런데 그 이야기를하냐고 물어본다. 돌시와 만나기로 한 시간인데 카이사가 이 상태여서 당장 가긴 곤란하다고 대답한다. 카이사를 안고 있겠다고 말하는 맥켄나에게 하인리와 자신이 차례로 오래 자리를 비워서 이러는 것 같으니, 자신이 달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대꾸하고서, 자신이 잠시 아이들을 달래주고 갈테니 맥켄나가 돌시와 잠깐만 같이 있어달라고 부탁한다.[9] 맥켄나는 멍하니 자신을 보더니 울 것 같은 얼굴로 '내가 떼젱이라고 해서 화나신거냐'고 묻는다.

카이사는 떼를 쓴 게 맞았는지, 침실과 부부침실을 오가면서 어르고 노래를 불러주자 점차 안정을 찾고, 사람 모습으로 자신의 어깨에 자신의 뺨을 기댄다. 통통한 뺨이 납작해진채 자신을 향해 눈동자를 굴려대는 걸 보고서야 안심한다. 엉덩이를 아프지 않게 팡 두드리며 '엄마가 걱정했잖아'라고 핀잔을 주자, 카이사는 그래도 싱글벙글 웃으면서 좋다고 웃는다. 카이사가 진정된 것 같자, 이번에는 요람을 움켜쥔채 이쪽을 보고 있는 라르스를 안아올린다. 라르스는 '날 안아주지 않는다면 가만히 안 있으려했어요'라는 표정으로 그제야 만족스럽게 웃는다.

그렇게 한참 라르스를 달래던 도중 맥켄나가 찾아온다. 시각을 확인하며 왜 벌써 왔냐고 말하면서도 그에게 30분 정도 돌시를 상대해달라 부탁했는데 아직 시간이 좀 남은 상태에, 맥켄나가 이유없이 돌아올 사람이 아니란 걸 알지만, 그의 넋나간 표정에 염려가 된다고 생각한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서도 혹시 돌시가 맥켄나가 그가 찾는 "푸른 하늘을 똑 따다 만든 파랑새"라는 비밀을 알아챈거냐고 생각한다. 입꼬리가 올라가자 속으로 의아해한한다. 맥켄나는 자신이 웃고 있다고 대꾸한다. 얼른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미안하다고 말하지만, 맥켄나는 손으로 가린다고 미소가 가려지냐고 툴툴거린다. 그런데 정말로 (돌시에게)들켜서 온 거냐고 거듭 질문한다. 이맥켄나는 손을 내저으며 이거 때문에 온 게 아닌데 깜박했고, 나비에의 미소에 취했다며, 물론 하인리가 취할 때와는 느낌이 좀 다르다고 중얼거리다가 손님이 온 응접실을 잘못 알려주었다고 설명한다. 미안하다고 대답하면서도 돌시는 지금 1층 가장 큰 응접실에 있다고 재차 설명한다. 그 말에 맥켄나는 당황해해 대답을 하지 않는다. 왜 그러냐고 묻자, 맥켄나는 아까도 그렇게 말했다고 대꾸한다. 그럼 자신이 잘못 알려준 게 아니라고 대꾸하고서, 속으로 왜 저러냐고 의아해 쳐다본다. 맥켄나는 고개를 기웃거리며 '그럼 잘못 들어간게 그쪽인가.'라고 중얼거린다.

어쨋든 라르스와 카이사가 진정된 것 같기에 슬슬 자신이 응접실로 내려가기로 하고, 시녀들에게 라르스와 카이사를 맡긴다. 응접실로 내려가며, 맥켄나가 말한 '응접실에 있다는 다른 사람'이 누군지 의문을 품는다.

하지만 응접실 안에는 돌시가 있었다. 돌시는 오랜만이라며 인사를 건낸다. 그런데 왜 맥켄나는 다른 사람이 있었다고 한 거냐며, 돌시가 늦게 도착한건지,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이 이 방에 와 있던건지 궁금해한다. 돌시에게 맥켄나는 여기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고 말하지만 돌시는 그 사람이 자신이라고 대꾸한다. 맥켄나 말로는 여자였다고 대답하지만 돌시는 자긴 원래 무성이라고 설명하며, 이전에 여성체 모습으로 만난 사람이 있었는데 까먹고 그대로 왔었고, 웬 얼빠진 파란 머리가 자신을 보고 놀라기에 다시 남성체로 돌아왔다고 대꾸한다.

돌시는 창틀에서 내려서더니 소파에 앉으면서 인사는 생략하고 '그보다 넌? 내 파랑새 찾았어?'라고 묻는다. 이에 수긍한다. 돌시는 어디서 봤냐고 추궁한다. 속으로 '그게 왜 네 파랑새냐'고 어이없어한다. 바다에서 괴상한 생물체가 날뛰어서 자신이 실종됐단 건 아냐고 대꾸한다. 돌시는 '내 앞에 건강히 있는 걸 보니, 실종된 넌 부하들이 이미 찾은 것 같은데 왜냐'고 받아친다. 지도로 문제가 일어난 바다 부근 항구 근처로 물길을 이어봤는데, 돌시의 둥지가 나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돌시는 되묻는다. 왜 그런 거 같냐며, 혹시 물 아래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냐고 묻는다. 돌시는 고개를 기웃하더니 히죽 웃으며 자기가 날뛰어서 그런 것이라고 중얼거린다.

긴장해서 대답을 기다리던 중 들은 말에 황당해해 누가 날뛰냐고 반문하지만 돌시는 자신이라고 대꾸한다. 왜 그랬냐고 묻지만 돌시는 파랑새가 보고 싶어서였다고 대꾸한다. 이에 대답하지 않는다. 돌시는 파랑새는 보고 싶은데 보이지 않고, 보고 있자니 열 받는 것들만 주위에서 어슬렁거리기에 화가 나서 '싹 다 꺼지라'며 발로 찼다고 대답한다. 당황해 그 몸으로 찬 건 아니냐고 묻는다. 돌시는 원래의 몸으로 찼다고 대꾸한다. 가까스로 쌓아올려 홍수도 가뿐히 막아내는 댐도, 단 몇 번 발길질 몇 번으로 무너뜨린 그 원래의 몸이냐고 황당해해 입을 다물고 쳐다본다. 돌시는 해맑게 웃으며 '내 파랑새는 어디서 봤냐'고 질문하지만, 속으로 저 빌어먹을 발길질 때문에 이전에는 댐이 무너져 홍수가 나고, 이번에는 해양생물들이 바다로 밀려와 날뛰었다고 분노한다. 돌시가 왜 대답을 하지 않냐고 추궁하자, 파랑새야 자주 본다며, 황궁 정원에 가면 자주 날아다닌다고 대꾸한다. 이 말에 돌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가 말하는 게 그 새가 아니란 걸 알거라고 항의한다. "나야 모르고, 내 눈에는 그 새가 그 새다"라고 대꾸한다.

복도에서 나오자마자 맥켄나와 마주치게 된다. 놀라 무척 바쁘다더니 왜 여기 있냐며, 무슨 할 말이라도 있냐고 의아해해 쳐다보지만, 맥켄나는 돌시에게 다가가고 있는 것에 평소에는 근처에도 가기 싫어했다고 생각한다. 돌시는 자기가 노래를 불러대는 파랑새가 앞에 있는 것도 모른채 무심한 눈길로 맥켄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돌시가 모든 일의 시초이자 발단이란데에 화가 나서 자리를 떠나려다가 걸음을 멈추고 두 사람을 구경한다. 맥켄나가 진실을 말하려하냐는 생각에 지켜보지만 맥켄나는 돌시에게 '혹시 아까 그 반짝반짝하는 레이디가 어디로 갔는지 못 봤냐'고 질문한다. 전혀 관계없는 내용이고, 돌시도 관심을 두지 않는 내용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돌시는 아예 대답을 생략하고서 맥켄나를 무시하고 가버린다. 맥켄나는 황당한 얼굴로 '나 지금 투명인간 취급 받은거냐'고 묻는다. 자신도 (투명인간 취급)받은 적 있다며, 돌시는 원래 관심없는 상대한테 저런다고 설명해준다. 처음 만났을 때, 돌시는 자신을 없는 사람 취급했던 걸 떠올려 그게 사람을 얼마나 기분 나쁘게 하는지도 알기에 어깨를 두드려 맥켄나를 위로해준다. 맥켄나는 이마를 구기고서 돌시에 대해 '내가 본 사람이랑 사람이 아닌 이들이랑 통틀어서 저 자가 가장 재수없고, 제일 나쁜 자는 아니지만 제일 재수없는 건 확실하다'고 평한다. 이를 보고 그토록 찾아 헤매는 파랑새를 앞에 두고서 본 모습인 맥켄나를 무시하는 돌시, 돌시가 그토록 찾아다니는 파랑새인 본인을 찾는 걸 무시하다가 도로 무시받는 맥켄나에 대해 참 이상한 관계라고 평한다.[10] 맥켄나는 자신이 또 웃고 있다고 지적하지만, 바빠서 먼저 간다고 대꾸한다.

마스타스로부터 상시천에서 악명높은 도적을 처치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게 된다. 편지를 읽던 중 로라는 편지를 아래로 내려치더니 감탄한다. 반면 주베르 백작부인은 뜨개질을 하다말고 도적들은 줄줄이 잘 꿰뚫으면서 왜 코샤르의 마음은 꿰뚫지 못하는 거냐냐고 혀를 찬다. 분명 상시천을 소탕하러 가는데 사심도 좀 섞여있는 듯 했으나, 주기적으로 편지에는 아직도 코샤르와 잘 되어가고 있단 소식도, 뉘앙스조차도 없고 마스타스는 물론 코샤르에게도 그러니, 주베르 백작부인은 그게 답답한 듯 하다고 생각한다. 로라는 도끼눈을 뜨며 주베르 백작부인의 말에 마음이야 진작에 꿰뚫었다며, 공식적인 연인이 못 되어서 그렇다고 대꾸하지만, 주베르 백작부인은 이번에도 혀를 차며 비공식적 연인이 무슨 뜻인지 아냐고 받아친다.

모든 것을 다 아는 듯한 주베르 백작부인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로라는 슬그머니 넘어갔는지 진지하게 고개를 저으면서 모르겠는데 뜻이 있냐고 물어보면서도, 말 그대로 비밀 연애 아니냐며, 물론 바람 피우는 건 빼고 말하라고 말한다. 주베르 백작부인은 자신만만하게 비공식적 연인은 우정 이상 사랑 이하라고 설명한다. 이에 로라는 그게 뭐냐고 묻는다. 주베르 백작부인은 비공식적 연인이란 건 공개 못 할 이유가 있는 거라고 설명하며, 비밀 연애를 하면 이목을 신경 안 써도 되니 책임감도 줄어들기에 책임질게 없으니 서로 인내심이 없어지고, 인내심이 약해졌을 땐 싸움이 바로 헤어짐으로 직결된다고 대답한다. 이 말에 로라는 넘어가는 태도를 보이고, 이를 보며 주베르 백작부인에게 순진한 애를 놀리지 말라고 말해야하냐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말했는데, 주베르 백작부인이 한 말이 진심이면 어쩌냐고 생각한다. 잠시 생각하고 있던 중 로라는 돌연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서 자신을 바라보며 의문의 말을 중얼거린다. 이에 왜 자신을 보냐고 의아해한다.

예산안 서류를 정리하던 중 륍트에 있을 때부터 로라가 묘한 눈길로 자신을 가끔 쳐다보았던 것과 그 눈빛을 떠올려 로라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펜을 내려놓는다. 이런 모습이 호기심이 들었는지 하인리는 카이사와 라르스에게 백조 인형 대신 오리 인형을 안겨보려 시도하다가 자신 쪽을 보며, 무슨 생각하냐고 묻는다. 백조 인형이 요람 밖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서 카이사와 라르스가 오리 인형을 선택한 것임을 눈치챈다. 로라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은채 예산안 때문에 생각할 게 있다고 적당히 둘러대며, 로라가 자신을 묘한 눈길로 쳐다본다는 이야기를 하면 하인리가 어떤 식으로 확대 해석을 할지 모른다고 판단한다. 이제는 하인리가 자신의 일에 관해서는 상당히 예민해진다는 걸 알고 있고, 그가 성격이 좋지 않다는 것도, 자신의 눈치를 보느라 그 성격을 누르고 있단 것도, 가끔씩 그 성격이 몰래 튀어나온다는 것도, 자신을 많이 사랑한다는 것도 알고 있기에 대답하지 않는다.
하인리는 예산안 중에 얼굴을 붉힐만한 내용이 있냐고 놀린다. 가만히 째려보지만 하인리는 더욱 진지한 얼굴로 보고서를 가리키며 질투할만한 내용도 있냐고 놀린다. 자신이 딴 생각을 하고 있단걸 알면서 놀리고 있음을 눈치채 없다고 차갑게 대꾸한다. 하인리는 빙그레 웃더니 자신의 입꼬리를 자기 엄지로 어루만지면서도 보고서를 눈으로 훑더니 의외란 투로 데로즈 고아원은 동대제국의 고아원이 아니냐고 묻는다. 자신이 작성하는 고아원 예산안 예시로 데로즈 고아원의 사례가 있어서 그런 듯 하다고 여기고, 말이 고아원이지 동대제국에 있을 땐 자신이 사비로 후원하던 곳이라고 대답한다. 하인리는 에벨리가 있던 곳임을 알아챈다. 자신도 고개를 끄덕인다.

하인리는 자신이 예산안을 작성중인 서대제국 고아원 쪽 정보를 보며, 서대제국 고아원에도 마법에 재능이 있는 아이가 나온거냐고 묻는다. 그건 아니라고 대꾸하고서, 원생 남녀 비율이나 원장, 선생, 구조물 등이 비슷해서 예시 사례로 가져온거라고 설명한다. 하인리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아쉽다고 대답하고서, 귓볼을 만지며 에벨리 같은 인재가 서대제국의 고아원에서도 나와주면 좋겠다고 중얼거린다.이왕이면 치유 계열이기를 기대한다. 그런 인재가 나오기 쉽냐고 지적한다.

에벨리로부터 편지[11]를 받게 된다. 에벨리의 글씨를 보며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 소리를 들었는지, 거울 앞에 서서 머리장식을 이것저것 대어보다가 왜 그러냐고 묻는 로즈에게 에벨리라고 대답한다. 로즈는 그 마법사 말이냐며, 요즘 명성이 아주 자자하다고 말한다. 볼 때마다 글씨가 달라진다고 말하며, 에벨리가 매일 연습을 하고 있을거라고 여긴다. 사람들은 에벨리를 대단한 마법사라고 칭송하는데, 에벨리는 막상 책상 앞에서 글씨 연습을 할 거라고 상상하니 그게 너무 귀엽다고 생각한다. 에벨리의 편지냐고 묻는 로즈에게 에벨리가 서대제국으로 놀러온다고 알려준다.

로즈에게 뭐라고 더 말하려하던 찰나, 누군가 응접실 문을 두드리고, 로즈는 양 손에 들고 있던 장신구를 내려놓고 문을 연다. 하인리의 시종은 하인리 폐하께서 '그리우니 언제쯤 볼 수 있을까'라고 여쭈라고 하신다고 말하면서도, 자기가 전하는 말이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진다. 그 말에 로즈는 입술을 숨기면서 웃음을 같이 감추고, 자신도 민망한 기분에 공용 침실 문을 흘겨본다. 속으로 낯 두꺼운 새라며, 누가 들으면 우리가 며칠 떨어져 지낸 줄 알겠다고, 황당해한다. '공용 침실로 들어오라'는 소리를 돌려 말한 것임을 알아채 하인리의 태도가 얄미워져 하인리에게 '좀 더 그리워해라'라고 전하라고 지시하며, 하인리가 원하는 대답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 말을 들은 하인리의 시종이 더욱 얼굴이 붉히는 바람에, 자신의 의도와 정반대 효과가 났단 걸 깨닫는다. 시종이 나가자 로즈는 손으로 부채질을 하면서 웃음을 터트리며, 자신과 하인리를 보면 연애하고 싶어진다고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인리에게 시종을 보내 '좀 더 그리워해라'라고 전했으나, 막상 자신이 자꾸 시계를 살피게 된다. 하인리가 기다리다가 잠들었으면 어쩌냐며, 혹시 다른 일이 생겨서 급히 회의실이나 집무실으로 갔으면 어쩌냐는 생각이 자꾸 들게 된다. 어쩌긴 뭘 어쩌냐며, 잠들었으면 옆에서 같이 자는 거고, 일을 갔으면 혼자 이불을 덮고 자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는 답인데도 괜히 신경이 쓰이게 되고, 이로 인해 에벨리에게 보낼 답장을 쓰는 게 막혀버리게 된다. 안부를 묻고,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자신의 이야기도 들려주는 등 해야 할 이야기가 많은데 하인리를 신경쓰느라 잉크병에 펜촉만 자꾸 담갔다 떼기를 반복하게 된다. 결국 답장[12]을 쓰는 걸 멈추고, '피곤하고, 눈도 좀 침침하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며 책상에서 일어난다. 소파에서 책을 읽고 있던 로즈는 자신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또 소리없이 웃지만, 로라나 주베르 백작부인과는 달리 이 점을 두고 놀려대지는 않는다. 쑥스러운 감정을 무표정 아래에 숨긴채 로즈에게 잘 자라고 말한다.

침실로 들어가 실내복 위에 걸치고 있는 가벼운 망토를 내려놓는다. 공용 침실로 들어가려다가 마음을 바꾸고 화장대로 가 장미향 향수를 꺼낸다. 사실은 자신이 좋아하는 향이지만, 하인리는 이 향을 자주 맡아서 그런지 이 향이 자신의 향 같다며, 지금은 자신보다 더욱 좋아한다는 걸 떠올려 장미향 향수를 가운 여기저기에 뿌리고 공용 침실로 들어간다. 하인리를 찾으며, 하인리가 잠들었는 건지, 가버렸는 건지, 아니면 기다리고 있는 건지를 확인하려한다. 하지만 침대 위에 비스듬히 누운 하인리를 보자마자 놀란다.

륍트의 의상, 그 중에서도 가장 야한 의상을 입고 있는 하인리의 모습에 놀라서 하인리를 쳐다보고 있는 찰나, 하인리는 어울리냐고 질문하더니 옆으로 누워있다가 천천히 상체를 들어올리면서도 한 파로만 상체를 지탱한 채 자신을 향해 색광적으로 웃는다. 상체는 다 드러났고, 하체는 아슬아슬하게 가려진채, 이불이 교묘히 부분부분 가리져 있는데, 상체 부분은 거의 다 보석으로 치장했고 늘어뜨린 금줄과 은줄이 그의 근육 가능한 몸을 평소보다 눈부시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복장을 질문하려 하지만, 하인리는 "여기가 더워서요. 기다리면서 더울 때마다 옷을 한 겹씩 벗었더니 이렇게 되어버렸습니다."라고 말한다. 이에 놀란 찰나 하인리는 자신에게 시선을 고정한채 "더 늦게 왔으면 더 벗고 있었을텐데."라고 능청스럽게 중얼거리더니, 자기 옆 자리를 손바닥으로 두드린다. 자신이 가까이 다가가 그 부분에 걸터앉자 하인리는 자신의 골반에 입을 맞추며 "지금 벗으라고 해도 다 벗을 수는 있습니다."라고 나지막하게 속삭인다. 이에 "벗는 건 매일 보니 괜찮아요."라고 받아친다. 그 말에 하인리가 놀라자 야한 상상 하지 말라며, 새에서 사람이 될 때를 말하는 거라고 대꾸한다.

하인리는 눈웃음을 짓더니 한 손을 뻗어서 자신의 손에 깍지를 낀다. 이에 "손과 손이 얽히는데 이렇게 야할 수가 있을까. 신기한 남자야. 귀엽다가 사랑스럽다가, 야했다가."라고 생각한다. 하인리는 자신의 손톱 위를 자기 손으로 슬쩍슬쩍 문지르면서 정말 그때를 말한 게 맞냐고 놀리듯 묻는다. 정확하게 대답하지 않는 대신 한 손으로 들어올려 그 손가락으로 하인리의 가슴 사이를 선을 긋듯이 쓸어내린다. 하인리는 그게 자극이 되었는지 낮게 신음을 뱉은고, "더 벗지 않아도 돼요."라고 말한다. 그의 피부를 따라 내려가던 손가락은 목에 건 목걸이에 자연스럽게 걸린다. 자신이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만들어 목걸이를 잡아당기자, 하인리는 그 힘에 맞추어 상체를 숙이고, 순식간에 코앞에 다가온 눈동자는 열기로 평소보다 촉촉해진다. 손가락에 걸린 목걸이 줄에 입을 맞춘 후, 그 손가락을 줄째로 하인리의 입술에 가져다대며 "지금도 예쁘니까."라고 말한다.

다음날 아침, 기분 좋게 일어나 식사를 한 후 곧장 침실으로 나가, 시녀들을 부르는 대신 홀로 욕실로 들어가 씻는다. 옷 입을 때 어차피 여기저기 난 자국을 들키겠지만, 그래도 이런 상태에서는 혼자 씻고 싶고 그게 덜 부끄럽다고 생각한다. 이후 아기들과 잠시 놀아주고 한 바퀴 산책을 한다. 집무실에 가는 내내, 에벨리도 온다 하고, 하인리는 늘 새롭고 야하다고 생각하며 마음이 붕 뜬다.

집무실 책상에 앉아, 부관에게 밤새 들어온 서류를 가지고 오라고 지시한다. 부관이 양손 가득 안고 온 어마어마한 양의 서류를 보고, 기분이 좋아진다. 일감이야 늘 많으니 놀라운 일이 아닌데다, 자신은 일감이 많을 때가 좋고 적을 때보다는 훨씬 나으며, 목표 의식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제국 연합의 일과 황후로서의 일 두 가지를 하다보니 일거리가 늘어나기도 했고, 해양 괴물 사건을 조사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좋아한다.

그렇게 30분 쯤 서류를 확인하고 있을 때 쯤, 이전과는 달리 평온하게 볼 수 없는 내용의 서류를 보게 된다. 앞서도 신경 쓸 내용이 몇 가지 있었지만 충분히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었다 해도, 이 서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펜을 내려놓고서 서류만 들어올려 다시 읽어본다. 항구 사건에 관해 월대륙 연합 수장이 내린 판단이 적힌 내용의 서류[13]를 보고 이래저래 까다롭게 굴긴 하겠지만, 어떤 면으로든 접근해도, 결국 동대제국이 승리할 재판이라고 생각했고 그럴 수밖에 없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14], 월대륙 연합 수장이 에르기 공작의 손을 들었다는 것에 누가 봐도 편파 판정이라고 불쾌해한다. 그와 동시에, 정확히는 에르기 공작이 아닌, 블루 보헤안의 손을 들어준 것이며, 블루 보헤안이 월대륙 연합 소속이기 때문임을 바로 간파한다. 화가 나 펜을 내려놓는다. 동대제국은 자신의 모국이기에 연합으로 엮이기 전에도 월대륙 연합에서 항구를 가져간다고 하면 어이없어서 화가 났을 것인데, 지금 자신은 제국 연합 수장 자리에 있으니 이 일은 자신의 일이기도 하며, 월대륙 연합의 이 발표는 제국 연합에 대한 모욕이라고 여긴다.

분노가 가라앉자 서서히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르다, 에인젤이 화대륙에 간 게, 혹시 월대륙 연합에서 내린 이번 편파 판정과 관련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연합이 둘로 갈라진 이후에도 시간과 기회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월대륙 연합은 항구 사건에 관해서 아무런 언질조차 주지 않았고, 괜한 충돌은 우선 피하려는 듯 하던 월대륙 연합이 이제 와서 그랬다는 것에 화대륙에서 무역을 할 만한 다른 나라를 진짜 찾아냈다거나, 그 나라가 동대제국 쪽 항구와 더 가까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와 동시에, 어떤 이유로 이런 결정을 내렸듯 시비라는 건 변함이 없기에 서류를 내려놓고 다시 펜을 든다. 이후 월대륙 연합에 자신 측의 입장[15]을 전달한다.

월대륙 연합에 의견을 전달한 이후, '월대륙 연합에는 항구 사건에 관한 판결을 내릴 권한이 없다'고 대놓고 말해버렸으니, 월대륙 연합 측에선 꽤 기분 나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인지, 처음부터 목적이였는지 월대륙 연합은 자신 측에서 입장을 발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다렸다는 듯이 답장을 보낸다.

하인리와 함께 식사하던 중 월대륙 연합에서 서신을 전달받는다. 서신을 빤히 바라보자, 하인리는 걱정스러운 얼굴이 아니라 즐거운 얼굴로, 뭐라 쓰여 있기에 그러냐고 묻는다. 대답하려다가, 문득 하인리의 표정이 에인젤과 겹쳐짐을 눈치채게 되고, 흠칫한다. 얼굴이나 성격이 비슷하단 게 아니라, 둘 다 사건이 부딪히면 거기에 흥분하는 편이 비슷하지만, 에인젤은 그게 재밌어서, 하인리는 꾹 눌러둔 성격을 드러낼 수 있어서이기에, 흥분하는 이유는 다르다고 여긴다. 자신은 이미 하인리가 부리는 이 앙큼한 내숭까지 사랑하게 되어버렸지만,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 이런 공통점을 발견하는 것에 묘한 기분을 느낀다. 하인리에게 월대륙 연합 측의 의견[16]을 알려준다. 하인리는 눈썹을 치켜올린다. 주장하기에 따라서는 그렇게 우길 수도 있긴 하지만, 어떻게 주장하든 그게 동대제국의 항구가 아니란 판결은 절대로 나올 수 없으며, 동대제국의 입장을 더 수렴하지도 않고, 동대제국 사람을 연합 법정에 청하지도 않고, 무작정 판결을 내려 발표해버린 것부터가 이미 순서와 절차를 다 무시해버린 것이라고 판단한다. 하인리는 생선을 썰더니, 한 입 베어물면서 만족스럽게 웃으며 분위기가 꽤 험악해지겠다며, 원치 않는 전쟁을 해야할 수도 있겠다고 말한다.

에벨리는 나비에를 만나러 서대제국 황궁에 오는 동안, 서대제국 사람들의 환호를 받는다. 에벨리는 자신과 인사를 나누자마자, 얼굴이 빨개져서 오는데 민망해서 혼났고, 사람들이 막 자신의 이름에 '님' 자를 붙인다고 중얼거린다. 인사를 나누자마자 얼굴이 벌개져서 중얼거리는데, 궁전에서 많은 이들의 칭송을 받고 지내면서도 이렇게 안 변한 게 신기할 정도이고, 익숙한 모습이라 반갑지만, 너무 순진하면 그것도 걱정이라고 생각한다. 로라는 에벨리를 만난 게 그저 기쁜지 자신의 옆에서 그럴만하다며, 에벨리는 어마어마한 대마법사라고 대답한다. 그와 동시에 전에 에벨리가 나비에를 구해주었는데, 나비에가 서대제국에서 인기폭발이여서 그렇다고 설명해준다. 그 말에 에벨리는 수긍하며, 유독 이곳의 환대가 부끄럽다고 대답한다. 로라는 말 한 마디로 자신과 에벨리를 동시에 민망하게 만들고는, 껑충 뛰면서 에벨리의 손을 잡으며, 환대할만하다고 대답하고서 들어가서 라르스와 카이사를 보자고 말한다. 이어서 전에 동대제국에서 본 후로 못 봤지 않냐며, 엄청 컸다고 말한다.

제국 연합 일로 몇 시간에 걸친 회의 이후, 머리를 좀 가라앉히기 위해 차를 마시고 있던 도중 로라는 갑자기 웬 잡지를 들고 나타나더니, 잡지를 내밀며 이거 혹시 해봤냐고 묻는다. 뭐냐고 묻지만 로라는 아예 잡지 한 페이지를 펼쳐서 내민다. 로라가 내민 잡지의 페이지의 내용을 보던 중 서대제국 사교계의 유명한 영애가 한 "난 백 가지 요리 중에서도 애인이 만든 요리를 찾을 수 있어요. 그 안엔 사랑이란 조미료가 들어가있거든요."라는 인터뷰의 내용에 떨떠름해해 표지를 본다. 요즘 서대제국 사교계의 유명한 잡지인 '게르다'로, 내용이 엉뚱하고 부정확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오락거리로 유행하고 있는 잡지였기에 납득하던 찰나, 로라는 자신도 그러냐며, 하인리가 자주 직접 요리하는데 구분이 가냐고 질문한다. 자주 먹어봤으니, 그렇다고 대답한다. 로라는 하인리도 그러냐고 질문한다. 웃으면서 당연하다며, 우리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많은 게 통한다고 대답한다. 로라는 '두 분은 서로 정말로 많이 사랑하신다'고 말한다.

륍트에 다녀온 후부터 자신과 하인리 사이의 애정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건 드문 일이 아닌데다, 잊을만하면 이러고 있는 로라의 반응에 하인리가 자신을 두고 다른 사람에게 눈을 돌릴까봐 불안한거라고 생각한다. 로라가 더 걱정하지 않도록 단호하게 말하고서 잡지를 도로 로라에게 돌려준다. 가만히 생각해보다가, 정말로 하인리는 자신이 만든 요리와 남이 만든 요리를 구분할 수 있을지 궁금해한다. 주베르 백작부인, 로라, 로즈, 랑드레 자작, 아르티나 경에게 각각, 바쁘지 않다면 간단한 파이를 하나씩 만들어줄 수 있냐고 제안한다. 주베르 백작부인은 하인리에게 맞춰보게 하려는 것임을 바로 눈치채고 웃는다. 로라는 재밌겠다 싶은지 폴짝거리면서 당장 만들겠다고 대답하면서도 많을수록 좋지 않냐며, 에벨리도 불러서 파이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에벨리는 아침 일찍 나갔다고 알려준다.

이후 하인리에게 '게르다'라는 잡지와 여섯 개의 파이를 주고, '이 중 내가 만든 파이를 찾아보라'는 요구를 했다고 한다.

이후 알현실에서 자신을 알현하러 온 다르타와 대면하게 된다. 다르타의 묘사에 의하면 머리에는 황후의 관을 쓰고, 손에는 제국 연합 수장의 홀을 든채 옥좌에 앉아 있는 나비에 황후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군림해 있고, 양 옆에 서 있는 기사들조차 조각처럼 흐트림없는 모습이라고.

다르타가 말을 하지 않고 서 있자 이번에 알현을 신청하러 온 사람인데 기구한 사연이라도 있는지, 왜 말을 하지 않고 서 있기만 하는지 궁금해한다. 상대가 말을 하지 않으니 자신도 뭘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5분 정도가 지나서야 먼발치에 선 다음 차례 사람이 여기서도 보일 정도로 불만스럽게 몸을 꼼지락거릴 때, 보다 못한 부관이 나서서 무엇이든 자유롭게 말해도 된다며, 그게 헛소리라고 해도 자신은 들어줄거라고 말힐다. 부관의 반응에 정해진 시간 내에 만나야 할 사람이 한가득인데, 한 명이 시간을 다 잡아먹으니 초조한 듯 하다고 여긴다. 다르타는 가까스로 마법을 배우고 싶어서 왔다고 말하며, 자신에게 도움을 청한다. 예상치 못한 말에 꼼짝도 않던 기사는 움찔한다. 부관 역시 놀란 표정으로 되묻는다. 부관은 마법을 배우려면 마법 아카데미로 가야하지 않냐고 물으려하다가, 자신이 눈짓하자 입을 다문다.

다르타는 카펫만 쳐다본채, 사정이 있어서 신분이 없고, 이 때문에 아카데미에도 들어갈 수가 없다는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며, 자신은 아카데미 출신이 아닌데도 뛰어난 마법사라고, 익히 그 위명을 들어왔기에 부디 아량을 베풀어 가까스로 찾은 재능을 배우게 도와달라고 청한다. 다르타에게 성인이 되어 마법사로 발현하였냐고 묻는다.[17] 다르타는 도와주신다면 이 재능은 꼭 나비에를 위해 쓰겠다고 말한다. 어느 계통인지 아냐고 물으면서도, 발현 직후에는 어느 쪽에 재능이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에벨리의 경우에도 아카데미 입학 전까지는 몰랐다는 걸 상기한다.

다르타는 치유 계통으로 추정된다고 말한다. 다르타는 자기가 어느 계통의 마법사인지 알고 왔고, 굉장히 귀한 치유 계통이라는 것에 놀란다. '치유 계통'이란 말에 사람들은 다시 수근거린다. 손에 쥔 홀을 티나지 않게 엄지로 문지르며, 다르타의 정수리를 빤히 바라본다. 아직도 고개를 안 들고 있어서 제대로 보이는 건 정수리 뿐이지만, 치유 마법사라 탐이 나긴 한다고 중얼거린다. 있으면 좋고, 완전히 충성을 바치지 않더라도 은혜를 베풀만한 가치가 있으며, 계산적으로 굴지 않는다 한들, 서대제국 국민이라면 당연히 도와야한다고 생각한다. 신분이 없어도 본인이 누군지 알거라고 추궁하고서 이름을 묻는다. 이름을 밝힌 다르타에게 어디서 살았는지, 뭘 하는지, 신분이 없는 사정 등을 추궁한다. 마법에 재능을 보이는 성인이라는 건, 스파이로 쓰기엔 아까운 패이나 대단히 매력적인 미끼이기에, 신분이 없단 건 핑계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누군가 이런 식으로 잠입시킨건지, 혹은 도망친 범죄자가 아닌지 의문을 품는다.

다르타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그 반응에서 의심스러워한다. 그때 옆에 선 아르티나 경은 무술을 배운 흔적이 있다고 알려준다. 다르타에게 아직 대답이 준비되지 않았냐고 묻는다. 다르타는 그냥 외진 곳에서 살았고, 부모님을 따라다녔다고 대답한다. 너무 외진 곳에서 사느라 신분을 받지 못했냐고 추궁한다. 다르타는 수긍한다. 알현실까지 왔으니 그래도 산 곳이 어딘지는 알 것이라고 지적하며 위치를 말하라고 요구하고서 그 말이 옳다면 확인 후, 마법을 배울 기회는 물론 신분까지 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러나 다르타는 '난 깊은 산에서 왔다'는 말만 하고 어물거리다 물러난다. 거짓말임을 간파하고, 산에서 내려와도 근처 마을 이름도 못 대냐고 생각한다. 굳이 사람들 앞에서 추궁하는 대신, 알현이 끝나자마자 기사들에게 다르타를 뒤따라가, 수상한 행적이 있거든 보고할 것과, 접촉하는 이를 모두 기록하되, 성문 밖으로 나가려하면 붙잡으라고 지시한다.

보고가 올라오길 기다리며 천천히 다시 생각을 정리하던 중, 하인리가 들어오며 알현실에 치유 마법사가 찾아왔다고 들었다고 묻는다. 대답하려 고개를 들다가, 라르스를 머리에 얹고 있는 하인리를 보고 할 말을 잃는다. 입을 벌리고 하인리를 쳐다보지만, 하인리는 활짝 웃으면서 라르스가 균형 감각이 좋다고 자랑한다. 이 말에 속으로 "균형 감각은 무슨!"이라고 생각하며, 어이없어한다. 달려가서 황급히 라르스를 잡고 품 안에 끌어당기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하인리의 엉덩이를 팡팡 두드리며 "나쁜 새! 나쁜 새!"라고 말한다. 아무리 새의 모습이라지만 위험하게 아이를 머리에 이고 다니냐며, 조심이 없어도 적당히 해야지 애를 가지고 장난을 치냐고 분노한다. 하지만 하인리는 놀라서 벽에 달라붙더니 시무룩해서 라르스가 먼저 올라왔다고 변명한다. 그게 말이 되냐고 말하려던 순간, 라르스는 날개짓을 하더니 자신의 머리 위에 앉는다. 이 광경에 놀라 굳는다. 하인리는 억울한 목소리로 '거봐요'라고 말한다. 이런 상황엔 어떻게 해야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일단 라르스를 내려서 팔로 안고 할 말을 골라본다. 할 말은 없었기에 얼른 방을 빠져나오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하인리의 웃음소리에 얼굴이 달아오른다.

이틀 후 다르타를 다시 데려오라고 지시한다. 불려온 다르타에게 그녀가 말한 산골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신의 말에, 기대를 가지고 근위병을 따라왔던 다르타는 완전히 돌처럼 굳는다. 다르타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제안하며, 문제가 될 과거가 있다면 미리 이실직고하라고 요구한다. 다르타는 잠시 풀리는가 싶더니 도로 굳는다. 단 하나도 놓치지 않도록 다르타의 반응을 샅샅히 살핀다. 치유 마법사가 될지도 모르는 인재지만 배경을 알 수 없는 수상한 사람이기에 위험을 감수하고 받아들여 볼 것인지, 안전하게 내칠 것인지를 이틀 동안 고민했었으나, 결국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고, 내부의 적은 외부의 적 이상으로 위험하기에 앞으로 주의깊게 잘 살펴보려한다. 다르타는 자신이 받아들일 줄 예상하지 못했던건지 자신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당연합니다. 꼭 그럴게요!"라고 말하고서 흥분해서 몇 번이나 인사한다. 직후 다르타는 꼭 훌륭한 마법사가 되어서 자신의 충복이 되겠다고 말한다.

다르타가 나간 뒤, 창에서 성문이 보이는 방으로 가 창가로 다가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이 나서 달려가는 다르타의 뒷모습과, 새 모습으로 뒤를 쫓아가는 크로우를 목격한다. 이렇게만 보면 정말로 마법을 배울 수 있어서 기뻐하는 눈치라고 생각하던 중, 하인리가 다가와 뒤에서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으면서 괜찮겠냐며, 정체를 몰라 꺼려진다고 말했지 않냐고 묻는다. 새대가리 일족이 따라붙었으니 괜찮을거라며, 치유 마법사는 놓치긴 아깝다고 대답하며, 내내 따라다녀야하는 일이라 힘들텐데 부탁을 들어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하인리는 자신이 따라다니는 거 아니라고 대꾸한다. 꾸짖듯 하인리를 부르지만, 하인리는 웃음을 터트리면서 자신의 허리를 감싼 손을 자연스럽게 위로 올리며 "난 그대가 이렇게 차갑게 머리를 굴릴 때마다 흥분돼요."라고 말한다. 이에 손등을 두드리고, 하인리는 손이 도로 원위치로 돌아간다. 하지만 하인리는 머리카락을 자신의 귓가에 대더니, 웃으면서 이젠 도망 안 갈거냐며, 어제는 얼굴도 안 보여줬다고 자신을 놀린다. 팔을 꽉 잡고 고개를 돌려 흘겨보다가, 순간 그가 가끔 보여주는 불안한 눈동자, 갈증에 찬 눈동자를 목격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하인리는 눈웃음을 짓는다. 이에 시선조차 달콤한, 자신이 사랑하는 그 눈동자로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눈웃음을 짓느라 눈매가 휘어진 걸 보다가 말없이 그의 가슴에 머리를 대며, 이 남자가 정말로 좋다고 생각한다. 이내 자신이 하인리에게 느끼는 감정과 하인리가 자신에게 느끼는 감정이 얼마만큼 닮아있는지, 하인리는 왜 가끔 자신을 보며 이런 표정을 짓는지 가끔은 궁금해진다고 생각한다.

짐을 싸서 찾아온 다르타에게 서대제국에서 지내고 있는 마법 아카데미에 속한 학자들을[18] 소개시켜준다. 다르타에게 모두 다 실력 있는 학자들이며, 마법 아카데미 출신이라고 알려주며 이들에게 배우면 된다고 말한다. 다르타는 신이 나서 폴짝폴짝 뛰며 마법 아카데미의 학자에게 배우는 거냐고 좋아한다. 반면 마법 아카데미의 학자들은 당황해한다. 마법 아카데미의 학자들에게 다르타를 잘 가르쳐달라고 부탁하며, 동대제국 궁정 마법사 에벨리를 잇는 또다른 인재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다르타를 마법 아카데미의 학자들에게 맡긴 후, 집무실로 걸어가던 도중 카프멘과 샬렛 공주의 일을 떠올린다. 결혼할거란 말은 들었는데 이후로는 통 소식이 없기에 발걸음을 돌려 카프멘이 머무는 방으로 간다. 그가 샬렛 공주와 결혼하게 된다면, 앞으로 교역 방향이 확 바뀔지도 모르고, 카프멘이 아예 화이트 몬드에서 지내고 될지도 모르는데다, 결혼식 때문에 륍트에 가야할지도 모르니, 대략적으로도 일정을 듣고 싶어한다. 살짝 언질만 해줘도 나중에 대비하기 편해진다고 생각한다.

카프멘에게 들어가도 되냐고 묻는다. 방에 들어가지만, 카프멘이 각양각색의 작은 병들을 탁자 위에 늘어놓고 그걸 포장하고 있는 걸 목격한다. 사람을 시키지 않는 것을 이상해해 뭐 하는 거냐고 묻는다. 카프멘은 주저하다가 사랑의 묘약이라고 털어놓는다. 이게 전부 다냐고 묻는다. 카프멘은 전부 다라고 대답한다.거의 다 먹은 줄 알았다고 말한다. 카프멘은 새로 만들었다고 대답한다. 사랑의 묘약이 등장할 때마다 사건이 벌어졌던지라, 속으로 그걸 또 왜 만드냐고 당황해해 카프멘을 쳐다본다. 그가 굳이 사랑의 묘약을 또 만든 이유가 짐작이 가지 않던 찰나, 카프멘은 자기가 마실 것이니, 자신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얼른 대답한다. 그걸 왜 마시냐고 묻는다.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 궁금해하다가, 앞으로 할 샬렛 공주와의 결혼식과 관련이 있는 거냐고 생각한다. 그러나 카프멘은 대답하지 않은채 다시 포장을 계속한다. 이를 보다가 문득 궁금증이 생긴다. 카프멘에게 사랑의 묘약을 자신에게도 한 병 줄 수 있냐고 묻는다.

크로우부터 다르타가 여유 시간마다 책을 찾는다는 보고를 듣고 혹시 기밀 서가에 가냐고 질문한다. 크로우는 평범하다고 말을 하다가 말고서 잠시 눈을 굴리며 생각해보면 아주 평범한건 아니지만 수상하지도 않은 책이라고 대답한다. 그게 뭐냐고 궁금해하던 찰나 크로우는 처음에는 사회복지 서가 쪽에 갔다가, 그 다음엔 사교계 서가 쪽으로 갔다고 보고한다. 이에 애매하다고 중얼거린다. 크로우는 다르타가 뭔가 찾는 눈치였다고 보고한다. 다른 유학생이라면 그러려니할 텐데, 신분도 정체도 알 수 없는 유학생이 그러고 있으니 찾는 내용과 관계없이 이상해진다고 생각한다. 생각을 하느라 말없이 의자만 두드리자, 이를 본 크로우는 조심스레 묻는다. 우선 다르타를 계속 지켜보라고 지시한다.

에벨리와 식사하던 도중 에벨리에게서 다르타가 동생을 찾는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놀라 나이프를 내려놓는다. 에벨리는 다르타가 자매라는 것, 다르타만 입양이 됐고 동생은 고아원에 남아있다는 것, 다르타는 그 사실을 안지 얼마 안 되었으며, 단서라고는 여동생이라는 것과 고아원에 맡겨진 시기, 차고 있던 팔찌 뿐이라 동생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에벨리는 말을 멈추고 잠시 포크를 물면서 자신의 눈치를 살핀다. 데이지 고아원에서 알게 됐다는 친구가 다르타였냐고 묻는다. 에벨리는 하지만 다르타는 본인이 "마법사 에벨리"라는 걸 모른다고 말한다. 왜냐고 물었으나 에벨리는 혹시 본인이 "마법사 에벨리"라는 걸 알면 불편해할까봐 안 알려줬다며, 다르타는 지금도 모른다고 대답하고서 자기가 말하고도 머쓱한지 어색하게 냅킨을 만지작거린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놀리고 싶어하지만, 그러면 에벨리가 민망해할거라 놀리지 말자고 생각한다. 대신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이며 그럴 수 있다고 수긍한다. 에벨리는 다르타가 처음에는 고아원의 이름으로 동생을 찾으려 했는데, 그 수가 너무 많아서 지금은 팔찌에 새겨진 문양을 조사하고 있다고 알려준다. 그제야 다르타가 사회복지 서가와 사교계 서가로 가 책을 찾고 있던 행동에 대해 납득한다. 어쩌면 다르타는 도망 범죄자가 아니라, 도망 노예나 도망 범죄자가 입양해 기른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다르타가 마법을 익히고 있는지 물어볼 겸, 동생 찾는 것도 도와줄 겸 해서 다르타를 자신의 집무실로 직접 부른다. 다르타에게 마법은 잘 배우고 있냐고 질문한다. 하지만 다르타는 들어올 때부터 얼어있더니, 자신이 질문을 던지자 아예 사색이 되어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충복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외친다. 다르타는 자신이 많이 불편한거냐고 여긴다. 자신의 충복이 될 필요는 없다고 대꾸하고서 "배워서 널 위해, 네 인생을 위해 쓰거라. 그 인생에 날 배신할 계획만 없으면 되니."라고 충고한다. 이 말에 다르타는 더욱 놀라 눈이 커진다. 왜 저렇게 커진건지 신기해하면서도 자신의 말에 기뻐서인건지, 찔리는 게 있어서인건지, 아니면 둘 다인거냐고 생각한다. 다르타에게 듣자하니 가문 문양을 조사하는 중이였다고 묻는다. 이 말에 다르타는 놀라 누구한테 들었냐고 반문한다. 에벨리라는 걸 밝히기 어려워 "사방이 내 귀다"라고 둘러대며 일부로 농담처럼 말했으나, 다르타는 더욱 겁먹은 눈치로 떨어한다. 그냥 '사서한테 들었다'고 말할 걸 그랬다고 생각한다. 다르타는 혹시 감시당하고 있는 거냐고 묻는다. 무서운거냐고 반문하지만, 다르타는 아니라며, 자신은 당당하다고 대답한다. 이 말에 본성이 악한 아이는 아닌 듯하다고 생각한다.

다르타에게 손을 내밀며 문양을 보여달라고 권한다. 이에 다르타는 망설이지 않고 얼른 다가와서 팔찌를 빼내어 두 손으로 건넨다. 이를 보고 동생을 열심히 찾고 있단 건 진실해보인다고 생각한다. 다르타는 시무룩해해 책에 나온 가문 문양은 다 살폈지만 그 안에는 이런 문양이 없었기에, 자기 생각엔 가문 문양이 아니라 그냥 예뻐서 아무렇게나 그린 문양 같고, 어쩌면 그냥 가게에서 산 팔찌일지도 모른다고 중얼거리다가, 곧 두 손으로 자기 입을 찰싹 치며 눈을 감는다. 자신은 '가문 문양을 조사하는 걸 안다'고밖에 말했는데, 다르타는 말실수로 너무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고 여기는 듯 하다고 생각하고, 이 점을 지적하는 대신 모른 척 모든 가문 문양이 책에 다 나오진 않는다고 중얼거린다. 이에 다르타는 수긍한다. 서대제국에 있는 대부분의 가문 문양은 외우고 있고, 동대제국 가문 문양은 전부 외우고 있으며 세세하게 다 그릴 정도는 아니지만 대략 구분은 할 수 있기에 다르타에게서 팔찌를 받아 팔찌에 새겨진 문양[19]은 꼼꼼하게 살핀다. 다르타는 어떠냐고 묻는다. 자신이 모르는 문양임을 알아보고, 다르타에게 서대제국과 동대제국의 귀족 가문 문양은 아니라고 알려준다. 단르타누 반은 실망하고 반은 안심한 얼굴로 팔찌를 받아들인다. 다르타는 범위가 줄었으니 다행이지만 두 나라를 빼도 여전히 막막하니 걱정하고 있음을 알아챈다. 순간 팔찌에 새겨진 문양이 자신이 얼핏 본 가문 문양임을 기억해낸다. 다르타에게 자신이 동대제국에 있을 적, 얼핏 본 가문 문양이라는 것과 동대제국 귀족이나 몰락 귀족 중엔 확실하게 없고, 동대제국에 귀빈으로 다녀간 이들 중에 가문 문양이 있을 수도 있다고 알려준다.

카프멘에게 받아온 사랑의 묘약을 가지고 내내 고민하던 게 표정으로 드러난 것인지 함께 식사를 하던 하인리는 돌연 걱정스럽게 묻는다. 얼결에 고민은 없다고 부정하다가, 너무 거짓말 티가 날까봐 사실 월대륙 연합이 좀 신경쓰인다고 둘러대며 에인젤 탓으로 돌려버린다. 이 말을 하면서도 에인젤도 쓸모가 있긴 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인리는 아닌 것 같다고 지적한다. 이 말에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예리하기도 하다고 감탄한다. 이내, 이런 예리함을 가지고서 왜 자신의 파이는 못 맞췄냐고 서운해한다. 하인리는 안 묻겠으니, 노려보지 말라고 대답한다. 자신이 노려보면 좋다고 말했다고 지적한다. 하인리는 식사해야하는데 그렇게 바라보니 흥분된다고 대꾸한다. 다시 째려보려하다가 그냥 순순히 시선을 내리며 어쨋든 정말로, 별로 심각한 고민은 하진 않았으니 안심하라고 말한다. 이 말은 진실이고, 하인리가 가끔 보이는 갈증난다는 듯 자신을 갈구하는 그 눈빛과, 자신이 옆에 있는데도 하인리는 왜 그렇게 자신이 고프다는 듯이 바라보는지가 궁금할 뿐 이건 분명 심각한 고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충동적으로 카프멘에게 사랑의 묘약을 받아온 것은 혹시 자신의 사랑은 하인리가 원하는만큼 뜨겁진 않은건지, 자신은 하인리를 정말 많이 사랑하는데, 그래도 하인리에겐 자신의 사랑이 부족하게만 보이는지 신경이 쓰여서였기에, 사랑의 묘약은 사람이 흔히 사랑에 빠졌을 때 나타나는 특징을 비슷하게 구현해준다는 걸 떠올려 사랑의 묘약을 마셔보면 자신의 사랑이 부족한지 아닌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하인리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인리를 사랑하면 과연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해 하인리를 부른다. 하인리는 어떤 고민이든, 자신에게 힘이 될 것이니 혼자 고민하지 말라고 말한다. 식사는 다 했냐고 질문한다.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을 위로하던 하인리는 허리를 세우고는 앞의 그릇을 바라본다. 아직 좀 남았다는 대답에 반 개 남은 계란을 보고서 배고프냐고 질문한다. 하인리는 자신이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더욱 의아한 얼굴로 자신을 살핀다. 이어서 하인리의 시선은 자신의 앞에 놓인 그릇에 멈추고,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면 다른 음식을 가져오라고 하겠다며, 만들어주겠다고 말다. 그게 아니라고 대답하고서 '배 안 고프다면'라고 말하며, 슬쩍 눈으로 공용 침실 문을 가리킨다.

카프멘에게 받아온 사랑의 묘약, 만일을 대비한 해독제를 바라보며, 자신의 침실 안에는 아무도 없고 공용침실 안에는 하인리 뿐이며, 공용침실로 들어올 수 있는 사람도 하인리 뿐임을 상기해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원래는 한 병을 다 마실 생각이였지만, 사랑의 묘약을 달라는 자신의 말에 카프멘은 잠시 생각하다가, 줄 수는 있으나 본인 같은 부작용이 생길수도 있으니 티스푼으로 아주 조금만 마시라고 권했던 걸 떠올려 돌시나 하인리의 사례를 보면 괜찮을 것 같겠지만 그래도 부작용은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니 충고를 따르기로 한다. 숨을 들이쉬고서, 카프멘이 조언한 대로 작은 티스푼으로 아주 약간만 떠서 입에 넣는다. 바짝 긴장한 것과는 달리 묘약을 먹었는데도 심장이 너무 빨리 뛰지도 않고, 갑자기 두근거리지도 않는 등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너무 조금만 마신거냐고 생각한다. 이내 눈이 마주쳐야 효과가 있음을 떠올려 다시 한 번 깊게 심호흡을 한다.

공용침실 안으로 들어간다. 목욕 가운만 걸친채 침대에 앉아 무릎 위에 책을 펼쳐둔 하인리는 자신을 보고 웃으면서 고개를 돌리려하자, 눈 감으라고 말한다. 하인리는 왜 그러냐고 묻지도 않고 순순히 감는다. 입가에 도는 미소를 보고 그가 좀 기대하고 있음을 알아채, 앞으로 다가가 손가락으로 턱을 들어올린다. 하인리는 눈을 감고 있기 간지러운지 눈썹을 떤다. 그 모습을 보다가 마른침을 삼키고서 눈 떠보라고 속삭인다. 이 말을 하면서도 너무 긴장해서인지 자신의 목소리는 자신이 듣기에도 평소보다 가라앉아있다고 여긴다. 사랑의 묘약에 취해, 알 수 없는 말을 연거푸 내뱉는다.

그때 침대 끝에 매달아둔 종이 울린다. 이 종소리는 '급한 일이 있으니 나와달라'는 신호였고, 웬만한 일로는 울리지 않기에 하인리와 함께 밖으로 나와 하인리의 팔을 잡은 채로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초국적 기사단이 동대제국 항구에 갔다고 보고한 맥켄나는 하인리와 대화하다가 딱 달라붙어있는 자신과 하인리를 번갈아 살피다가 불만스럽게 이 와중에 꼭 붙어 있어야겠냐고 항의한다. 갑자기 하인리의 손을 놓더니 옆으로 떨어진다. 이를 본 맥켄나는 놀라서 손을 저으며, 정말로 떨어지라고 한 말은 아니라고 해명한다.[20] 이내, 굳은 얼굴로 곧장 돌아서서 나가버린다.

한 모금만 마신 탓인지 다행히도 사랑의 묘약의 기운은 빨리 떨어진다. 몸에 이상한 반응이 올까봐 걱정했는데, 묘약 자체는 그리 나쁜 느낌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일단 자신이 느끼기에는 하인리를 보는 순간 모든 게 행복해져 평소 하인리를 볼 때 생각했던 것이 붕 떠올라 입 밖으로 팡팡 터져나왔고, 자신이 사랑의 묘약을 마신 게 아니라 하인리를 어디 매력 구덩이 같은 곳에 넣었다 빼낸 느낌이였다고 생각한다. 이내, 수치심을 느낀다. 자신에게 부족한 사랑의 열정에 관해 알고 싶었는데 사랑의 열정이 아니라 수치심에 관해 알아버렸고, 카프멘이 사랑의 묘약을 마신 후 자신에게 헛소리를 한 후, 어떤 심정으로 괴로워했을지 알게 된다.

다음 날,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에도 얼굴에서 열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생각하면 거듭 부끄럽고, 진정되면 다시 떠오르는 전 날의 일 때문에 부끄러운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내, 시녀들이 이상하게 볼 거라고 생각해 진정하려한다. 마스타스가 오는 날이라 시녀들은 다들 들떠있었기에, 덕분에 자신이 가려진다고 생각한다. 완전히 들떠서 내내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다가 말기를 반복하던 로라는 빨리 마스타스가 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항구 건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고 둘러대지만, 이를 들은 로라는 의아해한다. 진지한 문제를 좀 생각하느라 그렇다고 둘러대지만, 로라는 그래서 열 난다고 대답하며, 얼굴에 홍조가 심하다고 알려준다. 고민을 하면 열이 올라서 그렇다고 둘러대보지만, 로라는 궁의를 불러오겠다고 말한다. 고개를 젓고서, 이마를 짚고 얼굴을 숙여 마스타스가 오기 전까지 빨리 이 부끄러운 마음을 눌러야한다고 생각한다.

마침내 세 시간 후 마스타스는 황궁에 온다. 연달은 전공을 세우고 온 일이기에, 개인적으로 만나지는 못하고 별의 방에서 다른 기사들과 함께 맞이한다. 기사들의 공을 치하하며 "그대들이 나라의 보물이고, 가장 뛰어난 검이다"라고 칭찬한다.

그 후 마스타스는 옷을 갈아입고 응접실로 찾아온다. 마스타스와 주베르 백작부인, 로즈, 로라는 서로를 부둥켜 안고 간만에 만난 걸 기뻐한다. 흐뭇하게 네 사람을 지켜본다. 한참이 지나서야 하녀가 들러와 정원에 테이블을 마련해 음식 준비를 마쳤다는 이야기를 해주서야 진정해 정원으로 나간다. 정원에서 시녀들과 함께 티타임을 가지던 중 시녀들에게 코샤르와의 관계 진전에 대해 마구잡이로 질문당하는 마스타스를 지켜본다.

크로우에게서 다르타가 감옥에 들렀고, 구해간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보고받는다. 마법을 배우러 온 후, 가끔 나가서 에벨리를 만나고 동생 찾는 일을 하던 다르타가 드디어 수상한 행적을 보였고, 이전에는 들르지 않고 이번에 갔다는 것에 최근 감옥에 수감된 상시천 도적과 연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한다. 다른 나라에서 보낸 스파이가 아닌 상시천 쪽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완전히 상시천 도적 쪽이라 보기엔 구해간 사람도 없기에 찜찜해한다. 어떻게 할 거냐는 크로우의 질문에 일단 계속 지켜보라고 지시한다.

크로우를 돌려보낸 뒤 마스타스를 불러 전 날 감옥에 들렀단 이야기만 빼고, 다르타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스타스는 치유 마법사 에벨리 같은 사람이냐고 묻고서 입을 벌리고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이야기가 끝나자 찝찝해해 신분이 없다면 좀 위험하지 않겠냐고 질문한다. 마스타스에게 다르타를 만나줄 수 있겠냐고 권한다. 마스타스가 반문하자 마스타스는 사람 보는 눈이 좋다고 둘러댄다. 이 말을 하면서도 코샤르가 연약하다고 말하던 걸 떠올려 사람 보는 눈이 좋은 게 맞는 것인지 의문을 품는다.

일부로 마스타스를 다르타와 대면하게 만든다. 다르타를 상시천 도적들 틈에서 보았다면 뭔가 반응을 보일거라고 생각했으나, 마스타스는 다르타가 신분이 없기에 유심히 꼼꼼하게 살펴보기만 할 뿐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다르타도 시선을 아래로 내린채 의기소침해한다. 이를 보며 다르타는 늘 저렇다고 생각한다. 다르타가 상시천과 연은 있지만 도적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우선은 좀 더 지켜보기로 결정한다.

다르타가 잘 배우고 있는지 물어볼 겸, 동대제국에서 연구차 와 있는 마법사들이 일을 잘 하는지 확인할 겸 해서, 업무 도중 통보없이 마법사들의 연구실을 찾아간다. 마법사들의 리더 역할을 하는 마법사는 자신을 보자마자 놀라기는 커녕, 오히려 기쁜 듯 눈을 빛내면서 인사한다. 자신이 인위적인 마법사라는 걸 알았을 때부터 저런다고 생각한다. 마법사는 "이리 방문해주시다니 참으로 좋습니다. 좀 더 자주 오셔도 좋습니다. 가끔 연구를 도와주셔도 좋고요."라고 말한다. 이 말이 진심임을 알기에 우습다고 생각한다. 못 들은 척 하며, 주위를 살핀다. 동대제국에서 온 마법사들을 위해 일부로 만들어준 연구실 내부를 둘러보다가 다르타가 없다는 걸 알아차린다. 감소 현상의 원인과 성과에 대해 질문하지만, 마법사는 자연 현상이라며, 마법사가 어떻게 탄생하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마법사가 줄어드는지 어떻게 알겠냐고 설명한다. 그레도 노력은 해보라고 부탁한다. 물론이라는 대답에 다르타는 잘 배우고 있는지 질문한다. 다르타의 이야기가 나오자 자신을 귀한 연구대상처럼 보던 마법사는 그제야 웃으며 치유 계통이 확실하지만 너무 늦게 발현해서 자기 힘을 발현하지 못한다고 설명하면서도 본인도 열정적이고 성실하니 곧 좋은 성과가 있을거라고 말한다. 이 말에 다르타는 확실히 성실한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수고하라고 말한 후 연구실을 나온다.

연구실에서 나와 다르타가 만약 정말로 상시천과 관련된 사람이라면, 대체 어떻게 해야하냐고 고민한다. 상시천과 관련이 있더라도, 마스타스가 얼굴을 못 알아보는 걸 보면 다르타는 본인이 상시천 도적이 아닌 듯 하다고 생각해 개인적으로는 다르타가 스스로 자신의 과거를 정리해주기를 바라면서도, 단순히 연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가족이라면, 큰 의지가 없는 한 과거를 정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의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제국 연합 측은 상시천 소탕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다르타가 서대제국에 올 수 있는지 의문을 품는다. 이어서 왔다가도 상시천 소식을 들으면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 않겠냐고 생각한다. 최악엔 상시천으로 가 치유 마법사 노릇을 하는 경우이기에, 이를 생각한다면 다르타에게 가르침을 주는 건지조차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걸어가던 중 우연히, 기사 두 명이 다르타를 막아서고서 낄낄 웃으며 "인위적으로 마법사가 생긴다면, 아가씨 같은 출신들이 감히 발을 못 붙이겠지. 마법사도 귀족이나 하는 시대가 찾아온단거야.", "하녀로 들어와도 감지덕지한 출신들이, 마법 하나 배울 줄 안다고 나대는 꼴이라니."라고 폭언을 내뱉는 걸 듣게 된다.[21] 우연히 듣게 된 폭언에 창가로 다가간다. 기사들은 "제발 좀 뒷길로 다니면 안 될까? 응?"라고 다르타를 모욕한다. 다르타는 화가 났지만 충돌을 피하기 위해, 비켜달라고 말하며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이동해보려했으나, 기사들은 자꾸 다르타를 막아서는 것도 모자라, 아예 그녀가 들고 있던 책을 보고 "이 책은 뭐야? 이런 책을 하녀가 읽어서 뭐 해?"라고 모욕하기까지 한다. 다르타는 하녀 아니라고 대꾸하지만, 기사들은 한 술 더 떠서 "이런 책 읽는다고 이해는 할 수나 있어?", "수업 시간에도 그냥 책 끌어안고 이해하는 척 하는 거 아니야?"라는 악담을 지껄이기까지 한다.

곁에 있던 호위에게 물을 달라고 말한다. 호위는 평소에 비상용 물과 잔을 늘 가지고 다니기에, 얼른 물을 잔에 담아 자신에게 내밀고, 그 즉시 물잔을 창문에 대고 흘려, 기사 중 한 명에게 물을 쏟아붓는다. 놀란 기사들은 고개를 들지만, 자신과 눈이 마주치게 된다. 자신을 본 기사들은 황급히 무릎을 꿇지만, 대답없이 기사들을 바라보고 있는다. 기사들은 쩔쩔매다가 다른 곳으로 가버리고, 다르타는 책을 끌어안고 멍하니 자신을 올려다보다가 자기가 죄인인 듯 인사한다. 아르티나 경에게 "기강이 해이한 기사가 있네요. 눈과 귀가 불쾌합니다. 내 사람을 모욕하고. 내 하녀들을 모욕하고. 다른 기사들도 이럴까요?"라고 차갑게 묻는다. 아르티나 경은 "기사단장에게 전달하겠습니다. 염려놓으십시오."라고 대답한다.

마스타스가 다르타의 뒤를 쫒아다니고 있는 것에 마스타스를 불러 다르타가 마음에 드냐고 질문한다. 마스타스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먼저 다르타의 뒤를 쫓아다니고 있는 크로우가 알려준 것이였고, 크로우가 알려주지 않았더라도 이미 눈에 띄게 쫒아다니고 있었으며, 시녀들조차 알고 있기에 마스타스의 행적을 모르진 않았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스타스는 본인은 몰랐는지 눈을 커다랗게 뜨더니 황급히 아니라고 부정하면서도, 치를 떨어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자신을 눈치를 살핀다. 할 말이 있어보이는 모습을 이상하게 여겨 왜 그러냐고 되묻는다. 마스타스는 머뭇거리면서 입을 뻐끔거리다가,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고 말하자마자 벌떡 일어나더니 다른 일이 생각하고서 말하고서 나간다. 이를 이상하게 여겨전에 마스타스와 다르타가 싸웠다더니 그 때문이냐고 생각하다가, 다르타를 불러서 물어보려한다. 아무리 크로우라고 해도 하루종일 다르타를 따라다니진 못하기에, 혹시 그가 못 보는 사이 둘 사이에 다른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2시간 후 다르타는 자신을 찾아와 잠시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말한다. 이를 의아해해 되묻는다. 다르타는 길게 가려는 건 절대 아니라고 둘러대면서도, 마법사 학자들이 동대제국에 갔기에,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좀 여기저기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고 말한다.

하인리의 집무실로 찾아가 노크한다. 안에서 들리는 요란한 소리에 문을 열어버리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서, 문 뒤에 선채 요란한 소리가 멈추기를 기다린다.

잠시 뒤 하인리는 가장 윗단추를 잘못 잠근채로 문을 열고 웃으면서 이 시간엔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이 시간엔 보통 자신도 일하고 있고, 하인리도 일하고 있어야하는데, 뭘 하고 있길래 윗단추가 풀어졌냐고 의문을 품는다. 아까 들은 소리를 떠올려 퀸의 모습으로 뭔가 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채 추궁하고 싶어한다. 이내, 충동을 누르고서 마스타스를 못 봣냐고 본론을 꺼낸다. 하인리가 되묻자 며칠 전부터 보이질 않는다고 말한다. 코샤르가 보고 싶어서 달려간 게 아니냐는 대답에 코샤르가 자신에게 보낸 마스타스에게 쓴 편지를 손가락에 끼고 흔들어보이며 아닐거라고 대꾸한다. 하인리는 고개를 기웃하더니 전혀 신경쓰지 않는 말투로 태연히 뭘 하든 하고 있을거라고 대꾸한다. 물론 마스타스는 어디 가서 위험에 처할 사람이 아니기에 안심한다.

하지만 하인리의 행동에는 신경이 쓰여한다. 하인리가 문을 가로막고 안을 안 보여주는 것 같은데, 자신의 착각인거냐고 추궁한다. 평소라면 안으로 들어오라고 말하면서 얼른 비켜섰을텐데, 문틈에 끼이기라도 한 듯 가로막고 서서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기에 착각이 아님을 확신한다. 자신도 키가 큰 편이지만, 하인리는 자신보다 키가 더 큰데다가 어깨가 넓어서 이렇게 가로막고 서 있으면 안을 볼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나다를까 하인리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 반응에 착각이 아님을 더욱 확신한다. 손을 들어 하인리의 가슴에 노크하고서 그를 째려보며 들어가도 되냐고 묻는다. 하지만 하인리는 웃더니 두 팔을 벌려서 자신을 안아 가슴에 묻는다. 그의 품에선 아찔한 향이 났고 뺨에 닿는 감촉마저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속으로 이게 아니라고 어이없어한다. 품 안에서 빠져나와 안쪽에서 뭘 하나 보기 위해 발뒷꿈치를 들지만, 하인리는 그런 자신이 우스운지 혼자 빵 터져서 웃어댄다. 발뒷꿈치를 내리고서 하인리를 노려보지만, 하인리는 입술을 꽉 깨물고서 다시 자신을 끌어안으며 "사랑스러워요. 그래도 못 들어가요."라고 단호하게 대꾸한다. 속으로 대체 뭘 하고 있었냐고 생각한다.

라르스를 안고 얼러주고 있는 맥켄나에게 입이 무겁냐고 질문한다. 맥켄나는 자신의 말에 흠칫하더니 자신을 쳐다본다. 재차 입이 무겁냐고 질문한다. 라르스의 등을 두 번 토닥이더니 몹시 꺼림직해하는 목소리로 갑자기 그건 왜 묻냐고 반문한다. 하인리가 집무실에서 뭘 하고 있었다고 물어보지만, 맥켄나는 하인리야 늘 뭘 학 있다고 대꾸한다. 전 날 낮 2시 경이였다고 말해서야 맥켄나는 하인리가 뭘 했는지 안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급히 정색해 모르는 척 뭘 하고 있었겠냐고 중얼거린다. 누가 봐도 뭔가 아는 얼굴인데 발뺌을 하고 있는 것에 저래봐야 티가 난다고 황당해한다. 뭘 하고 있었냐고 물으면서도 자신이 가니까 못 들어가게 막았다고 대답하고서 전 날 하인리는 끝까지 집무실 안을 보여주지 않았고, 저녁 무렵에 보여주긴 했지만 그때는 이미 집무실 안이 깨끗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맥켄나는 그냥 일하고 있었다고 발뺌한다. 옷에 단추가 덜 잠겼다고 말한다. 맥켄나는 절대로 망측한 일이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런 오해는 하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해서야 맥켄나는 감탄하다가 자기가 말실수를 했다는 걸 깨닫고 얼른 입을 다문다. 거듭 이름을 부르고서 바라본다. 맥켄나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자신을 보다가, 결국 모른 척해주어야한다고 말하며 전 날 하인리가 하던 일에 대해 털어놓는다.

집무실에서 제국 연합에 관련된 일을 보던 중, 창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를 듣는다. 창틀에 팔을 괴고 서 있는 하인리를 보고 예전, 하인리가 창문으로만 다녀서 잔소리를 퍼부었을 때, 그 다음으로는 조금은 고쳐지는가 싶더니 왜 또 창문으로 왔냐고 황당해한다. 다가가 창문을 열어주지만, 하인리는 손을 내밀며 안으로 들어가게 잡아달라고 부탁한다. 혼자 잘 들어올 수 있지 않냐고 지적하지만, 하인리는 가끔은 '연약한 하인리'가 될 때가 있다고 대꾸한다. 약한 소리인게 분명하지만 귀여우니 넘어가주겠다고 생각하고, 손을 뻗어서 하인리가 내민 손을 잡는다. 손 안에 뭔가 까칠하고 날카로운 것들이 들어있단 걸 발견하고 다시 손을 빼낸다. 놀라서 뭐냐고 묻는다. 하인리는 웃으면서 손을 펼쳐 목걸이를 보여주며 선물이라고 말한다. "갑자기 선물을 주다니 놀라워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당황스럽고 놀라고 기뻐서 무슨 일로 선물을 주는 건지 짐작도 가지 않아요. 깜짝이야 ......고마워요."라고 중얼거리다 재차 고맙다고 말한다.

하인리는 목에 목걸이를 걸어주더니 흐뭇한 표정을 짓고서 자신이 잘 볼 수 있도록 그 부분만 들어올려 신나게 설명하다가 말을 하다 말고서 입을 다문채 자신을 바라본다. 곧 하인리는 맥켄나가 말해줬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한숨을 내쉰다. 모른 척 무슨 말이냐고 반문하지만, 하인리는 아까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말이 많았다고 지적한다. 그제야 '몰랐다, 놀랐다'라는 등 너무 많이 강조했다는 걸 알아챈다. 어색하게 시선을 돌리지만, 하인리는 덤덤하게 웃으면서 목걸이를 내려놓더니 뒤를 돌아보며 소리를 지른다. 맥켄나가 어디 있다고 저러냐고 생각한 순간, 파랑새의 모습인 맥켄나가 날아오르더니 잽싸게 달아나는 걸 목격한다. 맥켄나는 자기가 말했다는 걸 절대로 발설하지 말라고 말했다는 걸 떠올려 당황하면서도, 자신의 입으로 말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안한 기분에 하인리가 부리로 하나하나 보석을 붙여 만들었다는 목걸이를 만지작거리고 있던 중 하인리는 자신의 눈치를 보며 "조만간 '수룡의 새장에 들어갈 저 입 가벼운 새'가 또 무슨 말을 했냐?"고 추궁한다. 맥켄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대꾸하지만, 하인리는 "그럼요, 지저귄 건 파랑새죠. 뭐라고 지저귀던가요?"라고 재차 추궁한다. 이에 지저귀지도 않았다고 대꾸한다.

하인리는 바람을 불어 자기 앞머리를 위로 올리더니 주변을 둘러보다가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손을 옆구리에 붙인채 다리를 교차로 움직이며 가볍게 스텝을 밟는다. 그 뜬끔없는 춤을 보며 눈물이 나올 것 같다고 생각해 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다. 자신을 본 하인리는 자신을 향해 돌아서고, 괴로워하며 맥켄나가 이것도 말했냐고 묻는다. 턱에 힘을 꽉 주고 고개를 젓지만, 하인리는 영 못미더운 듯한 눈으로 자신을 보다가 자신이 입을 열지 않을 것 같자 포기하고서 다시 뒤를 돌아보며 소리를 지른다. 맥켄나를 캐보기로 한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정원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하인리를 보다가, 쭈그려 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고서 저걸 왜 연습하는지 모르겠지만 귀엽다고 생각한다.

그때 마스타스가 자신을 찾아왔다는 걸 듣는다. 정색하고서 침실 밖으로 나간다. 로즈와 함께 서 있는 마스타스는 잠시 일이 있어 다른 도시로 다녀왔다고 설명하며, 자신이 찾았다고 말한다. 마스타스에게 코샤르가 자신에게 보낸 편지를 마스타스에게 건낸다.

송진으로 바이올린 현을 닦고 있던 와중, 갑자기 바이올린 현이 풀려버린다. 주베르 백작부인은 자신에게 맡기라며 바이올린 째로 받아간다. 주베르 백작부인이 끊어진 바이올린 현을 빼내는 동안, 송진을 보관함에 넣는다. 일어서며 마스타스는 아직 안 왔냐고 묻는다. 다르타가 동대제국 마법사들에게 쓴 편지를 중간에 받아서 갔는데 무슨 일인지 이후로 마스타스가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에, 다르타에게 갔을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다르타는 잠시 여행을 간 것이니 기다리면 곧 돌아올건데 왜 갔냐고 의문을 품는다.[22]

트로비 공작에게 편지를[23]를 쓰던 중, 창밖에서 다르타에게 붙여두었던 크로우가 다급하게 날개로 창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어 다르타에게 무슨 일이 생긴거냐고 묻는다. 크로우는 몇 번 새 소리를 내더니 황급히 소파 뒤로 날아가 변신을 푼다. 잠시 후 크로우는 다르타가 상시천 도적들과 한 패가 맞았고, 도적들이 마스타스를 죽이려했다고 설명한다. 이어서 혹시나 싶어 상시천 도적들을 따라다니고 있었는터라, 다행히 중간에 마스타스를 빼냈다고 설명한다. 그제야 다행이라고 안심한다. 크로우는 에벨리가 마침 근처에 있기에 마스타스를 데려다주었고, 에벨리가 마스타스를 치료해주어서 지금은 멀쩡하다고 설명한다. 이것도 다행이라고 안심하지만, 에벨리가 왜 거기에 갔는지 궁금해한다. 크로우는 에벨리가 다르타를 찾아갔는데, 마스타스를 먼저 만나게 되면서 다르타가 상시천 무리란 걸 알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후 크로우로부터 에벨리가 알게 된 진실, 이후의 행동, 에벨리가 한 오해, 다르타를 기르던 상시천 행동대장인 빈셀의 죽음 등 모든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야 잠시 생각한다. 에벨리가 한 오해는 진실과 뒤섞여있어서 두 개를 구분해내기 힘들었고, 다르타는 상시천 무리에 소속되어있는 게 맞지만 본인이 도적이 아니었으나, 마스타스의 죽음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계기가 된 건 맞기에 심란해한다. 크로우도 상황이 복잡하자 어떻게 해야 할지 헷갈리는지 어떻게 할 거냐고 질문한다. 진실을 모른다면 다르타가 자신을 속였다는 분노에 괴로울테고, 진실을 안다면 자신이 언니처럼 따르던 다르타를 키워준 양모를 죽였다는 것에 괴로울 것이기에 에벨리는 오해를 알아도, 몰라도 충격을 받을거라고 대답한다.[24] 눈을 감고 관자놀이를 문지른다. 상시천 도적들이 길렀지만, 본인이 도적은 아니었으나 상시천 도적들과 친했고, 마스타스를 죽이려들진 않았지만 상시천 도적들을 위해 시체를 감추려했고, 대단한 마법 재능을 가진 다르타를 자신이 과연 품을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잠시 고민하다가 잠시 생각을 해봐야겠다고 대답한다. 크로우는 계속 쫓아다니겠냐고 묻는다. 그동안 고생했는데, 좀 쉬라고 말한다.

침실에 들어가지만, 누군가가 또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는다. 크로우에게 쉬라고 했는데 또 온 거냐고 생각했으나, 새의 모습인 맥켄나를 목격한다. 떨떠름한 표정인 맥켄나를 보고 얼른 다가가 창문을 열어준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서도 심각한 일이 아닌 듯하고, 사람의 모습으로 왔거나 사람을 보냈을거라고 생각한다. 맥켄나는 알아들을 수 없는 대답을 하고서 체념 어린 얼굴로 목을 내민다. 종이를 꿰어 만든 엉성한 목걸이를 빼낸다. 목걸이를 빼내자마자 맥켄나는 꽁지를 털고서 얼른 자리를 피한다. 설명도 안 해주고 가는 맥켄나의 뒷모습을 보며 정말로 급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게 뭔가 하는 생각에 쪽지를 펼친다. 쪽지 내용에 또 무슨 일을 꾸미는 거냐고 생각하다가, 전에 하인리가 혼자 열심히 연습했다던 춤을 떠올려 설마 그 춤을 춰 추려는 거냐고 생각한다. 생각만으로도 웃음이 나왔으나, 웃어대면 체통이 없어보인다고 생각해 입술을 꾹 다물어 웃음을 참는다. 하인리가 뭘 하는지 궁금해서 견디기 힘들어하다가, 얼른 가벼운 망토를 걸치고 침실 밖으로 나간다. 따라붙으려는 랑드레 자작을 말리고서 아기방으로 간다.

아기방 안에 들어온다. 불을 키지 않아 방 안이 어두운 것에 불을 킨다. 하인리가 어디 있는지 찾다가, 창문 앞에서 달빛에 비춰진 퀸의 실루엣을 목격한다. 가까이 다가가자 퀸의 모습인 하인리와 '퀸퀸'이 나온다. '퀸'이 둘인 것에 놀라서 멈춰선다. 이게 무슨 일인거냐고 생각하며 오른쪽과 왼쪽을 번갈아 보고 있는다. 그때 하인리와 '퀸퀸'은 양 날개를 동시에 들어올리고, 타악기 소리가 동시에 들린다. 하인리와 '퀸퀸'은 이번에는 한 쪽 무릎을 굽히고, 다시 타악기 소리가 동시에 들린다. 소리가 어디서 난 거냐는 생각에 고개를 돌리려한 순간, 하인리와 '퀸퀸'은 동시에 춤을 추기 시작한다. 박자가 미묘하긴 하지만 동작은 얼추 비슷한 모양새였고, 넋을 놓고 하인리과 '퀸퀸'이 추는 춤을 바라본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후 요람 안에 있는 카이사와 라르스도 혼이 반쯤 나간 듯 넋을 놓고 춤을 보고 있는 걸 목격한다.

춤이 끝나서야, 그제야 퀸의 모습인 하인리와 '퀸퀸'이 동시에 춤을 추었다는 걸 눈치채 어떻게 춘 건지 궁금해한다. 하인리는 '퀸퀸'과 대화가 되는 거냐고 생각하다가, 하인리가 '퀸퀸'이 춘 춤을 따라한거냐고 생각한다. 한 쪽이 미묘하게 박자가 달랐으니 그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떻게 '퀸퀸'이 춤을 추게 만든거냐고 의문을 품는다. 춤을 다 춘 하인리는 그저 뿌듯한 듯 허리에 손을 짚은 채 숨을 고르며 성취감 가득한 눈으로 '어때?'라고 묻는 듯이 자신을 바라본다. 귀엽다고 생각해 말없이 다가가 하인리를 끌어안는다. 작은 몸에서 심장이 뛰는 게 생생하게 느껴지는 게 너무 사랑스러워서 견딜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때 카이사는 새로 변신해 허겁지겁 요람의 작은 틈 사이로 빠져나오려다가 배가 걸려 비명을 지르고, 뒤를 돌아본다. 얼른 요람의 틈 사이에 낀 배를 뒤로 밀고 밖으로 빼내준다. 카이사는 신이 나서 한 바퀴를 돌더니 하인리에게로 달려간다. 다정한 부자간의 모습을 사랑스러워하며, 라르스를 꺼내 안고서 "아빠가 춤을 추는 게 좋았나봐요."라고 말한다. 하인리도 카이사를 향해 날개를 펼치지만 그 순간, 카이사는 '퀸퀸'의 품 안으로 들어간다. 그 광경에 하인리도 자신도 놀라서 굳는다. 숨어서 타악기를 연주하던 '퀸퀸'도 놀라고, 이 탓에 타악기 소리가 난다. 잠시 뒤, '퀸퀸'은 서랍장에서 기어나오며 연신 하인리 쪽 눈치를 본다. 하인리가 '퀸퀸'을 노려보자, '퀸퀸'은 얼른 다리를 움직이며 달아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퀸퀸의 다리에 줄로 연결해진 타악기가 바닥에 부딪히면서 소리가 난다. 그 소리를 들으며 하인리를 놀리는 소리 같다고 생각한다. 전혀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 모습이 웃겨서 라르스를 끌어안고 머리카락에 코를 묻는다.

그러나 하인리는 변신을 풀자마자 참지 못하고 카이사를 들어올려 "아빠 얼굴도 못 알아보고! 아빠 얼굴도 못 알아보고!"라고 혼을 낸다. 그게 충격이였는지 카이사는 기겁해해 '사람 아빠와 '새' 아빠가 왜 동시에 나와있지?'라는 듯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눈으로 하인리와 '퀸퀸'을 번갈아 쳐다본다. 하인리는 "아빠 못 알아보면 맴매야! 예쁜 아가라도 맴매야!"라고 혼을 내지만, 카이사가 '퀸퀸'이 아빠라고 생각한다고 여겨 서운했는지 다시 변신해 카이사를 잡고 날개로 두드린다. 그 모습을 보다가 더 참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웃어댄다.

한참을 웃어대고 나서야, 며칠동안 고민했던 고민이 가신다. 다시 라르스를 챙겨서 일어선다. 카이사는 자신이 이렇게 웃는 걸 처음 보는지 멍하니 부리를 벌린 채 자신을 바라본다. 퀸의 모습인 하인리를 부른다. 그 말에 하인리와 '퀸퀸'은 동시에 달려오지만, 하인리는 '퀸퀸'을 발로 걷어차고는 요람 위로 날아올라 자신과 최대한 눈높이를 맞춘다. 방금 '퀸퀸'을 걷어찬 걸 봤는데도, 새삼스럽게 이렇게 착하게 반짝거리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본다고 생각한다. 그 모습을 보다가 부리 위로 입을 맞춘다. 그제야 하인리는 기분이 풀리는지 눈이 풀리고 부리가 약간 벌어진다. '퀸퀸'을 그렇게 싫어하면서, '퀸퀸'을 데리고 춤도 춰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그 순간, 자신을 위해서 싫어하던 '퀸퀸'과 춤까지 추던 하인리의 모습에서 '포용', '적과 타협'을 생각해낸다. 그와 동시에 "다르타를 데려오고 싶다. 하지만, 다르타는 자기를 길러준 상시천을 포기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차라리 내가 상시천을 통째로 데려오면 어떨까."라고 생각해 상시천을 포용하려한다.

자신에게 온 편지들을 우선순위대로 분류하고 답장을 쓰거나 표시를 해두던 중, 알레이시아가 '클로디아 대공비'의 이름으로 자신에게 보낸 편지[25]를 발견한다. 평소에 전혀 왕래가 없었던 알레이시아가 보낸 편지를 보고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해 편지를 펼친다. 편지 내용을 보고 자신이 블루 보헤안에 심어놓은 첩자가 이런 편지를 보낸다면 매우 뿌듯하겠는데, 보낸 사람이 '클로디아 대공비'이고, 편지에 적힌 이유가 안 믿긴다고 생각해 찜찜해한다. 하인리가 자신보다 에르기와 더 가까우니 일단 하인리에게 물어보기로 결정한다.

하인리에게 알레이시아가 '클로디아 대공비'의 이름으로 보낸 편지를 보여준다. '클로디아 대공비'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심각한 표정을 지은 하인리는 내내 심각한 표정으로 편지를 읽는다. 하인리가 편지를 다 읽기를 기다렸다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다. 하지만 하인리는 한숨을 내쉬고서 편지를 옆으로 접어 내려놓으며 어떻게 생각하냐고 반문한다. 편지 옆에 하인리가 당일 처리해야할 서류가 한가득 쌓여있는 걸 본다. 에르기가 흔들린다는 조건이, 무엇인지 짐작이 안 간다고 설명한다. 이에 하인리는 짐작이 간다고 대꾸한다. 그 말에 개인적인 일이라 말할 수 없다는 '그 일'이냐고 반문한다.

에르기의 사정을 알고 있는 하인리는 수긍하고서, 턱을 괴며 한숨을 내쉬면서 "그래서 걱정이네요. 그걸 두고 헤집는다면, 글쎄요. 나라도 솔깃할 것 같은데."라고 중얼거린다. 그 말에 그렇게 심각한 일인거냐고 생각한다. 일단 에르기와 직접 해봐야겠다고 중얼거린 하인리는 몹시 불쾌해하다가, 슬쩍 자신을 보더니 웃으면서 왜 그렇게 보냐고 물으며 시치미를 뗀다. '아까 표정 때문에'라고 솔직하게 대답하는 대신 고개를 젓는다. 하인리는 시무룩해하며 이 편지가 우리에게 도움이 된 건 맞지만, 에르기의 친구로서 이 편지를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에인젤이 약점으로 뭘 내밀었는지 짐작이 가서 화가 나고, 그래서 표정 관리가 안 된다고 설명한다. 그 말에 속으로 자신은 표정 가지고 뭐라 말 안 했다고 황당해해 화가 나면 화가 난 표정을 지어도 된다고 지적하지만, 하인리는 자신 앞에서 그런 표정은 짓고 싶지 않다고 대꾸한다. 하인리 역시도 웃을 때도 화날 때도 있는 걸 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하인리는 자신 앞에서는 완벽하고 싶다고 응수한다. '그러면 지칠텐데'라는 말을 하려다가 만다. 하인리는 에르기에겐 서대제국으로 와 달라고 급보를 보내겠다고 말한다.

어떻게 하면 상시천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 그에 대한 반발과 현실성이 있는지, 상시천에게 당근을 써야할지 채찍을 써야할지, 알레이시아와 에르기 공작의 관계는 뭔지, 에인젤은 무슨 머리를 굴려대고 있을지 등을 고민한다.

그때 자신을 찾아온 돌시는 파랑새 조각상을 내려놓는다. 파란 새 조각상을 보고 놀라서 이게 뭐냐고 묻는다. 돌시는 덤덤하게 "뇌물이다. 감격해라."라고 대꾸한다.[26] 그 말에 나비에가 되묻자 "이름 이상한 인간아, 아무리 생각해도 너는 내 파랑새의 위치를 알고 있거든."라고 말한다. 그 말에 놀란다. 돌시는 이어서 이걸 뇌물로 줄 테니 하루에 세 번씩 보면서 파랑새 위치를 떠올리라고 요구한다.

그때 신나서 콧노래를 부르면서 걸어오던 맥켄나는 돌시를 목격한다. 맥켄나는 돌시가 한 말을 다 들었는지 놀라서 굳은채 서 있는다. 그제야 돌시는 맥켄나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만, 맥켄나를 보더니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도로 돌아간다. 잠시 얼빠진재 가만히 있던 맥켄나는 곧 안도해 가슴에 손을 얹고서 "용이 멍청해서 다행이네요. 저렇게 눈치가 없어서야."라고 중얼거린다.

당황해하다가, 맥켄나로 인해 파랑새를 좋아하던 카이사와 라르스의 모습을 떠올려 카이사와 라르스가 파랑새 조각상을 좋아할 것 같다고 생각해 돌시로부터 전달받은 파랑새 조각상을 하인을 시켜, 응접실에 옮겨놓는다. 예상대로 카이사와 라르스는 파랑새 조각상을 보여주자마자 두 손으로 만세를 부르고 좋아한다. 라르스는 아예 조각상으로 기어가더니 조각상을 꼭 끌어안는다. 그 모습을 보던 주베르 백작부인은 웃음을 터트리며 보석을 좋아하는 것까지, 꼭 하인리를 닮았다고 말한다. 다음 날에도 라르스와 카이사는 파랑새 조각상을 가지고 노느라 몹시 분주해지고, 이를 보며 당분간은 전혀 질리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고 생각한다.

저녁 식사를 하기 전, 하인리로부터 급보를 받고 서대제국에 온 에르기가 자신을 찾아왔다는 걸 전해듣고, 방문을 허락한다. 응접실에서 에르기와 만난다. 에르기는 인사를 올리고서 시선을 돌린 그 순간 돌시가 자신에게 주고 간 파랑새 조각상을 목격해 놀라서 쳐다본다. 에르기의 반응에 의아해하 왜 그러냐고 묻는다. 하지만 에르기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저으며 "발이 달렸나....... 생각하는 중이였습니다. 올 곳에 제대로 온 것 같긴 한데......"라고 중얼거린다.

하인리, 에르기와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알레이시아가 '클로디아 대공비'의 이름으로 자신에게 편지를 보낸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에르기는 덤덤하게 "제겐 아주 소중한 분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너무 약해서, 휠체어를 타고서도 정원 한 바퀴를 다 돌지 못할 때가 많지요."라고 클로디아 대공비의 사정을 설명한다. '소중한 사람' 이라는 말에 속으로 모든 사람을 장난으로 대할 것 같은 에르기 공작이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한다고 의문을 품는다. 이어서 에르기는 클로디아 대공비를 저택에서 나와 물 좋고 경치 좋은 곳으로 모셔가고 싶은데, 그러려면 옆에서 며칠간 붙어서 돌봐줄 치유 마법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그 말에 쉽지 않은 조건임을 바로 눈치챈다. 에르기는 에인젤이 그 조건을 맞춰주겠다고 제안을 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에르기가 알려준 사실에 현재 그럴 수 있는 마법사가 에벨리 외에 또 있는 거냐고 의문을 품자마자 '아직은 그럴 능력이 안 되지만, 잘 다듬으면 그럴 수 있는 원석'인 다르타를 떠올린다. 그와 동시에 에인젤이 다르타를 끌어들였음을 눈치챈다. 이내, 다르타 외에 제 3자의 마법사가 있는 거냐고 생각한다. 하인리는 에인젤이 제시한 거래에 넘어갈거냐고 묻는다. 에르기는 입꼬리를 뒤틀어 올리며 솔깃하지 않다면 거짓이라고 대꾸하고서, 넘어간다면 말릴거냐, 너그럽게 이해해줄거냐고 반박한다. 에르기의 처지를 잘 아는 하인리는 어떻게 말리겠냐고 대답하고서 웃으면서 직접 입꼬리를 내려주며 이해는 해주지만, 너그럽지 못할 뿐이라고 대꾸한다. 이를 보다가 유리잔을 에르기와 하인리 사이에 내려놓는다. 유리잔이 부딪히는 소리에 에르기는 하인리와 말다툼하던 걸 멈추고 자신 쪽을 바라보며 왜 그러냐고 묻는다. 에르기에게 자신이 같은 조건을 내민다면 입을 다물거냐고 묻는다.

이후 에벨리와 소비에슈에게 편지[27]를 보낸다.

멍하니 계단 난간을 잡고 내려가던 중 하인리는 손을 어색하게 허공에 둔 채, '나랑 손 잡는 거 싫냐'고 시무룩해한다. 그제야 고개를 돌리며 생각하느라 못 봤다고 당황한다. 옆에서 즐겁게 웃고 있던 에르기는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간신처럼 하인리에게 "싫은거야. 눈치껏 알아 들어야지."라고 속삭인다. 하인리가 째려보자 에르기는 뒷짐을 지고서 혼자 계단을 내려간다. 하인리는 어색하게 손을 내리고서 빠른 걸음으로 곁에 다가오며 진짜 싫은 건 아니냐고 묻는다. 생각할 게 있느라 못 들었다고 대꾸하지만, 하인리는 '에벨리가 부탁을 들어줄까, 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였냐고 반문한다. 아니라고 대꾸함과 동시에 에벨리는 부탁을 들어줄거라고 확신한다.[28] 하인리는 그럼 뭘 그리 곰곰히 생각한거냐고 묻는다. 상시천 쪽으로 보낸 사절이라고 말한다. 하인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고보니 슬슬 도착했겠다고 대답한다. 자신도 덩달아 고개를 끄덕이고서 다시 계단 난간을 잡고 내려간다. 다르타는 상시천에게 우호적이니, 에인젤이 상시천을 통째로 끌어안는 게 아니라면 당장 다르타가 에인젤에게 넘어갔다고 한들 상황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상시천의 천주 켈트렉은 나비에가 보낸 사절에게서 서신을 받는다. 그 내용에 의하면 '내 밑으로 들어오라'는 제안이였다고 한다. 상시천이 예뻐서 제안하는 게 아니니, 앞뒤 이득 잘 살피고 대답하라고 했다고. 이때 밝혀진 바에 의하면 상시천 때문에 죽었거나, 큰 부상을 당한 사람들이 속한 가문 문양의 반지를 동봉했다고 한다. 이후 켈트렉이 언급한 바에 의하면 편지에 '다르타 때문에 이런 제안을 한다'고 대놓고 써놨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또 나오지 않는다 확실할 수 있냐? 이게 상시천이 사회로 돌아올 수 있는 유일한 다리일거다."라고 쓰여있었다고.

당장 급하지 않은 서류를 훑어보며 마음을 정리하던 도중, 부관과 문답을 주고 받는다. 부관은 상시천 도적들은 제 멋대로 살아온 자들인데 이제와서 법의 테두리에 들어오려고 할지 모르겠다고 묻는다.다르타 같이 상시천이 주워서 기르거나 낳아서 기른 아이들도 있을거라고 말한다. 다르타야 마법사로 발현했으니 다른 길을 찾아볼 시도라도 하겠지만 상시천이 거두어들인 아이들은 신분이 없으니 그런 기회를 잡을 시도조차 하지 못할 것이며, 그 아이들이 커서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게 되면 그건 악순환이라고 답한다.

지금은 다같이 몰려다니며 잘 지내고 있지만, 본인들이나, 혹은 본인들의 아이들 중에서 다르타 같은 케이스가 나올 수 있단 걸 이미 봐버렸으니 그들 사이에도 불안감이 솟아났을 것이라고 현재 상시천의 상황을 지적하면서도, 이런 건 원래 처음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안주하고 싶은 이들과 변화하고 싶은 이들 사이에서 최소한 내분이라도 일어날거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도 문제는 상시천이 아니라, 상시천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생길 반발일거라고 생각한다.

생각에 잠긴 채 자신에게 도착한 편지들을 확인하던 중, 다르타가 자신에게 보낸 편지를 발견하고 놀라서 부관을 쳐다본다. 부관은 어떻게 처리할지 아직 말하진 않았지만, 자신이 계속 신경 쓰여하는 것 같아서 중요한 편지 사이에 넣어놨다고 설명한다. 잘했다고 대답하고서 얼른 편지봉투를 뜯는다. 에벨리, 마스타스와 엮인 사건 이후로, 다르타는 약속한 기한이 넘었는데도 서대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었고, 에르기 공작의 사건을 보면 에인젤 쪽으로 넘어간 것 같은데, 무슨 일로 자신에게 편지를 보냈는지 궁금해한다. 편지 내용[29]을 보자마자 놀란다. 일어서며 크로우를 불러오라고 지시한다.

잠시 뒤 어리둥절한 얼굴로 달려온 크로우는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쉬는 도중 불러내서 말하고서 설명하는 대신 편지를 보여준다. 편지 내용을 훑어보던 크로우 역시 놀라서 눈이 커다래지지만, 이윽고 편지를 내리고서 사실이겠냐며, 혹시 함정이면 어떡하냐고 물으려한다. 다 믿기도 어렵지만, 무시하기도 힘든 일인데다가, 급한 일이라서 크로우를 불렀다고 말함과 동시에 에벨리는 블루 보헤안 쪽으로 갔으니, 크로우도 블루 보헤안으로 날아가 상황을 살펴달라고 지시한다. 크로우는 대답을 하자마자 편지를 도로 자신에게 건내고서 나간다. 변신해서 블루 보헤안으로 날아갈거라고 여기고서 다르타가 자신에게 보낸 편지를 다시 살핀다. 그 내용이 진실인거냐고 생각하며, 에벨리가 다르타와 몹시 친한 건 알지만, 빈셀이 죽은 상황에 과연 다르타가 에벨리를 살리려 들겠냐고 의문을 품는다. 그러면서도 다르타가 에벨리에게 복수하려 든다면 굳이 자신에게 편지를 보낼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다. 대비해서 나쁠 건 없으니 이 사실을 하인리에게도 알리기로 한다.

크로우가 떠난 후, 새대가리 일족 몇 명을 추가로 블루 보헤안으로 보낸 하인리는 식사를 하면서 에르기와 알레이시아의 과거사를 이야깃안다. 에르기와 알레이시아의 과거사를 들은 후 '그냥 천성이 못돼먹은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사연이 있었다니 안타깝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하인리는 욕을 무척 자연스럽게 한다며, 얼핏 들으면 감상 같다고 놀린다.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대꾸한다. 하인리는 물론 욕은 하는 입장에서는 중요하지 않겠다고 놀린다. 그보다도 다른 게 신경이 쓰이는 게 있다고 말하고서 알레이시아를 언급한다. 알레이시아가 언급되자, 하인리는 표정이 굳어지며, 무슨 특이한 점이 있냐고 묻는다. 알레이시아에 대해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 하인리는 자기는 어릴 때 몇 번 본 게 전부이고, 금발에 파란 눈이였다고 설명한다. 더 묻지만, 하인리는 모르겠다고 대답하고서 에르기가 알레이시아에 관해 이야기하는 건 별로 안 좋아한다고 설명한다. 이름, 외모, 해적에게 구출됐다는 것, 구출된 그 시기에 대해 생각하다가, '알레이시아'란 이름이 독특한 이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곧, 니안의 티파티 때 에르기가 라스타에게 알레이시아에 대해 언급했던 걸 떠올려 찝찝해한다.

자신을 찾아온 다르타가 하인리 황제의 부하들은 다 변태라고 말하자 난감해한다. 말없이 다르타를 품에 안고 등을 토닥거리면서 고생했다며, 이렇게 건강히 돌아와서 기쁘다고 말한다.

다르타가 씻고 휴식을 취한 후, 식사를 하면서 다르타로부터 에벨리와 서로 친자매라는 것 외에도 많은 사실을 듣는다. 다르타는 에벨리가 클로디아 대공이 일으킨 선박 사고에 휘말려 바다에 빠졌는데 자신이 구출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시무룩해하다가도, 그래도 살아나서 다행이라고 중얼거린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야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냐고 질문한다. 다르타는 자신이 에인젤의 옆에 있으면 에인젤은 에벨리를 죽이려할 것인데다, 그는 너무 무섭다며 에인젤에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에벨리에게 가는 것에 대해 질문한다. 다르타는 아직도 상처가 남아서 복잡하긴 하지만, 에벨리가 힘들어하는 건 보고 싶지 않고, 에벨리도 아마 자신을 얼굴 보기도 싫어할 것인데다, 진실을 알린다면, 알리는대로 에벨리는 상처를 받을거라며 에벨리에게도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상시천에게 가는 것에 대해 질문한다. 다르타는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말이 안 나온다는 듯 포크를 내려놓고서 우물쭈물하다가, 한참을 고민한 후에야 에인젤이 자신을 못 찾게 다른 사람으로 살고 싶고, 도적이 되고 싶지도 않다며, 상시천에는 이제 빈셀이 없다고 말한다. 다르타는 자신의 눈치를 보다가, "황후 폐하의 옆에 있으면 안 될까요? 에인젤이 절 찾기 쉬울까요? 이름 바꾸고 얼굴 가리고 있으면 못 찾지 않을까요? 에벨리가 여기 놀러오면 늘 얼굴을 가리거나 다른데 자리를 피할게요. 그러면 저인 줄 모를거예요. 그러니까...... 황후 폐하께서는 절 받아줄 마음이 있으세요?"라고 말한다. 손을 뻗어 다르타의 손을 잡고 웃으며 "다르타. 네가 내게 오길 언제나 기다렸단다. 드디어 내 것이 되었구나."라고 대답한다.

새로운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다르타의 요청에, 성과 이름을 새로 만들어오면 그걸로 새 신분을 만들어주겠다고 제안한다. 이후 다르타가 본인의 이름과 친부모 이스쿠아 부부의 성, 양모 빈셀의 성을 죄다 합쳐서 '다르타샤 빈셀 이스쿠아'라고 성과 이름을 새로 만들어오자, 다르타가 새로 만든 성과 이름으로 다르타에게 새 신분을 만들어준다.

이후 언급된 바에 의하면, 상시천에게 '내 밑으로 들어오라'는 제안을 했다는 사실과, 원래는 상시천을 설득하려고 했고, 그래야 다르타가 자신에게 돌아올거라고 생각했다고 다르타에게 알려주었다고 한다. 다르타는 상시천을 설득해보겠다고 자원했다고.

이후 다르타가 상시천 부천주 부부와 상시천 천주 켈트렉을 설득하면서, 켈트렉은 나비에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후 상시천은 나비에의 직속 기사단이 된다.

세월이 흐른 후 등장한다. '퀸퀸'과 하인리의 비행을 지켜보다가, '퀸퀸'을 하인리로 착각하고 부른다. 하인리는 변신을 풀자마자 이젠 구분을 좀 해달라고 시무룩해한다. 얼른 어깨를 두드려주지만, 하인리는 이를 알아채고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아이들의 일로 당부할 게 있어서 왔다고 말한다. 하인리는 라르스가 또 사고를 친 거냐고 묻는다. 아이들을 너무 예뻐하지만 말고 엄하게 대하라고 당부해보지만, 하인리는 자신의 눈치를 살피더니 웃으면서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라르스는 외모가 자신과 닮아서, 카이사는 말투가 자신과 닮아서 혼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늘 풀어주기만 해도 안 된다고 지적하지만, 하인리는 라르스가 또 사고를 친 거냐고 묻는다. 천장 위에 올라갔을 뿐이라며 사고친 게 아니라고 말한다. 하인리는 의기소침해져서 눈을 내리깔고 머리를 기댄다. 제대로 혼내겠다는 말을 하지 않는 모습에 여전히 이렇다고 생각한다. 자신도 라르스가 사고를 칠 때마다 기가 막히고 화가 났지만, '어린 하인리'라는 생각을 했고, 내숭 부리는 것까지 하인리를 닮은 라르스는 남들 앞에서는 성격을 드러내다가도, 자신을 보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순진한 척 웃다보니 화를 내지 못했기에 하인리의 기분을 이해한다. 역시 하인리가 근원이라고 중얼거리며 허리를 꽉 쥔다. 하인리는 화를 푸는 것 같더니 또 왜냐고 말하며 간지러워하면서도 자신에게 더 달라붙는다. 하인리의 귓가를 깨문다.

하인리에게 소비에슈의 서신을 보여준다. 이전부터 트로비 공작부부를 통해 카이사와 라르스에게 동대제국의 후계자 자리에 관심이 있는지 물어봐달라고 요청했던 소비에슈가 직접 서신을 보낸 것에 각오는 하고 있었다고 여기면서도 놀란다. 하인리도 한숨을 내쉬고서 서신을 접으며 올 것이 왔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결정한다.

이후 식사를 하다가, 라르스와 카이사에게 소비에슈가 둘 중 한 명을 후계자로 삼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라르스는 서대제국 황제 자리에 관심이 있으니 카이사가 관심을 보일거라고 생각한 찰나, 라르스가 먼저 손을 든다. 손을 들려던 카이사는 시무룩해해 도로 손을 내린다.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하인리는 충격받아 얼른 라르스를 말리지만, 라르스는 해맑게 웃으면서 다른 손을 든다. 이 광경에 하인리는 경악한다. 일단 라르스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들어보기 위해 고개를 저으며 하인리를 말린다. 그동안 라르스는 서대제국 황제 자리를 원했는데, 왜 동대제국 황제 자리를 원하냐고 묻는다. 라르스는 소비에슈는 몸이 약하지만, 하인리는 몸이 튼튼하다며, "소비에슈에게서 먼저 양위를 받아 동대제국 황제 자리를 차지한 후에, 하인리에게서 양위를 받아 서대제국 황제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폭탄 발언을 내뱉는다.

맥켄나 말로는 워턴 3세가 마력을 잃은 사건 전까지는 하인리도 라르스와 똑같았다는 걸 떠올리며, 당시에는 귀엽게만 보이던 하인리의 행동이 라르스와 겹쳐보이는 것에 라르스와 카이사는 그나마 쌍둥이이기라도 하지, 형이 공식적인 왕세자였던 하인리가 라르스와 똑같이 행동했다면 어땠겠냐고 경악한다. 하지만 하인리는 사태파악을 못한채 라르스가 천재인 거 같다고 말하며 라르스를 끌어안는다. 인상을 찌푸리지 않으려 애쓰려하지만 성자의 예언이 떠올라 기겁해한다. 한숨을 내쉬며 카이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보려했으나, 카이사도 황제 자리를 원했기에 시무룩해하며 말 없이 식사를 하고 있는다. 동대제국과 서대제국 중 한 나라만 선택하는 게 낫다고 지적하고서, 라르스도 똑똑하지만, 카이사도 똑똑하기에 둘이서 각각 동대제국과 서대제국을 다스려도 괜찮을 것이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도울 수 있을거라고 일갈한다.

그러나 라르스는 "어머니는 전 세계의 반을 쥐고 있는데, 왜 나는 제국 하나만 다스려야하냐"는 억지를 부린다. 제국 연합의 수장 직위는 자식에게 물려주는 자리가 아니라고 일갈하며, 자신도 언젠가는 제국 연합 수장 직위에서 은퇴할거라고 대답한다. 그와 동시에, 만약 라르스가 제국 연합 소속 국가들에게 인정을 받는다면 제국 연합의 수장 직위에 오를 수 있을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라르스는 서로 도우라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억지를 부린다. 심지어 "오빠가 동대제국 황제 자리를 차지하든 서대제국 황제 자리를 차지하든, 내가 할 일에 방해만 될 건데 어떻게 도운단거냐"라는 망언을 내뱉으며 카이사를 방해물 취급한다. 아예 카이사는 착하지만 자신은 천하를 통일할거라며, "내가 천하를 통일하려면 오빠한테 준 영토도 받아와야한다. 어차피 나한테 뺏길 거라면, 그냥 미리 내가 받아가겠다."라는 정신나간 망언까지 내뱉는다!!!

'내 새끼 최고다 내 새끼 이쁘다'라는 표정으로 라르스를 쳐다보던 하인리는 라르스가 내뱉은 폭탄 발언에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다. 식사가 끝난 후 라르스의 야망이 큰 게 하인리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내 맥켄나에게서 들은 하인리의 과거가 떠올라 하인리의 과실이 80%는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해 하인리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하인리가 황급히 새로 변해 식탁 아래로 숨자, 귀여운 척 해도 소용없다며 나오라고 일갈한다.

식사 내내 시무룩해하던 카이사의 모습이 떠올라 방으로 간다. 호위를 물리고서 노크를 한 후 방 안으로 들어간다. 종이를 황급히 찢고 있는 것에 카이사를 불러본다. 카이사는 허둥거리며 종이조각들을 끌어모으다가, 자신이 다가오자 아예 한 번에 몰아놓고 상체로 덮어버린다. 종이조각이 옆에 삐져나왔다고 알려주고서 그 중 한 개를 집는다. 종이조각을 돌려주려고 했으나, 그 내용을 보고 왜 종이를 찢고 있었냐고 물으며 멋지다고 말한다. 하지만 카이사는 시무룩해해 고개를 떨어뜨리고서 소용없다며, 보면 욕심이 생길거라고 말한다. 의문을 제기하지만, 카이사는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다. 괜찮으니 말해보라고 재촉하지만, 카이사는 자기 욕심 때문에 국민들이 아픈 것도 싫고, 라르스와 사이가 멀어지는 것도 싫은데, 이로 인해 자신이 슬퍼하는 건 더 싫다고 말한다.

혼란스러워하던 도중, 카이사는 품에 안겨 자신만 있으면 된다고 응석을 부린다. 자신에게 온전히 의지하는 모습을 귀여워하지만, 이내 카이사가 한 말에 라르스는 황제가 되고 싶어하는데 자기도 황제가 되고 싶은 것이 잘못이라고 여겨서 미리 꿈을 포기해버리는 거냐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한다. 라르스가 한 말 때문에 그러는 거냐고 묻지만, 카이사는 소비에슈 황제와, 동대제국의 귀족들과 국민들 모두가 라르스를 더 좋아하고 있으니 라르스가 동대제국 황제가 되는 게 맞다고 말한다. 그 말에 싸움을 피하는 게 기특하다고 칭찬할 수도 없고, 괜찮으니 싸워보라고 부추길 수도 없으니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하는 거냐고 당황해해 아무 말도 못한채 카이사를 끌어안는다. 자신과 코샤르가 어릴 땐 어땠는지 떠올려보지만, 자신은 아이들보다도 더 어릴 때 동대제국의 황태자비가 되었고, 동대제국의 황후가 되는 일 외엔 다른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데다, 코샤르는 동대제국의 황태자비가 될 일이 없었으니 꿈이 겹칠리가 없었다고 여긴다. 하인리와 상담해보려하다가도, 이내 화제를 돌려 카이사에게 곧 생일인데 생일 선물로 뭘 가지고 싶냐고 묻는다. 동대제국과 서대제국에서 열릴 생일 연회에서 생일 선물을 한가득 받을거라는 대답에 그건 자신이 주는 게 아니라고 지적한다. 곰곰히 생각하던 카이사는 웃으면서 단 둘이서만 놀러가고 싶다고 말한다.

맥켄나와 같이 서류를 처리하던 중, 맥켄나는 불쾌한 기억이 떠오른 듯 인상을 찡그리고서 이때 쯤이면 용의 골짜기에 간 일이 생각난다고 말한다. '모르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이였다며, 그땐 좀 사기당한 기분이였다는 말에 궁전에선 맥켄나가 실종됐다며 난리가 났고, 하인리도 놀라서 새대가리 일족 사람들을 모두 풀어서 맥켄나를 찾아다녔으며, 그 일 이후 맥켄나는 돌시와 사이가 좋아졌음을 상기한다. 맥켄나는 정색한채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자신도 라르스와 드라코가 결혼하기를 원하냐고 질문하며, 아기였던 시절부터 길러왔기에 좋긴 하지만, 지금 라르스의 성격으론 드라코와는 절대로 결혼해서는 안 된다며 너무 위험하다고 말한다. 라르스도 드라코도 아직은 나이가 너무 어리다고 반박해보지만, 맥켄나는 황족들은 일찍 약혼하고 결혼한다며 자신의 말을 부정하고서 입을 다물다가도, 뭔가 생각하더니 웃으면서 걱정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며, 지금 라르스의 상태로 봐선 돌시와 자신이 허락한다고 해도 용의 골짜기에서 탈락할거라고 말한다. 맥켄나가 뭘 걱정하는지도, 라르스의 성격에 걱정할만한 부분이 있단 것도 알고 있지만, 맥켄나가 웃어대는 걸 보며 기분이 상해 머리가 좀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서류 처리를 떠넘겨버린다.

공용 침실에서 하인리의 침실로 온다. 하인리는 공용 침실로 안 와서 보고 싶은거냐고 놀리고서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와 허리를 감싸려한다. 이에 손을 두드려서 쫒아냈으나, 하인리는 웃으면서 머리를 비비고는 책상 앞으로 이끌어 의자에 앉힌 후 어깨를 주물러주면서 무슨 일로 온 거냐고 놀린다. 카이사도 황제가 되고 싶어하는데, 이대로 가다간 라르스에게 모든 걸 양보할 것 같아서 걱정이라라며 성자가 말한대로 평화롭기는 하겠다고 말하고서 "아이 한 명을 일방적으로 희생시키게 해서 만든 평화가 과연 옳은 것이겠냐"고 일갈한다. 하지만 하인리는 아까의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우고는 손 안에서 인장을 만지작거리다가 카이사는 라르스만큼 야심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마음이 아프지만 다음 세대를 생각하면 처음부터 한 쪽이 양보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하며 형제와 경쟁하는 걸 견디지 못한다면 그냥 처음부터 물러나는 게 맞으며, 황제 자리에서는 늘 착하고 좋은 선택을 할 수 없다(...)는 말을 대놓고 한다. 카이사를 뭘로 보는 거냐고 불쾌해해 인장을 뺏어 얼린 후 소리가 나게 책상 위에 내려놓는다.

카이사가 일방적으로 양보와 희생을 하고 있고, 그로 인해 카이사의 마음이 병들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본인이 편하자고 카이사를 방치하겠다는 거냐고 하인리를 꾸짖는다. 그러나 하인리는 사이좋게 한 나라씩 나눠주었는데, 정말로 라르스가 카이사의 나라를 침략하면 그때는 어쩔거냐는 변명을 한다. 이 말에 분노해서 "아이가 혼자 울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부모가 못 본 척 등을 돌리는 건 비극이다"라고 재차 꾸짖는다. 그러나 합의를 하지 못하고 나중에 다시 말하기로 합의한다. 라르스와 카이사 모두 자신에게는 소중했기에 한 명이라도 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해 맥켄나에게 상의하기로 마음먹고 재상관저를 찾아간다.

맥켄나가 뭔가를 찾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맥켄나는 일기장을 찾고 있다고 설명하며 몇 년이나 찾아도 없었지만, 혹시 일기장이 있을까봐 주기적으로 찾고 있다고 말하고서 돌시가 읽기 전에 일기장을 찾아야한다고 하소연을 한다. 몇 년이나 찾았는데도 일기장이 없었다고 지적했으나, 맥켄나는 돌시가 보면 절대로 안되는 내용이 있어서, 가만히 있다가도 그 생각이 난다고 말하자마자 다시 찾고 있는다. 맥켄나는 몇 개월 전에도 밤에 집무실을 뒤지고 있었기에 그 내용을 궁금해한다.

동대제국에서의 생일 연회가 끝난 후 서대제국으로 돌아온 카이사와 라르스를 맞이해준다.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자신에게 안긴 라르스를 들어올려 한 바퀴 돌린 후 두 팔을 벌려 카이사를 안으려했으나 카이사는 쑥스러운지 얼굴을 묻기만 한다. 벌써부터 어른인 척 행동하는 게 귀여워서 뒤통수를 문지른다. 그러지 말라는 듯 항의를 하는 카이사의 모습에 아이들이 곁에 있을 때가 좋다고 여긴다. 라르스에게 동대제국에서의 생일 연회는 재미있었냐고 묻는다. 릴테앙 대공이 짜증난다는 라르스의 말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해 묻는다.

안락의자에 앉아 창문을 노려보고 있던 중,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던 하인리는 참지 못하고 물어본다. 별거 아니라고 둘러댔으나, 하인리는 별거 아닌 얼굴이 아니었다고 지적한다. 카이사와 라르스가 릴테앙 대공을 싫어한다고 말했으나, 하인리는 웃음을 터트리며 아이들이 누굴 싫어할 수도 있다고 대꾸한다. 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비밀로 하면서 '싫어한다'고 말하니까 더욱 수상하다고 대꾸한다. 라르스의 성격상 어떤 점이 싫다고 대놓고 말할텐데, 그냥 '짜증난다'는 선에서 말하고 멈췄다는 건, 오히려 말하기 곤란한 일일거라고 생각하며 궁금해한다. 문득 릴테앙 대공이 차남인 레일을 동대제국의 황위 후계자로 올리고 싶어하던 일이 떠올랐으나, 그 일 때문이라면 라르스가 자신에게 말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다.

그렇게 한창 고민하고 있던 중 로라가 꽃다발을 들고 와 익명으로 왔다고 말한다. 꽃다발을 안은 후 하인리를 쳐다보며 누가 보낸 것 같냐고 물어본다 하인리는 놀라 자신과 꽃다발을 번갈아 쳐다보고, 그게 귀여워서 꽃다발을 더욱 끌어안는다. 자신을 본 하인리는, 빙그레 웃으면서 자기가 보낸거라고 말한다. 정말로 하인리가 보낸게 맞냐며, 익명으로 왔다고 물었으나, 하인리는 자기가 보낸 게 맞다고 말하고서 이마 위에 입을 맞추고서 나간다.

하인리가 나간 후 꽃다발을 안고서 웃고 있는다. 그게 이상했는지 로라는 차를 마시다 말고 그 꽃다발이 마음에 드는 거냐고 묻는다. 입술을 닫고 웃음을 참고서 고개를 젓는다. 이때 이 꽃다발은 나비에가 하인리에게 깜짝 선물을 하기 위해 익명으로 주문한 것이였다는 게 밝혀진다. 자신이 준비한 선물을 자기가 준비한거라고 말하는 태도에 하인리가 귀엽다고 생각하다가 '콩깍지는 무서운거다'라는 말을 한다.

카이사와 라르스가 동대제국에 무사히 다녀온 것도 기념할 겸 식사를 한다. 라르스와 드라코를 일부로 옆 자리에 앉혀놓고 자신은 맞은 편에 앉는다. 라르스가 드라코에게 관심을 보일 때마다 웃고 있는다. 그러나 라르스는 식사 내내 드라코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는다. 이 광경에 드라코는 식사를 하다가 가끔 라르스를 힐긋거릴 정도. 하지만 완전히 무시하는 건 아니었기에 이를 재밌어하며 보고 있는다.

그러던 중 라르스는 릴테앙 대공에게서 '라르스가 레일과 결혼을 했으면 한다'는 제안을 했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듣자마자 하인리는 들고 있던 포크를 떨어뜨리고 만다. 하인이 새로운 포크를 손에 쥐여주자마자 하인리는 대놓고 반대한다. 자신도 릴테앙 대공의 차남 레일의 악명[30]을 알고 있기에 불쾌해한다. 맥켄나마저 세상에 좋은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굳이 안 좋은 남자 중에서도 제일 안 좋은 남자를 결혼 상대로 고를 필요가 있냐며 대놓고 반대한다.

라르스는 그런 제안을 받았다고 말하고서 드라코를 힐긋거리며 레일은 혈통은 있지만 머리가 없기에 정략 결혼 상대로는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여겨서 릴테앙 대공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인리는 레일을 두고 '뚜껑도 마부도 바퀴도 없는 마차'에 비유함과 동시에 왜 굳이 그런 제안을 진지하게 생각하냐며, 생각도 하지 말라고 단언해 재차 반대한다. 라르스가 드라코를 상대로 질투를 유발하는 작전을 쓰고 있다는 걸 눈치챈다. 옆을 힐긋거리는 라르스와, 라르스를 보며 화가 나서 못 견디는 하인리를 보고 재미있어해 하인에게 샴페인을 가져오라고 지시한다. 라르스는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한 게 아니라는 걸 알기에 걱정하지 잃으면서도 그와는 별개로 릴테앙 대공에게는 화가 난다. 라르스는 릴테앙 대공이 한 제안을 말할 때 심각한 표정이였으니 말 자체는 거짓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드라코는 라르스의 의도를 눈치챘을거라고 여겨 샴폐인을 마시면서 드라코의 반응을 궁금해한다.

그러나 드라코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를 보다 못한 카이사가 라르스를 돕는답시고 정말로 레일과 결혼할거냐고 물어봄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나름 고민한 작전인데도 드라코가 상대도 하지 않자 상처받은 것인지 라르스는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중얼거린다. 그게 안쓰러워서 드라코에게 소꿉친구인 라르스가 동대제국으로 가면 외롭지 않겠냐고 직접 물어본다. 드라코는 라르스의 의도를 눈치챘는지 '왜 이런 질문을 했는지 안다'는 듯 자신을 쳐다보더니, 라르스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라르스 본인의 뜻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라르스의 작전이 실패한 걸 보고 안타까워한다.

서대제국에서의 카이사, 라르스의 생일 연회가 열린지 다음 날, 식사를 한다. 하지만 라르스는 웬일로 드라코와는 이야기도 하지 않고, 카이사와도 장난을 치지 않은채 내내 조용히 식사를 한다. 어디 아픈거냐고 걱정하다가 드라코 때문일거라고 여긴다. 하인리에게 라르스와 드라코의 자리를 바꿔달라고 할지, 식사 후 라르스를 따로 불러서 무슨 일인지에 대해 물어볼지 고민하다가 입맛이 사라진다.

라르스는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를 먹을 즈음 헛기침을 하고서 할 말이 있다고 말한다. 그 말에 모두가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다놓고 라르스를 쳐다본다. 라르스는 재차 헛기침을 하고서 카이사를 한 번 쳐다보더니 자신은 동대제국의 황위를 이을테니, 서대제국의 황위는 카이사에게 양보하겠다고 말한다. 그 말에 카이사는 놀라서 평소보다 두 배는 더 커진 눈으로 라르스를 쳐다본다. 자신도 놀라서 좋은 결심 같긴 하지만 갑자기 왜 저러는 거냐고 생각해 라르스를 쳐다본다. 하인리도 의아하게 여겨 왜 갑자기 마음을 바꾼거냐고 묻는다. 라르스는 카이사가 순해서 기반이 잘 닦인 서대제국에서 황제 자리에 올라야한다고 말한다. 하인리는 그 뜻이 아니라고 말하려다가, 라르스가 귀여워서 웃음을 터트린다. 라르스는 하인리가 무슨 의도로 한 질문인지 당연히 안다는 듯 포크를 쥐며 부모인 나비에와 하인리를 곤란하게 만들면서 황제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이 말에 하인리가 감명을 받자 라르스는 나비에와 하인리를 곤란하게 만들지 않을거라는 뜻이지, 자신의 꿈을 꺽을거라는 말은 아니라고 덧붙인다.

라르스는 혼자서 모든 걸 하려는 아이도 있는데, 자신은 부모를 졸라서 황관을 받으려고 하고 있다고 말하며 자존심이 상한다. 볼이 평소보다 세 배는 부풀어올라있는 걸 보고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 자존심이 상해있음을 눈치챈다. 라르스는 자기가 잘났다는 걸 알고 있어서 웬만해선 남한테 자극받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에 대체 누구를 만난거냐고 궁금해한다. 이 말에 시중을 들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하인들과 하녀들까지 모두 라르스를 쳐다본다. 라르스는 얼굴이 벌개져서 진짜로 떼 안 쓰고 꼭 자신의 힘으로 모든 나라의 황제가 될거라고 선언한다. 카이사한테는 황관을 양보했다가 도로 뺏어갈거라는 뜻인거냐고 생각해 당혹스러워한다. 라르스는 말을 마치자마자 할 말이 끝났다는 듯 케이크를 떠먹기 시작하다가 창피하다는 듯 제일 먼저 식사를 끝내고 볼 일이 생각났다며 양해를 구하고는 밖으로 나간다.

드라코는 초조하게 라르스를 쳐다보더니, 따라 나와 라르스에게 '혹시 나 때문이냐'고 묻는다. 라르스가 "내가 남자 하나 때문에 꿈을 바꾸는 사람 같아?"라고 대꾸하자, 드라코는 "내가 남자 하나밖에 안 돼? 날 사랑한다면서?"라고 응수한다. 라르스는 드라코를 사랑하지만, 남자 둘이 되지 않는다고 받아치고, 드라코는 무슨 뜻이냐며, 하나라서 부족하단거냐고 맞받아친다. 라르스는 말이 왜 거기로 새냐며, 그런 잔소리를 하려면 자신과 약혼을 할 건지부터 대답하라고 일갈한다.

라르스와 드라코의 대화를 듣고 있던 맥켄나는 두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난 하인리 폐하께 충성을 다했는데. 왜 우리 애기까지......"라고 중얼거려 괴로워한다. 하인리는 포크를 꽉 쥐었으나, 돌시가 옆에 있어서 뭐라고 말하지 못하고 케이크를 먹고 있는다. 하지만 돌시는 위로는 커녕 맥켄나의 어깨를 감싸면서 "우리 짹짹이는 울 때 제일 예뻐. 사랑스러워."라고 놀리고, 하인리는 고소하다는 듯 웃는다. 이를 보다못해 자신의 허벅지로 하인리의 허벅지를 쳤으나 '뭐 어때요'라고 묻는 것처럼 자신을 향해 눈을 찡긋한다.

식사가 끝난 후 공용침실로 돌아가면서 하인리는 라르스가 한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다. 예전에는 안아서 옮겨주지 않으면 걸음도 못 떼더니, 이제는 참견하지 않아도 걷고 뛰는 게 신기하다고 말한다. 라르스가 자신의 품에서 벗어난 걸 섭섭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특해해 기특한 마음과 섭섭한 마음 사이에서 갈등한다. 하인리가 자신의 손을 잡은 손에 힘을 꽉 쥐자, 하인리를 쳐다본다. 하인리는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면서 늘 자신이 나비에에게 집중하는 것처럼, 이제는 나비에도 가장 많이 자신에게 집중해달라고 졸라댄다. 아이들은 뛰고 놀 수 있게 됐지만, 서대제국과 제국 연합은 자신이 보살피지 않으면 안 굴러간다고 말해 거절한다. 그 말에 하인리는 충격받아 표정이 굳고, 하인리는 언제쯤 자신의 말 중 농담과 진담을 알아주겠냐고 생각해 웃음을 터트린다. 자신에게도 하인리가 늘 최선이라며, 하인리야말로 언제 알아줄거냐고 응수하며 턱에 입을 맞춘다. 하인리는 그제야 표정이 풀려서 자신을 품 안에 넣고 감싸 자신을 너무 많이 사랑해서 어쩔 수 없다며, 죽을 때까지도 자신의 마음이 변할까봐 겁을 낼 수밖에 없다고 응석을 부린다. '난 평생 하인리만을 영원히 사랑한다'고 대답한다. 하인리는 그래도 겁이 나기에, 자신이 나비에를 사랑하는 만큼 나비에도 자신을 사랑한다는 걸 매일매일 알려달라고 속삭인다.

마지막 외전인 「만일 라스타가 나비에에게 보내졌다면」은 라스타가 만약 소비에슈의 정부가 아닌 나비에의 하녀로 들어갔다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었을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패러렐 스토리이다. 그러나 결말부에서 단순한 패러렐이 아니라 대신관이 라스타의 원혼을 성불시키기 위해 몇 십 년간 그녀와 대화를 나누면서 참회를 도와주는 과정에서 나온, 라스타의 원혼이 꾼 꿈이였음이 밝혀진다. 여기에서 나비에가 라스타를 싫어했던 것은 라스타가 소비에슈의 정부였기 때문이지, 노예여서 싫어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 나온다. 그 예로 라스타가 자신에 대한 동경심을 마음껏 표출하는 것이 부끄럽고 당황스러울 뿐 어떠한 벌도 내리지 않으며, 시녀들도 라스타를 꾸짖기는커녕 오히려 라스타의 말에 폭소를 터뜨리며 은근슬쩍 나비에를 놀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라스타가 도망 노예였다는 말에 소문을 조사하고 로테슈 자작으로부터 라스타의 노예 문서를 사 오며, 이웃 나라의 남자 귀족이 라스타에게 구혼하자 라스타가 그 귀족과 결혼하여 행복하기를 바란다. 마지막에는 소비에슈의 정부가 된 가리누엘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은 와중에 라스타가 구혼을 거절하면서까지 자신의 곁에 남기를 선택하면서 어딜 가든 꼭 데려가달라고 하자 알겠다고 달래준다.

결말부에서 카이사는 서대제국의 황태자가, 라르스는 동대제국의 황태녀가 되면서 동대제국의 황제 자리는 라르스가, 서대제국의 황제 자리는 카이사가 이어받게 되었다.

[1] 월대륙 연합의 주장으론 "언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해야 하는 뭘 발굴해서다"라고. 물론 구실일 뿐이고, 사실은 륍트와의 교역에 찬물을 뿌리려는 속셈이였다.[2] 비록 나비에의 주도로 륍트와 교역을 트긴 했지만 현 시점에서는 시범 무역 횟수가 너무 적어서 아직 륍트 쪽에서 어떤 물품을 가장 좋아하는지, 월대륙 사람들이 륍트의 어떤 물품을 좋아하는지 모른다고 한다. 그래서 배를 띄울 때마다 전에 보내지 않은 다양한 물품을 보내고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시범적인 물품만 보낼 수 없는 노릇인데다 한 번 큰 손해라도 나면 아직 자리잡지 못한 무역에 치명적일 게 뻔했다. 그 와중에 륍트의 사람들이 월대륙에서만 나는 과일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필수적이고 가장 안정적인 물품이 되어 버렸다고. 물론 과일은 쉽게 상하기에 신선하게 운반하기 위해서는 늘 얼음 마법사를 고용해 해결해야 했다고 한다.[3] 알레이시아의 표현에서는 소비에슈보다 조금 더 어린 여자아이라고만 나오고 나비에라고 확실하게 나오진 않았지만 소비에슈의 옆에 같이 있었던데다가 황제인 오시스 3세와 이렇게 친근하게 대화할 수 있는 여자아이라면 당시 소비에슈와도 사이가 좋았고 소비에슈의 약혼녀의 신분인 나비에 밖에 없다.[4] 실제로 알레이시아가 그녀의 부모에 의해 바다에 버려졌다가 해적에게 구출 겸 붙잡혀 2년 간 해적의 하녀로 산 적이 있었다.[5] 나비에가 바다에 빠졌으니, 에르기의 배를 동원해 나비에가 실종된 부근 바다를 뒤져달라는 부탁이였다.[6] 륍트의 궁전은 가구며, 방 배치가 개방형이 많다고 한다. 이모나의 언급에 의하면 암살자가 숨어드는 걸 막기 위해서라고.[7] 사실 로라가 이러한 말을 한 건 나비에의 목에 있는 하인리가 남긴 키스 자국을 보고 나비에의 애인이 남긴거라고 오해해서였다.[8] 새대가리 일족 아기들이 부모와 떨어지기 싫을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새와 사람을 오가면서 "이래도 날 두고 갈 거야? 이래도?"라고 하는 거라고. 이는 본능이라고 한다.[9] 이에 대해 맥켄나는 은근히 잔인한 분이라며, 분명 화나신거라고 생각했다. 맥켄나가 보기엔 무표정이였지만, 하인리 말로는 나비에는 무표정과 화났을 때의 표정이 비슷한데, 무표정은 웃음을 참을 때, 웃긴 걸 참을 때, 웃고 싶지만 근엄해보이고 싶을 때 자주 짓는다고.[10] 아이러니하게도 맥켄나는 돌시의 여성화 모습에 반했다는 걸 따져보면, 서로가 서로의 실체에 관심이 없는 셈이다. 해당 회차 제목도 <실체에는 관심이 없다>다.[11] '나비에 님. 휴가 때 서대제국에서 지내도 될까요? 많이 바쁘신 건 알지만, 그래도 너무 보고 싶어요. 최근 델로즈 고아원에 다녀왔더니 더욱 그래요. 괜찮을까요?'[12] 언제 와도 괜찮고, 자주 오면 기쁠거라는 내용.[13] 월대륙 연합 수장이 항구 사건에 대해 에르기 공작의 손을 들었다는 것.[14] 그도 그럴게 에르기는 라스타를 일방적으로 유혹했으며, 라스타의 정부 요구와 라스타의 채무를 빌미로 라스타에게서 일방적으로 항구 양도 서류를 받아내는 등 사익을 챙겼는데, 이는 명백한 범죄이다. 거기다가 에르기는 라스타가 노예 출신이란 걸 알고 있는 상태에서 항구 사건을 벌였다. 더군다나 동대제국과 블루 보헤안의 압도적인 국력 차이도 있기 때문에 당연히 동대제국이 압도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15] 동대제국은 더는 월대륙 연합에 속해있지 않기에 이제 월대륙 연합에 중재를 요청하는 입장이 아니므로 월대륙 연합에는 항구 건에 관해 판결을 내릴만한 권한이 없다는 것, 이 판결이 공정하지 않다는 건 판결을 내린 월대륙 연합 수장 역시도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한다는 것 등의 이유를 들어 동대제국이 월대륙 연합에서 나간데 대한 불만을 품고서 내린 편파적인 판결이니 더욱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였다.[16] 에르기 공작은 블루 보헤안의 공작이고, 블루 보헤안은 월대륙 연합에 속해 있다는 것, 제소 당시엔 동대제국도 같은 연합이였다는 것 등의 이유를 들어 월대륙 연합에 정식으로 제소된 일이니, 항구 사건에 관한 판결을 내릴 권한은 월대륙 연합이 가지고 있는 게 맞다는 주장이였다.[17] 성인이 되어 마법사로 발현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나비에는 인위적으로 마법사가 된 사례이지만, 다르타는 정말로 드물게 성인이 되어 마법사로 발현한 사례였다.[18] 제국 연합이 탄생한 후, 마법 아카데미에 속한 학자들 몇 명은 표면적으로는 "동대제국과 서대제국, 두 나라의 교분을 위해서다"라는 명분이였으나, 나비에가 월대륙 연합 본부에서 말한 "서대제국은 인위적으로 마법사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을 진짜로 확인하기 위해 서대제국에서 지내고 있었다. 서대제국 측도 굳이 학자들을 뿌리치지 않았으며, 학자들에게 실제 마력 감소 현상에 관해 연구한 기록을 넘겼다고 한다.[19] 후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이스쿠아 자작가의 문양이였다고 한다. 즉, 다르타이스쿠아 자작부부가 찾던 장녀이자 에벨리의 친언니였던 것.[20] 맥켄나는 이전, 카이사가 나비에를 닮아서 떼젱이라고 나비에를 놀렸다가, 나비에에 의해 수룡 돌시에게 보내진 전적이 있었기에, 혹시 비슷한 일이 생길까봐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이였다.[21] 사실 이 기사들이 다르타에게 계속 시비를 걸었던 것은 다름아닌, 다르타가 상시천 출신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이기 때문이였다. 사실 상시천의 악명을 감안하면, 기사들 입장에서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단지 상시천 출신이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출신을 트집잡아 도를 넘은 폭언을 일삼고, 일방적으로 모욕하는 건 황궁 소속 기사라는 작자가 할 짓이 절대 아니다.[22] 사실 마스타스는 다르타가 쓴 쪽지를 보고 다르타를 에인젤의 첩자로 오해해 서대제국에서 쫓아냈으나, 뒤늦게 오해임을 알고 다르타를 만나서 오해를 풀기 위해 북왕국으로 간 것이였다.[23] 동대제국 항구에 진을 쳤다는 초국적 기사단을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쫓아내야한다는 내용.[24] 실제로 에벨리는 빈셀을 살려줄지 고민했지만, 다르타가 자신을 속였다는 배신감과 실망감으로 인해 빈셀의 죽음을 외면했다. 만약 진실을 알게 될 경우 다르타의 양모인 빈셀의 죽음을 외면했다고 괴로워할 게 뻔하다. 거기다가 에벨리와 다르타는 친자매인지라 친동생이 자신의 친언니를 키워준 양모의 죽음을 외면한 것이 되기에, 에벨리가 받을 충격은 더 크다.[25] 에르기가 에인젤에게 접촉했다는 것, 에인젤은 서대제국의 비밀에 관해 듣고 싶다며 조건을 내걸었고, 에르기는 그 조건에 흔들리고 있다는 것, 이를 알아야 할 듯 해 보낸다는 내용이였다. 이에 대해 '다른 연합에 속해있지만 완전히 멀어지고 싶지 않다', '서대제국과 척을 지는 게 나라에 도움이 안 된다고 여긴다'는 이유를 댔다.[26] 사실 이 파랑새 조각상은 에르기가 나비에에게 선물하려고 했던 것이였다. 즉, 돌시는 본의 아니게 에르기의 선물을 나비에에게 전해준 셈.[27] 클로디아 대공비의 사정과 에인젤이 에르기에게 제안한 거래에 대해, 사정이 있어 꼭 치유 마법사가 필요한데 도와줄 수 없냐는 부탁이였다. 힘든 일이기에 원치 않으면 도와주지 않다고 쓰여있었다고.[28] 그도 그럴게 하인리가 움켜쥔 '인위적인 마법사'의 비밀이 에인젤에게 유출되는 것은 월대륙 연합에게만 좋을 일이기 때문에, 에벨리 입장에서도, 동대제국 입장에서도 나비에의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29] 에인젤이 에벨리를 해치기 위해 함정을 팠는데, 에벨리는 이미 궁전을 떠났다는 것.[30] 릴테앙 대공의 차남인 레일은 부모와 형의 안 좋은 점을 전부 물려받아서 머리가 나쁘고 우유부단하며, 줏대도 없는데 권력욕은 어마어마해서 당연히 자기가 동대제국의 차기 황제가 될거라고 믿고 벌써부터 '차기 황태자'가 된 마냥 안하무인으로 굴어댄다고 한다. 하인이 조금만 실수를 해도 끌고 가 죽여버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건 기본에, 번화가에 놀러 나갔을 때 자신과 부딪힌 사람의 어깨를 자르고 보내라고 떼를 쓴 일은 이미 유명하다고. 레일의 답이 없는 행실에 천하의 소비에슈마저 '완벽한 폭정의 씨앗'이라고 혀를 찰 정도였기에, 소비에슈는 처음부터 릴테앙 대공의 두 아들은 후계자로 고려조차 않고, 카이사와 라르스 둘 중 한 명을 후계자로 밀어주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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