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28 23:26:45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1. 개요2. 본문3. 시상 전개
3.1. 9~ 19행3.2. 20~ 23행3.3. 24~ 32행3.4. 여담

1. 개요

이 시는 평이한 언어와 표현으로 인간 누구나가 겪을 수 있는 상실의 체험과 극복의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 냈다. 여기 담긴 감정의 추이 과정은 인간 체험의 보편성을 그대로 반영한다. 그러기에 이 시는 상실의 아픔을 지닌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고 그들의 마음을 위안할 수 있었다.
- 이숭원, '백석을 만나다'-
백석의 시이다.

갈래: 자유시, 서정시
성격: 고백적, 반성적, 의지적, 토속적
제재: 가족과 떨어져 외로운 떠돌이로 사는 이의 삶

화자는 드러나 있으며 상실과 방황 끝에 어느 목수의 집에 셋방을 얻어 살고 있다. 무기력한 삶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가 드러나는 주제이고, 편지 형식을 빌어 화자의 근황과 내면을 표현하였으며, 사투리, 토속적 소재를 통해 향토성을 드러내었고, 고백적, 산문적 어조를 취하며 슬픔과 고통을 내면에서 승화시키는 시이다.

2. 본문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
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木手)네 집 헌 삿[1]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2].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3]에 북덕불[4]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 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도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 벼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5],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6]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턴정[7]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8]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보며,
어니[9] 먼 산 뒷옆에 바우 섶[10]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11] 갈매나무[12]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3. 시상 전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시이며, 크게 3가지 부분으로 나뉜다.

3.1. 9~ 19행

좌절과 실의 속에 무기력하게 살면서 죽음까지 생각하는 절망적 상황에 이른다. 자기 몸 하나 건사하는 것 마저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생활을 하며 지식인으로서 무료함과 지루함을 표현하고, 지나온 삶에 대한 반성과 암울한 현실에 대한 절망과 화자의 번민과 고통을 표현한다.

3.2. 20~ 23행

그러나를 기점으로 삶의 고달픔과 슬픔을 운명론적 관점에서 바라보며 무기력한 자아를 인식하는 한편, 긍정적 시상의 전환을 암시하며 현실적 한계를 수용한다.

3.3. 24~ 32행

겸허한 자세로 무기력한 삶을 반성하며 다시 운명을 긍정하고 현실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대목이다. 마음의 진정과 내면의 안정, 가족에 대한 그리움, 고통과 시련, 반성과 성찰, 그리고 의지적인 모습을 표현하며, 이 때 고난을 이겨내겠다는 의지와 희망을 나타내는 객관적 상관물인 갈매나무로 나타낸다.

3.4. 여담

2015 개정 교육과정 고등학교 1학년 미래엔 국어 교과서와 고등학교 2학년 신사고 문학 교과서에 작품 전문이 수록되었다.

남한에서 발표된 백석의 마지막 시이다.

뒤의 "시봉방"이 어떤 욕설과 비슷하게 들리다 보니 종종 고등학생들의 유머 소재가 되기도 한다. 아예 씨@봉방이라 줄여 부르기도 한다

2024년 대한민국 시인들이 꼽은 ‘지난 100년, 가장 좋아하는 국내 시 5편’에서 1위에 올랐다.


[1] 삿자리, 갈대를 엮어서 만든 자리[2] 주인집에 세 들었다[3] 작은 질그릇[4] 짚이나 풀 따위가 뒤섞여 엉클어진 뭉텅이에서 피운 불[5] 구르기도 하면서[6] 행위나 현상이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져[7] 천정, 지붕의 안쪽인 천장(天障)[8] 저녁 무렵, '나주'는 '저녁'의 평안 방언이다.[9] '어느'의 평안 방언이다.[10] 바위 옆[11] 깨끗하고 바른[12] 갈매나뭇과의 낙엽 활엽 관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