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5-01-21 15:24:14

눈 찌르기


1. 개요

目潰し

일상 혹은 격투 상황에서 눈알에 들어갈 만한 굵기와 길이의 물체(대표적으로 손가락이나 면봉)로 눈을 가격 혹은 후비는 행위는 모두 눈을 찔렀다고 할 수 있다. 찔릴 경우 엄청난 고통과 후유증을 동반하며, 감염의 우려 또한 있기 때문에 상당히 중대한 공격이다.

2. 일상에서

사실 눈은 예민한 부위인 것 치고는 근처나 혹은 눈 부위에 직접 손을 댈 일이 많아 의외로 수난을 당하는 일이 많다. 현대에야 눈가의 여드름을 짠다거나 눈꺼풀을 긁는다거나 하다가 눈을 찔러 고통을 받는 경우가 있지만, 과거에는 숲의 가지나 풀 등을 베다가 그런 것에 눈을 찔려 실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현대에도 전해 내려오는 연장을 사용할 때의 사용 에티켓들 중 우산이나 낫 등의 뾰족한 물건은 세워서 안면이나 몸을 향하지 않게 하는 것들도 산지나 배 위와 같은 험한 장소에서 혹시라도 사람을 찌르지 않도록 발달한 것이다.

3. 격투기에서

격투기에서는 이러한 눈 찌르기 행위를 통틀어 써밍(thumbing)이라고 일컬으며 현존하는 거의 대부분의 무술에서는 대련에 있어서 이러한 행위를 엄금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게 일반 살의나 공격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도 실수로 찌른 것만으로 그로기 내지는 경기 중단에 이르는 심각한 부상을 일으키는 행위가 눈 찌르기인데, 이것이 두개골조차도 어렵지 않게 부술 능력이 되는 격투가들의 살의가 담겨 행해진다면 단순 실명을 넘어 실제 살상력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격투기라는 서로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된 환경이 아닌 길거리 싸움이나 살상까지도 고려되는 실전 환경에서는 고자킥과 더불어, 아니 견줄 기술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실전성을 자랑하는 기술이다. 단순히 위력만 견주어봐도 고자킥은 알맞은 자세의 알맞은 타이밍, 알맞은 위력으로 맞는다면 일격사도 가능할 정도의 강력한 기술이지만, 눈 찌르기는 단순히 스쳐도 크리티컬 히트이면서 상대의 전력을 대폭 약화할 뿐더러 아예 일시적으로 무방비 상태로, 실전이 끝난 뒤에도 심각한 후유증을 동반시킨다. 때문에 단순히 격투가 아닌 호신술에서는 낭심 차기와 더불어 다양한 기습 상황에서 벗어나는 핵심 기술로 취급받는다. 그래서 크라브 마가 등의 초근접 호신용 격투기나 중국무술처럼 룰이 없는 전근대 무술에서 장타가 자주 사용되는 이유로 꼽힌다. 얼굴을 공격할 때 손을 다치지 않으면서도 손가락으로 상대의 눈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크라브 마가의 호신 교리에 의하면 상대의 거리를 지우면서 내 거리에서 최대한 치명적인 기술을 가해 상대를 제압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 상대가 나보다 거리가 길다고 해도 코에 장타 한방이면 코를 부러뜨릴 뿐 아니라 손가락을 눈에 박아넣을 수 있기에 상대를 일시적으로 무력화 시킬 수 있고 그 틈에 추가타를 가하거나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는 식.

여담으로 써밍의 Thumb은 엄지라는 뜻으로, UFC 등 종합격투기에서 주로 보여지는 눈 찌르기는 대부분 짧은 엄지보다 검지, 중지 등의 손가락이 상대에게 잘못 걸려 일어나는 경우가 더 흔한데도 왜 하필 엄지라는 말이 붙었는가를 알려면 격투기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본래 룰이 있는 격투기의 시초는 권투로부터 시작되었는데, 초창기 권투는 장갑이 없었다가 이후 권투글러브가 도입되며 솜을 넣은 장갑을 쓰게 되었다. 그런데 본래는 주먹을 단단히 말아쥐기 위해 너클 파트에 솜을 넣고 손가락은 비교적 움직일 수 있는, 말 그대로 장갑에 솜을 보충한 형태였는데 이 장갑을 끼면 손이 알아서 말리게 되지만 딱 한 손가락 엄지만은 너클파트에 떨어져 있으므로 자유롭게 남게 되었다[1]. 그런데 선수들이 이 자유로운 엄지를 자꾸 반칙에 이용하여 클린치나 인파이팅 도중 때리는 척 하면서 엄지를 눈에다 갖다박기 시작해 실명은 물론이요 자꾸 경기의 흐름을 끊어먹자[2] 엄지를 아예 솜으로 둘둘 말아 손을 완전히 보호하는 동시에 엄지로 찌르기를 원천차단하는 형태의 글러브가 자리 잡게 되었다. 이 이후로 권투에서는 눈 찌르기, 즉 써밍은 없어지게 되었지만 권투의 경기 규칙에는 이러한 써밍을 금지하는 내용은 계속해서 남게 되었고, 이러한 권투의 영향력으로 격투기에서의 눈 찌르기 전반을 써밍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4. 창작물에서

시전자 → 피해자

[1] 초창기 권투장갑의 형태가 궁금하다면 권투 글러브 중 대련에 쓰이지 않는 백 글러브를 생각하면 편한데, 이중에는 네 손가락을 잘 감싸고 있지만 유독 엄지는 반장갑 정도로 자유로워 보이는 제품들이 있는데 이게 바로 주먹을 잘 말아쥐게끔 고안된 초창기의 권투글러브와 유사하다.[2] 지금도 종합격투기 경기를 보면 눈 찌르기 한 번 당 1분에서 길면 4분씩 경기가 중단되는데, 선수 보호 개념은 커녕 패싸움과 도박등으로 얼룩져 있던 당시 전근대 권투에서 관중들의 흥이 깨진다는 것은 보통 큰 문제가 아니었던 데다 이러한 눈찌르기로 경기 결과가 뒤바뀌어 버리면 돈을 건 사람들이 경기 결과의 정당성을 의심하는 일이 생겼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