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3-06 18:40:22

닌텐도 포켓몬 동인지 고소 사건


주의. 사건·사고 관련 내용을 설명합니다.

이 문서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사고의 자세한 내용과 설명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1. 개요2. 발단3. 체포 이후4. 닌텐도 입장5. 근본 원인?6. 사건 후 동인계에 끼친 영향7. 후일담

1. 개요

닌텐도포켓몬스터 에로 동인지를 그린 한 동인서클을 고소한 사건. 원작자가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2차 창작자를 고소 가능함을 보여준 사건이다.

본 문서 내용은 이 페이지를 토대로 작성됨으로 판단된다.

아래는 당시 신문 기사.
파일:external/my.reset.jp/pokemon.1.jpg
피카츄 야한 변신 안 돼

애니나 TV 게임으로 인기가 높은 "포켓몬스터(포켓몬)"의 캐릭터 피카츄와 비슷하게 그린 만화를 제작, 판매한 혐의로 교토부경 생활 환경과는 13일, 후쿠오카시 하카타구 가타카스 5번지에 사는 무직 미치모리 사치에(道森幸恵) 용의자(32)를 저작권법 위반(복제권 침해)으로 체포했다. 저작권자인 닌텐도(본사·교토시) 등이 이번 달 5일 고소장을 제출했다.

저작권법 위반 용의로 체포

조사 내용에는 미치모리 사치에 용의자는 작년 여름경, 피카츄 같은 포켓몬 캐릭터를 복제해 같은 이름으로 등장시킨 외설스러인 내용인 만화를 그리고 B5판, 29 페이지 책자를 인쇄, 1부 900엔으로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만화 속 피카츄는 꼬리가 진짜보다 조금 크지만 거의 같은 형상이었다. 동인지 멤버에게 광고지를 보내 선전하고 희망자에게 운송하고 있었다고 한다. 300부를 후쿠오카시 내에서 인쇄하고 그 중 약 120부를 이미 판매한 것으로 보인다.

닌텐도 홍보실은 "부수는 적지만, 포켓몬의 이미지를 파괴하는 내용이어서 묵과할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1999년 1월 14일 목요일

2. 발단

1998년 당시 후쿠오카에 거주 중인 30대 여성이 지우와 피카츄가 성행위를 나누는 BL + 수간 동인지를 300부 가량 제작해 동인지 즉매회에서 판매한 뒤 남은 책들을 통신 판매했다.

그리고 이를 동인 정보지에서 알게 된 여중생이 구입했고, 그 동인지를 그 여중생 어머니가 발견하고 말았다. 동인 창작 활동 지식이 전무했던 여중생 어머니는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이용한 포르노물을 아이에게 판매했다는 점에 충격과 공포를 받은 나머지 결국 닌텐도 본사에 항의 뜻을 담은 편지와 함께 해당 동인지를 보냈고 여기서 사건이 시작되었다.

항의를 받은 닌텐도 측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직원에게 해당 동인지를 입수하도록 명령했고, 직원은 작가에게 신분을 숨기고 연락하여 동인지를 1부 구매했다. 그리고 이를 교토부경에 찾아가 동인지를 증거물로 제출하며 해당 동인작가에게 형사고소를 취했다.

이 과정에서 역시 동인에 관한 지식이 전무했던 경찰 측은 '야쿠자가 자금원으로 포켓몬의 포르노 책을 판매한다'[1]고 낚이는 바람에 수사본부까지 설치했고 결국 수개월에 걸쳐 치밀한 잠복과 내부 수사를 완료한 뒤 1999년 피고소자의 자택의 압수수색과 동시에 피고소자를 체포하기에 이르렀다.

3. 체포 이후

체포당해 충격을 받은 피고소자는 22일의 구금 기간 동안 아무런 항변도 하지 못하고 묵비권을 행사했다. 당시 언론은 회사원이었던 피고소자를 무직이라고 발표하거나, 600엔인 해당 동인지의 가격을 900엔이라고 오기하고, 원래 32페이지인 동인지를 29페이지라고 표기하며[2] 옴진리교와의 연관짓기까지 하는 등 온갖 추측보도가 난무하였다. 이 당시 언론 또한 동인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였기에 벌어진 일로 추정된다.

그 사이 경찰에서도 이런저런 조사가 있었지만 당연히 폭력 조직이나 사이비 종교와의 커넥션이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법정에서는 '해당 동인지에는 저작권이 없다'는 취지의 저작권 침해 판결을 내리고는 피고소자에게 10만엔의 벌금형을 부과했다. 본래 2차 창작에는 2차 창작자의 저작권이 따로 있지만, 여기선 창작자가 이미 원작자(닌텐도)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했기 때문에 저작권이 몰수된 것이다.

4. 닌텐도 입장

닌텐도는 해당 사건 공식 입장을 아래처럼 표명했다.
개발자는 캐릭터 이미지를 중요시하고 있으며 자신이 개발한 캐릭터가 자기 이미지와는 다른 이상한 형태로 묘사·표현됨을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작권자로서 포켓몬 팬인 아이들이 그런 동인지를 접하고 꿈이나 희망을 깨지는 일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인지 2세대 후 등장한 교배 시스템에서도 포켓몬이 어떻게 알을 가지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는 설정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례가 없을 만큼 강도가 높은 동인지 탄압에 당연히 동인계 반발도 거셌다. 사실 사회 전체가 동인계를 두들겨 팸이나 다름없었지만 이들이 한 가장 큰 분노는 고소라는 선택지를 취한 닌텐도를 향했다.

이에 동인계에서는 한때 문제시됐던 동키콩 표절 사건[3], 스페이스 인베이더 표절 사건[4] 등을 들먹이면서 닌텐도의 기업 윤리를 공격하기 시작하고 일부에서는 닌텐도 불매 운동까지 일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이는 전형인 피장파장의 오류이다. 동인이라는 업계 자체가 기업의 1차 저작 권리를 개인이 무단으로 사용하여 이득을 취한다는 점은 절대로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닌텐도가 겪은 표절 사태가 문제가 되었다면 표절된 작품 원작자에게 고소를 유도하여 닌텐도에게 적법한 사법 처리로 똑같이 처벌을 받게 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2차 창작자들이 분노한 이유를 단순히 설명하기가 어려운 점은 닌텐도가 한 대응은 2차 창작을 완전히 금지하는 행위로도 비춰질 수도 있었기에 다른 2차 창작물에게까지 불똥이 튀지 않느냔 우려를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단순히 2차 창작자들은 저작권법을 어겼으니 닌텐도 측에게 비판을 가함은 무조건 옳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는 소리다.

5. 근본 원인?

피고소자는 나카이 유키(中井ゆき)라는 필명을 사용해 포켓몬 외에도 사자에상, 도라에몽, 치비마루코짱 등 유명한 애니메이션을 소재 삼은 동인지를 다수 출간한 바 있다. 어떻게 보면 원전 작품의 팬도 아니면서 원작의 유명세만 빌려 수익 창출을 시도한 동인파락호에게 철퇴가 떨어진 사건으로 볼 수도 있는 셈. 심지어 표지나 본문 일부에 공식 로고를 그대로 박아넣거나 원작을 트레이싱한 흔적도 있는 등 저작인격권 외에도 문제의 소지가 많았다.

국내에서는 이 사건이 발생한 원인을 '미성년자가 성인물을 아무런 제재 없이 구입하도록 내버려뒀다'는 점으로 지목 하며 "미성년자에게 성인물 판매를 막을 수 있는 적절한 절차만 있었어도 이런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많은데 이러한 주장은 저작권 위반을 저지른 측의 책임전가에 불과하다. 애초에 이 사건의 본질은 미성년자가 음란물을 접한 것이 아니라 동인작가가 닌텐도 측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했다는 점이고, 양지에서 전연령을 대상으로 한 거대 IP 컨텐츠를 보유한 기업들이 자사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2차 창작 형태를 통제하는 것은 저작권리자로서 지극히 당연한 권리 행사이다. 또한 국가가 국민 개개인의 정보를 수집하여 성인 인증 절차에 활용하는 상황은 결코 당연한 현상이 아니고 일본에서는 이런 시스템을 갖춘다는 것 자체가 개인 정보의 과도한 침해로 여겨 논란이 일 수 있다.[5]

6. 사건 후 동인계에 끼친 영향

이 사건을 계기로 동인계 전반이 원작자가 저작권법 철퇴를 휘두르기를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나름대로 가이드라인이 세워졌으며 책 한 켠에 '이 책은 2차 창작물입니다. 해당 작품 작자, 출판사 등과 일절 관계 없습니다.'와 같은 주의 문구를 적어놓는 것이 관례화되었다.

이 사건 이후로 닌텐도 작품의 2차 창작은 금지되어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시대가 지난 현재는 닌텐도 또한 동인 창작이 팬 활동임을 인지하게 되었기에 개인 상대로 가차없이 철퇴를 때리지는 않으며, 사건 직후 위축되었던 동인 활동도 다시금 회복되어 2차 창작이 활발해진 지 오래이다. pixiv 기준으로 포켓몬 관련 2차 창작물은 굉장히 많이 찾아볼 수 있으며 R-18 태그가 붙은 2차 창작물 또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준 영향으로 닌텐도사 작품 동인지는 인쇄소에서 거절당하기도 하며 토라노아나, 멜론북스 등 동인지 위탁 샵에서는 아예 위탁이 불가능하다고 처음부터 못박아놨다. 온라인 상에 돌아다니는 포켓몬 관련 2차 창작은 출판되는 동인지보다는 동인 아트워크 등으로 나오는 형태가 더 많은데 닌텐도 관련 동인지를 판매하는 경우에는 마○오, 포○몬 같은 복자처리된 시리즈명조차 허용되지 않아서 '가정용 게임'이라는 두루뭉실한 카테고리를 달아 굉장히 민감하게 대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에로 동인지가 아니더라도 원작이 따로 있는 2차 창작물은 원작자에게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제작되지 않는 이상 당연히 위법이다. 그나마 영리 목적이 아닌 단순한 팬아트나 커버곡 같은 창작물을 제작함은 관점에 따라 불법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긴 하지만 동인지는 대개 돈을 받고 파는 영리 목적 활동이기에 영락없이 법에 저촉된다. 때문에 보통 동인지는 '판매'가 아니라 '배부(頒布)'라는 표현을 쓰며 인쇄비 일부를 후원받고 답례로 책을 나누어주는 동인 간 교류 활동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 명분이 법으로 인정된 판례는 없으며 인정될 지도 알 수 없다.

원작자에서도 허락도 없는 2차 창작물을 굳이 잡으려고 노력해봐야 절차도 복잡한데다가 이미지만 안 좋아지고 얻는 바는 거의 없어서 반쯤 묵인하고 넘어간다고 봐야 된다. 기껏해야 과하게 선을 넘었을 때를 우려하여 2차 창작으로 하는 영리 활동을 제한하는 정도로 봐준다. 즉, 2차 창작을 만드는 제작자나 2차 창작을 즐기는 팬들이 결국 원작의 팬이라는 소리라서 쉽게 다룰 만한 존재가 아닌 양날의 검이라는 소리다. 이들을 억압하게 되면 결국 팬들을 억압하는 꼴이 되고 이들이 선을 넘어도 풀어주게 되면 작품과 그 팬들 전부가 욕을 먹는 꼴을 만들게 된다. 저작권법이 무적이 아님을 보여준 사례다.

또한 현재 닌텐도는 비상업 팬아트를 그리기 정도는 제재하지 않고 2차 창작 가이드라인을 내세우지 않으며 오히려 관대한 자세를 취하는 중이다. 근래 들어 슈퍼크라운이 한창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 때 닌텐도가 침묵으로 일관함이 대표 예시다. 이외에도 저작권자에 따라 여러 방식의 대응이 있는데, 동인 활동을 온건하게 대하거나 오히려 장려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작품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경우 2차 창작 가이드라인을 엄격하게 제시하는 저작권자 또한 존재한다.

결국 고소당한 개인에게 있어서는 날벼락같은 사건이었지만 길게 보면 대중에게 2차 창작물이란 존재를 사회에 알림으로써 오해 여지를 줄이고[6] 도떼기 시장판이었던 2차 창작 시장에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과 안전망이 만들어지면서 2차 창작 문화를 더 촉진시킨 사건이다.

7. 후일담

국내를 비롯해 일본 인터넷 상에서도 이 사건에 관련해 거짓 정보가 상당수 섞여 있어 정보 탐색 시 주의가 필요하다. 피고소자는 사건이 일단락된 이후 '포켓몬 동인지 사건 MY DIARY'라는 제목으로 후일담을 출간했는데, 후일담에 따르면 저작권 침해로 고소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18금 동인지로 고소당한 것은 아니며 18금이라는 것은 언론에 보도되는 과정에서 다른 동인지까지 한데 묶여 와전된 것이라고 한다. 다만 미성년자 열람 제한을 걸지 않았다는 말이지, 결코 건전한 동인지였다는 뜻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성기를 직접적으로 묘사하지만 않는다면 성행위가 대놓고 나와도 연령 제한을 걸지 않아도 되며, 해당 동인지 또한 성행위를 간접묘사함으로써 연령 제한 의무를 피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연령 제한 자체는 있었는데, 그것이 있으나마나한 14금(...)이었던 것. 작가 본인도 성행위 소재가 있다보니 에로 동인지라고 해도 할 말 없다고 인정했다. 또한 상술한 경찰이 야쿠자사이비 종교와 관련하여 헛수사를 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1] 당시 야쿠자의 주 수입원 중 하나가 각종 만화의 해적판 판매였다.[2] 속표지나 간지 같은 자질구레한 페이지를 제외해서 계산했을 가능성이 크다.[3] 닌텐도의 동키콩이 영화 킹콩을 표절했다며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소송을 건 사건이다. 하지만 법정 다툼 과정에서 유니버설 측이 과거에 저지른 실수가 발목을 잡아서 오히려 패소하여 닌텐도에게 손해배상액을 물어줬다. 자세한 내막은 동키콩 시리즈 문서의 표절 논란 항목 참조.[4] 닌텐도의 스페이스 피버가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표절했다며 타이토가 소송을 건 사건이다.[5] 일본은 주민등록번호 등으로 미성년자가 성인 컨텐츠가 있는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하는 시스템이 없고 미성년자가 열람을 금하는 경고문을 띄워놓기가 전부다. 성인 컨텐츠 뿐 아니라 주류 및 담배 또한 경고문을 무시하고 성인 컨텐츠를 열람함은 오롯이 해당 미성년자와 보호자 책임이지 컨텐츠 제공자에게 묻지 않는 구조고 이 점은 서구권 또한 마찬가지다.[6] 2차 창작 자체는 여전히 법으로는 회색 지대에 존재하지만 적어도 현대에는 이에 지식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성인 팬들이 만든 물건이라고 짐작하지 공식이 음화를 반포한다고 오해할 일은 크게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