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2-04 21:10:39

대한민국 금기 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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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금기 깨기
파일:대한민국 금기 깨기.jpg
<colbgcolor=#795DA7> 저자 김동연
ISBN 9791165345921
쪽수 256쪽
출판사 쌤앤파커스
국내 출간일 2021.07.28.
장르 정치학 서적

1. 개요2. 내용
2.1. 시작하며: 기회복지를 향한 유쾌한 반란2.2. PART 1: 세 번은 아니다
2.2.1. 1장: 첫 번째 좌절2.2.2. 2장: 두 번째 좌절2.2.3. 3장: 세 번째 좌절
2.3. PART 2: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2.3.1. 4장: 대한고등학교와 대한민국2.3.2. 5장: 국가과잉2.3.3. 6장: 격차과잉2.3.4. 7장: 불신과잉2.3.5. 8장: 분열된 집
2.4. PART 3: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2.4.1. 9장: 킹 핀2.4.2. 10장: '기회복지국가'의 길2.4.3. 11장: 새로운 사회계약
2.5. PART 4: 기회복지국가를 향한 금기 깨기
2.5.1. 12장: 추격경제 금기 깨기2.5.2. 13장: 세습경제 금기 깨기2.5.3. 14장: 거품경제 금기 깨기
2.6. PART 5: 아래로부터의 반란
2.6.1. 15장: 정치는 줄이고 권력은 나누자2.6.2. 16장: 시민참여 시대를 활짝 열자
2.7. 마치며: 기회복지국가를 향한 유쾌한 반란

[clearfix]

1. 개요

국무조정실장, 아주대 총장, 경제부총리, 그리고 2024년 기준으로 제36대 경기도지사를 역임하고 있는 김동연이 대선 출마 이전인 2021년에 쓴 책.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다양한 문제점을 '대한민국의 금기'로 규정하여, 이들을 깨야 진정한 '기회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2. 내용

본 책에서 김동연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2.1. 시작하며: 기회복지를 향한 유쾌한 반란

전에는 나라가 국민을 걱정했는데 이제는 국민이 나라를 걱정합니다.
  • 어떤 사회학자는 한국 사회를 '불신, 불만, 불안'의 3불 사회라고 특징지었다. 제도나 시스템을 믿을 수 없는 불신, 웬만한 성취에는 만족하지 못하는 불만, 앞으로 닥칠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가졌기 때문이다. 지난 20년동안 악화되어 왔음에도 한국 사회는 이에 대한 적절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부총리를 그만둔 이후, 2년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만난 수많은 이들의 삶에서는 절박감이 묻어나왔다. 어떤 학생은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소녀 가장 역할을 해야 하는데 취업이 어렵고, 어떤 청년은 두번의 실패 끝에 드디어 회사가 성장궤도에 올랐을 때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으며, 어떤 수제빗집 사장님은 건물주가 바뀌면서 폐업을 통보받았다. 이렇듯 절박한 삶의 모습은 도처에 있었다.
  • 고용 없는 성장, 불평등과 양극화, 저출산, 사회적 공정의 문제는 20년동안 제기되어왔다. 그럼에도 여태 해결이 안 되고 있는 이유는 국민의 역량을 모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항상 전정부는 갈아엎을 대상이고, 비전과 아젠다는 없는 채 그저 새로운 인물만을 찾으면서 국민의 실망은 날로 커지고 있다.
  • 책을 쓰게 된 이유는 '절박감'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사람을 만나면서 고민은 깊어져갔고, 이로 인해 글을 쓰는데도 2년이 넘게 걸렸다. 현직에 있으면서도 해결하지 못한 일들을 알기에 책을 내놓기 많이 망설여졌지만, 두 번의 실패를 넘어 다시는 실패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책을 내놓았다.
  • 삶의 현장을 가보고 책을 준비하는 동안 정리하게 된 나름의 해답은, 대한민국에게는 기회가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삶의 어려움은 기회와 연결되어 있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도 주어진 기회가 부족하면 제대로 도전할 수조차 없다.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면서 기회가 줄어들었고, 부족한 기회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이 벌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대한민국을 기회공화국으로 만들어야 한다.
  • 책을 쓰게 된 개인적인 이유도 있는데, 몇 해 전 세상을 떠난 큰아들 때문이다.[1] 아들은 공익과 사회기여에 관심이 많았고 글쓰기를 좋아하였다. 만약 살아있었다면 사회에 대해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눴을 큰아들을 떠올리며, 그와 함께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며 이 책을 쓰게 되었다. [2]

2.2. PART 1: 세 번은 아니다

책의 1부는 내 스스로 쓰는 반성문이다.

2.2.1. 1장: 첫 번째 좌절

  • 세계은행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한지 3년 차, 장관에게서 새로 생긴 국을 맡아달라는 연락을 받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처음에는 맡은 임무가 명확하지 않았지만, 한 세대를 건너 대한민국의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비전 2030을 만들었다. 보고서 전체를 관통하는 화두는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기존의 '성장 먼저 복지는 나중'을 벗어나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동반성장을 제시하였다.
  • 성장과 복지의 동반성장을 위해 필요한 핵심 기둥 두 가지는 제도혁신선제적 투자다. 또한 이를 실천하기 위한 핵심전략으로 성장동력의 확충, 인적자원 고도화, 사회복지 선진화, 능동적 세계화, 사회적 자본의 확충까지 총 5가지의 전략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자원조달은 첫 5년은 증세보다는 지출 구조조정으로 충당하되, 그 이후는 복지수준과 국민 부담의 정도에 따라 조절하도록 한다.
  • 1년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지만, 비전 2030은 발표되자마자 곧바로 '세금폭탄' 논쟁에 휘말렸다. 복지 퍼주기가 아니라 복지에 대한 투자개념이라며 설득해도 소용없었다. 비전 2030은 끝내 정쟁의 소용돌이에서 좌초되었고, 실망과 함께 왜 정책을 정책으로 바라보지 않고 이념으로 도색하려고 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 이후 국장급 직무훈련을 가게 되는 사실상의 유배에 처했지만, 오히려 관료의 틀을 넘어 이념과 철학에 대한 공부가 될 기회라고 여겨 세계은행으로 다시 출국하였다. 그곳에서 여러 전문가들과 토론하면서,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 자본주의를 공부하였다. 이 중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건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로,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형평 간의 조화를 이룬 경제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에서는 두 개의 양극단을 경계하는데, 첫째는 무한경쟁을 추구하는 시장만능주의이고 둘째는 국가의 과도한 개입이다.
  • 결과적으로 비전 2030을 실행에 옮기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당면한 구조적인 문제를 냉정하게 분석하였고, 이 때 제시된 정책들은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부분적으로 실현되었다는 것에서 의의를 남겼다. 그럼에도, 만약 그때 비전 2030의 도전과제와 목표가 제대로 반영되었다면 우리 사회가 오늘날 처한 구조적인 문제를 훨씬 더 잘 해결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질문을 바꿔, 15년 전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는 어떤가 물어보고 싶다. 우리 정치 수준, 사회의 담론 수준은 오히려 그때보다 퇴보하지는 않았을까? 해법은 더욱 찾기 어려워졌고, 비전 2030을 통해 고쳐보려 했던 국가과잉, 격차과잉은 점점 더 구조적인 문제가 되었다.

2.2.2. 2장: 두 번째 좌절

  • 2017년 5월 18일, 청와대로부터 경제부총리를 맡아달라는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공직으로 돌아갈 마음이 없어 거절하였지만, 비전 2030이 캠프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는 말을 듣고 부총리의 자리를 수락하였다. 문재인 대통령과는 아무런 면식이 없어 지명 후에서야 만날 수 있었는데, 20분동안 독대를 하고난 후 대통령에게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꿔달라'는 말을 들었다.
  •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두 가지에 신경을 썼는데, 첫째는 경제에 대한 큰 그림이고 두번째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보완이었다. 소득주도성장에서는 소비만 볼 뿐 공급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고, 제대로 된 성장은 공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급이 중요한 혁신성장의 중요성을 청문회에서 전면으로 내세웠다.
  • 혁신성장 같은 경우는 초기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나중에는 경제운영 3대 축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성과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데, 몇몇 괜찮은 결과는 있었지만 그것들이 가시적인 효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정책에 대한 신뢰와 예측가능성을 시장에 주지 못한 원인이 컸다. 한편, 소득주도성장은 '소득'의 '주도'만으로는 '성장'이 이루어질 수 없음에도 애초에 네이밍이 잘못 되었고, 시장의 수용성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면서 결국 진보 정책이라면서 진보의 가치를 해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 1년 6개월동안 부총리를 재임하면서, 2017년 3.2%, 2018년 2.9%의 성장률을 보이고 대외변수를 관리한 것에 있어서는 성취를 느꼈다. 또한 혁신성장 전도사 역할을 한 것이 가장 큰 보람이었다. 그러나 일자리 문제는 아쉬우며,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를 크게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도 아쉬움을 느꼈다. 부총리가 돼서도 문제를 풀지 못한 한계와 버거움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 비전 2030 작업 때 경험한 문제들을 부총리 재임 때도 여전히 겪었다. 사회 담론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고 타협의 기반은 더욱 좁아졌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정권이 바뀐다고 틀이 달라질 수 없다. 사회 문제의 해결의 장은 국회와 정당이 중심이 되는데, 정치가 걸림돌이 되면서 무슨 문제든 진영논리의 제물이 되고 예산은 매번 볼모로 잡힌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의 네거티브는 정치권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장된다.
  • 생산적 토론이 부족하기는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 부동산 대책, 혁신성장 등 모든 부문에서 의견 대립이 심하였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은 급격히 이뤄져서는 안된다고 여러 번 주장하였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최저임금의 인상은 온탕과 냉탕을 오가면서 급격히 신뢰를 잃었다.[3] 또한 정책실에서 내놓은, 급격히 오른 인건비를 지원하는 일자리안정자금 정책에도 반대하였다. 그러나 이 또한 반대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데에서 만족해야 했다.

2.2.3. 3장: 세 번째 좌절

  • 2018년 국정감사 마지막 날, 청와대로부터 인사 교체에 대한 통보 전화가 왔다. 이후 국회 예산결산에 대한 정책질의를 마친 11월 9일, 교체 인사를 발표하고 12월 10일 부총리직을 떠났다. 이임 직전 기자간담회에서 "공직자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할 일을 하는 것이 영광이다. 그만두는 날까지 예산안 통과와 G20 정상회의 마무리라는 일이 주어져 정말 감사했다"는 말을 남겼다.
  • 부총리를 그만두고 나서는 성찰의 시간을 가지며 세 가지 질문을 하였다. 우리 사회의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문제를 풀 해법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실천에 옮길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모든 제의를 사양하고 지방으로 떠나 사람들을 직접 만났다. 그곳에서 농민, 어민, 자영업자, 기업인, 청년 등을 만나면서 공직자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또한 실천의 가치관을 담아 도전하는 청년들을 모아 금전적으로 지원하고 기회를 주는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을 만들었다.
  • <대한민국 금기 깨기>는 위의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이다. 두 번의 좌절을 돌아보면서 "세 번은 아니다"라는 심정으로 쓴 성찰 끝의 고백이자 다짐이기도 한다.

2.3. PART 2: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문제를 모르면 답을 제대로 쓸 수가 없다. 우리의 진짜 문제는 과연 무엇일까?

2.3.1. 4장: 대한고등학교와 대한민국

  • 4장의 앞부분에서는 대한민국의 문제점을 가상의 '대한고등학교'로 압축하여 역사적 발전과 오늘날 대한민국의 사회적 갈등과 발전의 저해에 대해 다뤘다.
  • 경제학자들은 1960년대 한국과 가장 비슷한 경제상황의 국가로 아프리카의 가나를 꼽았다. 30년 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가나의 15배가 되었다. 예전에는 국민총생산이 2배가 되기 위해서는 고작 6년이면 충분하였지만(1981년 ~ 1987년), 앞으로는 30년이 지나도 경제규모는 2배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 경제는 제자리걸음인데 여전히 높으신 분들은 관치라는 과거의 틀을 고수하고, 양극화는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좀먹고 있다. 그러면서 사회는 불신이 커지고 경쟁으로 상대를 이겨야만 하며, 그 속을 패거리 정치가 파고들어 국민을 양쪽으로 분열시킨다. 결국 바깥 정세는 급변하는데도, 우리는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일이 이어지게 된다.

2.3.2. 5장: 국가과잉

  • 국민의 역동성이 활력을 잃어가는 데에는 국가과잉이 한몫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권력, 사법 등이 개입하는 정도가 지나치게 심하고, 문제가 터졌을 때 진보/보수/시장 모두 국가의 개입을 요구한다. 현장을 모르는 사람에게 무리한 일을 주문하면서 단기성의 정책 급습이 이어진다. 시장이 아닌 정부가 정한 기준에 인센티브가 주어지고, 자연스레 기득권은 공고해진다. 이렇게 장벽이 세워지게 됨에도, 정치권과 국민은 정부가 '열심히 일한다'며 박수를 쳐준다. 심지어 이런 일은 금융, 연구 R&D 등 그래서는 안 되는 분야에서도 무분별하게 발생하고 있다.
  • 규제와 관련하여 한국은 OECD 상품시장 규제지수 상위 다섯 나라 중 하나이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은 공공기관을 가지고 있는 나라도 대한민국이다. 이렇게 많은 규제는 더 큰 질적 개입을 낳아, 행정 재량행위 등으로 더욱 촘촘하게 옥죈다. 그런 규제는 여간해선 없어지지 않아 과잉규제를 낳고, 이로 인한 책임은 낮아지기 마련이다.
  • 정치제도는 국가과잉을 만드는 원천이다. 소선거구제 단순대표제는 1표라도 더 얻은 1등만 당선되고, 다른 유권자들의 의사는 무시된다. 청와대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조직일 뿐인데도 정책에 간섭하는 추세가 갈수록 심해지며, 5년 임기 내의 단편적인 성과에만 집중한다. 행정부의 정책개발 능력은 퇴화되고 왜곡된 인센티브가 만들어진다.
  • 권력기관의 막강한 권한 행사도 국가과잉의 원인이다. 문제가 생기면 모두가 검찰에 고소부터 하는 '사법공화국'이며 검사 등의 법조인들은 정치에서도 유력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런 와중에 의원입법과 정부의 청부입법도 지나치게 많다. 이러한 형법의 개입은 기업에서도 나타나는데, 배임죄 적용은 검찰의 표적수사에 활용되는 대표적 기법으로 꼽힌다.
  • 교육현장에서의 국가규제는 절망적인 수준이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도 교사 자격증이 없으면 교사가 될 수 없고, 교사들은 거대한 교육 체계의 하부조직처럼 움직여야만 한다. 사립대학 등록금은 실질적으로 국가가 통제하는데, 여기에 지리적 위치에 따라 품질경쟁은 무력화된다. 교육 단체는 교육을 고립시키고, 스스로의 기득권을 쌓아 자기들만의 세상을 만든다.

2.3.3. 6장: 격차과잉

  • 격차과잉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존재이다. 소득, 계층에 대한 격차는 점점 커지고 기회는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이런 격차과잉은 경쟁의 규칙을 뒤흔들어, 결과에 대한 승복도 제대로 할 수 없고 편법이 나오게 된다. 이러한 격차과잉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대중들을 선동하여 민주주의까지 해치는 결과를 낳는다.
  • 가장 가치 파괴적인 격차는 초과이윤에서 비롯되는 격차다. 기여에 비해 과도한 보상이 이어지며, 힘 있는 존재들은 규제나 권력을 활용하여 합법적으로 이익을 수탈한다. 초과이윤이 발생하면 공급이 늘면서 보상이 줄어야 함에도, 기득권의 진입장벽으로 인해 그들만이 이익을 나눠갖는 일이 발생한다. 이러한 일을 해결해야 할 공공부문과 정치권이 오히려 앞장서고 있다.
  • 오늘날 대한민국은 중산층이 붕괴된 아령공화국이다. 1995년 소득상위 10%는 전체 소득의 29.2%를 차지했지만, 2016년엔 43.3%까지 올라갔다. 그 중 부동산 자산격차는 소득보다 더 극명하게 갈려, 상위 1% 미만이 전체 토지의 50% 이상을 갖고 있다. 196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쌀값은 50배 올랐는데 땅값은 3000배가 올랐다. 소득격차를 완화해도 자산격차로 인해 양극화 해소에는 한계가 있다.
  • 여기에다 교육격차는 한 단계 더 불을 붙여, 계층이동을 적극적으로 가로막는다. SKY대의 최상위 10% 소득 학생의 비율은 37.9%로, 다른 대학(12.2%)의 3배 이상이다.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갖고 있어 학습능력이 다소 떨어지면 교실 분위기가 쉽게 무너진다.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에 대한 기대를 너무 빨리 거둬, 그들의 라이프 사이클 모든 면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끼친다.
  • 노동시장에서는 수출 대기업은 우월적 지위에서 중소기업과 원하청 관계를 맺는데, 외주 중소기업은 비정규직을 고용하면서 근로조건의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한번 비정규직에 들어가면 빠져나오기도 힘들다. 해고와 관련하여서는 노동자와 기업 모두에게 가혹한데, 노동자 같은 경우 실업보험 등 사회안전망이 미비하여 '해고 = 삶의 낭떠러지'이고, 기업의 경우 해고의 증명이 어려워 정규직 고용 대신 비정규직을 선호한다.
  • 복지지출은 꾸준히 늘어났음에도 사회안정망은 촘촘하지 못하고 복지구조는 여전히 후친적이다. 국민연금은 임금 2000만 명 중 3분의 1 정도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국고보조금을 전달하기도 까다로워 취약계층의 사회보장 접근을 가로막는다. 지나치게 많은 서류와 증빙으로 인해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신청을 포기하기도 한다.

2.3.4. 7장: 불신과잉

  •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은 우리 사회의 갈등수준을 우려하고 있다. IMD 국가경쟁력 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 신뢰도는 30% 미만 수준으로, 2019년 평가 대상 63개국 중 54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에서 높은 지위에 오르려면 부패할 수밖에 없다'에 동의하는 비율은 66.2%에 달했다. 혈연, 학연에 의존하는 개인적 신뢰는 폐쇄적 배타주의와 연고주의를 낳는다. 이로 인해 근로의욕이 퇴행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 불신의 원인은 정치에 있다. 진영논리 싸움 속에 상대는 대화가 아닌 청산, 척결의 대상이다. 국민은 정치의 문제해결 능력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있다. 능력을 갖추지도 못한 자들이 뻔뻔하게 자리를 꿰차, 개인과 사회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끼친다. 정치과잉의 문제도 심각하여 어느 방송을 틀어도 '정치 전문가'가 넘쳐난다. 정치에 몰두하는 반만큼이라도 문화와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 한 차원 높은 지력을 가진 나라가 될 것이다.
  • 불신과잉의 현상이 만들어진 데에는 언론의 책임도 크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언론보도 신뢰도는 전세계 37개국 중 37위 최하위다. 받아쓰기 저널리즘, 폐쇄적인 기자단 문화, 속보에 목숨 거는 과열경쟁, 편향적인 보도는 언론의 신뢰도를 날로 떨어뜨리고 있다. 수익구조를 광고 수익에 의존하여, 미디어 시장의 상업주의도 심각하다. 언론은 그런 엄청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자유'란 명목으로 제대로 된 견제도 받지 않는다.
  • 지금까지 열거한 사회구조의 문제에 기성세대는 모두 책임이 있으며, 그중 지도층의 책임이 가장 크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쳤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을의 위치의 사람들에게 갑질하였다. 아이들은 입시 지옥으로 밀어넣었고, 본인들의 빈약한 비전은 제대로 평가받지도 않는다. 새로 뽑힌 지도자마다 늘 새 아젠다를 던지지만, 과거에 대한 존중은 아예 없어 문제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그로 인해 대통령이나 정권이 바뀌어봤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2.3.5. 8장: 분열된 집

  • 부총리 재임 초기 경제장관회의에서 특정 주제에 대해 논의를 할 때, 한 정치인 출신 장관이 나서서 "그건 '우리 지지층'이 반대하는 내용이어서 곤란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논의를 잠깐 중단시키고, "장관은 특정 그룹이 아닌 국민 전체를 보고 일을 해야 한다. 다시는 회의에서 그런 표현을 쓰지 말라."는 경고를 한 뒤 회의를 이어나갔다.
  • 정치적 양극화로 인해 국민은 '우리 지지층', '상대편'이라는 이름으로 둘로 쪼개지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보수-진보의 대립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 첫째, 우리 정치는 보수-진보가 아닌 수구-보수의 과두지배의 느낌으로 보아야 한다. 수구와 보수가 손을 잡고 권력을 분점했으며 정권교체는 분점비율의 변동일 뿐이다.
    • 둘째, 보수와 진보 모두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데, 보수는 '자유주의'라는 이름 하에 권위적인 국가 운영으로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진보는 민주화 이후에 사회의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 셋째, 사람들은 겹치지 않은 삶의 영역에서 두 개의 세계관을 모두 갖는 이중개념주의를 갖고 있다.

    이렇게 보수와 진보 간은 치열하게 투쟁할 정도의 실체를 갖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싸우고 있을 뿐이다.
  • 보수와 진보의 논쟁이 벌어지는 주된 전장은 '시장'과 '정부의 역할'이다. 시장과 관련하여 보수는 시장에 더 많은 자유가 주어져야 하고, 진보는 시장의 결과에서 나오는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장한다. 여기에서 일부 진보는 시장만능주의를 비판하면서 시장원리까지 무시하며, 반대로 일부 보수는 시장원리를 존중한다면서 시장만능주의를 추구한다. 정부의 역할은 시장에서의 경쟁의 불공정 문제와 경제적 불균형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 보수와 진보는 제대로 된 토론을 이어가지 않은 채 '국가 대 시장'이라는 이분법의 구도에만 사로잡혀있다.
  • 최근 들어서는 정부의 역할에 대한 보수와 진보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정부의 역할은 무조건적인 경제 개입도 아니고, 양극화의 외면도 아닌 둘 사이의 상호보완적인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런 와중에서도 국가 역할에 대해 이념싸움이 전개되면 소모적인 정쟁이 될 뿐이다. 성숙한 정치문화와 사회 전반의 역량 제고가 필요한 이유다. 이런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했던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 국가의 역할에 대한 시민의 의식이 결국 선택을 결정한다.[4]

2.4. PART 3: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대한민국을 다시 기회의 나라, '기회복지국가'로 만들 수 있다.

2.4.1. 9장: 킹 핀

  • 볼링에서 '킹 핀'은 10개의 핀을 다 쓰러뜨리는 핵심 5번 핀을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의 산적한 문제들은 해결하기 위해서는 킹 핀을 조준해야 한다.
  • 우리 사회의 킹 핀은 승자독식구조다. 2부에서 언급한 국가과잉, 격차과잉, 불신과잉의 핵심에는 모두 승자독식구조가 있다. 정치에서 1표만 더 얻어도 당선되고, SKY대를 보내주기 위해 1등에게 스펙을 몰아주고, 상위 자산과 하위 자산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등 정치/교육/경제 모두 승자의 독식이 심해진다. 승자독식구조로 인해 계층이 고착화되면서 사회를 움직이는 작동원리에 대한 불신이 커지게 된다.
  • 승자독식구조의 가장 큰 폐해는 기회를 없애는 것과 불평등한 기회를 만든다는 데에 있다. 승패는 상대적 능력 차이로 결정되기 때문에, 조금 더 앞서기 위해 무한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이로 인해 무한경쟁의 사회가 만들어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 꿈과 도전은 그저 청년들을 기만하는 공허한 단어에 불과하다. 또한 엄청난 사회적 자원의 낭비를 부르고, 보다 가치 있는 곳에 자원이 투입되지 않는다.
  • 사회 구성원들은 스스로가 승자독식구조의 피해자이면서도 어느새 저항감 없이 이런 구조를 받아들인다. 패자들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아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진다. 또한 디지털 시대로 인해 소수의 거대 기업의 권한이 커지면서, 이런 사회적 구조가 앞으로 더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2.4.2. 10장: '기회복지국가'의 길

  • 정권을 바꾼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정책이다.
  •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는 기회와 연결된다. 국가과잉은 혁신과 질 높은 성장을 저해함으로써 더 많은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게 한다. 격차과잉으로 인해 양극화와 불균형이 심해지면서 기회가 고르게 주어지지 않는다. 사회안전망이 촘촘하지 않아 일부 사람들에게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는다. 구호와 청사진은 넘쳤음에도 승자독식구조는 점점 더 심해졌다.
  • 사회를 해결하는 답은 더 많은 기회를 만드는 데에 있다. 기회를 많이 만들고, 만들어진 기회에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에 길이 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우리 경제가 추구해온 '추격경제'의 틀을 깨야 한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선도적 혁신을 만들어내, 국민의 창의성이 경제의 모든 분야에 걸쳐 꽃필 수 있게 해야 한다.
  • 앞에서 이야기한 추격경제의 틀은 '추격사회'를 만든다. 모두가 '일자리-부동산-교육'의 삼각 기득권을 따내기 위해서 경주를 하고 있고, 이를 선점한 상위 중산층의 특권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기회의 질 또한 중요하다. 단순히 기회의 양을 늘릴 뿐만 아니라, 더 고른 기회의 제공이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공정은 능력주의가 강하게 작용해, 또 다른 불평등이 만들어지고 있다. 더 고른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중산층의 수를 늘려야 한다.
  • 더 많은 기회와 더 고른 기회가 주어져도 실제로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기회 접근성이 현저하게 낮은 사람들이 나올 수 있다. 그런 계층의 사람들까지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회복지안전망이다. 기회복지안전망의 3대 요소는 소득, 주거,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5]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연대를 통한 소득안전망의 구축이지만, 이와 주거와 교육에 대한 생활필수재의 공공성 또한 갖춰져야 한다. 주거를 위해서는 주택공급을 늘리고 임대사업자 보유주택이 공급물량으로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하여 주택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 교육을 위해서는 대학교육의 지원방식을 대학 지원에서 학생 지원으로 바꾸고 위기에 빠진 학생을 구해야 한다. 결국 답은 한국 사회의 경장[6]에 있다.

2.4.3. 11장: 새로운 사회계약

  • 인간이 1마일을 4분 내에 뛴다는 것은 신체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육상계에 오랫동안 있었지만, 1명이 4분의 기록을 깬 이후 2년 뒤에는 300여 명의 선수가 4분 벽을 깬 일이 있었다. 이는 오랜 기간 유지되어 왔던 할 수 없다는 심리적 금기가 깨지면서 나오는 결과이다.
  • 대한민국에서 '금기 깨기'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1950년에 단행한 농지개혁이 있다. 농지개혁으로 인해 농민들이 자기 경작지를 소유하면서, 계층이동의 기회가 생기고 사회의 역동성이 높아졌다. 오늘날도 이러한 기득권 개혁이 필요하다. 금기 깨기는 오랜 틀을 깨는 것이어서 저항이 생기기 마련인데, 추격/세습/거품경제의 금기를 깨는 건 새로운 사회적 고통분담 협약을 맺는 것을 의미한다.
  • 진보는 시장의 공정성을 위해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하고, 보수는 시장의 역동성을 위해 국가 개입의 '축소'를 주장한다.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동시에 갖고 있다.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서로의 입장을 내려놓고 국가의 역할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이에 대해 바람직한 국가의 역할을 크게 세 가지로 제안한다.
    • 첫째,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경제와 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을 줄여야 한다. 시장이 역동적으로 흐르기 위해서는 민간의 자유와 창의를 키우고 국가는 가부장적 후견주의를 내려놓아야 한다. 국가는 코치가 아닌 심판이 되어야 한다. 일자리를 만드는 일은 민간주도로 이뤄지도록 하고, 국가는 정권을 뛰어넘는 장기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 둘째, 꼭 해야 할 일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다. 시작을 도와주고 재기를 응원하는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빈곤과 폭정을 없애고, 일자리나 교육 등의 기회의 결핍도 제거해야 한다.
    • 셋째, 시민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다. 다수 시민이 참여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 여태동안의 소수 엘리트 위주의 톱다운 의사결정을 바꾸도록 한다. 이념, 세대, 지역, 성별 갈등을 넘는 '참여국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 국가가 할 일 못지않게 '시민의 역할'이 중요하다. 소수의 정치엘리트들이 모이고 기득권과 로비가 끼어들다보면 국민의 의사가 무시될 때가 많다.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정책의 수동적인 대상이였던 시민이 참여자로 나서야 한다. 아래로부터의 반란이 필요하다. 아래로부터의 자발적 혁신은 '공감'에서 출발한다. 공감은 타인의 상황을 자신의 상황으로 만들면서, 사람을 이어주는 유대감이다. 여태까지의 대한민국은 짧은 시간에 압축적으로 성장을 이루어야 했지만, 이제는 사회적 공감이라는 가치를 되살려야 한다.

2.5. PART 4: 기회복지국가를 향한 금기 깨기

추격경제, 세습경제, 거품경제의 금기를 깨야 한다.
이와 함께,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어 종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2.5.1. 12장: 추격경제 금기 깨기

  • 그동안 대한민국의 미래는 선진국의 현재라는 정답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선진국은 멀찍이 달아나고 중국은 거세게 추격해오고 있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한다. 소수 수출 대기업의 승자독식구조를 깨고 4차 산업혁명 분야의 스타트업들을 장려하고 지원하여 건실한 중소기업을 많이 육성해야 한다. 성장률 같은 정량적 성과에서 벗어나, 우리 경제의 기회창출력을 확충하는 것이 핵심이다.
  • 지난 추격경제 시대, 이른바 '벤처 붐'이 휘몰아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광풍은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1차 벤처 열풍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2021년 즈음에 다시 2차 벤처 붐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데, 이번만큼은 짧은 광풍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한대의 열풍으로 끝나 또 다시 '제3차 벤처 붐'이란 말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 추격경제 극복을 위해서는, 대기업에만 매달리지 않고 스타트업을 지금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키워야 한다. 이를 실현시킬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 무엇보다 창업 초기에는 지원이 많고, 사업이 확장되면 규제 등이 많아지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 벤처 생태계를 민간 위주로 돌릴 수 있도록, 인수합병 시장과 기술거래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 벤처인증도 기술인증이 주가 되도록 하고, 특허보호의 수준을 한층 높여야 한다.
    • 우리나라는 스타트업 생존율이 OECD 주요 국가에 비해 10%가 낮다. 따라서 창업 뿐만 아니라 '스케일업'을 함께 지원해야 한다.
    • 대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 벤처캐피탈을 통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공동으로 연구하는 채널을 기업 내에서 만든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 온오프라인의 융합을 가로막는 데이터 규제 같은 경우 반드시 풀어야만 한다.
    • 벤처기업에 대한 복수의결권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 오늘날 AI로 대표되는 디지털 전환으로 산업 간 경계가 흐릿해지는 '빅블러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빅블러 시대에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은 플랫폼 기업으로 크게 성장할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은 무조건 규제의 대상이라는 낡은 금기 또한 깨야 한다. 과거 문어발적 사업 확장으로 우위를 확보했던 대기업이 아니라, 빅블러 시대를 선도하는 혁신 대기업이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 반기업 정책은 무조건 반시장적이라는 금기를 깨야 한다. 불공정 행위에 대한 규제는 공정한 경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집단소송제나 징벌적 손해배상제 또한 무조건 반시장적 정책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시장참여자에는 경영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노동자도 있기 때문이다.
  • 친기업 정책이 무조건 친시장적이라는 금기도 깨야 한다. 기업과 산업에 대한 직접 지원과 과도한 보호는 한계기업의 퇴출을 억제하고 산업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의 방식을 생태계 조성과 간접 지원으로 바꿔야 한다. 소기업 중심으로 지원 대상을 축소하고, 중기업에 대한 지원은 일몰제 방식으로 실시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하 있다. 물론 이것이 일괄적으로 이뤄져서는 안되고 다양한 기준에 따라 기업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 친시장적이면서 친기업적인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기업가를 위축시키는 과잉 처벌 조항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는 경제 관련 법규에 최고경영자를 회사와 같이 형사처벌하는 규정이 너무 많은데, 이러한 과도한 처벌도 지양해야 한다.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들이 상속문제로 인해 공격적인 경영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타파하기 위해 고용유지 의무준수 등 조건을 단순화하여 가업승계를 용이하게 만들어야 한다.
  • 중소/중견기업도 내수 위주, 대기업에 의존하는 성장을 벗어나 해외시장에 눈을 돌려야 한다. EU 중소기업 정책의 기본 틀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으며, 경제 제도 등을 중소기업의 관점에서 문제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우선 중소기업들이 산업구조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사업구조 개편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기반과 R&D 지원을 강화하고 중소기업의 플랫폼을 만들어 대기업과의 연대도 용이하게 해야 한다.

  • 과거에는 비교적 짧은 정보기술 산업을 중심으로 선진국을 따라잡았다. 그러나 오늘날은 ICT 산업 중심의 일자리를 뛰어넘어 기술 사이클이 상대적으로 긴 산업에 뛰어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사람들의 욕구과 관련된 산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디지털 경제 3대 먹거리'를 제안하고자 한다. 그 정체는 생명과학, 한류/문화콘텐츠, 그린경제이다.
    • 첫째, 생명과학 분야는 특히 국가적으로 전략 산업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ICT 점유율이 8%인데 비해 의료/바이오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0.8%밖에 되지 않으며, 그만큼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확인한 생명과학 분야의 경쟁력을 ICT 인프라와 결합시켜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의대 졸업생 중 3%만이 의과학 연구에 뛰어드는데, 의대 정원을 늘리고 정원 증원분을 의과학 분야에 진출하도록 유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 둘째, 한류/문화콘텐츠 산업은 이미 케이팝이나 드라마에서 눈부신 성장을 보이고 있다. 방탄소년단, 기생충 등 한류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이제 대중문화를 넘어 순수예술 등 한국문화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류는 국가브랜드를 높여 다른 한국 제품을 사도록 유도하다는 점에 있어 특히 많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 셋째, 그린경제는 아직 국제적으로 개발 단계이므로 우리가 서둘러 선도국가로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관련 일자리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한국이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할 경우 144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 장기적으로는 새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 지금까지 모든 정부에서는 하나같이 규제개혁을 외쳤지만, 이에 대한 성과는 많지 않다. 왜냐하면 추격경제의 틀에서 만들어진 경제운영방식이 기존의 의식과 관행을 깨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규제개혁은 이제까지 성공하지 못했고, 그래서 앞으로도 성공할 수 없다는 금기를 깨야 한다. 이에 대한 방법으로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 규제를 만드는 중앙부처 공무원과 조직을 대폭 줄여야 한다.
    • 규제를 대폭 줄이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추진할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
    • '규제개혁부'를 신설하고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해서 규제개혁의 실질적 컨트롤타워를 만들도록 하자.
    • 규제개혁부 공무원은 기존 부처로부터 파견받거나 순환보직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개혁에 조직적인 저항을 할 수 있는 이익집단이 있다면, 시민공론화위원회를 적극 활용토록 하자.
    • 입증되지 않는 효과를 지닌 규제의 필요성과 효과를 공무원이 직접 입증토록 해야 한다.
  • 우리나라는 이상하게도 노동시장의 안정성과 유연성이 동시에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은 과도한 안정성과 경직성이 문제고, 중소기업은 지나친 유연성과 불안정성이 문제다. 노동유연성을 높이면 고용불안이 커지고, 안정성을 강화하면 기업에 부담이 커진다는 금기가 있었는데, 이제 이런 금기를 깨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시장의 황금 삼각형 모델을 제안한다. 실업급여를 통한 '소득안정성', 적극적 노동정책을 통한 '고용안정성', 노동자의 기능적 배치와 구조조정을 포함하는 '고용유연성'을 함께 갖추도록 해야 한다. 이때 안정성을 먼저 끌어올리고, 그렇게 노동자의 안정이 확보된 후에 유연성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 대한민국의 구인난은 대기업-중소기업의 임금격차와 중소기업의 일자리 미스매치가 가장 큰 원인이다. 불공정거래나 강성노조도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좀 더 구조적인 문제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대기업 생산라인은 해외로 이전하고 대기업의 낮은 임금 일자리가 중소기업으로 이전되면서 임금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을 과보호하면서 유연한 인력 활용이 어려워지고 있다.
    •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대기업을 가야 한다는 금기를 깨야 하고, 중소기업을 가도 적정한 임금과 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는 우선 산업경쟁력을 높여 인력구성의 틀을 바꿔야 한다. 또한 일하려는 청년들을 위한 '대공유 운동'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혹은 대기업의 재원 중 일부분을 고용을 늘리거나 협력업체를 위한 상생기금을 만드는 데도 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건강검진/자기계발/휴가시설/저금리대출 등을 위해 기업과 국가가 힘을 합쳐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2.5.2. 13장: 세습경제 금기 깨기

  • 공정하면서 공정하지 않은 사례를 들어보도록 하자. 어려운 형편에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힘들게 대학을 졸업한 김한결 씨는, 다른 건 자신 있지만 어학시험이 마음에 걸렸다. 다른 응시자들은 해외 어학연수도 다녀왔는데, 배점이 높은 어학시험에서 뒤쳐지면 합격은 어려운 상황. 결국 평소 독학으로 익혀둔 회화 실력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친절한'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물론 회사는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기회를 제공하였지만, 애초에 이 과정에서 기회의 조건까지 정말로 균등하게 제공되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 15세 무렵 하층이었던 사람은 앞으로도 하층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3루 베이스에서 태어나 놓고서는 자기가 3루타를 친 줄 아는 사람이 많다.[7] 과거 귀족은 신분을 물려받았지만, 현대의 엘리트는 값비싼 교육으로 '인적자본'을 대물림 받는다. 이렇게 대를 걸쳐 양극화가 벌어지는 세습경제 또한 반드시 막아야 하는 존재이다.
  • 공무원, 공공기관 등 안정적인 직장을 얻는 것이 성공이라는 금기를 깨야 한다. 자리를 찾는 사람이 아니라, 상상력과 도전정신으로 스스로의 스토리를 쓰는 사람이 일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공무원 개혁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제안할 수 있다.
    • 공무원과 공공기관 규모를 적정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 공공기관 일몰제를 제도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공공기관에 일감을 몰아주는 정부의 행태를 지양해야 한다.
    • 순환보직과 단기성과를 중시하는 제도를 바꿔야 한다.
    • 1~9급으로 나뉜 공무원 직급을 축소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이 분명히 차이가 나도록 해야 한다.
  • 엘리트 순혈주의를 청산해야 한다. 공무원/법조인 임용제도는 물론이고 각종 자격증과 학연 지연은 자기들만의 리그를 만들어낸다. 관피아, 공피아는 직종을 나와도 다시 고위직을 맡음으로써 공기업의 경쟁력 저하를 불러일으킨다. 직종, 직업, 출신지역이나 학교별로 '뭉쳐야 한다'는 금기를 깨야 한다. 전관예우는 아예 퇴출토록 해야 하고, 현직 관료에게 임의로 혜택을 주는 권한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도적으로 원천 봉쇄해야 한다. 법조계에서도 전관 변호사의 사건 수임제한 기간을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 또한 리그 안에 들어간 사람만 정보의 접근이 높아지는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
  • 세습경제의 틀은 새로운 산업과 직종에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면서 깰 수 있다. 우선 대기업의 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 우리 나라의 대기업 수는 전체 기업의 0.03%에 불과한데, 이들이 많아지면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의 수도 늘어나 임금수준도 올라간다. 또한 '스타트업 쿠데타'를 일으켜 창업과 창직 르네상스를 만들어야 한다. 혁신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수익을 내면서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사회적 벤처를 활성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일자리 증대와 함께 직업 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 노동시장에서는 능력과 노력에 따른 착한 소득격차가 나도록 해야 한다. 모두에게 안정적이고 괜찮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불가능하다.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금기를 깨야 한다. 대신, 비정규직 자체도 괜찮은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임금체계를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수행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저임금 일자리에서 일할 동기가 부여될 수 있도록 더 폭넓게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새롭게 나타나는 플랫폼 노동자나 긱 노동자에 대해서도 적극 대처해야 한다.
  • 대한민국에서는 이제 열린 능력주의가 필요하다. 능력주의를 따르되, 사회적 약자를 배려함으로써 사회의 연대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방법으로는 지역인재할당제를 확대하는 것, 대학입시할당제를 도입하는 것, 고졸채용할당제를 도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할당제 자체가 목표는 될 수 없을 것이지만,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의 해결에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일정 기간 할당제를 도입하는 것을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 교육제도를 바꿔 교육을 바꿀 수 있다는 금기를 깨야 한다. 교육문제는 일자리, 노동시장, 산업구조가 함께 바뀌어야 풀릴 수 있다. 전혀 다른 접근방법으로 '메기'를 풀자. 교육부 통제를 받지 않는 대학을 만들어서, 학교의 형태가 아니라 시장과 사회 수요에 맞는 시스템으로 만들어보자. 이때 전공을 잘게 나누지 말고 인문, 과학, 예술을 폭넓게 공부하는 작은 규모의 인문대학도 허용토록 하자. 온라인으로 '교육 넷플릭스'를 만들어서, 교육 플랫폼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무한대로 활용되도록 하자.
  • 세습경제는 노후소득이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간의 연금격차 확대로 더 악화될 위험이 크다. 심지어 정부는 국민연금이 2043년부터 적자일 거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연금개혁은 계속 표류하고 있다. 연금개혁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노후소득보장과 재정 안정성 간의 조화이다. 개별 연금제도만을 넘어, 다른 연금과 함께 비교해서 답을 찾아야 한다. 또한 연금개혁은 정치적 이해에 휘둘리며 왜곡되기 쉽기 때문에, 정치적 토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2.5.3. 14장: 거품경제 금기 깨기

  • 개인 삶의 가장 중요한 기회의 통로는 일자리, 주거, 교육이다. 기회복지국가는 더 많은 기회, 더 고른 기회, 그리고 기회복지안전망을 통해 국민 삶의 질을 보장하는 국가다. 기회복지안전망을 제대로 구축해서 인간으로서 안정된 생활을 하도록 하고 더 기회를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누구든지 일자리로 소득을 얻게 하되, 소득을 상실했을 때 기본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서 소득이 늘어나도 여전히 부담스러운 주거비와 교육비를 줄이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 수도권 집중은 대한민국의 큰 문제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전, 광주, 대구, 부산 등을 중심으로 한 지방의 대도시권이 필요하다. 수도권에 있는 국가기능의 지방 이전을 가속화해야 한다. 또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공공투자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가 행사하는 경제행정권을 비수도권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이를 실현하려면 지방도 초광역화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여줘야 하는데, 현실은 지방도 수도권 집중에 공범이 되는 경우가 많다.
  • 부동산 문제는 뿌리가 깊어서 백약이 무효인 것처럼 보인다. 우선 알아야할 건, 부동산 같은 자산자격을 정부가 원하는 대로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가 할 일은, 그보다는 시장의 질서와 원칙을 세우는 걸 주력해야 한다. '1가구 1주택'을 실현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집값이 싸야 하고, 핵심은 임대사업자 보유주택을 시장에 공급물량으로 내놓게 해서 공급물량을 늘려야 한다. 주택공급을 늘리되, 대규모 택지를 민간 건설사에 팔지 말고 공공이 택지를 보유하는 주택공급을 늘려야 한다. 경제적 능력이 넉넉하지 못한 계층을 위한 사회주택과, 주거복지에 대한 대규모 복지투자도 필요하다.
  • 1가구 1주택이라고 해서 부동산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부동산 불로소득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결국 토지의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시장친화적인 토지공개념' 도입이 필요하다. 땅을 소유한 모든 개인과 법인에게 수익권 일부의 세금으로 거둬서, 토지의 불로소득 일부를 공공재산으로 만들도록 하자. 그 대신 종합부동산세는 폐지한다.
  • 이렇게 할 시 여러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투기 목적이 아니라 주거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한 실수요자의 반발이 클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토지소유자로부터 걷은 세금을 국민에게 다시 균등하게 나눠주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헌법의 재산권과 상충한다고 볼 소지가 있으며, 조세체계를 조정해야 하는 문제도 있긴 하다. 하지만 부동산과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부동한 불로소득을 효과적으로 환수하고 모든 국민에게 토지의 권리를 평등하게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교육의 지원방식을 '대학 지원'에서 '학생 지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혹은 민간 장학재단이 대학혁신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도록 유도하도록 할 수도 있다. 또한 이제 교육개혁은 교육전문가가 아니라 수요자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을 바꾸는 것은 교사들이 그 주체와 핵심이 되도록 해야 한다. 물론 교사들이 스스로 바뀌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말이다.
  • 교육안전망, 주거안전망과 함께 보편적 소득안전망이 갖추어져야 기회복지안전망이 제대로 구축된다. 가장 중요한 건 근로능력이 있으면 누구라도 일을 해서 소득을 얻도록 하되, 보편주의 원칙의 사회보험제도를 통해 소득단절의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보편적 소득보장제도 문제는 크게 사각지대의 해소와 실질적 소득보장으로 압축된다. 이를 위해서는 '전 국민 고용안전망'이 필요하다. 또한 국민취업지원제도의 좁은 적용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재점검하여 '전 국민 고용보험'을 제대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위와 같이 복지를 폭넓게 하고자 하면 GDP 대비 복지재정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해는 되지만, 이제는 사회안전망의 구축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 사회안전망이나 교육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재정을 늘리되, 중요한 것은 재정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이다. 특히, 보편적 복지를 '획일'적으로 주는 게 아니라 '형평'에 맞춰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기본소득은 필요한 수요가 없는 계층에게까지 지급해준다는 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본소득의 무조건 주는 것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갖는 활동'이라는 조건을 내건 '참여소득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8]

2.6. PART 5: 아래로부터의 반란

아래로부터의 반란이 필요하다.

2.6.1. 15장: 정치는 줄이고 권력은 나누자

  • 기회의 나라를 만들기 위한 대안들은 그동안 많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정치의 장에 들어가기만 하면 정쟁이 되어버린다. 특히 경제적 논리가 많이 왜곡된다. 이제 정치영역을 줄여야 한다. 갈등관리와 이해의 조정이 되지 않고 법적 분쟁이 늘면서 사법공화국이 된다. 정치를 줄이고 권력을 나눠야 민생이 산다.
  • 정치를 줄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정치의 전형적인 승자독식구조를 깨는 것이 필요하다. 대통령 5년 단임제를 바꾸는 개헌이 필요하다. 5년마다 승자가 독식하면서 경제 전략이 바뀌고 연속성이 끊긴다. 대통령에게 과도한 권한이 집중되어 발생하는 문제는 정권마다 되풀이된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정착시키도록 하자. 또한 선거제도 개편을 해야하고, 제대로 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대통령 선거와 총선을 같이 해서 여소야대를 줄이고 전국 선거를 2번으로 줄여 소모적인 정쟁을 줄이자. 그리고 국회의원의 권한과 혜택을 대폭 줄이는 일과, 국민소환제나 국민발안제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 강홍열 교수에 따르면, 국정과제의 80~90%는 정권이 바뀌어도 내용상 동일한 모습을 보인다. 여당은 현실과 동떨어진 공약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야당은 여당의 발목을 잡고 사사건건 대립구도로 몰고 간다. 후보들 공약 중 경제공약만큼은 같이 추진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도록 하자. 5년 임기의 정부가 단기성과에 집착해서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시민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발효 시점을 늦춰 현재의 이해관계와 떨어져보도록 하는 '미래입법'을 제안한다.
  • '청와대 정부'를 바꿔야 한다. 이전 정부 정책은 뒤집어야 하고 공무원은 믿지 못하니 청와대가 주축이 되어서 일을 밀고 나가는 현상이 정권마다 반복된다. 청와대의 과도한 역할을 내려놓고 책임장관제를 도입해야 한다. 청와대는 중장기 국가 비전 위주로 수행하고, 국무총리실이 실질적인 정책 조정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또한 중앙과 지방의 역할도 재정립하여 이들을 수평적 체제로 바꿔야 한다. 중앙의 일부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 권력기간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 우선, 사회문제 분쟁의 해결에서 형벌의 역할에 대한 재검토를 통해 사회문제가 형사사건화 되는 비율을 줄여야 한다. 정치권에서 무조건적으로 시행하는 고발 문화도 자제해야 한다. 이와 함께 권력기관에 대한 권한 위임과정에서 민주적 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권력기관의 감사기구는 독립적으로 설치하여, 소신껏 내부견제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감사기구는 해당 조직의 일부로 있는 경우가 많다.[9] 권력기관의 장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는 등 권력기관의 민주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검찰이나 감사원 등의 표적수사에 대한 견제와 감시 장치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권력기관에 대한 시민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2.6.2. 16장: 시민참여 시대를 활짝 열자

  •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대부분 톱다운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면서 문제의 원인은 늘 남에게서 찾고 비판한다. 이제는 위로부터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반란이 필요하다. 정치와 정책의 수동적인 소비자였던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생산자로 나설 필요가 있다. 시민은 인터넷의 발달을 기반으로 선동에 좌우되지 않고 극단적인 정치를 넘어서야 한다. 누구나 자기 소속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지만, 공동체와 공동선을 위해 시민 각자가 결정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 시민참여 플랫폼의 확산이 필요하다. 특정 공공정책 사안이 초래하는 사회적 갈등의 해결을 위해 이해관계자, 전문가, 일반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하여 공론을 형성토록 해야 한다.[10] 시민의회의 설치와 온라인 플랫폼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구성은 시민의 입장을 고르게 대변할 수 있도록 국민의 축소판을 만들도록 하자. 온라인 정책 플랫폼은 시민들이 특정 주제에 대해 온라인을 통해 토론하며 의견을 모으는 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는 남 머리 깎아주기가 필요하다. 우리 정치의 장에는 스스로 깎지 못하는 '자기 머리'가 차고 넘치며, 개혁의 대상이 개혁의 주체가 되는 경우가 많다. 남 머리 깎아주기를 통해 자기 진영 금기 깨기로 발전해가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자기 진영의 방향과 정책을 바꾸면서 전환점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11] 자기 진영 금기 깨기가 이루어져야 사회적 대타협의 길이 열린다. 이 같은 방법으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하되 완전한 독립성을 확보하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 경제만큼은 이념과 프레임 논쟁에서 벗어나 여야 간에 연정 수준의 토론과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 협치가 이루어지려면 이를 제도화하기 위해 여‧ 야‧ 정 공통공약 추진위원회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 아래로부터의 반란을 위해서는 시민들이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언론이 솔루션 저널리즘으로 가도록 시민사회가 유도해야 한다. 솔루션 저널리즘이란 문제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 구체적인 사회문제에 대한 심층분석과 실행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하여 시민의 참여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또한 언론의 기사나 광고의 진실성과 공정성을 심의하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공익성 고발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사의 출처를 분명히 밝히고 실명 보도를 하도록 해야 한다. 뉴스 유통구조의 포털 의존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러한 일에 대해 최근에는 미디어 바우처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언론이 명백한 허위사실로 인해 명예훼손하였다는 사법적 판단이 나올 경우 이에 상응하는 페널티를 치르게 해야 한다.
  • 시민의 정보공유와 수평적 토론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기술이 중요하다. 분권과 분산을 특징으로 하는 블록체인의 탈중앙성이 독점권력을 분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모바일 투표를 통해 실시간 저비용으로 의사결정을 수행할 수도 있다. 블록체인 정부는 정부의 투명성 확대화 정보 접근성을 보장해줄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가진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잘 활용하면, 블록체인의 활용을 가짜뉴스 줄이기 등 사회 전반으로 확대시킬 수 있다.

2.7. 마치며: 기회복지국가를 향한 유쾌한 반란

  • '올해의 사자성어'를 만든 첫 해인 2001년에 선정된 사자성어는 '오리무중'[12]이었다. 20년이 지나 2020년에는 출처 미상의 신조어 '아시타비'[13]가 선정되었다. 갈등과 대립 속에 사회혁신은 20년간 눈을 감았다. 지난 20년과 확연하게 다른 20년을 만들어야 한다.
  • 금기를 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소수의 지도자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아래로부터의 반란'을 주장하여싿. 국가비전에 합의하고 금기 깨기를 실천할 수 있도록 크게 세 가지를 제안한다.
    • 첫째, 우리 모두 솔직해지자. 인사청문회에서 야당과 언론은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도덕군자를 뽑으려 한다. 여야가 바뀌면 역할놀이 주인공의 입장은 완벽하게 바뀐다. 공기업 경영진 인사도 새 여당은 무조건 인사교체를, 새 야당은 임기보장을 외친다. 자기도 못 지킬 것을 상대에게 강요하고, 어떻게든 상대방을 죽이려고만 하는 행태를 바꿔야 한다. 지킬 수 있는 법과 관행을 만들어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 둘째, 인내심을 갖자. 구조적인 문제의 대부분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대통령 5년 임기에 끝낼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다. 당장은 성과가 안 나오더라도 참고 가야할 길을 가야한다. 제대로 된 방향으로, 제대로 된 일머리로 걷는다면 언젠가 해낼 일들이다.
    • 셋째, 실천의 핵심은 고통분담이다. 고통분담을 이야기하지 않고 선심성 공약이나 정책 보따리에 현혹되면 안 된다. 포퓰리즘은 단기간에 국민의 환심을 사고 지지율을 높일 수 있을지 몰라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오히려 문제를 왜곡시키거나 대국민 사기극이 될 수도 있다. 함께 고통을 분담해야 하고 기득권일수록 더 내려놓아야 한다.
  • 서로 솔직해지고 고통을 나누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타협을 해야 한다. 어느 정도 수준의 복지를 지향할 것인지, 증세를 포함한 재원조달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 대타협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가 지도자들이 먼저 권한을 조금씩 내려놓을 때, 여러 분야의 사회적 대타협을 포괄하는 국가적 대타협을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선 16장에서 언급했던 자기 머리 깎기, 시민참여 플랫폼, 공통공약 공동 추진이 방법이 될 수 있다.
  • 이제 대한민국 금기 깨기 대장정에 다 함께 나서자. 지금부터 지난 20년과는 완전히 다른 20년을 만들자. 그래서 다음 정부 내내 우리 사회의 사자성어로 '동심만리(同心萬里)'와 같은 단어가 선정되도록 해보자.

    '마음을 하나로 모아 먼 미래로 나아가자.'



    <대한민국 금기 깨기> 마지막 문단


[1] 김동연의 장남은 백혈병으로 2013년 스물일곱 살 때 세상을 떠났다.[2] 한편 저자는, 장남의 이야기와 관련하여 오해를 풀고 싶다면서 장남의 발인날에도 일을 하였다는 기사를 언급한다. 그는 그날에도 발표를 진행한 이유는, 아들은 그 상황에 아버지가 평소대로 발표하기를 원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발인하는 날까지 일을 했다는 말은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음이 너무 아프게 들린다고.[3] 실제 최저임금은 첫해에는 16.4%, 둘째 해 10.9%가 올랐으나, 2020년에는 2.9%, 2021년은 역대 최저인 1.5%만 인상에 그치고 만다.[4] 출처: 노무현, <진보의 미래>[5] 앞에서 이야기한 삼각 기득권 '일자리-부동산-교육'과 연결된다.[6] 更張, 정치적ㆍ사회적으로 묵은 제도를 개혁하여 새롭게 함[7] 이 말은 댈러스 카우보이 미식축구팀 감독인 배리 스위처가 한 말이다.[8] 참여소득은 민선 8기 경기도에서 '기회소득'이라는 이름으로 예술인, 장애인 등에게 지급되고 있다.[9] 예컨대, 검찰청의 감찰본부장은 외부 인사로 임명하고 있으나, 감찰을 개시할 때 검찰총장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받는다.[10] 이후 책은 2017년 있었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사례를 들면서 시민참여 공론화는 현실 적용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다만 이후에 있었던 대입제도 개편 등 다른 이슈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이 일이 어려운 일인 건 여전히 변함이 없다고.[11] 이어 책은 비스마르크의 사회보장제도, 루스벨트의 뉴딜정책, 슈뢰더의 사회보장제도의 개혁을 예시로 들었다.[12] 짙은 안개 속에서 방향을 찾지 못하는 것처럼, 무슨 일에 대하여 갈피를 못 잡고 알 길이 없음을 일컬음[13]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