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1-16 12:19:19

독립전대 황천

초록배매직스의 밀리터리 만화 단행본. 세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1. 독립전대 황천2. 나는 갈매기3. 카츄사 동으로 날다

1. 독립전대 황천

1944년의 어느날, 일본육군 조종사 사카모토 오장은 필리핀으로 이동명령을 받아 4식전투기 Ki-84하야테(질풍)를 몰고 필리핀으로 가던 도중 편대에서 떨어져 미아가 된다. 혼자 남았다는 고독감을 이기고 무서움을 쫓아버리기 위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천하에서 제일 높은 것은 하코네의 산, 함곡관도 상대가 되질 않네….’

그러나 이때 갑자기 미군기와 마주치게 된다. 적기들은 그라만 F6F헬케트 4대. 그와 같은 초보 조종사에게는 불가능한 상대였다. 허나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려고 하는데 이게 웬 일? 보조연료탱크를 떨어트리려는데 떨어지지를 않는 것이다. 공중전에서는 연료탱크는 방해가 될 뿐인데....

사카모토의 비행기에 문제가 생긴 것을 알아챈 미군들은 의기양양해서 공격을 퍼붓다가 갑자기 태양방향에서 급강하하는 두 대의 3식전투기 Ki-61히엔(비연)에게 기습을 받아 두 대가 격추되고 만다. 미군기들이 열세를 깨닫고 허겁지겁 철수하자 사카모토를 구해준 히엔의 조종사가 다가와 미아가 된 그의 처지를 놀려대며 혼자 필리핀까지 가는 것은 무리일테니 자신의 전대에서 싸우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유한다.

그의 이름은 다카하시, 그가 바로 43전대장이었다.[1] 그의 전대가 자리잡은 곳은 필리핀 인근의 작은 섬. 이 섬의 비밀 활주로에 내리던 사카모토는 멍청하게도 바퀴를 내리는 것을 잊어버리고 동체착륙하다가 비행기를 망가뜨리고, 충격을 받아 기절하고 만다.

훈련중에 사고로 죽어간 동료들의 꿈을 꾸고 깨어난 사카모토는 전대원들과 정식으로 상견례를 하고 43전대의 대원이 된다. 그에게 소개받은 전대원들은 전대장 다카하시를 포함한 5명의 조종사(니노미야, 하기노, 오쿠보, ?)와 다나카 반장을 위시한 8명의 정비원이 전부였다.
이날밤, 기지에서는 신입대원을 환영하는 잔치가 열리는데 여기서 너무 많이 마신 술을 깨려고 밖에 나왔다가 다나카 정비반장에게 이 부대가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관해 듣게 된다. 다카하시를 비롯한 전 대원들이 전선에서 실종되어 전사자로 처리된 사람들이라는 것을. 그리고 전사자로 처리된 사람들이 생환하자 이를 귀찮게 여긴 참모들이 이들을 모아 1개전대로 만들고 이곳에 버리다시피 했다는 것을 말이다.
인원도 장비도 다시는 보충되지 않고, 탄약과 연료 역시 최초에 지급된 분량을 모두 소모하면 끝. 지금 쓰고있는 기지도 전진기지로 개발되었다가 버려진 곳을 쓰고 있었다. 이들은 세상에서 버림받은 존재로서, 더 이상 싸우지 않아도 상관없었지만 미군기와 싸워 그들을 격추시킴으로서 세상에 대한 복수를 하고 있었던 것. 자신들을 버린 상관들에게 “유령부대”가 대전과를 올리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그들에게 있어서는 복수였던 것이다.

사카모토는 그 다음날부터 이곳의 베테랑들과 비행훈련을 실시한다. 공중전의 대가들인 이곳 선배들은 순식간에 사카모토를 공중전의 전문가로 만들어 놓는다. 훈련중이던 이들은 필리핀에의 출격을 마치고 돌아가는 P-38라이트닝 편대를 만나 한 사람도 잃지 않고 또다시 대피해를 입힌다. 이 와중에 사카모토도 첫 격추를 기록한다.

계속되는 43전대의 습격으로 큰 피해를 입은 미군은 이들을 팀 로터스[2]라고 명명하고 이들을 섬멸할 계획을 세운다. 미군은 43이 죽음을 뜻한다는 점과 연꽃이 저승에 피는 꽃이라는 뉘앙스가 강하다는 점에 주목하여 팀로터스는 가미가제와 같이 죽음울 각오한 결사대가 틀림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36대의 콜세어를 3기편대 6개, 18기편대 하나로 해서 팀로터스의 출몰공역을 그물처럼 훑어들어간다. 이때 비행중이던 사카모토 일행이 이들과 마주치게 된다.

사카모토 일행은 필리핀에서 철수하는 미해군기들을 추격하던 중이었다. 사카모토들은 의기양양하게 미군기들을 격추하지만, 사방에서 미군기가 몰려오기 시작하자 당황한다. 혼전에 빠져들어 이들이 곤란에 빠질때 갑자기 전대장 다카하시가 동료 한사람을 데리고 나타나 동료들을 지원한다. 공중전 와중에 탄이 떨어진 사카모토는 간신히 기지로 돌아오지만, 그 뒤를 미행하는 미군기가 있었다. 기지 활주로까지 돌입한 미군기의 조종사는 다카하시에게 사살되지만, 기지의 소재가 발각된 이상 적이 떼거리로 몰려올 것이라는 점은 분명했다. 전대원들은 전력을 다해 마지막 출격을 준비한다. 준비를 마친 조종사는 5명....니노미야가 아까의 공중전에서 적기와 충돌, 추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편대원들도 정비반원들도 곧 섬을 향해 폭격기가 날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정비반원들은 계급의 고하가 없이 모두가 평등하던 이 섬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출격하는 조종사들에게 경례를 한다. 조종사들은 무거운 마음으로, 멋진 최후를 위해 출격한다.

다가오는 B24리버레이터의 편대…폭격기의 화망이 이들로서는 쉽게 돌파할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한사람이 선도 폭격기에 몸으로 부딪쳐 격추시킴으로서 폭격기의 진형을 깨고, 나머지 네사람은 폭격기들의 박스 안으로 뛰어들어 공격을 퍼붓는다. 하지만 단 네 대의 전투기가 감당하기에는 적의 폭격기는 너무 많았고, 결국 그들은 섬에서 피어오르는 버섯구름을 보게 된다.[3] 이때 섬에서는 정비반원들이 마지막 술잔을 돌리며 최후를 맞는다. 보금자리였던 섬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던 나머지 네 사람은 폭격기들의 후방에서 80대에 달하는 라이트닝 전투기들이 나타난 것을 알고 마지막 전투를 위해 돌격한다.

그리고…어느덧 사카모토는 적도, 아군도 없는 허공에서 자기 혼자 비행중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다카하시 전대장, 오쿠보, 하기노등 동료들의 이름을 불러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허공에 울려퍼지는 메아리뿐…또다시 미아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사카모토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처음 필리핀 가는길에 미아가 되었을 때 부르던 그 노래를…….

2. 나는 갈매기

핀란드와 러시아가 싸우기 시작한 겨울전쟁 첫날, 핀란드의 어떤 영감님은 딸의 만류를 뿌리치고 차를 몰고 구경(?)하러 나간다. 드라이브(?)를 하던 영감님은 한 대의 소련 전투기가 자기를 추월하자 “이 근처엔 나보다 빠른건 없단 말이야! 떨어져 버려!”하고 소리를 지른다. 그런데 비행기가 정말 떨어져 버리고, 그 방향은....바로 이 할아버지의 집이 있는 쪽이었다~~

영감님이 부리나케 차를 달려 집으로 가자 러시아군의 전투기가 자기 차고를 들이받고 멈춰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조종사가 비틀거리면서 내리는 것을 보자 가만두지 않겠다며 창고에서 먼지가 뽀얀, 국화문장 선명한 38식 보병총(!)을 들고 나오지만 영감님이 장탄하려고 애쓰는 사이 부상을 입은 조종사는 제풀에 쓰러지고 만다.

영감님은 일단 조종사를 치료해준 다음 비행기를 고치는 것으로 자신의 피해(불시착할 때 차고 안에 있던 차 두 대가 망가졌다)를 보상하라고 한다. 조종사와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걸 보면, 영감님이 러시아어도 능숙한 듯. 이때 이 비행기가 I-153차이카란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두 사람은 곧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다른 부분은 다 고쳤지만 엔진이 완전히 망가져서 쓸 수 없게 된 것. 이때부터 영감님과 샤샤(조종사의 이름) 콤비의 눈물겨운 노력이 시작된다. 두사람은 허구헌날 망원경을 들고 공중전이 벌어지는 곳을 찾는다. 그리고 비행기가 추락할때마다 그곳으로 달려간다. 여러번의 헛수고 끝에 한 대의 챠이카를 발견해서 실어오지만 엔진 크랭크실이 파괴된 기체였기 때문에 또 무위로 돌아간다.

그 다음날 또 공중전이 벌어져 한 대의 비행기가 떨어지자 그쪽으로 가다가 소련군 보병들에게 잡힌다. 영감님이 도리어 담담한데 비해 샤샤는 공포에 떤다. 포로가 되었던 자가 소련군에 돌아갔을 때의 운명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 정의의 사신! 핀란드군이 나타나 소련군을 쫓아버린다. 이때 영감님은 우리 납세자들의 모범이 될 말을 던지고 전장을 이탈한다.
“비싼 세금낸 보람이 있구만!”

다시 길을 가던 두사람은 아까 떨어진 비행기를 발견한다. 그런데 그 비행기는 핀란드군의 포커D21 전투기였다.(...)

자기가 찾는게 아니니까 영감님은 태워달라고 쫓아오는 조종사를 내버려두고(;;;;) 집으로 가버린다. 그리고 자신의 팔자에 대한 푸념을 하는데 웬 사람이 와서 고장난 트럭을 봐달라고 한다. 처음에는 시큰둥하게 대하던 영감님은 트럭에 실린 물건이 추락한 러시아 전투기라는 말을 듣자 바로 뛰어가더니 트럭이 고장났다면서 운전사에게 자기 차를 빌려줘서 보낸다. 전투기를 슬쩍하기 위한 거짓말이었던 것. 그런데 트럭을 몰고 와서 보니 또 틀리다. 영감님이 절망하려는 순간 샤샤는 ‘이 I-16은 챠이카와 같은 엔진을 쓴다’고 알려줘서 기운을 차리도록 해준다.

두 사람이 비행기 조립을 마친후 출격할 활주로를 만들기 위해 샤샤는 400미터의 눈을 치워서 호수 위에 활주로를 만든다. 그리고 영감님은 ‘죽어버려, 러시아!’라고 핀란드말로 크게 쓴 챠이카를 몰고 당당하게 출격하지만...잠시후 뒤쪽에서 날아온 두 대의 포커기가 ‘러시아기 발견’이라는 한마디와 함께 간단히 격추시켜 버리고 만다(.....)
영감님은 크게 다치지는 않아서 머리와 팔다리에 붕대를 감고 목발을 짚은 정도에 그치지만 비행기는 거의 부서진다. 이때 전쟁이 끝나지만 영감님에게는 전혀 기쁘지 않다. 부품을 추가공급받을 길이 끊겨버렸으니까(...)

3. 카츄사 동으로 날다

앞 이야기 <나는 갈매기>의 연속이다.

겨울전쟁이 끝난후 평화롭게 살던 두 사람은 소련군 폭격기들이 헬싱키 쪽으로 가는걸 보게 된다. 두 사람은 서로의 모국을 옹호하며 다투지만 당연히 영감님이 이긴다(...).

영감은 샤샤를 묶어놓고 재갈을 물린 다음 수리해둔 차이카를 몰고 소련군과 싸우기 위해 당당하게 나간다. 그리고 한 대의 소련군 폭격기를 발견하고 사격한다. 소련군 후방기총수도 응사하지만 양쪽의 탄환은 빗나가기만 하고, 그러던 중 소련군 조종사는 상대가 아군기(?)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상대의 예광탄이 계속 한쪽으로 빗나가는 것을 자신들에게 길안내를 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탄환이 떨어진 영감님이 감자를 먹이자(...) 소련군 승무원들은 자신들에게 인사를 하는줄 알고 마주 손을 흔든다. 그리고 탄약을 가지러 집으로 돌아가는 영감님을 뒤따라가서는 영감님이 목장에 착륙하는 것을 보고는 그곳이 비상용 예비활주로라고 생각한다. 한편 영감님은 소련군이 자기를 따라오자 얼른 집에 가서 예의 38식 보병총을 가져온다. 그리고 동료(?!?)가 데리러 왔다고 좋아하는 소련군 파일럿들을 포로로 잡는다.

그리고는 잠시 집에 들러 샤샤에게 소련군에게서 뺏은 <프라우다>지를 던져준 다음 포로들을 교회 앞에 버리고 오는데, 집에 돌아온 영감님은 샤샤가 울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 프라우다지에는 레닌그라드에 살던 샤샤의 부모님이 스파이라는 죄목으로 처형되었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던 것이다.

영감님은 당장 차이카를 타고 혼자 남게 된 여동생을 구하러 가겠다는 샤샤를 만류하면서 자기가 방금 잡은 폭격기를 보여준다. 폭격기에는 연료가 반 이상 남아있었고, 차이카의 연료까지 더한다면 충분히 레닌그라드까지 왕복할수 있는 양이었다. 두 사람은 곧바로 이륙해서 동생 카챠가 휴양하고 있던 레닌그라드 근교의 시골마을로 날아간다. 그러나 이미 동생은 면사무소(인민위원회?)로 끌려간 후였다. 두사람은 다시 면사무소를 향해 도로 위로 비행기를 몰아 달려간다. 참고로 동네 사람들은 샤샤가 겨울전쟁에서 전사한 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기관총과 수류탄으로 면사무소를 박살낸 다음 동생을 구해낸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던 세사람 앞에 두 대의 핀란드군 전투기가 나타난다. 세 사람이 탄 폭격기는 이들에게 영공을 침번하는 적기일 뿐. 샤샤는 어서 발포하라고 하지만, 이때 후방기총좌에 앉아있던 영감님은 끝내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고, 이들은 단 한방에 격추된다.
비행기는 떨어졌어도 타고 있던 세 사람은 모두 무사했다. 이들은 집까지 걸어서 하루 걸리는 곳까지 와서 야영을 한다. 이때 영감님은 자신들이 타고 온 비행기가 투폴레프SBD-2이고 스페인 내전에서의 애칭이 ‘카츄사’란 것을 알게 되자 한마디를 한다.
‘하나의 카츄사가 희생되어 또다른 카츄사를 구했구먼.’

그리고 샤샤에게 앞으로 어떤일이 있어도 동생을 생각하고 기운을 내라고 격려한다.

[1] 이건 아무래도 인쇄시의 오자인 듯 하다. 비행기 수직미익의 숫자 도안은 아무리 봐도 43이 아니라 42이다. 그리고 중간에 ‘43’의 뜻이 저승이라고 나오는데 실제로 일본에서는 42가 죽음의 숫자이다. 아무래도 출판할 때 오식(誤植)을 한 것 같다.[2] 43전대의 전투기들은 동체에 연꽃문양을 그려넣고 있다.[3] 원폭이 아닌 재래식 폭탄도 대량투하하면 버섯구름이 형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