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설 오페라의 유령의 등장인물
오페라의 유령에 등장하는 주인공. 소설이 라울 시점에 가깝단 점에선 페이크 주인공 속성도 있을지도.귀족으로 자작 작위를 가지고 있기에 공식직함은 샤니 자작. 위로는 필립 드 샤니라는 나이 차이 많이 나는 형이 있다. (형의 작위는 백작) 주인공 크리스틴 다에와는 어려서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바닷바람에 휘날려 날아간 스카프를 주워준 일을 계기로 그녀와 인연을 맺고 지냈다고 한다.[1]
소설에서 그는 군인이 되어 북극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출발을 앞두고 파리에 들렀다가 어려서부터 연모한 크리스틴과 재회한다. 크리스틴과 엮여있는 '음악의 천사'의 존재를 불신하고 추적하던 과정에서 페르시아인과 만나 그의 정체에 대해서 듣게 된다. 크리스틴에게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둘이 도망치기로 한다.
크리스틴이 무대에서 납치당하자 페르시아인과 함께 크리스틴을 구하러 떠나나 오히려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고문실에 갇히고 크리스틴을 도리어 난감한 상황에 몰아 넣는다. 한마디로 구하러 왔다가 상황만 악화시키는등 별로 도움은 안된다. 이후 고문실에서 열기와 환영으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다가 크리스틴에 의해서 구출되는 등 별로 활약상이 없다. 유령이 군소리 안하고 놓아주었기에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뼈도 못 추렸을 듯.
한편으로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유령의 소굴로 연인을 찾아 홀로 난입한 것은 분명히 무모하고 위험한 행동이지만 동시에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목숨을 던질 수 있는 정의롭고 용감한 인물. 유령처럼 연인을 차지하기 위해 극장에 무차별 테러를 가하고, 거절 당하면 폭탄을 터트리려하고, 거절 당할까 봐 다른 남자를 빌미로 협박을 하는 유령에게 맞설 만한 강한 정당성을 품고 있지만, 유령의 대적자에 걸맞은 유능한 활약을 보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2. 1을 바탕으로 한 동명 뮤지컬의 등장인물
오리지널 캐스트는 스티브 바턴.[2] 25주년 공연은 하들리 프레이저 한국 초연 류정한. 재연 정상윤, 홍광호[3], 손준호가, 삼연은 송원근과 황건하가 맡은 바 있다.영화판에서는 패트릭 윌슨.[4] 콧수염 없는 말끔한 모습[5]으로 나왔다. 한국 더빙판 성우는 유동균.
한국 초연 때는 자작이 아니라 남작으로 강등되더니 재연에서는 자작 자리를 찾은 대신 라울 '샤그니'로 나왔다. 그야 스펠링이 'Chagny'이긴 하다만 원어를 들어봐도 '샤니'로 발음되는데 사실 프랑스어에서 gn은 g가 묵음이 되어 n과 발음이 동일하다.[6] 게다가 프랑스인이니 당연히 샤니가 올바른 발음. 영어권에서도 프랑스어 고유명사는 제대로 발음해주므로 이건 그냥 오역이다. 재연 이후 13년만에 돌아온 삼연에서도 오역이 고쳐지지 않았다.
원작과 동일하게 바닷바람에 휘날려간 크리스틴의 스카프를 주워준 전적이 있다. 파리 오페라 하우스의 새로운 후원자로 들렀다가 프리마 돈나로 데뷔한 크리스틴을 알아보고 사랑에 빠진다. 처음에는 집에 안들어왔다고 하자 오페라 하우스로 쳐들어가는 등 크리스틴의 남친이라기보다는 아버지나 오빠 같이 행동했는데 아무래도 유령보다는 동년배여서 그런지 결국 크리스틴이 무리없이 애인으로 받아들인다.
크리스틴이 없어지자 애꿎은 오페라 하우스 지배인들을 갈구거나, 유령이 자기 자리라고 주장하는 2층 5번 박스석에 멋대로 앉는 등 원작보다는 행동패턴이 좀 더 공격적으로 변했다. 심지어 유령이 자기가 작곡한 오페라 악보를 던져주고 크리스틴을 디바로 공연을 올리라고 하자 연인인 크리스틴을 미끼로 유령을 낚을 계획까지 세우는데 한때 모처에서는 이놈도 나쁜놈이라는 주장이 나온 적도 있다. 역으로, 아무것도 못한 채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던 소설상의 찌질하고 소극적인 모습보다는 차라리 이 모습이 꼴사납더라도 좋다는 사람도 있다. 유령 역시 제멋대로 하기는 이보다 더 한 놈이니⋯.
유령을 없애려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고 크리스틴이 재차 납치당하자 지리 부인의 도움을 받아 지하미궁으로 내려간다. 그 전까지의 당당한 기세는 사라지고[7] 자비를 베풀라느니 크리스틴을 사랑한다느니 하며 애원하다가 결국 유령에 의해서 올가미에 매달려 목이 졸린다. 유령은 이를 빌미로 다시 크리스틴에게 결혼하자고 떼를 쓰는 등 하여튼 역시나 크리스틴에게는 둘 다 별로 도움이 안 된다. 크리스틴이 유령에게 키스를 해준 덕에 간신히 풀려나서 크리스틴을 데리고 지하미궁을 떠난다.
뮤지컬이 절대적으로 유령의 편인지라(원작도 그렇긴 하지만) 대본에서 굉장히 마구 굴려지는 인물 가운데 하나. 연기하는 배우가 매력이 없으면 그나마도 역이 팍 죽고 비난만 받을 위험도 존재한다.[8]
일본 공연의 라울은 콧수염을 달고 나온다.
뮤지컬 영화상에서도 매력없는 인물로 등장하는건 마찬가지이다. 다만 무덤 씬에서 뮤지컬상으론 에릭이 불총을 쏘자 라울은 크리스틴을 데리고 도망치는 등 에릭이 거의 일방적으로 라울을 발랐는데 영화상에선 칼싸움을 벌여 라울이 에릭을 이겼다![9] 또 후반부엔 위에서 철망이 내려와 익사시키는 함정에 빠졌을 때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탈출하는 등 그래도 대우가 좀 나은 편이다. 나이가 든 모습으로 영화의 처음에 등장하여 죽은 아내 크리스틴과 오페라의 유령 사건을 회고하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되고, 이후 경매에서 사들인 그녀의 유품을 들고 무덤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에릭이 그녀를 위해 두고간 장미와 반지를 보며 다시한번 연적 에릭의 순애보를 깨닫게 된다.
3. 그 외
맨해튼의 유령에서는 비중상으로는 계속 언급만 되다가 막판에서야 등장했고 별 활약이 없지만, 과거에 지리부인을 습격한 노상강도를 잡으려다 발기불능이 됐고 피에르가 에릭의 아들인걸 알고도 친아들처럼 키운 등 좋은 인물로 나온다. 근데 왜 LND에선 저 모양?Love Never Dies에서도 재등장. 그나마 전작에서는 준남주였는데, 비중이 확 떨어졌다. 게다가 각본가도 그를 완전히 저버렸는지 그 사이에 나락으로 떨어져 주정뱅이에 도박으로 빚을 잔뜩 졌다는 설정이 추가되었다. 크리스틴과의 사이에서 아들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그 애도 크리스틴이 자처해서 만든 유령의 아이였다. 이 때문에 라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작품을 싫어할 것 같다.
1943년 영화에서는 군인이 아닌 경찰로 나오며, 아나톨 가롱이라는 바리톤 가수가 라이벌로 나오는데 비중이나 역할면에서 둘이 비슷. 여기서는 유령에게 관광당해서 발목을 잡지는 않는다.
역시 오페라의 유령을 원작으로 했지만 이야기를 다르게 각색한 뮤지컬 <팬텀>에서는 라울 대신 '필립 드 샹동 백작'이라는 캐릭터로 대체되어 나온다. 원작 속 라울의 형 필립 드 샤니 백작에서 이름을 따 온 듯. 샴페인 사업으로 잘나가는 귀족 청년이며 여기에서는 크리스틴의 재능을 알아보고 오페라 하우스에 추천서를 써주기도 했다. 그리고 라울과는 달리 다소 바람둥이 끼가 있는 듯.
[1] 여담이지만 원래 육지에서 바다로 바람이 불려면 밤이 되어야 한다. 낮에는 육지가 더 더워서 뜨거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니 바다에서 육지로 바람이 불고, 밤에는 육지가 더 차가워지므로 육지에서 바다로 바람이 부는 것으로, 중학교 교과서에서도 나온다. 그러니까 라울은 스카프 찾아주려고 밤바다에 뛰어들어 그 난리를 쳤다는 얘기인데, 뭐 그 덕분에 크리스틴과의 인연이 생겼으니 좋은 게 좋은 듯하다.[2] 후에 《Tanz der Vampire》의 폰 크로록 역을 맡았다.[3] 공연 중간부터 팬텀으로 배역이 변경되었다. 이 때문에 초반에는 정상윤과 홍광호의 더블 체제였지만 홍광호가 팬텀으로 옮겨간 이후 홍광호의 빈 자리를 본래는 언더였던 손준호가 채우게 된 것.[4] A특공대 극장판에서 린치 역을 맡았던 배우. 아쿠아맨에서 옴 마리우스를 맡기도 했는데, 특유의 웅장한 샤우팅이 오페라의 유령을 비롯한 뮤지컬에서 쓰이는 발성을 응용한 것이라고 한다.[5] 당시의 유행을 고증한 것이라고 한다. 영화판 스페셜 에디션 DVD에 수록되어 있는 뮤지컬 한국 초연 출연진의 코멘터리에 따르면, 한국 초연 라울 류정한은 영화 볼 때 이 머리스타일이 별로 마음에 안 들었다나).[6] 라기 보다는 gn은 프랑스어에서 경구개 비음이지만, 뒤에 모음이 y이기 때문에 한국 사람에게는 ㄴ이 구개음화되는 '니'의 발음과 'gny'의 발음 차이가 인식이 되지 않는 것이다(치경구개 비음과 경구개 비음의 발음은 거의 같다).[7] 사실 배우의 연기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같은 대사인데도 애원조로 말하는 배우가 있고 쩌렁쩌렁하게 소리치며 기존의 캐릭터를 유지하는 배우가 있다. 결국 케이스 바이 케이스.[8]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2012년 현재까지 한국 프로덕션에서는 오페라의 유령 후 대극장 기대작에 주연으로 나오는 경우는 유령 역 배우들보다는 라울 역 배우들이 더 많다. 이것은 남자 뮤지컬 배우에게 팬텀이 '배우로서 경력의 정점' 에 가깝기 때문.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팬텀에게 집중되고 배우는 자신의 존재감을 뽐낼 수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30~40대의 배우들이 팬텀 역을 맡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팬텀 역은 배우에게 주어지는 경력의 최정점이고, 이 정점을 지나면 은퇴하거나 노인 조연으로 나오는 등의 수순을 밟게 된다. 그에 비해 라울은 말 그대로 '유망주' 가 맡기 때문에 프로덕션 내에서는 조연이라 해도 이를 경력으로 인정받아 이후의 기대작에 캐스팅되는 것.[9] 에릭이 라울에게 상처를 입히긴 했지만 마지막엔 칼을 놓치고 쓰러졌으며, 크리스틴이 말리지 않았다면 그대로 라울에게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