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6:23:07

럼블/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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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문 배경2. 슈리마의 쓰레기3. 구 배경

1. 장문 배경

체구가 매우 작기로 정평이 나 있는 요들 종족. 인간들의 눈에는 도토리 키 재기처럼 보이겠지만, 요들들도 자기들보다 체구가 작은 친구들을 놀리거나 괴롭히곤 한다. 럼블 역시 어렸을 때부터 종종 놀림을 받곤 했는데... 어렸을 때의 경험이 평생의 성격을 좌지우지한다더니 그 말이 정말 맞긴 맞나 보다. 괴롭힘이나 당하면서 살고 싶지 않았던 럼블은 친구들보다 되레 더 공격적으로 행동했으며 머리를 써서 한 수 앞의 일들을 예측하거나 실행하곤 했다. 바로 이때부터 그의 성격은 무척 급해져만 갔고, 어느 누가 되었건 자신을 배신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보복하는 것으로도 유명해졌다.

그리하여 럼블은 자신의 유년시절 대부분을 혼자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그가 애초에 친구보다 기계를 더 좋아했기 때문에 혼자라고 해서 특별히 더 외롭거나 괴롭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온종일 고물상에서 시간을 보내던 럼블에게 선생님들은 필트오버의 '과학과 진보 요들 학술원'에 입학할 것을 권했다. 그들은 럼블에게서 훌륭한 기술자의 자질을 발견했고, 그가 학술원에 입학만 하면 하이머딩거의 수제자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럼블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선생님들의 추천을 단호히 거절했다. 하이머딩거와 그 동료들이 인간의 비아냥이나 받으면서 그저 말뿐인 찬사를 들으려고 요들의 뛰어난 기술을 팔아넘기는 '배신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실 럼블 자신도 속으로는 학술원의 사람들을 궁금해했던 것 같다. 요들 학술원의 졸업생들이 스승이 태어나고 자란 곳을 탐방하기 위해 밴들 시티를 찾아오자 럼블은 이들을 정식으로 만나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그저 이 인간들의 얼굴이나 제대로 한번 보고 싶었을 뿐이었지만. 그 성격이 어디 가겠는가? 흥분한 럼블은 졸업생들에게 독설을 퍼부었고 그러다 오히려 역공을 당하기 시작했다. 학술원의 사람들은 무려 4시간 동안이나 하이머딩거와 같은 '총명한' 요들에 비하면 럼블 같은 놈은 '수치'일 뿐이라며 그를 모욕하고, 구타하기 시작했다. 온몸에 멍이 들고 피범벅이 된 채 집으로 돌아온 럼블은 다음 날 아침 한마디 말도 없이 밴들 시티를 떠났다.

그로부터 한동안 그를 다시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몇 달 하고도 며칠이 더 지난 어느 날, 럼블은 거대한 기계 로봇을 몰고서 밴들 시티로 돌아왔다. 그는 충격에 빠져 멍하니 로봇을 올려다보는 사람들을 제치고 마을 중앙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에 도착한 그는 마침내 큰 소리로 외쳤다. 외세의 힘을 빌리지 않고 요들 기술의 우수성을 당당히 만천하에 알릴 것이라고!

2. 슈리마의 쓰레기

파일:rumble-color-splash.jpg

얼마 전 나시라미 도서관 지구 밖에 있는 작은 광장을 걷고 있었어. 먼지투성이에, 제국의 역사보다 오래된 판석이 깔린 꽤 조용한 동네지. 그때 기분이 꽤 좋았어. 중앙 시장의 멍청한 필멸자 놈들로부터 물건을 헐값에 사들였거든. "이 찻주전자가 얼마라고?!"라거나 "저런 문양이 새겨진 곤봉이 초월 시대의 유물일 리가 없잖아!"라는 둥 열심히 입을 놀린 결과였지.

하지만 온종일 필멸자들과 부대끼는 건 역시 피곤한 일이었어. 그놈의 "물과 그림자가 함께하기를!" 소리를 한 번만 더 들었다간 돌아버렸을지도 몰라.

어쨌든 수레에 보물을 가득 실은 채 신이 나서 작업장으로 가던 중 쿵! 소리가 났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바닥에 누워 있었어.

벌떡 일어나 보니 또 필멸자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더군. 하지만 이번에는 큰 놈들이 아니라 어린놈들이었지, 그것도 여러 명. 나와 내 수레에 부딪힌 빼빼 마른 아이를 보고 웃고 있더라고. 넘어진 아이가 급히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기계라고도 부르기 민망해 보이는 바퀴 달린 판 위에 올라탔어. 그 애는 다른 놈들처럼 웃지 않고 내게 연신 사과만 하더군.

"죄송해요, 오부쟌!"

"내가 네 할아버지로 보이냐?" 그놈은 나처럼 잘생기지도 않았고, 날카로운 광대뼈는 물론 귀에 복슬복슬한 털도 나지 않았지. 다시 말해 나와 전혀 비슷한 점이 없었어.

어쨌든 꼬마를 비웃는 놈들 중에 골목대장으로 보이는 아이가 있었어. 인상은 더러웠고 다소 큰 녹서스식 튜닉과 강철 부츠를 신고 있었던 걸로 기억해. 녀석이 꼬마를 보고 말하더군. "이 아르마딜로 같은 자식, 어딜 기어가는 중이야?"

갑작스러운 모욕에 털이 곤두섰지만 곧 나에게 한 말이 아니란 걸 알아챘어. 그래도 그렇지, 그 말은 너무 심했다고!

놈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어. "아낙투, 넌 슈리마의 쓰레기야. 못생긴 데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지." 그리고 내 부서진 수레를 가리키더니 이러더군. "우리 제국에 저딴 쓰레기는 필요 없어. 저 할배가 흘린 쓰레기와 함께 널 갖다 버려야겠는데?"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는 말이었지. 너무 화가 나 귀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올 지경이었거든. 그 망나니 놈의 얼굴에… 음, 정확히 말하면 무릎에 한마디 해 줬지. "이봐, 꼬맹아. 빨리 사과하는 게 좋을 거다."

그러자 놈이 멍청한 얼굴로 날 비웃더군. "이봐, 할배. 내가 누군지 모르는 거 같은데, 나 케수 란스야. 란스 총독의 아들이라고! 조용히 가던 길 가. 안 그러면 이 거리에 있는 쓰레기를 전부 치워 버릴 줄 알아!"

난 그놈 말대로 가던 길을 갔어.

내가 좀 전에 작업장을 언급했던 거, 기억하지? 구석지고 그늘진 곳에 있는 내 작업장에는 필멸자 놈들에게 팔기엔 아까운 골동품이 쌓여 있는데, 일종의 위장이야. 조오오금만 건들면 집으로 가는 차원문을 열 수 있어.

다시 말하자면 그놈이 저리 가라고 해서 간 건 결코 아니라는 거야. 난 마침 가던 길을 가고 있었을 뿐이지. 난 방수포로 덮은 거대한 금속 기계를 향해 걸어갔어.

그 와중에 케수라는 놈은 몽둥이를 든 자기 똘마니들한테 이 몸이 앞으로 슈리마의 미래가 될 거라느니 뭐라느니 자기 자랑에 심취한 나머지 내가 조종석에 앉아 다가가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더군. 나의 사랑스러운 이족보행 로봇, 트리스티가 태양을 가리기 전까지도 말이야.

"고철의 그림자가 함께하기를, 케수."

아, 그때 그 표정이란! 작살이라도 맞은 듯한 표정이었지!

물론, 진짜로 작살을 쏘지는 않았어. 아직은 말이지…

자, 난 무조건 진실만을 이야기해. 음, 그래서 하는 얘긴데… 그때 트리스티가 사소한 오작동을 일으켰어. 뭐, 큰 문제는 아니었고… 굳이 말하자면... 살짝 덜컹대는 정도? 잠깐 버벅대더니 작동을 멈추고 말았어.

트리스티와 나의 존재는 압도적이었지만, 그 잠깐의 이상 신호로 인해 또래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몇몇 아이들이 대담해지기 시작했어. 그중 한 명은 트리스티의 다리를 몽둥이로 후려치기까지 하더군! "더러운 고철 쓰레기를 탄 멍청한 늙은이. 우리는 숫자가 많거든!" 여자아이 하나가 무장한 채 화가 나 보이는 망나니 놈들을 가리키며 소리쳤어.

그때 빼빼 마른 아낙투가 기계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운 쓰레기 판에 올라탄 채 등장했어.

내가 트리스티를 쾅쾅 치며 정비하는 동안, 꼬맹이는 '100% 진품'인 초월 시대의 곤봉을 내 수레에서 꺼내 들었어. 일이 다 끝나고 내 '손주'와 함께 사유 재산이라는 개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순간이었지.

하여간 아낙투가 놈들에게 소리쳤어. "할아버지는 혼자가 아니야!"

하지만 케수는 그런 아낙투를 비웃고 걷어차려고 했지! 그런데 꼬맹이는 허름한 판에 탄 채 놈의 공격을 유려하게 피하더니 케수의 다른 쪽 다리를 곤봉으로 후려쳤어. 그러자 퍽! 소리와 함께 놈이 쓰러졌지.

아낙투는 고함을 지르며 나머지 아이들에게도 달려들었어. 걔들도 아마 깜짝 놀랐을걸? 왜냐하면 아낙투가 순식간에 덩치 큰 아이 두 명을 구석으로 몰아넣었거든. 내 수레에서 떼어 낸 손잡이를 잡고 뒤통수를 후려치려는 케수만 아니었다면 나머지 둘도 문제없이 처리했을 거야.

물론 아낙투도 혼자는 아니었어.

그 순간, 시동이 다시 켜진 트리스티가 쾅! 소리와 함께 엄청난 속도로 광장을 가로질렀어. 난 트리스티를 멈춰 세운 뒤 자욱한 먼지 속에서 방아쇠를 당겼어.

파지직!

아까 말했던 작살 기억나? 그래, 난 전기작살로 꼬맹이가 휘두르는 수레 손잡이를 맞췄어. 이 정도로 뛰어난 명사수 요들을 본 적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아, 케수는 어떻게 됐냐고? 그 충격으로 넘어졌지, 뭐.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본 아낙투가 나를 보더니 환하게 웃었어.

"오부쟌!"

"그래, 그래, 올라와라." 난 아낙투를 트리스티의 조종석에 태우며 말했어. "여기가 더 잘 보일 거다."

그랬더니 뭐라고 했더라… "당연한 말씀을!"이라고 했던가? 어쨌든 상황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반응이었던 건 분명해.

그 이후는 일사천리였어. 트리스티가 작살을 퓩퓩 날리고, 지지직 지져 줬지. 난 아낙투에게 화염방사기도 작동하게 해 줬어. 당연히 겁만 주는 데 썼지만 말이야. 어쨌든 트리스티와 난 언제나처럼 굉장했고, 아낙투도 인간치곤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패거리도 달아나기 시작했지.

난 미소를 지으며 아낙투에게 말했어. "조금 흔들릴 거다." 그러자 엄청난 진동과 함께 로켓이 공중을 가득 메웠지.

망나니 놈들이 광장의 아치형 출구를 지나기 직전, 콰콰쾅 소리와 함께 로켓이 내리꽂히며 주변을 불바다로 만들어 놈들의 도주로를 차단했어.

놈들은 이퀄라이저의 화염 벽과 룬테라 최고의 로봇 조종사 사이에서 고립된 셈이었지. 내가 사과하라고 말하려는데, 아낙투가 트리스티에서 뛰어내려 케수에게 다가갔어. "넌 왜 그렇게 못되게 구는 거야?"

그러더니 케수가 우물쭈물하며 자기 새 아버지가 녹서스인인데, 아버지에게 멋있어 보이고 싶었다고 말하더군. 정말 김빠지는 얘기였지.

로켓의 불길은 죽어 갔고, 다른 애들은 도망간 채 케수만 홀로 남겨졌어. 그 애도 도망가려는 눈치였지.

"동작 그만!" 난 녀석에게 작살을 겨누며 소리쳤어. "나한테 사과는 해야지?"

내가 머리를 덮고 있던 후드를 벗자 놈의 눈동자가 흔들리더군. 내가 평범한 늙은이가 아니라는 걸 눈치챈 거지. 놈이 바닥에 엎드린 채 말했어. "요들님, 위협해서 정말로 죄송—"

"내가 그딴 위협 같지도 않은 위협 때문에 이러는 거 같아? 하! 다시 해 봐."

"싸움을 걸어서 죄송—"

"땡. 잘못을 제대로 사과하지 않으면 다시 혼을 내줄 테다."

"아낙투를 괴롭혀서 죄송합—"

"넌 고철을 무시했어! 고철은 쓰레기가 아니야. 가능성 그 자체라고! 멍청한 놈들은 고철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지. 하지만 상상력과 노력 그리고 사랑을 담는다면 고철은 요들이 꿈꾸는 최고의 기계로 거듭날 수 있어! 물론 그 외에 다른 것들도 포함해서 말이야."

케수는 당황했는지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했어. 시간이 지나 정신이 들자 입을 열더군. "어… 죄송합니다…?"

"알면 됐어!"

마침내 놈에게 고철을 무시한 것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는 데 성공한 거야.

아낙투는 케수가 일어서는 걸 도와주더군. 그러더니 갑자기 둘이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는 것 같았어. 난 필멸자들과는 더 이상 엮이기 싫어서 바로 트리스티와 함께 돌아가려고 몸을 돌렸지.

"오부쟌, 곤봉 가지고 가셔야죠." 아낙투가 곤봉을 가져와 내밀었어.

고철의 가치를 알아보는 필멸자라니, 의외였지.

"너 가지거라." 손주의 응석을 받아주는 거야말로 늙은이의 재미 아니겠나?

3. 구 배경

3.1. 리그의 심판

원문링크

후보: 럼블
날짜: CLE 21년 4월 22일

관찰
럼블이 그라가스 못지 않게 품위 없는 모습으로 철그덕거리며 대전당 안으로 들어간다. 그는 그가 직접 "트리스티" 라고 이름을 붙인, 고철을 이어붙여 만든 전투복을 조종하여 전장에 나선다. 신기할 정도로 조잡하게 만들어진 전투복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앞으로 나아간다. 럼블의 움직임은 덜컹거리면서도 빨랐다. 럼블은 그 기계의 정신 없는 듯한 사소한 조종까지도 즐기는듯 보였다.

트리스티의 왼손이기도 한 거대한 가시 박힌 철퇴가 문 앞에 서서 거칠게 움직인다. 마치 자각이라도 하듯, 갑작스럽게 문이 열리며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둠이 대전당으로 새어나온다. 기계를 이끌고 앞으로 나아가기 전, 럼블은 가소롭다는 듯이 코웃음 친다.


회고
인간들의 놀이라는 건 참 알 수가 없다. 럼블은 몇몇 덜떨어진 리그 놈들이 승부를 위해 온 몸을 치장하는 동안 자르반 왕자 같은 요주의 인간들이 이런 어두컴컴한 청소용구함 같은 곳에서 쳐박혀 있었을거라곤 생각하진 않았다.

그래, 그 멀대들이 나 같은 녀석을 보고 싶어한다면 얼마든지 보여주겠어.

기대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간지러운 주먹 증후군" 이라고 누군가 말했지, 문제는 지금 그 주먹이 연료로 가득찬 두 개의 실린더가 있는 화염 방사기와 럼블이 "짧은 인사" 로 사용한다는 공기 역학식 피스톤 철퇴로 만들어져 있다는 거지만.

그가 걱정하고 있는 것이라곤 오로지 자신을 시험하게될 녀석의 운명 뿐이었다.

"걱정 같은거 안 해도 돼." 그의 뒤에서 기계적이면서도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살살 해줄 테니까!"

럼블은 트리스티의 조종간을 메스꺼운 속도로 180도 돌리며 조종 손잡이를 두들겼다. 전기 작살을 발사하기 위해 방아쇠를 반쯤 당겼지만 어느 순간 그는 맨 벽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야!" 목소리가 그를 놀리듯이 다시 뒤쪽에서 들려왔다.

럼블은 놈의 얼굴에 한 방 먹이기 위해 뒤돌아서자마자 페달을 눌렀다.

갑자기 조종간이 멈춰버리는 순간, 작살은 불발되었고, 그저 불쌍한 리그 측근을 향해 돌진하고 있을 뿐이었다.

럼블은 전기 작살로 누군가를 꿰뚫기 전에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했지만 이번 만큼은 그럴만한 여유가 없는 상대였다.

그의 눈에 바라던 목표물이 보이자, 갑자기 그의 열의가 사라져버렸다.

그의 작살은 번쩍이면서도 완전한, 그리고 거대한 전투복 앞에서 힘없이 떨어져나갔다. 그것은 박격포에도 버틸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한 3개의 다중 관절 다리로 서 있었으며 그 높이는 럼블의 것의 4배 정도는 우습게 뛰어넘었다. 위를 올려다보니, 가슴 쪽에 있는 자주색 보석이 끼워져 있는 아몬드 모양의 판에서 알 수 없는 전자기 왜곡장 같은 것이 방출되고 있었다. 그 반짝이는 판 옆에는 황당하리만큼 복잡하게 생긴 팔의 부속기관이 있었는데 그 양쪽에는 16칸의 다용도 미사일 발사대가 있었다. 럼블은 그 미사일의 머리가 각각 마법 유도 기능과 원격 조정 시스템으로 장착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 팔의 끝에는 합금으로 만들어진 두개의 10연장 회전 캐논이 자리잡고 있었다. 무섭게 쳐다보는 괴물의 머리는 염색된 유리로 만든 뚱뚱한 전구 모양이었으며 거기에는 지각 탐지 장치가 달려있었다. 아마 저것이 그 조종사를 보호하고 있으리라. 그 입에선, 반짝이는 실린더 같은게 튀어 나왔는데, 아마 플라즈마를 발사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모으는 작업이 끝난 것 같다. 그건 그러니까 한 마디로 죽음의 광선이었다. 더 짜증나는건, 그 거상의 몸은 양극처리가 되어 있었으며 푸른 불꽃으로 정밀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그것은 럼블이 자신의 전투복에 새겨 넣고 싶어했던 패턴과 판박이였다.

누군가 그가 꿈에 그리던 설계를 베껴 먹은 것이다.

럼블의 분노는 그의 두려움을 뛰어넘었다. 그는 소리를 지르며 눈 앞에 있는 거대한 괴물을 향해 모든 방아쇠를 당기고 모든 버튼을 두들겼으며 모든 페달을 밟았다. 하지만 그가 믿었던 트리스티는 털털거리는 소리를 내며 쓰러질 뿐이었다.

럼블은 조종석에서 굴러 떨어졌다, 제길. 다음번엔 꼭 안전 벨트를 만들어야지… 주서[1]의 설계에 대한 생각을 마치자마자 그는 두 발로 굴러들었고 늘상 그래왔듯, 트리스티를 고치기 위해 철퇴를 발로 세게 찼다. 트리스티의 전원이 들어왔지만 곧 그녀에게 무시무시한 그림자가 들이닥쳤다.

럼블이 눈을 깜빡였다.

그가 다시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이라곤 그 거인의 나무 줄기 같은 다리 한짝 뿐이었다. 녀석이 발을 살짝 비틀었다, 그리고 삐걱이는 금속이 내는 소리는 럼블이 가장 두려워하던 순간을 현실화시켰다.

트리스티가 납작하게 짓밟혀졌다.

럼블 자신은 까먹을 때가 있지만 럼블에겐 한 때의 기억이 있다. 그 기억들은 주로 그가 따돌림을 당하거나 아니면 도저히 버틸 수가 없을 정도로 얻어 맞고 나서야 떠오른다. 모든 것이 그저 캄캄해진다. 그가 거기서 빠져나올때는 대개 요들의 무리가 서로 피를 흘린 채 땅바닥에 쓰러져 있거나 그가 머리에서 렌치라도 빼들었다는 듯이 쳐다 보고 있었다. (실제 그런 적은 딱 한 번이지만).

순간, 그는 목이 쉬고 털은 엉망진창이 된 상태에서 그 거대한 쇳덩이의 발을 미친듯이 할퀴어댔지만 아무런 피해도 줄 수 없었다.

불쑥하는 소리와 함께, 그 괴물의 머리가 갈라졌다. 거기서 나온 것은 바로 덥수룩한 금발 아프로 머리였다.

"하이머딩거!" 럼블이 소리쳤다, "죗값을 갚아라! 이 도망자! 배신자! 당장 이리로 내려와!". 그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심하게 갈라졌다.

"참 꼴불견이로군!" 하이머딩거가 외쳤다, "밴들 시티로는 언제든지 돌아가도 좋네. 그게 통하지 않은건 참 유감이야."

"돌아가?!" 럼블이 웃어제꼈다. "지금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냐? 싸움은 지금 부터라고! 넌 이미-"

말을 미처 끝내기도 전에 그의 몸이 붕 떠올랐다. 아마도 무언가가 저 살인 기계에서 발사되어 그의 바로 앞에서 터진 것 같지만 눈앞이 너무 흐릿했던 탓에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는 끝내 알 지 못했다. 그는 그렇게 벽에 부딪힐때까지 공중으로 무방비하게 날아올랐다.

"자네가 계속 버틸 수 있는 가능성은 빠른 속도로 0을 향해 수렴하고 있다네." 하이머딩거가 내뱉듯이 말했다.

럼블이 눈을 뜨고 숨을 돌렸다. 그는 하이머딩거를 마주 보고 있는 상태에서 벌러덩 누워있었다. 그가 추락할 땐 벽도, 바닥도 그 충격을 완화시켜주지 못했다. 그는 더 이상 버티고 서 있기도 힘들었다.

"놀고 있네," 그가 히죽히죽 웃으며 켁켁댔다. 그는 벽을 짚으며 두 발로 뒤뚱거렸다.

"리그에 들어오려는 이유가 뭔가, 럼블?"
순간 하이머딩거의 목소리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귀가 멍멍했던 탓에 입 밖으로 내뱉기는 쉽지 않았다.

"이제서야 잡담을 하시겠다는거군."

"자네의 기계는 박살나버렸네. 자네는 그게 없으면 싸울 수 없-"

"어째서지? 내가 작으니까? 약하니까? 어디 한번 다른 이유를 대봐. 저들이 초대한 건 바로 나야, 내 기계가 아니라고, 그리고 난 네놈이 생각하는 것만큼 쉽게 떠나지 않아. 밴들 시티에는 충직한 챔피언들이 더 필요하다, 그리고 나는 너 같이 대가리만 큰 필트오버의 개새끼에겐 절대 지지 않는단 말이다."

비록 깨지고 내동댕이쳐졌어도 럼블의 목소리에는 그 어떤 흔들림도 없었다. 그는 처절한 모습으로 자신의 주먹을 휘둘렀다.

"속 마음이 드러나니 기분이 어떤가?"

"기분이 어떻냐고?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건가? 지금 당장 끝을 보자고! 내가 트리스티의 몫까지 네 놈을-!"

하이머딩거가 사라졌다. 럼블은 트리스티의 계기판을 바라보며 조종간에 앉아있었다.

아픔도 사라졌다. 그는 다시 그 청소용구함으로 되돌아왔지만 누군가가 불은 켜놓고 간 모양이다. 그는 얼굴로 번지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계기판을 껴안았다.

"하마터면 너를 두 번이나 잃을 뻔했구나. 그래도 걱정하지마, 내가 널 고쳐주면 되니까. 그럼, 이제 날 이 꼴로 만든 놈을 밟아주러 가보실까."

그는 손잡이를 꼭 잡고 페달을 밟았다. 트리스티가 움직이기 위해 덜커덩 거리며 앞쪽으로 뛰어오른다. 그리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자빠졌다.

[1] Jui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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