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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남자.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심리학자이자 전 스탠드포드 대학 객원 교수. 미국의 올림픽스타나 영화배우, 가수들 사이에서 Soul Doctor로 불린다. 한 번 상담을 맡으면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그리고 따스하게, 때로는 놀라울 정도로 과감하게 그들의 상처를 결국 치료해낸다. 세련됐다. 품위 있고 우아하다. 좌중을 발칵 뒤집어놓고 시침 뚝 떼는 유머감각도 있다. 무엇보다 그는 따스하고 다정해 보인다. 항상 짓고 있는 부드러운 미소는 그를 상징하는 트레이드 마크. 하지만 한눈팔면 큰일난다. 당신의 열등감, 콤플렉스, 무의식 등을 파헤치는 냉정한 심리분석이 그 미소 뒤로 좌르르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미소 뒤에 숨겨진 칼날, 그의 속은 아무도 모른다. 일정 거리이상 남을 들이지도 않고 자기도 다가서지 않는, 절대 속을 알 수 없는 남자. 하지만 그게 또 여자들에겐 치명적인 매력으로 작용하는 지라, 그를 한번 정복(?)해보겠다고 달려드는 여자들은 수를 셀 수 없을 정도. 하지만 심리의 달인인 그 앞에서 여자들의 웬만한 밀고 당기기 연애기술은 부처님 손바닥 놀음일 뿐이다.
“진정한 의미의 사랑은... 없다. 그게 제 실험의 가설이자 결론입니다.”
하지만 그런 수현에게도 유일한 약점이 하나 있다. 사랑, 수현은 그걸 경험해본 적은 없다. 풋사랑은 해봤지만 그 역시 냉정히 생각하면 사랑이 아닌 연민, 동경, 자기애의 다른 형태일뿐. 종소리가 뎅뎅 울리고 주위가 하얗게 바래면서 그 사람만 눈에 가득 찬다는, 조증인 듯 환각인 듯 눈에 하트를 달고 오는 환자를 보면, 그는 심히 난감하다. 저 감정상태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수현은 사랑에 빠진 내담자가 올 때마다 답답하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까지, 미친 것처럼, 누군가를 위해, 열렬히, 모든 에너지를 불태울 수 있단 말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감정이라고? 정신장애가 아니고? 그래서 수현은 결심한다. 사랑을 연구해보기로. 그리고 그, 사랑에 관한 야심 찬 심리실험을 한국에서 이제 막, 시작한다. 이번에도 자신했다. 한 여자에게 심리실험을 걸지만, 나를 비롯한 세 명의 남성들을 접근 시킬 테지만, 결과는 싱겁게 끝날게 뻔하다. 왜냐, 그 여자는 당연히 나를 택할 테니까. 나의 이 치명적인 매력을, 게다가 심리파악에까지 능한 나를 누가 당해내냔 말이다. 그런데 어라? 이 여자 까딱도 안 한다. 그냥 튕기는 게 아니라 정말 나를...싫어한다! 뭐냐 이건! 넌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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