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룩스 아만스

길이가 당신의 팔뚝만 한 청동검으로, 날이 무척 날카롭게 서 있다. 세월의 풍파에 변색됐거나 무뎌진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자루부터 시작해, 손잡이를 지나 거의 칼날 끝까지 영혼석이 혈관처럼 심어져있다. 희미하게 고동치는 게 느껴진다.

이 단검은 포코 코하라의 심연 속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발견 당시 보았던 벽화를 생각해 봤을 때 고대 잉그위스인이 제물 의식을 거행할 때 사용했던 도구로 추정된다. 단검이 당신에게 그 이름을 속삭인다.

"망자의 영혼."

카이마는 이윽고 다가올 것을 받아들였다. 물론 그들 전부 마찬가지였지만, 어느 정도 선이었다. 하지만 카이마는 진심으로 믿었다. 수백 만 가지의 공포가 세상을 채우고 있는 것. 놀랍고도 끔찍한 일이다. 그러나 잉그위스만이 폭풍에 대하여 변함이 없을 수 있는 것이다. 오직 잉그위스만이 이성으로 광기를 다루기 때문에.

카이마는 단검을 떨어뜨리면서도 "오직 잉그위스 뿐."이라 속삭였다.

코이소스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절개와 절단. 더 이상 간단할 순 없었다. 황야게서는 너무나 오랫동안 불규칙한 성장이 이루어져왔다. 이제 세상은 경작을 필요로 한다. 어둠 속을 멍하니 들여다 보지 마라. 불을 붙여라.

기구는 따뜻하게 준비되었다. 장치가 깨어난다. 정원사가 신호를 보냈다.

단검이 떨어졌다.

마침내 끝이 났다. 우리들의 희생에서 태어난 그들이 몸을 일으켰다. 우상은 현실이 되었다. 곧 진정한 시련이 닥칠지니. 우리의 창조물 앞에서 그저 애원하게 되리라. 저들의 기원에 우리의 손길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자는 없어야 한다. 더 많은 피를 흘려서라도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