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황석영이 쓴 어른들을 위한 동화란 이명을 가진 소설로, 한국전쟁 전후 시점을 배경으로 모랫말이란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려낸 시간이 이어지는 옴니버스식 소설이며, 작가의 유년시절을 써내려간 자전적 회고담이다. 초기판본에서는 대사가 표준어로 되어 있었으나 이후 사투리로 변경되었다.2. 줄거리
총 10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인공인 수남(이야기 내의 호칭은 '나')의 시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1인칭 화자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꼼배 다리: 떠돌이 거지 춘근은 이 마을 사람이 아닌 떠돌이이다. 마을 아이들 사이에서는 굽은 오른쪽 팔목 때문에 꼼배라고 불리지만 아이들이 넘어져도 일으켜 세워 주는 등 인정 많고 착한 사람이다. 어느 날 춘근이 함경도 처녀와 살림을 차리고 아이까지 생기면서 행복한 일만 가득할 줄 알았는데, 한 아이가 물에 빠져 아이들이 급히 춘근을 찾으러 나서지만 하필이면 춘근은 밖에 있었고 그의 아내가 만삭으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왔으나 이미 빠진 아이는 익사한 뒤였다. 그 탓에 안 그래도 마을 어른들 내에서 박한 대접을 받는 춘근 부부는 더욱 박한 대접을 받고[1] 쥐잡이 날 수남과 친구들이 지른 갈대밭 화재로 인해 춘근의 아내는 결국 불에 타 죽고 만다. 결국 그 동안의 설움이 폭발한 춘근은 마을 사람들에게 소리지르며 따진 뒤 마을을 떠나지만 마지막까지 마을을 위한 작은 선물을 준비한다. 바로 다리를 만들어 준 것. 이 다리가 꼼배 다리이다.
- 금단추: 수남의 어머니의 친구인 은진이란 여성이 귀남이란 이름의 여자아이를 데려오면서 시작된다. 은진 아줌마는 며칠 있다 귀남이를 데리러 온다면서 귀남을 맡기고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나중에 이모의 말에 따르자면 은진은 양공주로 이번에는 다른 군인의 아이를 낳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집에서 박한 대접을 받던 귀남은 결국 이를 딱하게 여긴 어머니의 결심으로 가톨릭 신부가 운영하는 고아원으로 보내지지만 자신을 좋아했던 수남에게 금단추를 선물로 준다. 수남은 귀남이가 선물로 준 따뜻한 금단추를 보고 귀남을 그리워한다. - 지붕 위의 전투: 모랫말이 시끄럽다. 바로 전깃줄이 공을 찾으러 온 한 아이의 몸을 감싸버린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안타깝지만 선뜻 나서는 이는 없다. 거기다 아이를 구하려는 노인까지 전깃줄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친구 국원과 함께 구경을 나온 수남은 우연히 사람들에게 '고문관' 이라고 불리던 상이군인을 보게 된다. 예전 전쟁 때 파편으로 인해 머리를 다쳐 바보가 된 상이군인은 구경만 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나서 아이와 노인을 구하러 스스로 나선다. 두 사람의 몸에 붙은 전깃줄을 떼네며 아이와 노인을 구하는 데 성공하나 이번에는 그 자신이 전깃줄에 걸린다. 다행히 서둘러 달려온 전공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고 몸에 흉터 자국이 남았지만 그 일 이후 사람들 사이에서는 훌륭한 군인으로 인정받고 아이들 사이에서 '고문관'이 아닌 '특무상사' 란 별명을 얻는다.
- 도깨비 사냥: 광국의 꼬임에 넘어가 도깨비 사냥을 나선 수남은 우연히 화부를 만나고 그에게서 과거 일을 듣는데... 화부는 당시 전쟁의 시작이 된 좌, 우익의 다툼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시체들을 여기서 태웠다고 한다.
- 친이 할머니: 쥐 사냥[2] 도중 쌍성루 주인댁 아들 친이를 본 수남과 친구들. 친은 산 쥐 한마리를 요구하고 아이들은 순순히 준다. 그러나 이 행동이 계속되자 의문을 품은 아이들은 친을 놀리려 하지만 사실 친이가 산 쥐를 요구한 것은 증조할머니가 키우는 크기가 중개만큼 큰 늙은 고양이 롱의 장난감으로 쓸 쥐를 원한 거였다. 친은 롱이 쥐를 잡아먹는 걸 보여주며 내가 뭐랬냐며 아이들에게 화를 냈고, 아이들은 롱을 보고 신기해 하는 듯 했지만 이내 흥미를 잃고 자리를 뜬다. 이후 국원의 말에 따르면 친의 증조할머니는 얼마 못 지나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 삼봉이 아저씨: 액자식 구성인 이야기로 수남의 회상으로 시작된다. 상둣도가를 지날때마다 삼봉이 아저씨란 사람을 기억하는 수남. 아저씨를 만난 발단은 이렇다. 도둑놈 잡기 놀이 도중 상둣도가의 꽃가마에 숨어 있다 삼봉이 아저씨에게 들킨 수남은 아저씨에게 여러가지 궁금한 것을 물어본다. 아저씨는 어린 시절부터 사찰에서 스님으로 지냈으며 이후 절을 나와 향도잡이로 지내고 있다 한다. 수남은 아저씨에게 사람의 사후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묻고 아저씨는 사후세계에 대한 이야기와 혼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남은 아저씨와 상둣도가 재취댁이 몰래 사랑을 나누었단 암시를 보게 된다. 이후 삼봉이 아저씨는 절로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으며, 홀로 된 재취댁은 아이를 낳다 죽는다. 그리고 태어난 아기는 태영이라 불리며 행상일을 하던 상둣도가 삼취댁이 잘 보살피면서 성장했고 수남은 상둣도가를 지날 때마다 삼봉이 아저씨의 혼 이야기를 기억한다.
- 나의 연인: 수남은 어느날 심부름차 길을 가다 행사장을 지나던 중 국민학교 친구 영화를 만난다. 영화는 양공주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어서 서양물건에 대해 많이 알고 있어서 수남에게 여러가지를 선물해 준다. 그리고 남몰래 수남에게 키스하는 걸로 마무리.
- 상이 군인: 방과 후, 수남은 말님이네 가족이 운영하는 구멍가게에 들러 붕어빵을 사먹으며 만화책을 읽던 중 우연히 상이 군인을 보게 되었다. 말님이네 아저씨는 상이군인에게 비빔 국수를 만들어주고 그동안의 일을 얘기한다. 한참 얘기하던 중 수남은 그 상이군인이 친구 국원이네 큰누나의 지인이라는 것을 알게되고 그를 국원이네 큰누나 가족이 운영하는 염색소로 안내한다. 길을 가던 중 수남은 국원이의 큰누나와 마주쳐 잠시 얘기를 나누고 상이군인이 조용히 미소 짓는것을 본다.[3]
- 어떤 남매: 서커스장이 수남네 마을에 왔다. 수남은 우연히 서커스장에 들어가다 한 소년을 만난다. 소년은 서커스 내에 잡일을 하는 심부름꾼으로 누나가 서커스 내 곡예사로 활동중이나 자신은 어려서 잡일을 담당한다고 한다. 부모님을 모두 잃고 소망원이란 고아원에 지내던 남매는 서커스 단장이 이 서커스에 지내게 하면서 어느정도 형편이 폈지만 서커스 내 빚이 있어서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하고 서커스를 담보잡힌 터라 만일 곡예가 실패하면 다시 뿔뿔이 흩어져야 할 듯 한 상황이다. 다행히 소년의 누나인 곡예사가 자신의 다리를 다치는 걸 무릅쓰고 곡예를 성공하여 남매는 더 이상 흩어지지 않게 되었다.[다만]
- 잡초: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 된 전쟁 전의 이야기이다. 수남이의 집에는 식모로 일하는 처녀인 태금이가 있다. 수남 가족의 먼 친척뻘인 처녀 태금은 부모님이 모두 어디론가 떠나 혼자 살다 수남의 집에 식모살이를 하게 된다. 싹싹하고 부지런해 어머니의 칭찬을 듣는 태금은 어느 날, 한 청년과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해 모든 걸 잃고 미쳐버린 채 모랫말을 방황한다.
3. 등장인물
- 수남: 주인공. 이 이야기 전체의 화자이다. 작중에는 서술자이자 주인공이다 보니 통칭 '나'라고 불린다. 위로 누나가 2명 있다.
- 어머니: 수남 삼남매의 어머니. 전형적인 한국 주부이다. 남편과는 사별한 듯 하다.
- 국원: 염색소 주인의 처남. 큰누나가 염색소 주인과 결혼했다. 아이들 사이의 정보통.
- 정삼: 목재소 주인의 아들. 과거 화재로 형제들을 모두 잃고 홀로 살아남았다.
- 춘근: 떠돌이 거지. 화재로 아내와 아이를 잃지만, 사람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남겨준다.
- 귀남: 혼혈아. 수남의 어머니의 친구인 양공주 은진의 딸. 이후 마을 신부가 운영하는 고아원에 지내게 된다.
- 상이 군인: 모랫말 내 아이들 사이에 고문관이라 불리는 상이군인. 바보이나 인정많고 친절하다. 전선에 걸린 노인과 아이를 구한 뒤 크게 다치지만 다행히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마을 사람들에게 훌륭한 군인으로 인정받고 아이들 사이에 특무상사란 벼슬을 얻는다.
- 친: 중국집인 쌍성루 주인의 아들로 화교. 상당히 뚱뚱하다.
- 친이네 증조할머니: 화교 할머니로 친이네 가족의 가장 어른이시다. 화교이다보니 타지에서 유일한 친구는 늙은 고양이 롱 뿐이다. 이후 국원의 말에 의하면 얼마 못 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 롱: 친이네 증조할머니가 유일하게 마음을 붙일 수 있는 늙은 검은 고양이. 나이가 나이인지라 늘 헐떡거린다.
- 삼봉 아저씨: 상둣도가의 향도잡이로 파계승. 향도잡이 일 외에도 상여를 꾸미는 일도 하며 상둣도가에서 여러 도움을 받는다. 우연히 주인댁의 재취댁과 사랑에 빠지나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고 절로 돌아가 그 곳에서 죽을때까지 지내기로 결심한다.
- 재취댁: 상둣도가 유씨 노인의 재취로 22세. 시골 작부 출신이며 칠순 노인네인 남편(이름은 유 노인으로 전처와 사별.)에게 만족감을 느끼지못해 젊은 삼봉이 아저씨에게 끌려 그와 사랑을 나누지만 삼봉이 아저씨가 절로 돌아가 그 곳에서 죽을 때까지 지내기로 결심한 뒤 홀로 아저씨를 기다리다 난산 끝에 안타깝게도 당산 동네에서 모셔온 석산파가 밤을 새웠는데도 불구하고 아기를 낳고 숨을 거뒀다. 낳은 아이의 이름은 태영이라 하며 삼취댁이 잘 돌봐주고 있다.
- 영화: 수남의 첫사랑인 소녀. 양공주 어머니와 기지촌에 살고 있다. 수남에겐 애틋한 사랑인듯. 예전에는 수남의 반에 다녔다.
- 영화의 어머니: 양공주. 늘 미군을 상대하며 술에 취해 있다.
- 아프리카계 흑인 미군: 영화의 어머니의 상대역인 흑인 미군 병사. 영화를 귀엽게 보며 그녀에게 장난감이나 간식거리를 준다.
- 상이군인 2: 모랫말에 온 석방 포로. 화염방사기로 인해 얼굴 화상이 심각한 상태이다. 말님이 가족이 운영하는 구멍가게에 들러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수남에게서 국원의 큰누나 얘기를 듣는다.
- 국원의 큰누나: 국원이의 큰누나로 염색소 주인의 아내. 최근에 쌍둥이 아들들을 낳았다. 남편이 일하는 염색소에 점심식사를 가져다 주던 중 수남을 만나 얘기를 나눈다.
- 말님이네 아저씨: 말님이의 아버지로 구멍가게 주인.
- 곡예사 남매: 소망원이란 이름의 고아원에 지내다 곡예단에 의탁하게 된 남매. 누나는 공중제비 묘기를 잘 하지만 남동생은 아직 어려 잡일을 하고 있다. 곡예단 단장이 빚이 있어 만일 곡예단이 해산되면 다시 소망원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울적해하지만 누나의 곡예가 성공해 돈을 많이 벌자 누나와 함께 지낼 수 있음을 기뻐한다.
- 태금: 모든 이야기의 시작점이 되는 이야기의 주역. 과거 수남네 가족의 식모일을 하다 공장의 여공으로 일하게 되고 전쟁이 나자 제대로 미쳐버린다.
[1] 아무래도 거지이다보니 마을 사람들 중 그나마 그들을 제대로 돌봐주는 이는 수남이네 가족 뿐이었다.[2] 당시에는 쥐들이 곡식이나 가재도구를 쏠아대는데다 전염병을 퍼뜨려 정부에서는 무료로 쥐약과 쥐덫을 제공하고 학교에서도 쥐 꼬리를 많이 모아오도록 하였다.[3] 국원이 큰누나는 상이군인이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한다. 구멍가게에서 국원이 큰누나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멈칫하던 모습과 자신에 대해 말하지 말라는 모습으로 상이군인과 국원이 큰누나가 과거에 인연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준다.[다만] 소년이 자기 누나는 실수하지 않았으며 자신 때문에 일부러 두 바퀴 더 돈 것이라고 말하는 걸 보면, 소년의 누나는 동생과 헤어지지 않기 위해서 두 바퀴를 더 돌면 안 되는 동작임에도 불구하고 더 돌아 일부러 자기 다리를 다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