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9 15:02:31

바지 소송

주의. 사건·사고 관련 내용을 설명합니다.

사건 사고 관련 서술 규정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1. 개요2. 진행 과정


Pearson v. Chung

1. 개요

소송대국 미국에서 벌어진 소송으로, 단순히 세탁소에 맡긴 바지 하나가 분실되었다는 이유로 원고측에서 피고에 무려 5,400만 달러(한화 600억원대)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걸어 유명해진 사건이다.

2. 진행 과정

2005년 미국의 당시 현직 판사였던 로이 피어슨(Roy L. Pearson)이 워싱턴 D.C.한국인 정진남이 운영하던 Custom Cleaners라는 세탁소바지를 맡겼는데[1] 이 세탁소 주인이 그것을 잃어버린 것이 발단이 되어 분쟁이 일어났다.

세탁소 주인은 바지 값의 몇 배를 배상하겠다고 했으나 이를 거부하고 5,400만 달러(약 600억 원)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걸었다. # 이 사건은 일명 바지 소송으로 불렸으며 소송대국 미국에서도 “저딴 놈이 판사라니... 당장 해고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세일 정도였다. 해당 소송에 대해 다룬 영어 위키백과 문서

월 스트리트 저널, 워싱턴 포스트 등에 보도되었고 이후 '어이없는 소송 모음' 등에도 여러 번 꼽히게 됐다.

원고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해당 세탁소의 주인이 자신의 바지를 잃어버려 자신의 소비자 보호 권리가 침해당함과 동시에 해당 세탁소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으므로 앞으로 그 가게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거주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다른 세탁소를 대신 이용하기 위해 그곳을 차량으로 통행하면서 발생하게 될 기름값과 기타 비용 등등을 따진 것을 배상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원고는 그것 외에도 배상액에 변호사 선임 비용 및 정신적 피해 등을 산정한 것도 포함시켰다.

사실 세탁소에서 바지를 잃어버렸다고 해도 상당히 터무니없는 소송이었는데 실제로는 이조차도 사실이 아니었다. 문제의 바지는 사실 분실된 것도 아니고 그저 세탁소의 물류 실수로 인해 원래 찾아갈 날짜에서 며칠 뒤에 세탁이 완료됐을 뿐이었다. 물론 이것만큼은 세탁소의 명백한 실수가 맞긴 하다.

그런데 원고 측은 자신의 영수증과 세탁소의 기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바지가 자신의 것임을 인정하지 않고 세탁소가 바지를 분실했다고 주장했다.

정씨네 가족은 처음 바지의 가격이라고 원고가 요구한 천 달러[2]의 보상을 거부했지만 소송이 개시되자 세 번에 걸쳐 3,000, 4,600, 12,000 달러의 합의금을 제안했는데 원고가 모두 거절하였다.

소송을 이긴 후에는 원고에게 법적 비용을 청구할 수 있었으나 사건이 화제가 된 후 모인 시민들의 기부금이 그 비용 이상이 되자 청구를 그만두었고 승소 후 기자회견에서 "이런 소모적인 일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소송 난립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말이다.

여기서 원고가 주장한 5,400만 달러라는 금액은 징벌적 손해배상과는 관련이 없고 그 중 5,150만 달러가 "비슷하게 불만족을 경험할 지역 세탁소 이용자들의 법적 행동을 돕는 비용"이라고 되어 있었다.[3] 그 외 정신적 피해가 2백만 달러, 변호사 비용 50만 달러, 다른 세탁소로 가서 드라이 클리닝을 하기 위해 차량을 렌탈하는 비용 15,000달러였는데 그나마 이것도 6,700만 달러에서 '조정'된 금액이라고 한다.

결국 당연하게도 원고는 1심 패소, 2심 각하를 당했다.[4] 패소로 인해 바지 자체의 보상도 소멸되었으며 오히려 역으로 재판 비용을 세탁소 주인에게 지불해야만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승소한 한인 세탁소 주인 쪽도 그 동안 소송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세탁소를 폐업했고 직업이 판사인 원고는 해당 재판으로 인하여 워싱턴 행정법원에서 10년짜리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되어 해고를 당했으며 재임용 거부 철회 요구 소송을 걸었지만 역시 패소했다. 결과적으로 이 소송으로 아무도 이익을 보지 못한 셈이다.

이후 드러난 바에 따르면 원고는 이 소송으로부터 3년 전 판사로 임용됐지만 재판을 맡지 않아 그동안 실업 수당을 받고 있었는데 이혼 소송으로 은행 잔고가 다 떨어진 데다 전 아내와 아내의 변호사를 협박했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12,000달러의 벌금까지 매겨진 상태였다. 거기에 소송으로 인한 아내의 변호사 비용도 그가 내야 했으며 3년 전 이 세탁소에서 자신의 바지를 잃어버렸던 일이 있다.[5]관련 기사

이렇듯 금전적 고난이 동반된 끔찍한 일이긴 하지만 자신의 원래 직업을 유지했다면 연봉이 십만 달러라 몇 년이면 다 복구가 되었을 것이다. 결국 순간 멘탈을 못 잡고 폭발하여 세탁소에 말도 안 되는 진상을 부리다가 인생을 망치고 말았다.

현실적으로 세탁소 주인에게 600억 원에 달하는 거금이 있을 리 없다는 것은 원고 본인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원고는 이민자인 피고가 만만해보였는지 거액의 소송을 걸어 심리적인 압박을 가하고 위의 내용에 적혀 있듯 합의금을 요구하여 돈을 받아챙길 전략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원고의 수 차례 합의 제안을 피고가 거부하면서 본격적인 소송전이 시작되었고 피고는 각종 사회 단체들로부터 지원을 받아 재판에서 승소하였으며 소송을 건 판사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와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면서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였고 이혼까지 당하였지만 이건 이미 사건 이전에 진행되던 중이었으므로 인과관계로 보기는 힘들다. 물론 이 소송이 일어나게 된 심리적 요인이 될 수는 있다. 이후 윤리 위반 혐의로 변호사 자격까지 정지되면서 엄청난 후폭풍이 일어났다.


[1] 히키 프리먼이라는 브랜드로, 어느 정도 가격대 있는 정장 브랜드다.[2] 해당 바지 브랜드로 추정컨데 이때 요구한 천 달러는 실제 바지 가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애시당초 분실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이는 전혀 다른 문제다.[3] 이 때문인지 원고는 재판 때 자신이 지역주민들을 대표해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담당 판사마저도 "우리가 아니라 너 혼자겠지?"라고 면박을 주었다고 한다.[4] 기각과 패소는 사실상 같은 의미의 말이다.[5] 그때는 진짜로 바지를 분실했기 때문에 세탁소는 바지 분실에 대한 배상으로 한화 15만원 정도의 돈을 피어슨에게 지불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오지 말라는 (아마 감정이 상할 대로 상했으니 두 번 다시 보지 말자는 뜻의) 말을 남겼다. 하지만 피어슨은 계속 그 세탁소에 다녔는데 그가 걸어서 갈 수 있는 유일한 세탁소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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