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06-19 11:46:01

바티스탱

1. 개요2. 작중 행적3. 기타

1. 개요

Baptistin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등장인물.

2. 작중 행적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하인으로, 알리조반니 베르투치오 같은 에피소드는 딱히 없고 백작과 손님들 사이에 편지나 말 등을 전달하는 심부름 담당 정도의 비중이다.

금전적으로 후한 백작의 하인답게 상당한 급료를 받고 있다. 백작의 말에 따르면 전선에서 목숨 걸고 싸우는 부사관보다도 더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백작의 물건을 살 때마다 남는 돈을 슬쩍하다가 백작에게 들통났다. 하지만 잘리지는 않았으며, 이후로는 딴 생각 안 품고 열심히 일하는 듯. 다만 단순히 개심한 것은 아니고 백작에게 상당히 강력한 경고를 받은 결과이기는 하다. 그가 상당히 높은 급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때 백작의 경고에서 드러나며, 또한 백작은 자신의 하인들이 퇴작할 때 퇴직금으로 주기 위해 얼마간의 돈을 따로 모아두고 있는데, 해고된 사람은 그 돈을 받지 못한다는 것도 함께 경고한다. 즉 "계속 거스름돈이나 삥땅치다 잘리면 퇴직금을 받지 못할 것이고, 이만큼 대우가 좋은 일자리를 다시 구하기도 힘들 것이다. 그러니 딴짓은 그만해라" 라는 강력한 경고를 받고 깜짝 놀라 그만둔 것. 즉 백작과 바티스탱의 관계가 (다른 심복 및 하인들과는 달리) 전적으로 금전적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치이다.[1]

백작의 직속 부하 4인방인 알리, 베르투치오, 자코포, 바티스탱 중에서 백작과의 유대가 가장 약한 인물이다. 자코포는 백작의 하수인이지만 동시에 은인이기도 하다는 강력한 캐릭터성을 가지고 딱 한번 거론되는 정도이긴 하지만 당글라르에 대한 복수 계획에도 참여한 인물이다. 베르투치오는 백작과 함께 제라르 드 빌포르를 원수로 두고 있다는 동질감이 있을 뿐 아니라[2] 베네데토와의 에피소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백작의 복수 계획에 중요한 조력자가 되었다. 알리의 경우 백작이 그의 목숨을 구해줬고, 알리 자신도 화려한 액션씬을 몇번 보여주는데다 작품의 오리엔탈리즘 판타지적 분위기에서 '백작에게 목숨을 바친 하인'이라는 강렬한 캐릭터성을 가졌다. 반면 바티스탱은 '돈 잘 주는 고용주니까 성실히 따른다'는 정도의 관계인 것. 네 사람을 한 데 놓고 비교하면 4인 4색 중 나름의 개성을 가진 인물이긴 하지만 활약하는 에피소드도 별로 없는 특징까지 겹쳐 캐릭터성이 좀 약한 편이다.

작가 자신도 이런 캐릭터성을 의식한 것인지 백작의 경고에 바티스탱이 '앞으로는 삥땅치지 않고 성실하게 일하겠다. 알리를 본받겠다'고 대답하자 백작이 '알리는 하인이 아니라 노예이기 때문에 나를 배신하면 해고하는 게 아니라 죽인다.[3] 너와는 처지가 다르니 알리처럼 행동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장면을 집어넣었다. 굳이 작중 역할을 따지자면 당시 프랑스인 독자들과 비슷한 관점에서 백작 및 주변 인물들의 이국적인 요소를 돋보이게 하는 인물 정도라 할 것이다.

3. 기타

알베르 드 모르세르가 백작에게 "혹시 바티스탱을 해고하게 되면 우리 집으로 좀 보내주세요"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백작도 바티스탱이 자신의 물건을 슬쩍하는 걸 알면서, 아직 그만한 프랑스 하인을 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를 가만히 둔다. 손버릇이 좀 안 좋기는 하지만 일처리 능력은 확실한 듯하다.

사실 근세 후반~근대 가내 고용인 (하인/하녀)의 경우 고용주(주인) 및 그 집에서 쓰다 버리는 중고품, 또는 거스름돈 정도를 챙기는 정도는 일종의 팁이나 보너스로 보고 넘어가는 경향이 컸다. 주인 입장에서 그런 사소한 것까지 쥐잡듯이 잡는 건 번거로울 뿐 아니라 체면이 깎이는 일이었고, 하인 직종은 보수가 작은 경우가 많았기에 어차피 안 쓸 사소한 물건을 챙기는 것으로 불만을 달래주는 효과도 있었다. 물론 아직 쓸만한 물건이나 지나치게 큰 액수를 슬쩍하면 당연히 해고나 처벌의 대상이 되는데, 이는 현대와 같이 투명하고 정직한 금전관리가 당연시되지 않았던 사회상에서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현대 기준으로는 당연히 횡령이고 부정부패인 행위들이 당시에는 일종의 부수입, 즉 도덕적으로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 자리에 있으면 관례적으로 다들 하는 것'으로 여겨 딱히 문제시하지 않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던 것이다. 예를 들어 납품 계약등의 결정권을 가진 공직자가 계약 당사자에게 '선물'을 받는다거나, 물품 관리 담당자가 잉여물품의 일부를 자기 몫으로 챙기는 일은 현대의 기준으로는 변명의 여지 없는 범죄행위지만 당시에는 '그런 권한이 있는 자리에 올라간 사람이라면 누릴 수 있는 비공식적 부수입' 쯤으로 여겨져 관례적으로 허용되던 선 내에서 챙기는 것은 괜찮지만 그 선을 넘으면 처벌이나 해고등 책임을 지게 된다는 현대인의 기준으로는 영 껄적지근하고 흐리멍텅한 상황이 벌어졌던 것[4]. 이러한 사회상에서 하인과 같은 낮은 지위에 있는 이들 역시 그 나름의 부수입을 얻는 것이 용인되었던 것이다.[5] 결국 작중 바티스탱의 행태는 일솜씨 좋은 하인답게 고용주의 측근에서 시중을 드는 지위를 얻었고, 당시 그런 지위라면 으레 얻을 수 있다고 여겨지던 부수입 역시 당연하다는 듯 함께 챙기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백작은 이런 제멋대로 구는 행태를 참아줄 생각이 없었기에 '너는 같은 일에 종사하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좋은 대우를 받고 있는데 부수입까지 챙기려고 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다' 라며 '모두 잃고 싶지 않다면 지나친 욕심은 자제하라'고 경고하고, 바티스탱 역시 이 경고를 알아듣고 자신의 행태를 고친 것. 결국 당시로써도 이런 '부수입'이 일정한 선 내에서 용인되기는 했지만,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일이라는 인식 역시 분명 있었기에 남보다 여유있는 처지인 사람이라면 부수입까지 탐내서는 안 된다는 안 된다는 인식 또한 있었던 셈이다.

등장이 많지 않고 캐릭터성이 강렬하지 않아 축약본 및 드라마나 영화, 뮤지컬에서는 자주 존재 자체가 통편집된다.


[1] 또한 현대인의 기준으로 보면 하인의 처우가 열악하던 근세 말~근대 초 프랑스 사회의 한 단면을 살펴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작중 서술에 따르면 고용주가 퇴직금을 따로 모아주고 있다는 이야기만큼 프랑스의 하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말도 없다고 한다. 이는 피고용인 및 퇴직자의 처우에 대한 법적 기준이 미비하던 당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피고용인에게 그만큼 큰 혜택으로 여겨졌음을 의미하는 것. 또 달리 보면, 노동자에 대한 처우에서 퇴직금이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에피소드이기도 하다.[2] 하지만 베르투치오 본인은 정작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애초에 백작이 자신도 빌포르에게 원한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기도 하고, 베르투치오 본인이 과거에 빌포르를 직접 죽이려다가 미처 확인사살을 하지 못하고 급히 도망가느라 훗날 빌포르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그가 죽은 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3] 여기서 알리는 그게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서 바티스탱을 당황하게 한다.[4] 사실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고, 한국 사회에서도 20세기 중후반 무렵까지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으며 21세기 현대에도 부패한 사회체제를 가진 국가에서 이런 일은 흔하다. 당장 옆나라 중국의 꽌시 문화를 생각해보자. 21세기 이후 투명도가 높아진 한국 사회의 기준으로는 당연히 부당한 일로 여겨지지만, 중국 사회에서는 오히려 이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지기에 중국과 거래할 때 이를 문제삼으면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쪽만 불이익을 당하기 십상이다.[5] 사실은 이런 하인의 부수입조차도 하인들 사이에서는 나름의 지위가 있어야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고용주(주인) 곁에서 직접 시중을 들거나 한 분야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어야 부수입이 생기는 것이지 허드렛일이나 하는 말단 하인은 그나마의 국물도 기대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