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비히 판 베토벤| 루트비히 판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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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노연주 | 김선욱 |
제목 | 피아노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 |
원제 | Sonata for Piano No.21 "Waldstein" in C major, Op.53 |
작곡가 | 루트비히 판 베토벤 |
작품번호 | Op. 53 |
출판일 | 1805년 5월 |
장르 | 소나타 |
음악사조 | 고전파 음악 |
1. 개요
루트비히 판 베토벤이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로 1804년 그의 나이 34세에 작곡되였다. '발트슈타인'이라는 별명은 자신의 소년 시절(Bonn 시절)의 지인이자 후원자였던 페르디난트 폰 발트슈타인(Ferdinand Ernst Joseph Gabriel von Waldstein) 백작에게 이 작품을 헌정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소나타 23번 '열정' (op.57), 26번 '고별'(op.81a)과 함께 베토벤 2기의 가장 유명한 소나타이며 베토벤의 음악적 황금기를 본격적으로 꽃피우게 한 명작이다.2. 작곡 배경
베토벤은 22살에 빈(Wien)에 온 이후 이 음악의 본고장에서 착실하게 명성을 쌓고 촉망받는 신인 작곡가이자 연주자로 도약하고 있었다. 그런데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정말 예기치 못한 불행이 찾아왔는데, 20대 후반부터 원인 모를 귓병이 생긴 것이다. 하필 음악가에게 귓병이라니! 그는 절친들에게조차 철저하게 이 사실을 비밀에 붙이고 백방으로 치료를 시도해 보았으나 상태는 점점 나빠지기만 했다. 귓병이 천형(天刑)임을 깨닫고 상심한 베토벤은 삶의 희망을 버리고 자살할 생각까지 했으며 1802년 유명한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를 썼다. 그러나 천만 다행으로 어렵게 삶의 희망을 되찾은 베토벤은 이제부터 누구도 쓰지 못한 새로운 음악을 쓰겠다고 다짐했다.이런 일련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은 후 흔히 영웅시대(Heroic Age)라고 불리는 베토벤의 제 2기(1802년경~1815년경)가 시작되었다. 이 시기는 별명에 걸맞게 베토벤의 창작열과 독창성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했던 시기이며 베토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 물론 내적으로는 귓병이 계속 악화되고 사랑했던 여인들과의 연애사가 잘 안풀리는 등의 아픔이 있었지만, 음악적으로만 보면 황금기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었다. 이 발트슈타인 소나타는 베토벤의 리즈시절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신호탄에 해당되는 작품으로 음악사적으로도 베토벤의 인생에서도 정말 중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이 출판되었던 1804년은 서양 음악사의 신기원이 된 영웅 교향곡이 초연된 해이기도 했다. 발트슈타인 소나타는 이 영웅 교향곡의 피아노 버전으로 볼 수 있는데[1], 이 작품은 기존의 독주곡처럼 선율 위주로 곡을 구성하는 관념을 벗어 던지고 견고한 구축력을 바탕으로 짧고 간결한 주제를 현란하게 변화시키고 있으며 강약의 대비, 급격한 속도 변화 등을 통해 전례 없는 풍부한 음향효과를 구현하고 있다. 이처럼 발트슈타인 소나타는 당시 기준으로 기법적인 혁신을 달성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후술되는 작품 구성을 참조하기 바란다.
한편 베토벤이 이처럼 중요한 작품을 쓸 수 있던 배경에는 악기의 발달도 한 몫 했다. 프랑스의 건반악기 제작자 세바스티앙 에라르(Sébastien Érard, 1752-1831)는 피아노 발달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인데, 베토벤이 이 소나타를 쓸 당시 에라르사에서 획기적으로 성능을 개선한 피아노가 제작되었다. 이 피아노는 음역이 5.5 옥타브(F1 - C7)로 기존의 피아노에 비해 0.5옥타브 가까이 음역이 확장되었으며 음량도 커지고 건반을 눌렀을 때 음의 지속시간도 상당히 길어졌다. 음색도 한층 또렷해져서 저음이 명확하게 구별되어서 들리고 중첩화음이나 긴 트릴을 구현할 때 문제가 됐던 지저분한 소리도 많이 사라졌다. 무엇보다도 페달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는데, 페달링을 통해 울림이나 서스테인, 약음 등을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되면서 악기의 표현 영역도 한층 넓어졌다. 발트슈타인 소나타는 이렇게 획기적으로 개선된 피아노의 역량을 110퍼센트 발휘할 수 있도록 작성된 작품이다.
* 1803년 에라르사에서 제작된 피아노로 베토벤이 애용했던 피아노이다.
한편 이 발트슈타인 소나타는 원래 2악장이 따로 있었는데 당시 지인들과 출판업자는 곡이 너무 길고 2악장이 다른 두 악장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베토벤은 이런 의견을 받아들여서 2악장을 빼고 대신 2악장이 된 3악장 앞에 짧은 서주를 붙여서 2악장 체제로 곡을 개편했다. 제외된 2악장은 안단테 파보리(Andante Favori, WoO 57)라는 제목을 가진 소곡으로 따로 출판되었으며 이에 대해서는 아래 항목 참조.
3. 작품 구성[2]
이 작품이 2악장 구성인지 3악장 구성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이 있다. 기존의 2악장을 빼고 추가한 아다지오를 독립적인 악장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2악장에 붙은 서주로 볼 것인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기 때문. 하지만 이 아다지오는 악보가 한 페이지 밖에 안될 정도로 길이가 짧으며 곡 내용도 독립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기 보다는 1악장과 2악장 사이의 간주라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대체로 2악장의 서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기본 조성은 C장조인데, 친숙한 조성이라고 연주하기 쉬울 것으로 생각하고 접근했다가는 진정한 지옥을 맛보게 된다. 조성의 친숙함을 제외하고는 기술적으로나 표현적으로나 정말 어려운 작품이다. C장조의 디아벨리 변주곡도 마찬가지.
나: "베토벤의 발트슈타인 소나타를 공부해야지"
나: "오예 C장조다!!"
베토벤: (Trollface)
나: FFFFFFFFFFFFFFFFFFFFFFFUUUUUUUUUUUUUUUUUUUUUU-[3]
나: "오예 C장조다!!"
베토벤: (Trollface)
나: FFFFFFFFFFFFFFFFFFFFFFFUUUUUUUUUUUUUUUUUUUUUU-[3]
3.1. 1악장: Allegro con brio
통상적인 소나타 형식에 비교적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초반에 두 개의 주제가 제시된 후에 발전부가 나오고 다시 주제가 재현된 후 코다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재현부에서 주제가 그대로 제시되지 않고 1주제가 A단조로 전조하는 등 주제가 많이 비틀리고 변화되고 있으며 결말부에 신경을 많이 쓰는 베토벤 답게 코다가 상당히 규모가 크고 화려하게 구성되어 있다.곡 맨 처음에 등장하는 1주제는 C장조로 특별한 선율이 없는 저음부의 연속화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결코 아름답다고 볼 수 없는, 그냥 쿵쿵거리는 듯한 저음을 주제로 사용해서 12분이 넘은 큰 규모의 곡을 구성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파격이었다. 물론 이런 시도는 베토벤이 처음은 아니었으며 스카를라티나 바흐 등의 선배들도 자신의 능력을 뽐내기 위해 일부러 시시한 주제를 바탕으로 해서 작품을 쓰기도 했다.[4] 하지만 베토벤은 아예 주제에 대한 미련 자체를 버리고 구축에 의한 음악적 효과에 역점을 두었다는 점에서 선배 작곡가들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접근을 하고 있다. 이런 작곡법으로 만든 작품은 당연히 표면적인 아름다움은 약해지지만 대신 작품의 규모를 크게 확대할 수 있고 변화무쌍한 구성의 효과를 활용해서 작곡가의 개성과 철학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구축력 실험에서 성공을 거둔 베토벤은 발트슈타인 소나타 이후의 많은 중요한 작품에서도 짧은 주제를 효과적으로 처리하여 전례없는 규모와 작품성을 구현할 수 있었다.[5]
다시 주제 이야기로 돌아가서, 1주제가 제시된 직후 음높이만 2도 아래(쉽게 말해서 한음 아래)로 내린 패시지가 반복된다.
베토벤은 이처럼 주제가 제시된 후 2도 또는 단 2도 음정 관계를 갖는 패시지를 반복하는 수법을 상당히 즐겨서 사용했다. 이미 발트슈타인 소나타가 작곡되기 전에 피아노 소나타 16번(op. 31a) 1악장에서도 이런 수법을 사용하였으며 발트슈타인 소나타 이후에는 더 자주 사용했다. 이런 수법은 주제가 짧고 단순하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데, 만약 주제의 선율이 길거나 굉장히 아름다울 경우 오히려 음가를 바꾸기가 상당히 곤란해지기 때문이다.[6]
이어 34마디부터 E 장조의 제2 주제가 등장한다(붉은 색 박스가 제 2 주제). 통상적인 소나타에서는 1 주제와 2 주제의 조성이 4도나 5도 관계를 갖는데, 이 1악장에서는 두 주제의 조성이 3도 관계를 갖는 것이 좀 특이하다. 이 3도 음정은 베토벤과 매우 매우 관련이 깊은 음정으로 이 소나타 외에도 그의 중요한 작품에서 상당히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이른바 '베토벤 음정'이다.
3.2. 2악장: Introduzione: Adagio molto
전술했다시피 이 짧은 서주는 원래 계획에 없었다가 기존의 느린 2악장이 소나타에서 빠지면서 새롭게 추가되었다. F장조의 조성을 갖고 있으며 3악장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도록 하는 일종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처음에는 느리고 약하게 시작했다가 점차 분위기를 고조시킨 후에 다시 조용한 음으로 마무리 되면서 3악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독자적인 음악적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1악장의 격정적인 분위기를 진정시키면서 3악장이 시작되기 전 긴장감을 조성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 아다지오는 음악 자체의 가치보다 다른 부분에서 더 큰 이야깃거리를 던지고 있는데, 이 부분을 별개의 악장으로 분류할 것인가 아니면 이어지는 악장의 서주로 볼 것인가에 대해 현재까지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3악장 형태로 보는 이들은 악장의 조성이 기존 조성이 아닌 f장조이며 본래 안단테 파보리가 있었던 악장이었기 때문에 별개의 악장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2악장 형태로 보는 이들은 이 아다지오를 별도의 악장으로 보기에는 너무 짧고[7] 음악적으로 특별한 구성적 묘미나 인상적인 선율을 구현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냥 이어지는 론도 악장의 서주로 봐야 된다고 주장한다.
현재까지도 출판사마다 악장 표기가 엇갈리고 있고
이 문서에서는 일단 이 아다지오를 별도의 악장으로 분류했다.
3.3. 3악장: Rondo: Allegretto moderato – Prestissimo
2악장에서 끊김 없이 바로 이어지며 주 조성인 C장조로 시작된다.작곡된지 200년 이상 지난 21세기에도 경이롭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흥미로운 악장으로, 기본적으로 주제가 일정한 주기로 계속 반복되는 론도 형식을 갖고 있지만 처음 들으면 관현악을 피아노로 표현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기존의 론도에 비해 스케일이 매우 크고 웅장하다. 화려한 기교와 더불어 아름답고 서정적인 주제 부분과 빠르고 강렬한 삽입부가 계속 대비를 이루면서 진행되다가 마지막 코다에서 폭주기관처럼 격정적이고 급속하게 진행된다. 이 곡이 출판될 당시에는 피아노를 부술 목적으로 작곡된 곡이 아니냐는 농담이 있었을 정도. 또한 악장 전반에 페달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풍부한 울림과 신비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처음에는 피아니시모(pp)의 음량으로 조용하게 왼손이 주제를 연주하고 오른손이 아르페지오 스타일로 반주를 담당한다.[8]
이후 주제-반주 관계가 오른손-왼손으로 바뀌고 오른손의 긴 트릴이 등장하면서 점점 분위기가 고조되다가 54마디에서 포르티시모(ff)의 강한 음량으로 오른손에서는 트릴을 연주하고 왼손에서는 글리산도(gilssando) 스타일의 전개가 등장하면서 절정에 이른다. 이어 a단조로 전조가 되면서 새로운 선율이 등장한다.
론도형식에 맞춰서 주제와 삽입부분이 번갈아 나오는 구조가 3번 정도 반복된 후에 프레스티시모(prestissimo)의 속도로 굉장히 빠르고 격렬하게 변형된 주제를 연주한 후 코다로 이어진다. 곡의 전체적인 구성은 다음과 같다.
A(C장조) - B(a단조) - A(C장조) - C(c단조) - A(C장조) - B'(C장조) - A'(C장조, 프레스티시모) - 코다(C장조)
기법적으로 B'에서 A'(프레스티시모)로 연결되는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느리고 조용한 패시지로 긴장감을 계속 조성하다가 응축된 에너지가 한번에 터져나오는 듯한 빠르고 강렬한 패시지로 이어지는 이른바 응축-폭발 수법은 향후 베토벤의 중요한 작품에 단골로 등장하기 때문이다.[9]
한편 프레스티시모 이후에 전개되는 똘끼 넘치는 격정적인 패시지와 이어지는 코다는 이 세상에서 오직 베토벤만 작곡할 수 있는 음악이다. 베토벤은 이를 통해 스승 하이든과 모차르트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했다는 것을 확실하게 말해 주고 있다.
3.4. Andante Favori(WoO 57)
전술한 바와 같이 이 곡은 원래 발트슈타인 소나타의 2악장이 될 예정이었으나 마지막 출판단계에서 빠지면서 1805년에 소곡으로 따로 출판되었다.베토벤의 제자이자 출판업자였던 페르디난트 리이스(Fredinand Ries, 1784-1838)는 3악장으로 되어 있는 발트슈타인 소나타의 첫 악보를 검토한 후 전체적으로 소나타가 너무 길고 론도 형식의 악장이 두개나 있어서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10] 이런 지적이 받아들여지면서 결국 이 곡은 소나타에서 빠지게 되었는데, 이후 발트슈타인 소나타는 명작으로 각광을 받은 반면 이 안단테 파보리는 존재를 아는 사람조차 별로 없을 정도로 묻히는 신세가 되었다.
주 조성은 F장조이며 형식은 원래의 3악장과 마찬가지로 론도형식이다. 원래 속도 지시는 Andante grazioso con moto인데 후술되는 에피소드 덕분에 안단테 파보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베토벤은 이 곡을 당시 자신과 사귀고 있던 요제피네 브룬스비크(Josephine Brunsvik)에게 헌정했다.
이처럼 불운한 작품이지만 애초에 걸작 소나타의 한 악장으로 작곡되었던 만큼 음악적으로 만만한 작품은 결코 아니다. 연주시간은 보통 8분~9분 사이인데 기본적인 형식은 론도이지만 통상적인 론도처럼 주제가 단순히 계속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주제를 상당히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잠잠해졌다가 갑자기 크게 고양되는 베토벤 특유의 클라이막스 수법도 이 안단테 파보리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느린 악장이긴 하지만 기교적으로도 만만치 않은데, 직접 들어보면 결코 소품급 피아노곡으로 치부할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베토벤 본인도 이 곡을 매우 좋아해서 사교모임이나 연주회에서 이 곡을 즐겨서 연주했다고 한다. 그래서 베토벤의 제자였던 카를 체르니가 이 작품에 안단테 파보리(Favorite Andate)라는 별명을 붙였던 것. 한편으로 베토벤이 이 곡을 자주 연주한 것에 대해서는 다른 이야기가 있는데, 이 작품이 소위 요제피네의 주제(Josephine's theme)를 담고 있으며 결국 요세피네와의 사랑이 결실을 맺지 못하자 베토벤이 틈틈이 이 곡을 연주하면서 상심을 달랬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주장이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는지는 알 수 없다.
- Andante Favori, WoO 57(김선욱)
이 작품이 알려지면서 작곡자의 원래 의도를 존중해서 이 안단테 파보리를 2악장으로 복귀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는 연주자나 음반사가 많지 않은 관계로 발트슈타인 소나타의 연주시에 특별히 안단테 파보리가 추가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4. 평가
전술한 바와 같이 이 발트슈타인 소나타는 시련을 딛고 일어선 베토벤의 새로운 각오와 피아노라는 악기의 기술적인 발전이 맞물려서 이룩된 역사적인 작품이다. 베토벤 당시 기준으로 전례 없는 현란한 기교와 화려한 음향, 파격적인 규모와 구성을 자랑했던 이 작품은 당대 사람들에게 '피아노로 이런 음악도 가능하다'는 일종의 예시를 보여주었다. 베토벤 스스로도 이 작품이 이룩한 음악적 성취에 대해 상당히 만족했으며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고 한다. 물론 당대에는 당연히 연주하기 매우 어렵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는데, 원래 베토벤은 남들이 자기 작품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을 즐겼던 사람이니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이 작품은 2년 반 후에 출판된 또 하나의 걸작인 열정 소나타와 공통점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두 작품은 일종의 형제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다만 발트슈타인 소나타는 열정 소나타 때문에 손해를 많이 본 측면이 있는데, 열정 소나타의 임팩트가 너무 강한 나머지 작품성 측면에서는 결코 밀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인기 측면에서 많이 밀리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11] 그나마 후세 사람들이 이 작품에 피헌정자(발트슈타인)의 이름을 붙여서 작품의 의의에 걸맞은 명성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했지만, 아직도 열정 소나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인지도가 약한 편이다.
한편 발트슈타인 소나타가 출판된지 15년 후에 베토벤은 피아노 소나타 분야에서 또 한 번 혁명적인 대작을 내놓는다. 이 작품도 피아노 제작의 기술적인 진일보와 새로움을 추구하는 베토벤의 철학이 맞물려서 탄생했다는 점에서 발트슈타인 소나타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5. 여담
- 리즈(Leeds) 국제 피아노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발트슈타인 소나타를 최애로 꼽았고 거의 중독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발트슈타인 소나타 연주는 함머클라비어 소나타와 함께 음반으로도 발매되었는데 두 곡 모두 군더더기 없는 표준적이고 단정한 연주를 들려준다.
- 3악장 중간에 빠른 옥타브 패시지가 양손을 번갈아 가면서 진행되는데, 사실 베토벤의 의도는 옥타브 글리산도였다! 당시에는 글리산도의 개념은 있어도 이를 나타낼 마땅한 '단어'가 없었다. 결국 옥타브의 핑거링 (1, 5)번만 표기되고 여러 옥타브들이 '슬러로 이어져 있는 상태'로 남아 있었는데, 이를 두고 '옥타브를 레가토로 연주하는 부분인 것은 맞는데 그걸 어떻게 연주할지'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베토벤의 제자 체르니가 이 부분을 두고 '글리산도로 연주'하라고 해석한 바 있어서 현재 정설은 옥타브 글리산도가 된 것. 하지만 손이 9도 이하로 작아서 옥타브 글리산도가 불가능한 피아니스트들은 그냥 옥타브를 쪼개서 양손으로 연주하거나, 심하면 옥타브를 하나하나 정공법으로 연주하기도 했다. 옥타브 글리산도가 존재하는 곡들 중 반드시 옥타브 글리산도로 연주해야 하는 곡은 아닌 점이 다행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1] 실제로 19세기 음악학자이자 베토벤 연구가였던 빌헬름 렌츠(Wilhelm Lenz)는 이 곡을 가리켜 피아노를 위한 영웅 교향곡(a heroic symphony for piano)이라고 평했다.[2] 해당 부분은 작품에 대해 대략적인 것만 서술하고 있으므로 심화된 내용을 알고 싶다면 관련 논문이나 전문서적을 참고하기 바란다.[3] 물론 상술했듯이 조표가 바뀌는 것만으로 이 소나타가 어렵다고 말하면 심히 곤란하다.[4] 스카를라티의 일명 '고양이 푸가(K. 30)'가 대표적인 예이다. 스카를라티 항목 참조.[5] 대표적인 예가 바로 5번 교향곡(운명)인데, 이 교향곡은 아예 1악장 서두에 등장하는 그 유명한 '따다다단' 단 4개의 음표만으로 30분이 훨씬 넘는 규모의 곡을 구성하고 있다. 웬만한 작곡 능력으로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수준. 물론 천하의 베토벤이 아름다운 선율을 창작할 능력이 없어서 구성에 중점을 둔 것은 절대 아니다. 베토벤은 선율미가 돋보이는 작품도 많이 썼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6번 교향곡(전원)이다.[6] 쉽게 이해가 안된다면 한 번 아리랑의 선율을 한음 높이거나 내려서 불러보자. 원곡의 처량함과 아름다움이 온데간데 없어진 것을 느낄 것이다.[7] 연주시간과 별도로 악보 자체는 1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다.[8] 왼손의 음역대가 높기 때문에 이 부분은 보통 크로스핸드로 많이 연주한다. 위의 동영상 참고.[9] 대표적으로 베토벤의 5번 교향곡의 3악장에서 4악장으로 이어지는 연결부를 들 수 있다.[10] 이 안단테 파보리를 그대로 2악장으로 배치할 경우 연주시간이 30분을 훌쩍 넘어간다. 대규모 피아노곡이 많이 등장한 현재에는 별로 와 닿지 않겠지만 베토벤 당시에는 독주곡 분야에서 상상하기 힘든 긴 연주시간이었다.[11] 단적인 예로 열정소나타는 영화나 광고 각종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자주 쓰이는 반면 발트슈타인 소나타는 배경음악으로 쓰이는 경우가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