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질감 강지영 단편소설 | |
장르 | 판타지 |
저자 | 강지영 |
출판사 | 우주라이크소설 |
출간 정보 | 2022.07.14 전자책 출간 |
분량 | 약 1.6만 자 |
독점 감상 | 리디 https://ridibooks.com/books/4965000001 |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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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작가 강지영이 2022년 7월 리디에서 발표한 단편소설.우린 네가 잉태된 지 5주 차부터 거의 매달 만났다. 네 어머니의 배에 초음파를 대고 겨우 강낭콩만 한 너의 존재를 느꼈을 때부터 나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너를 처음 만난 날이 아직도 선명하다. 따뜻한 양막을 걷어내고 너를 들어 올렸을 때, 내게서 풍기던 달착지근한 피와 살의 냄새를 잊을 수가 없다. 폐 꽈리에 공기가 들어차자 내지르던 경쾌한 울음과 바둑돌처럼 빛나던 눈동자, 나는 너를 트로피처럼 높이 들어 올렸다 끌어안았다. 그리고 비로소 깨달았다. 수백 년을 찾아 헤맨 영원한 친구가 이제 막 태어났다는 것을.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나는 늘 존재했다. 문화센터, 유아 수영 교실, 초등학교 운동회, 중학교 졸업식, 수능시험이 끝나고 터덜터덜 돌아오는 길에도 나는 애처롭게 너를 바라보고 있었다. 재수 학원을 다니고, 끝내 네가 원하지 않는 대학과 학과를 선택해 침울한 얼굴로 입학했을 때도 나는 조용히 응원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네가 이력서를 쓰고 내 회사에 입사할 때까지 3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괜찮다. 네겐 기나긴 시간일지 모르지만 내겐 찰나에 불과하니 말이다.
나는 너를 세상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늘 검은색 양말을 신고, 3주에 한 번 이발하고, 새우에 알레르기가 있으며, 조금 비만한 여성을 선호하는 경향도 알고 있다. 중학교 때까지 야경증에 시달린 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비밀일 테지만, 그때 네가 꾼 악몽들은 사실 꿈이 아니라 내가 곁에 있다는 증거였다. 지금 네가 겁에 질려 있다는 걸 안다. 모두 지어낸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너를 설득하려면, 우리 가문에 관한 이야기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어쩌면 꽤 재미있을지도 모르니, 눈을 감고 들어도 좋다.
<밤의 질감> 본문 중에서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나는 늘 존재했다. 문화센터, 유아 수영 교실, 초등학교 운동회, 중학교 졸업식, 수능시험이 끝나고 터덜터덜 돌아오는 길에도 나는 애처롭게 너를 바라보고 있었다. 재수 학원을 다니고, 끝내 네가 원하지 않는 대학과 학과를 선택해 침울한 얼굴로 입학했을 때도 나는 조용히 응원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네가 이력서를 쓰고 내 회사에 입사할 때까지 3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괜찮다. 네겐 기나긴 시간일지 모르지만 내겐 찰나에 불과하니 말이다.
나는 너를 세상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늘 검은색 양말을 신고, 3주에 한 번 이발하고, 새우에 알레르기가 있으며, 조금 비만한 여성을 선호하는 경향도 알고 있다. 중학교 때까지 야경증에 시달린 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비밀일 테지만, 그때 네가 꾼 악몽들은 사실 꿈이 아니라 내가 곁에 있다는 증거였다. 지금 네가 겁에 질려 있다는 걸 안다. 모두 지어낸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너를 설득하려면, 우리 가문에 관한 이야기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어쩌면 꽤 재미있을지도 모르니, 눈을 감고 들어도 좋다.
<밤의 질감>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