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트럼블 작, 워렌 장군의 죽음.
Battle of Bunker Hill
1. 개요
미국 독립 전쟁 시기인 1775년 6월 17일 보스턴 항 북부 찰스타운의 벙커힐에서 영국군과 대륙군이 맞붙은 전투. 영국군이 이 전투에서 작전 목표를 달성했지만 그 과정에서 막심한 피해를 입었고, 그 여파를 극복하지 못하고 보스턴에서 철수했다.2. 배경
1775년 4월 19일 렉싱턴-콩코드 전투를 치른 보스턴 주둔 영국군 지휘관 토머스 게이지 장군은 민병대의 숫자가 아군보다 훨씬 많은 상황에서 보스턴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하고 5월 내내 본국에 지원을 호소했다. 이에 영국은 꾸준히 지원군을 보내 6월 중순까지 보스턴에 주둔한 병력은 6천 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보스턴 시 주변을 에워싼 대륙군의 숫자는 1만 6천 명에 달했기에, 이 정도로는 도시를 구하는 게 요원했다.이에 게이지는 윌리엄 하우, 존 버고인과 함께 도시 방어를 강화하기 위한 계획을 고안했다. 당시 보스턴 시가지(오늘날 보스턴 중심가)는 북쪽으로 휘돌아나가는 찰스강과 바다에 의해 보호받고 있어, 압도적인 해군을 가지고 있던 영국군은 대륙군의 보병 공격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찰스강의 강폭이 넓지 않고 보스턴이 리아스식 해안에 위치한지라 강이나 바다 건너편에서 가해지는 포격에 대해서는 취약성이 있었다. 따라서 영국군 지휘관들은 찰스강 건너편의 몇몇 고지들을 선제공격하여 위험요소를 제거하기로 했다. 그들은 우선 보스턴 남쪽 바다 건너편에 위치한 도체스터 고지를 장악하고 그곳을 요새화한 뒤, 록스베리에 주둔하고 있는 대륙군을 공격하기로 했다. 이렇게 보스턴 시의 남쪽 측면을 확보한 후엔, 보스턴 항구 북쪽 건너편에 있는 찰스타운 반도를 점령하고 캠브리지의 대륙군을 축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대륙군에 동조하는 보스턴 시민에 의해 매사추세츠 안전 위원회로 전달되었고, 매사추세츠 민병대 총사령관 알테마즈 워드 장군은 찰스타운 반도의 방어를 강화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는 이즈라엘 퍼트넘 장군에게 찰스타운 북서쪽에 위치한 언덕인 벙커힐을 요새화하라 명령했다.
6월 16일 밤, 매사추세츠 연대와 퍼트넘 코네티컷 연대에 속한 1,200명의 대륙군이 윌리엄 프레스콧 대령의 지휘하에 벙커힐로 이동했다. 비록 벙커힐이 이 부근에서 가장 큰 언덕이기는 했지만, 벙커힐 남동쪽에 위치한 브리즈힐 언덕이 찰스타운과 보스턴에 더 가까왔기 때문에 현지 지휘관들은 회의 끝에 브리즈힐 언덕을 요새화하기로 했다. 그들은 보루를 밤새 건설했는데, 17일 새벽에 영국 해군이 이를 발견하고 포격을 가해 방해했지만, 포성에 잠에서 깬 영국해군 제독이 짜증을 내는 바람에 포격은 중단되었고 결국 대륙군은 아침에 브리즈힐의 요새화를 마무리하고 주변부에도 방어선을 추가 건설하기 시작했다. 한편 날이 밝자 사태를 파악한 영국군은 해군과 보스턴 시내의 대포를 동원해서 이를 방해했으나, 브리즈힐의 고도가 높아 효과적이지 못했고, 결국 영국군은 강을 건너 브리즈힐의 대륙군을 몰아내기로 결정했다. 이리하여 미국 독립 전쟁 초기에 벌어진 치열했던 전투인 벙커힐 전투의 막이 올랐다.
3. 양측의 전력
3.1. 영국군
- 지휘관: 토마스 게이지 소장(영국군 북미 총사령관), 윌리엄 하우 소장(벙커힐 전투 지휘관), 존 버고인 소장, 헨리 클린턴 소장
- 병력: 3,000명(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보스턴 주둔 병력을 포함하면 약 6,000명)
3.2. 대륙군
- 지휘관: 아르테마스 워드 소장(매사추세츠 지역 총사령관), 이즈라엘 퍼트넘 소장(벙커힐 전투 지휘관), 윌리엄 프레스콧 대령(브리즈힐 지휘관)
- 병력: 2,400명(직접 참전하지 않은 보스턴 포위 병력까지 포함하면 약 15,000명)
4. 전투 경과
6월 17일 오후 2시, 윌리엄 하우 소장이 이끄는 영국군이 찰스타운 반도의 동쪽 해안에 상륙했다. 그러나 하우는 브리즈힐의 대륙군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증원군을 요청했으며, 우선 대륙군의 주력이 배치된 브리즈힐을 피해 북쪽해안을 따라 벙커힐을 공격했다. 하지만 영국군을 발견한 대륙군 역시 이 틈을 타 증원군을 요청하고 자신들의 요새를 보강했다. 영국군의 공격은 거의 성공할 뻔 했지만, 존 스타크 대령이 지휘하는 뉴햄프셔 민병대를 중심으로 한 대륙군의 증원군에 의해 저지되었다.한편, 영국군 좌익은 찰스타운 마을 남쪽에 집결하고 있다가 대륙군 저격수로부터 총격받아 많은 사상자를 냈다. 이에 하우는 해군에 저격수들을 제거하는 데 협조해달라고 요청했고, 해군은 즉시 찰스타운 마을을 연막탄으로 포격하게 한 뒤 해병대를 상륙시켜 마을에 불을 지르게 했다. 그러나 바람이 너무 강해 연막탄의 연기가 효과적으로 연막을 형성하지 못했고, 상당수 저격수들은 찰스타운 마을에서 빠져나온 후에도 은신처에 몸을 숨긴 채 영국군을 저격해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
오후 3시에 영국쪽에도 증원군이 도착하자, 하우는 2차 공격을 결심했다. 이번에는 1차에 공격한 북쪽 해안에는 조공을 가하는 동시에 브리즈 힐에 주공을 가하는 계획이었다. 본래 이 공세는 포병대의 지원 사격이 계획되어 있었지만, 공교롭게도 당시 영국 포병대가 소지하고 있던 6파운드짜리 대포에 12파운드짜리 포탄이 지급되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포격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브리즈힐을 올라가는 영국군은 거친 지형과 목초지에 설치된 울타리, 그리고 6월의 뜨거운 햇볕과 불타고 있는 찰스타운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고통받았다. 반편 "상대 병사의 눈동자 흰자위가 보일 때까지 사격하지 말라"라는 명령을 받은 대륙군 병사들은 엄폐물로 보호받은 상태로 상대방을 기다렸다가 영국군에 일제사격을 가했고, 영국군은 척탄병 지휘관 제임스 애버크롬비[1]를 필두로 엄청난 피해를 입고 후퇴했다. 이들을 수습한 로버트 피곳 중령이 재차 돌격을 감행해 총격전을 벌였으나 이역시 엄청난 피해를 입고 실패했다. 그러나 대륙군에도 위기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훈련이 부족한 민병대는 점차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고 있었다. 퍼트넘은 브리즈힐에 증원군을 파견했지만, 명령대로 이동하지 않은 병력이 태반이었고, 브리즈힐에서 총격전을 벌인 민병대 병사들에게서는 대규모로 탈영이 발생했다.
한편 영국군의 하우 소장은 부상자들을 보스턴으로부터 이송하고 보스턴 시내를 지휘하던 클린턴에게 증원군을 요청했다. 클린턴은 시내에 주둔하던 해병대를 비롯한 예비병력에 일부 부상병을 더해 추가 병력을 조직했다. 세번째 공세는 두번째 공세와 비슷했지만, 이번에 북쪽 해안은 완전히 위장 공격이었고, 주공은 총검돌격으로 이루어졌다. 반면 브리즈힐의 대륙군은 탄약이 완전히 소진된 상태였고 지원군이 제때에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이상 저항할 여력을 상실하고 브리즈힐과 벙커힐에서 패주했다. 이때 브리즈힐의 지휘관 프레스콧 대령은 칼을 들고 백병전을 벌였고 조제프 워렌 소장[2]은 대륙군이 탈출할 시간을 주기 위해 일부 병사들과 함께 후미에서 적군과 맞서 싸우다가 한 영국군 병사의 총검에 찔려 죽었다. 퍼트넘 소장은 벙커힐에서 전열을 재정비하려 했지만 병사들이 뿔뿔이 흩어지자 어쩔 수 없이 오후 5시 경에 찰스타운 반도를 포기하고 케임브리지의 요새화된 위치로 후퇴했다. 이리하여 영국군은 찰스타운 반도 장악에 성공했다.
5. 결과
영국군은 벙커힐 전투에서 약 1,150명의 사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투에 투입된 병력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영국군의 지휘관 중 한명이었던 헨리 클린턴 장군은 피로스의 승리라면서 "이따위 전투를 몇번만 더했다간 영국군이 아메리카에서 쫒겨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대륙군은 450명의 사상자를 기록했다. 사실 대륙군은 벙커힐을 사수할 수도 있었지만 벙커힐에 주둔한 민병대가 끈질기게 싸우는 동안 후속부대가 이들을 돕기를 거부하고 전투를 지켜보기만 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게다가 지휘권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아서 각 부대간의 상호 소통 및 병력 이동에 심한 차질을 빚었다.하지만 영국군은 벙커힐 전투에서 막심한 피해를 입었기에 가뜩이나 열세한 전력이 더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영국군은 보스턴 포기를 고려하다가 대륙군이 1776년 3월에 도체스터 고지에서 대포를 이용해 도발하자 마침내 보스턴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영국군은 자신들의 철수를 방해하면 보스턴 시를 불살라버리겠다고 위협해 대륙군의 방해를 미연에 방지한 뒤 함대에 몸을 싣고 철수했고, 대륙군은 그 직후에 보스턴에 입성했다.
6. 기타
미국에서는 당시 병사들에게 내려진 "상대 병사의 눈동자 흰자위가 보일 때까지 사격하지 말라"는 명령이 유명하지만, 누가 내렸는지, 내리기는 한 것인지 불분명하다. 사실 이는 훨씬 이전부터 화승총 사격에 대해 널리 쓰인 격언이었고, 이 전투보다 100년도 넘게 전에 구스타프 아돌프에 의해 기록되기도 했다.현재 미국 보스턴에는 벙커힐 전투를 기리는 기다란 기념탑이 있다. 전시실도 있으며, 미국의 애국주의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다. 한편 이 전투에서 참전한 한 병사가 무릎에 총을 맞고 후에 퇴역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