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25 14:13:27

사정판결


事情判決
1. 개요2. 상세3. 실례4. 유사 제도

1. 개요

행정소송법 제28조(사정판결) ① 원고의 청구가 이유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도 처분등을 취소하는 것이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 이 경우 법원은 그 판결의 주문에서 그 처분등이 위법함을 명시하여야 한다.
②법원이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판결을 함에 있어서는 미리 원고가 그로 인하여 입게 될 손해의 정도와 배상방법 그 밖의 사정을 조사하여야 한다.
③원고는 피고인 행정청이 속하는 국가 또는 공공단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제해시설의 설치 그 밖에 적당한 구제방법의 청구를 당해 취소소송등이 계속된 법원에 병합하여 제기할 수 있다.
행정소송에서 원고의 청구가 이유가 있으나, 처분 등을 취소하는 게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판단한 경우 법원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말한다.

이처럼 법적으로는 불법이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행정소송 중 취소소송만 인정하며, 무효등확인소송과 부작위위법확인소송에서는 인정하지 않는다.

판례는 법치주의, 특히 법적 안정성의 원리에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요건을 엄격하게 보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는 사정판결의 화해적 기능에 주목하면서 사정판결을 확대하자는 주장도 있다.

2. 상세

당해 처분 등을 취소하면 공공복리에 현저히 반한다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은 피고 행정청에 있다.[1]

이 때 판결의 주문에는 당해 처분등이 위법하다는 사실과 함께[2], 원고에게 적당한 구제방법도 명시한다. 따라서 원고는 손해배상, 국가배상 등을 청구하여 구제를 받을 수 있다. 본안판단에서 위법성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다른 요건상 문제가 없다면 비교적 용이하게 국가배상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3] 사정판결의 경우는 아래에도 언급되지만, 당장 소송비용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반드시 사정판결이라는 것을 언급한다. 시험 문제에서는 '기각'을 '각하'로 자주 바꿔서 물어보는 경우가 많은데, 본안심리를 해야만 사정판결을 내릴 수 있으므로 기각이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라고 할 사람들을 위해서 좀 쉽게 예를 들어서 설명해보면 이런 식이 된다.
A 시에 거주하는 시민 B는 자기가 가진 땅 주위에 공공건물이 들어서게 되었다는 것을 듣게 되었다. 그러면 토지수용에 대한 보상이 있기 때문에 보상이 얼마나 나올까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토지수용 및 보상공고가 나오지 않아서 '내 땅은 수용되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수천억짜리 건물이 들어섰는데, 건물과 그 부지 및 도로가 B의 땅을 지나가고 있었다. A시의 실수로 B에 대한 토지수용 및 보상처리를 하지 않고 넘어간 것이다. B는 A시의 행정에 대해서 엄청나게 분노했기 때문에 보상도 필요없고 위법확인 및 건물철거와 원상회복 소송을 제기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라면 어떻게 되는가 하면, 법대로만 하자면 B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의 사유지를 불법 수용해서 그 자리에 올라간 건물 및 시설을 불법건물이기 때문에 토지 소유자의 의사대로 철거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면 어마어마한 국고손실 및 관련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법원은 법대로 하면 니말이 맞기는 한데, 니 말을 들어주면 피해가 너무 커서 안되겠다라고 하면서 원고의 소송을 기각하는 것이다. 이 경우, A시는 B에게 만일 법적으로 토지를 수용했을 때에 해당되는 보상금 및 추가적인 이자 등을 지불하고, 소송비용 역시 A시가 부담하게 된다. 소송 비용은 기본적으로 패소자가 법적 책임에 의거해서 분배되는데, 사정판결의 경우는 법적으로는 원고 승소이지만 현실적 이유로 기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송 비용을 원고에게 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3. 실례

예로 든 B의 경우는 좀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사정 판결이 나오는 가장 흔한 경우가 바로 도시계획이나 국고주도 거대토목사업 등이다. 2015년의 예를 들자면 부산광역시 남구 대연동의 재개발관련 행정소송에서 관리처분 계획을 위반하였으나 수천호 아파트가 건설되어서 이미 분양이 완료되었음을 이유로 해서 사정판결이 나온바 있다.

이외에도 과거 로스쿨의 도입시 평가 위원에 해당 대학의 교수가 있었다는 이유로 타 대학에서 제기한 로스쿨 인가 취소소송에서도 해당 대학에 로스쿨을 인가한 교육부의 처분에는 위법함이 있지만, 이미 입학해버린 학생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대법원에서 사정판결을 내린 바 있다. #

4. 유사 제도

행정심판에서도 이와 똑같은 제도인 사정재결을 두고 있다.
행정심판법 제44조(사정재결) ① 위원회는 심판청구가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도 이를 인용(認容)하는 것이 공공복리에 크게 위배된다고 인정하면 그 심판청구를 기각하는 재결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위원회는 재결의 주문(主文)에서 그 처분 또는 부작위가 위법하거나 부당하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② 위원회는 제1항에 따른 재결을 할 때에는 청구인에 대하여 상당한 구제방법을 취하거나 상당한 구제방법을 취할 것을 피청구인에게 명할 수 있다.
③ 제1항과 제2항은 무효등확인심판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상법에서는 이와 비슷한 재량기각을 두고 있다.
제189조(하자의 보완 등과 청구의 기각) 설립무효의 소 또는 설립취소의 소가 그 심리중에 원인이 된 하자가 보완되고 회사의 현황과 제반사정을 참작하여 설립을 무효 또는 취소하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법원은 그 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
제379조(법원의 재량에 의한 청구기각) 결의취소의 소가 제기된 경우에 결의의 내용, 회사의 현황과 제반사정을 참작하여 그 취소가 부적당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법원은 그 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
원칙대로면 회사에 대한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가 이유 있어 청구를 인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현황과 제반사정을 참작하어 그 청구를 인용하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법원이 기각할 수 있다.
상법 제189조는 설립무효/취소의 소의 경우만 정하고 있지만, 다음과 같은 소에서도 제189조를 준용하고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주식교환무효의 소(제360조의14 제4항, 제189조), 신주발행무효의 소(제430조, 제189조), 감자무효의 소(제446조, 제189조), 합병·분할합병 무효의 소(제530조의11 제1항 및 제240조, 제189조)
또, 결의취소의 소(제379조)도 비슷한 재량기각 조문을 두고 있다. 다만, 제189조와 달리 '하자가 보완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차이점이 있다.

한편, 가사소송에서 항소법원은 항소가 이유 있는 경우에도 제1심 판결을 취소하거나 변경하는 것이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지 아니하거나 가정의 평화와 미풍양속을 유지하기에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항소를 기각할 수 있다(가사소송법 제19조 제3항).
그러나 이는 실제 적용된 예가 거의 없고 제도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있어 이를 삭제한 전부개정안이 2017년에 제출되었으나 폐기되었고 2022년 다시 제출되어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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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렇다고 행정청이 사정판결을 구하는 주장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법원이 사정판결을 못내리는건 아니다. 당사자들이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법원이 직권으로 사정판결을 내릴수 있다. (판례:대판 1995.7.28 95누4629)[2] 이처럼, 사정판결의 의미는 본래 위법인 것을 적법한 것으로 바꾸어 보겠다는 취지가 절대 아니고, 위법함에도 피치 못할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예외적으로 효력만을 존속시키겠다는 취지를 가진다.[3] 국가배상법상 위법에 관한 해석에 따라 기판력의 작용 여부는 다르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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