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 김혜진 단편소설 | |
장르 | 한국소설 |
저자 | 김혜진 |
출판사 | 우주라이크소설 |
출간 정보 | 2024.02.14 |
독점 감상 | 리디 https://ridibooks.com/books/5487000001 |
작가 김혜진이 2024년 2월 리디에서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놀이터 옆에 주차된 차를 망가뜨린 아이들에게 합의금 대신 손 세차 심부름을 시키는 부부를 보며 주인공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이야기다.
혹시 예전에 방송에 나오지 않으셨어요?
다시금 상대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올라왔다. 대부분 기우에 그쳤지만 아주 터무니없는 걱정은 아니었다. 그건 오래도록 그녀를 괴롭혀온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공포였다.
저기요, 혹시 방송에 나왔던 그분들 아니에요?
오랜 시간, 그녀는 사람들이 무심코 던지는 그런 질문에 시달렸다. 몸이 안 좋거나 기분이 곤두섰을 땐 정말이지 심장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진짜 그랬다. 그녀가 전남편 엄상진과 함께 방송(그 프로그램의 이름은 '다정한 우리 이웃'이었다)에 출연한 직후, 그땐 정말 대단했다. 사람들은 그들을 금방 알아보고, 갑자기 말을 걸었고, 악수를 청했고, 딱하다는 듯 지폐 몇 장을 건네기도 했다. 목요일 오전에 방영되는, 시청률이 채 1%도 되지 않는 그 프로그램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볼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알았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않았으면 하지 않았을 일이 그것 하나뿐만은 아니었으나 그 일은 그녀의 삶의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겼다. 이후 방송은 짤막하게 편집되어 인터넷을 떠돌았고, 동정과 응원, 충고와 유언비어 같은 몇 개의 카테괴로 묶을 수 있는 댓글이 꾸준히 달렸다. 이혼한 후에도 상황을 바뀌지 않았다. "넉넉하진 않아도 사랑이 넘치는 가정이네요.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그녀는 그런 댓글을 본 걸 마지막으로 더는 그 방송을 찾아보지 않았다.
뭐랄까. 그 방송은 이상한 데가 있었다. 방송은 볼 때마다 조금씩 달라졌고, 이전엔 보이지 않았던 모습이,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장면이 어떤 암시처럼 다가왔다.
<세차> 본문 중에서
다시금 상대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올라왔다. 대부분 기우에 그쳤지만 아주 터무니없는 걱정은 아니었다. 그건 오래도록 그녀를 괴롭혀온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공포였다.
저기요, 혹시 방송에 나왔던 그분들 아니에요?
오랜 시간, 그녀는 사람들이 무심코 던지는 그런 질문에 시달렸다. 몸이 안 좋거나 기분이 곤두섰을 땐 정말이지 심장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진짜 그랬다. 그녀가 전남편 엄상진과 함께 방송(그 프로그램의 이름은 '다정한 우리 이웃'이었다)에 출연한 직후, 그땐 정말 대단했다. 사람들은 그들을 금방 알아보고, 갑자기 말을 걸었고, 악수를 청했고, 딱하다는 듯 지폐 몇 장을 건네기도 했다. 목요일 오전에 방영되는, 시청률이 채 1%도 되지 않는 그 프로그램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볼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알았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않았으면 하지 않았을 일이 그것 하나뿐만은 아니었으나 그 일은 그녀의 삶의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겼다. 이후 방송은 짤막하게 편집되어 인터넷을 떠돌았고, 동정과 응원, 충고와 유언비어 같은 몇 개의 카테괴로 묶을 수 있는 댓글이 꾸준히 달렸다. 이혼한 후에도 상황을 바뀌지 않았다. "넉넉하진 않아도 사랑이 넘치는 가정이네요.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그녀는 그런 댓글을 본 걸 마지막으로 더는 그 방송을 찾아보지 않았다.
뭐랄까. 그 방송은 이상한 데가 있었다. 방송은 볼 때마다 조금씩 달라졌고, 이전엔 보이지 않았던 모습이,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장면이 어떤 암시처럼 다가왔다.
<세차>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