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신의 딸로 택한 것은 신의 몫인지 모르나 내가 좀 더 나은 아무르의 신녀가 되기 위해 온갖 고행을 견딘 것은 결국은 내 몫.. 나의 의지인 것이야..
얼마나 많은 목숨들이 이 거친 세상에서 한갖 이름없는 들풀로 살다 서럽게 스러지는지.. 조금 외롭다 해서 유난한 불행은 아닌 것이야..
1. 개요
불의 검의 등장인물.2. 설명
아무르 민족의 신녀.적조차 감싸안을 수 있는 넓은 포용력과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모든 이의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이나 동시에 단호함과 강인함도 겸비한 이상적인 여성이다. 신녀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치유하고자 애쓰는 성녀에 가까운 인물. 아무르 족 사이에서는 모주(母主) 신녀로써 추앙받고 있다.
신정일치 사회에서 신정분리 사회로 나아가는 과도기에서, 한편으로는 제사장의 위치에서 나라 잃은 아무르 족의 정신적 의지처가 되려 애쓰고, 다른 한편으로는 뛰어난 신통력과 군사적 지략으로 아무르 족이 카르마키 족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게 애쓴다.
카르마키의 무녀 카라와는 위치상 대척점에 서 있지만, 카라의 아픔도 이해하고 있다. 그녀 자신이 여인들의 아픔이나 고통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르의 왕 천궁 및 전사대 수장인 아사와는 어린 시절 함께 공부하며 자란 친구 사이이며, 자라서는 세 사람이 함께 아무르를 이끌어가는 동지 사이가 되었다. 아사를 사랑하고 있으나 신녀로서의 임무와 책임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있다. 게다가 자신의 사촌동생 비파녀와 결혼한 천궁이 자신을 짝사랑하고 있어서, 본의 아니게 아사와 천궁이 갈등을 벌이는 원인 중 하나가 된다.
이런 여러가지 일로 많이 갈등했지만, 아사와 아라의 사랑의 고난을 잘 알고 한 발 앞서서 축복해준다. 신분 문제와 아사의 이혼 문제 등 여러 가지 물의의 빌미를 갖고 있었고 북대궁 내부에서는 아예 이를 빌미삼아 천궁에게 아사의 제거를 건의할 정도였으며, 수장회의의 의제로까지 오르는 상황에서, 그녀의 축복에 동반되는 신녀의 권위는 아사와 아라의 결혼이 공적인 인정을 받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이름만 같을 뿐 역사상의 실존인물인 고구려의 첫 왕비이자 백제 첫 왕의 어머니인 소서노와는 관계가 없다고 작가가 직접 밝혔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인간의 약은 재능과 신통력 따위보다 더욱 중요한 자기절제, 보살필 줄 아는 마음, 그것을 알고 노력하는 머언 옛날의 우리 벗, 한 여성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여러 가지로 완벽에 가까운 인물처럼 느껴지는 것은 작가의 이런 묘사 탓일 것이다.
그녀의 존재가 아무르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백성들은 그녀를 절대시하는데다가, 정치적 지도자인 천궁과 군사적 지도자인 아사까지 사실은 그녀에게 정신적으로 크게 의지하고 있다. 중원에서는 아무르를 이용해 카르마키를 견제하려하면서 동시에 아무르가 너무 강해지지 않게 적당히 분열시키려 하는데, 중원에서 파견된 제백은 아사와 천궁이라는 두 대들보가 소서노라는 지붕 아래에서 모진 빗발을 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소서노를 사이에 끼워 아사와 천궁을 이간질하려 했고, 그 이간책이 정말 먹힐 뻔 했다.
하지만 그녀 역시 힘든 아무르를 홀로 이끌어가는 신녀로서, 한 사람을 연모하는 여인으로서 고충이 크다. 다만 침착함과 자기 절제로 표현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그녀도 때때로 눈물 흘리고 슬퍼하고 기도하기도 한다. 바리와 함께 이루어지지 못하는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사람이다.
카라도 그렇지만, 신녀의 능력으로 물리적으로도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작중 표현을 보면 염동력같은 느낌. 순간이동도 사용한다.) 단, 힘을 쓰면 그 세기만큼 몸에 무리가 오는 '양날의 칼'. 그녀는 카라처럼 타인의 정기를 빨거나 염사술을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최후 결전에서 사투 끝에 카라를 쓰러뜨리지만, 그녀도 힘을 너무 사용한 탓에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 제정분리의 과도기적 단계에 와 있는 아무르이기 때문에 점점 그녀의 영향력은 약해져 갈 것이라는 암시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소서노 개인의 영향력이 약해질 것을 예측한 것이 아니라(신녀라도 영생하는 건 아니니 그녀 개인의 영향력이야 어차피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인간이' 신을 잊을 것이라는 것, 즉 신녀로 상징되는 초월적 존재에 의지하는 사회상이 변화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불의 검>의 결말부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큰 틀에서 거대한 역사적 흐름에 휩쓸려 그 일부가 될 것임을 암시하는 장치들이 계속 등장하고, 그 흐름에 따라 소서노, 아사, 천궁이 지키고 되찾은 아무르 부족들의 세상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암시적으로 보여주는데[1], 카라와의 최후 결전에서 승리한 소서노의 한탄 역시 빼앗긴 땅을 되찾은 이후 아무족이 살아갈 세상은 그 이전과 같지는 않을 것임을 (이전 시대의 상징 중 하나인 신녀로써) 예견한 것이라 볼 수 있다.
[1] 예를 들어 이야기의 후반부에서 천궁은 아사에 대한 열등감을 털어버리고 진정한 친우로써의 관계를 다시 확인하게 되지만, 이와는 별개로 아사는 중원과의 맹약 파기 및 전쟁 주도라는 정치적 부담을 대신 짊어져주면서 본거지를 먼 땅 (빛의 머리 거인의 산)으로 옮기게 된다. 그리고 이는 아무르 9부족 연맹의 수장(마라한)인 천궁과 카르마키 퇴치 전쟁에서 활약하여 위상이 높아진 전사대 수장(가라한)이자 푸른 용부의 수장인 아사가 서로의 권력이 충돌하지 않도록 영역을 분리시켰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즉 역사적 경험을 통해 해석하면 이전까지 부족연맹체였던 아무르족이 카르마키족과의 전쟁이라는 위기를 거치면서 권력의 집중현상이 일어나고, 이를 통해 초기국가로 이행하는 과정에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제사장(신녀)이 족장과 맞먹는 강력한 권위를 가지는 부족사회에 비해 체제의 제도적 기틀을 어느정도 갖춘 초기국가에서는 그 영향력이 작아지는 것 역시 역사적으로 여러번 확인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