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우연히 들어온 일로 인해 행운을 거머쥔 사나이의 이야기를 담은 전래동화. 맹꽁이 서당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2. 줄거리
시골 어느 마을에 머슴 일을 하면서 근근히 살아가는 한 사내가 있었다. 머슴의 주인은 마을 내에서도 상당한 부자로 어느 날, 한양에 있는 호조참판인 사촌형에게 보낼 물건이 있어서 머슴에게 보내달라고 심부름을 보냈다. 머슴은 주인의 사촌형에게 물건을 보내주었고 참판은 열심히 일을 하는 머슴이 기특하여 노자를 10냥 정도 쥐여주었고 머슴은 그 돈으로 가족들이 겨울동안 입을 솜옷을 샀다. 그러나 남은 돈이 노자로 쓰기엔 너무 아까워 일단 무작정 길을 가기로 했다.하룻밤 동안 묵을 집을 찾아나섰지만 그것도 선비급 과객이어야 들여보내지 머슴이나 비렁뱅이는 들여주지 않는게 현실이라 허탕만 치던 중 우연히 한 집에서 그를 불러 저녁식사도 챙겨주고 잠을 잘 수 있게 할 것이니 일을 도와달라고 했다. 집으로 들어서니 중년의 아낙이 한 명 있는데, 집에 머물던 선비 한 명이 갑자기 목숨을 잃었는데 역병인지 뭔지 몰라 가족들을 가까운 친척집으로 보내고 시체방을 비울 수 없어서 자신만 이곳에 시체를 지키고 있었다고 한다. 마음씨 착한 머슴은 이를 받아들였고 아낙이 차려준 저녁을 먹은 뒤 시신을 염습하고 매장까지 도와주었다. 아낙은 무척 고마워하며 죽은 선비가 가지고 있던 의문의 통을 전해주었다.
아낙의 집에 하룻밤을 자고 일찍 나선 머슴은 한참 길을 가던 중 어젯밤 아낙이 전해준 의문의 통이 신경쓰여 일단 통을 열어보았다. 안의 내용물을 보니 두루마리 편지였다. 머슴이 그 편지를 들고 이리보고 저리봤지만 까막눈인지라 글을 몰라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침 지나가는 선비 한 명이 있어서 그 선비를 불러 편지 안의 내용을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선비가 흔쾌히 받아들여서 내용을 읽어 보았는데 그때 선비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입을 열었다.어디서 얻었는지 물어보니 자신도 우연히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선비는 그 편지는 사실 전라감사가 임금에게 전달하려 했던 편지라고 얘기했으며 머슴은 그 말을 듣고 곰곰히 생각했다. 아마도 그 선비는 편지를 전하던 중 자객들의 습격을 받아 살해당했을 것이 분명했으리라 판단하여, 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왕에게 편지를 전하자라고 마음을 먹고 다시 한양으로 달려갔다.
서둘러 한양에 도착한 뒤 궁궐을 물어물어 겨우 도착했다. 가니까 문지기가 막아서자 전라감사의 편지를 전하러 왔다 따지니 문지기는 서둘러 문을 열어 들여보냈다. 왕에게 그 편지를 전해주자 왕은 무척 놀라워하며 이렇게 훌륭한 일을 도와주었으니까 큰 상을 내릴 터이니 갓과 옷을 주고 그것을 절대 벗지말라고 당부했다. 머슴은 얼떨떨했지만 일단 왕의 명대로 갓을 쓰고 옷을 입고 서둘러 고향마을로 돌아갔다. 당연히 주인이 기겁하여 머슴을 다짜고짜 매질하고 머슴이 이건 왕의 명이니 안된다고 했지만 막무가내로 옷을 찢고 갓을 구긴 뒤 머슴을 더욱 심하게 매질해 머슴은 결국 앓아누웠다.
겨우 정신을 차린 다음 억울해서 못 살겠다 싶어 궁궐로 다시 갔다[1]. 이번에는 문지기도 막지 않고 반가워했다. 왕의 어전에 들어서자 머슴은 갑자기 대성통곡을 했다. 왕이 이를 보고 깜짝 놀라 물으니 머슴은 왕이 준 옷과 갓 때문에 주인에게 흠씬 매를 맞았다고 하소연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놀라서 서둘러 의원들을 불러 머슴의 상처를 치료하라 한 뒤 신하들을 긴급소집했다.
신하들이 전부 소집되니 그들 중 이 머슴을 둔 친척이 있냐고 왕이 얘기하자 참판이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왕은 그를 보고 노발대발하며 감히 왕이 내린 하사품을 이렇게 망가뜨린 친척을 두었으니 그 친척을 엄히 벌하든지 아니면 멸문당하는지 두고 보라고 엄포를 놓았다. 참판은 깜짝 놀라 서둘러 말을 달려 친척인 머슴의 주인집으로 달려갔다. 주인이 사촌형을 반기자 참판은 비상사태라며 외치더니 혹시 전에 왕이 내린 하사품을 받은 머슴을 매질한 적이 있냐고 물어보았고 주인은 서둘러 기록을 보니 그 머슴이 감사의 편지를 전해주러 가서 늦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참판은 이를 듣고 무척 당황하고 화가 나 "네가 아주 대형사고를 쳤구나!" 하며 "너 때문에 우리 일족이 전부 멸문당하게 생겼다!" 라고 크게 화를 내고 주인은 어쩔줄 몰라 사촌형을 붙잡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에 참판이 머리를 굴려 보니 차라리 머슴 가족을 면천시긴 뒤 땅 500마지기를 떼 주면 일이 무사히 끝나겠다고 결론이 났다. 주인은 자신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니 사촌형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해 머슴과 그의 가족을 면천시켜주고 땅까지 뚝 떼어주었다. 왕은 이를 듣고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일이 잘 풀렸다고 웃었으며, 머슴 가족은 면천된 뒤 농사를 지으며 행복하게 살았다.
[1] 머슴 본인이 간 것이 아니라 임금의 명으로 참판이 내려갔는데 머슴은 만신창이가 되고 하사품은 갈기갈기 찢어진 것을 보고 기함한다는 전개도 있다. 결말은 비슷하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