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의 멜로딕 데스메탈 밴드에 대한 내용은 아치 에너미(밴드) 문서 참고하십시오.
1. 개요
Archenemy'으뜸', '근원적'이라는 뜻의 접두사 Arch-와 적을 뜻하는 단어 Enemy의 합성어로써 최악의 숙적, 철천지원수, 불구대천의 원수라는 뜻의 단어이다.
2. 어형
archfoe, archvillian, (arch)nemesis라고도 쓰인다.arch는 접두사이므로 다음 단어 사이에 띄어쓰기가 없으니 유의하자. 이 접두사는 그리스어, 라틴어에서 비롯된 단어로, 영어의 grand와 유사하게 쓰이는 접두사. 용례로는 가톨릭에서 대주교는 grand bishop이 아니라 archbishop이다. 일반적으로 서구 봉건제에서 대공을 뜻하는 단어는 Grand Duke가 쓰이지만,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대공의 경우 archduke라고 칭한다.
arch의 발음이 /아크/, /아치/로 2가지이기 때문에 처음 보았을 때에는 발음이 헷갈릴 수 있다. 같은 뜻의 arch여도 archangel은 /아크/로 읽고 archduke는 /아치/로 읽기 때문이다.[1]
3. 의미
그 중에서도 특히 DC 코믹스의 배트맨과 조커는 아치에너미 관계의 가장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보통 아치에너미 관계를 설명할 때 배트맨과 조커가 예시로 가장 많이 나온다.
원래 아치에너미라는 말이 미국 만화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미국 만화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개념이기도 하며 미국 만화를 보는 편이 아치에너미를 이해하기가 쉽다. 아치에너미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관계인 경우가 많다.
- 서로 간에 사상적인 대립이 있을 것. 예를 들어 질서를 신봉하는 배트맨은 혼돈을 신봉하는 조커와 절대적인 대립관계에 있다. 캡틴 아메리카와 레드 스컬을 예로 들자면 같은 초인강화 혈청을 투여받았지만 한쪽은 완벽한 선인이며 다른 쪽은 완벽한 악인이라는 점에서 대립구도를 형성한다. 그런 의미에서 극과 극은 통한다의 사례도 매우 많고 그 때문에 서로 없어져선 안될 애증의 존재가 되기도 한다.
바꿔 말하면 단순한 원한으로 아치에너미 관계가 형성되진 않고, 아치에너미 관계라고 해도 개인적인 친분 정도는 있을 수도 있다.[2]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배트맨과 조커로 둘 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고, 공포에 떨지 않으며 초능력이 없는 비교적 현실에서 그나마 어느 정도 가능할 만한[3] 능력을 가졌고, 지능 면에서는 최고급이라는 등 수많은 공통점이 있으나 단 하나 배트맨은 질서를, 조커는 혼돈을 신봉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 서로가 서로를 깊이 의식하고 있고 어느 정도 감정적으로 교류가 있을 것. 어느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구애하는 관계가 아니다.
앞서 예를 든 배트맨 코믹스를 보면 조커는 자신을 배트맨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광대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배트맨은 설령 조커가 감옥에 갇혀 있더라도 곧 탈출해서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죽일 것이라고 예견한다. 이런 서로에 대한 의식 속에서 그들은 상대방을 대단히 잘 이해하고 있다.
- 서로 간에 대등한 관계일 것.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을 내려다보는 관계가 아니며 서로 간에 격이 맞는 상대다. 또한 대체로 개인 vs 개인이거나 조직 vs 조직으로 조직일 경우에도 거의 비슷한 수준일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고 상대방이 훨씬 우세할 경우 최종 보스에 가까우며 최종보스는 주인공에게 반드시 쓰러지는 전개가 많아진다.
- 서로가 서로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 것. 사상적인 것뿐만 아니라 부모나 소중한 사람을 죽이거나 삶을 파탄내고, 사회적으로 말살시킨 불구대천의 적과 그것에 폭발하여 그들의 가족까지 없애버리거나, 흔적도 없이 죽여버리는 주인공이 이런 예다.[4]
그렇지만 부모나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원수가 꼭 아치에너미이거나 아치에너미가 되는 조건에 해당되는 건 아니다. 당장 배트맨의 부모를 죽인 조 칠이나 벤 파커를 죽인 강도 데니스 캐러딘이 배트맨과 스파이더맨의 아치에너미인 건 아니듯이 말이다. 물론 아치에너미가 된 빌런이 주인공의 부모나 가족을 가지고 히어로를 협박하거나 공격할 수는 있지만 그 반대로 주인공의 부모를 협박하거나 공격했다고 아치에너미가 성립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어디까지나 이는 오래 싸우다보니 생기는 부작용, 혹은 원래 숙적들 간 갈등의 수단에 불과하지 아치에너미의 조건인 건 아니다. 오히려 개인적인 원한이 없으면서도 아치에너미가 되는 경우가 훨씬 더 철학적이고 격조높은 관계가 되는 경우가 많다. DC와 마블의 가장 유명한 아치에너미 관계인 배트맨과 조커, 캡틴 아메리카와 레드 스컬의 관계는 결코 개인적인 원한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슈퍼맨과 렉스 루터같은 경우도 마찬가지.[5] 서로가 서로를 창조하는 느낌이 강하다.
3.1. 유사개념과의 차이
라이벌과 비슷해 보이지만 라이벌은 서로 공감하는 지향점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에 있는 인물을 의미한다.[6] 물론 라이벌임과 동시에 아치에너미인 관계도 있을 수 있지만 라이벌이 곧 아치에너미인 것은 아니다.[7] 아치에너미는 라이벌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주인공과 대립하는, 가장 악랄하며 악연이 깊은 상대거나 경우에 따라 제일 많이 상대한 적으로 나온다. 즉, 라이벌은 악역이라도 원한 관계나 어그로를 끄는 것이 없고 정정당당하게 주인공과 싸우고 서로 간의 생각과 사상을 공유하는데 비해 숙적은 악역이면서 비열하고 야비한 짓을 일삼고 증오심과 대면하면 분노와 증오가 끓어오른다.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아치에너미는 주인공에게 있어 가장 비중이 큰 적이기 때문에 결국 최종 보스가 되는 경우도 있다.[8] 최종 보스가 다 아치에너미인 것은 아니고, 중간 보스 내지는 중요 간부 역할을 맡는 경우도 많이 있다.
오히려 최종 보스란 어느 인물의 숙적이라기보다는 그 세계관 전체의 공적이기 때문에 아치에너미와는 확연히 다르다. 한 예로 슈퍼맨의 아치에너미는 렉스 루터지만 최종 보스는 둠스데이나 다크사이드이다. 하지만 최종 보스 역시 주인공과 더불어 작품의 한 축을 이루는 주요 인물이기 때문에 아치에너미까지는 아니더라도 주인공과의 관계가 중요하기는 하다.[9][10]
4. 관련 문서
[1] archangel은 그리스어 ἀρχάγγελος (ἀρχι- + ἄγγελος)에서 따온 라틴어 archangelus에서 왔다. archangelus는 /아크앤겔러스/로 발음한다. 반면 영어 접두어 arch-는 ἀρχι-에서 유래한 라틴어 archi-에서 왔다. 결과적으로 뿌리는 같다. 그러면 archangelical과 같은 단어는 /아크앤젤리컬/이라고 읽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골때리게도 이 단어는 arch- + angel + -ical로 이루어져 /아치앤젤리컬/로 발음한다.[2] 대표적으로 블랙잭과 닥터 키리코가 이렇다. 이 둘은 사상 면에서는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관계지만 어쩌다 술을 함께 마시는 경우도 있다. 물론 아치에너미인 만큼 아무 때나 만나서 술을 마시는 건 당연히 아니고 주로 자신들의 의사로써 한계를 느끼게 되고 거기에 서로 동조했을 경우 함께 자조하면서 마시게 된다. 당연히 그런 경우가 많지는 않기 때문에 보통은 술을 마시러 가기는커녕 서로 말다툼부터 한다. 주로 블랙잭이 시비를 걸고 키리코가 능글맞게 넘기지만.[3] 물론 초능력이 없다는 의미에서 평범하다는 것이지 인간으로서는 거의 최고봉이다.[4] 이 문단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메탈슬러그 시리즈의 마르코 롯시와 도널드 모덴으로 둘 다 서로가 속한 조직 때문에 소중한 사람을 잃은 과거가 있다. 마르코는 모덴군의 쿠데타 때문에 자신의 스승을 잃었고, 모덴은 정규군의 병크로 인해 처자식을 잃었다.[5] 배트맨과 조커는 질서 vs 혼돈, 히어로 vs 히어로에 집착하는 빌런. 캡틴 아메리카와 레드 스컬은 선 vs 악. 슈퍼맨과 렉스 루터의 경우는 인외 vs 인간, 혹은 슈퍼히어로/신적인 존재 vs 인간, 선한 외계인 vs 악한 지구인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6] 몇몇 케이스를 빼면 선역이고 주인공과 힘을 합치는 케이스 역시 상당수 존재한다.[7] 이런 케이스의 예시로 토니 스타크와 스티브 로저스를 들 수 있다.[8] 대표적으로 해리포터 시리즈의 볼드모트와 마블 코믹스의 닥터 둠. 둘 다 메인 주인공들의 아치에너미이자 최종보스이다.[9] 이것이 지나치게 미흡할 경우 그 캐릭터에 대한 평가가 매우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레너드 테스타롯사, 페아포의 아마쿠사 시로 도키사다. 사실 레너드 테스타롯사의 경우 최강의 적이긴 해도 행동원리에 직관적인 면이 부족하다보니 가우룽이라는 희대의 광인의 포스에 눌려버렸다. 아마쿠사의 경우는 캐릭터 자체가 문제인 건 아닌데, 아마쿠사 본인이 주인공와는 워낙 접점 자체가 없다보니 최종 보스가 주인공에게 별로 신경을 안 쓰게 되었고 이는 작품을 질을 깎아먹는 요인이 되었다.[10] 사실 풀 메탈 패닉의 레너드 테스타롯사는 가우릉에 비해 주인공 사가라 소스케와 별 접점이 없는 인물이라 아치에너미가 아닌 단순한 최종 보스에 불과하고 모든 면에서 사가라는 가우릉과 대립하는 아치에너미 관계(미친놈들 사이의 정상인 vs 정상인들 사이의 미친놈)이다. 반면 레너드 테스타롯사는 오히려 여동생 테레사 테스타롯사의 아치에너미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