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시어도어 카진스키의 범행을 정리한 문서,2. 유나바머
↑ FBI가 1987년에 작성한 유나바머의 몽타주 |
카진스키가 노린 주된 목표는 대학 교수나 박사 등 지식인 계층과 항공사였고 위력은 약한 편이었지만 지속적으로 부상자를 냈다. 사건을 접수한 미국우편검열국에서 처음으로 조사를 시작하였고, 테러가 항공기 운항에까지 차질을 주게 되자 FBI와 ATF에서도 수사에 참여했다. 하지만 우편물의 발신인 확인이 되지 않던 상황이어서 해당 인물의 인적 사항도 알 수 없었고, FBI는 해당 테러리스트가 주로 대학교와 항공사에 폭발물을 보낸다는 것에 착안해 University와 Airline의 첫머리에 Bomber를 결합해서 '유나바머(Unabomber)' 라고 불렀다.
수사가 지지부진한 와중에도 계속 미국 각지에서는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미확인 폭발물에 의한 사고가 잇따랐다. 게다가 폭발물의 위력도 점점 강해져 피해자들이 실명이나 수족 절단 등을 당하는 중상을 입었고 1985년에는 캘리포니아에서 최초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1987년 솔트레이크시티 테러 이후 약 6년 동안은 유사 범죄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1993년부터 다시 폭탄 테러가 감행되기 시작했다.
카진스키는 이제 폭탄 우편물만 보내지 않고 테러 대상에 오른 이들에게 협박 편지를 보내는 등 한층 대담한 테러 행각을 시작했고, 1994년과 1995년에는 각각 PR 업계의 중역과 캘리포니아 산림 연맹의 회장이 폭발물 우편으로 잇따라 사망했다. 이렇게 해서 총 스물두 명의 중경상자와 세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테러가 일단 마무리 되었다. 물론 정말 끝난 건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테러 협박 편지의 대상에는 미국의 주요 정치권 인사들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의 협박 편지로 인해 시카고의 공항 전체가 1주일 이상 폐쇄되었으며 항공교통편이 붕괴되었다.
마지막 폭탄 테러 후인 1995년 9월, 그는 35,000글자와 232절로 이루어진 52페이지의 혁명 선언문 '산업사회와 그 미래' 를 희생자의 가족들과 언론사에 익명으로 발송하였다.한국어 번역본 카진스키는 이 선언문에서 무분별한 산업화에 반대하는 대규모 세계 혁명을 주창하고 이 선언문을 뉴욕 타임스와 같은 일간지에 올리지 않는다면 자신의 테러를 멈출 수 없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 제안의 수용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였는데, 테러범과의 타협은 대외적으로 FBI의 수사능력 부족을 인정하는 꼴이었고, 이와 동시에 테러범의 승리와 미국 정부의 패배를 상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뾰족한 수가 없었기 때문에 미국 법무장관 재닛 리노와 FBI 국장 루이 프리의 동의하에 선언문을 언론을 통해 공개하였으며 '공공 안전에 대한 우려와 범인의 추적이 목적'이라고 설명하였다.
3. 난항
유나바머의 범죄 행각은 개인적인 원한 관계에 의한 테러가 아니었고 미국 각지에서 산발적으로 터지고 있던 터라 수사에 굉장한 어려움을 주었다. 게다가 웬만한 증거물도 남지 않은 폭발물 테러였고, 불발 사례도 16건 중 단 두 건뿐이었던 점에서 상당한 정확성을 보여주었다.그는 폭발물 제조와 관련해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심지어 아메리칸 항공 444편 폭탄 테러 당시에는 폭탄을 공중에서 폭파하기 위해 고도계를 사용하기까지 했다. 그는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주워 폭탄을 만들었으며 원시적인 용광로에 쇠를 녹이기도 했다. 그리고 폭탄의 가장 단단한 부품에는 FC라는 자신의 이니셜을 남겼다.[1]
FBI는 최초 조사때 용의자가 낮은 지능(IQ 90 정도)에 저학력이며 항공사에서 블루칼라(정비공 계열)로 일해 폭발물 관련 지식이 해박하고 직장에서 해고당해서 증오심을 가지고 테러를 한 남성이라고 추정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카진스키는 IQ 130 이상의 높은 지능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고학력자였고 실험과 독서를 통해 폭발물 관련 지식을 가졌으며 이념적인 이유로 테러를 저질렀고 연구실적이 충분했음에도 스스로 교수직을 박차고 나왔다. FBI가 범인을 저학력의 블루칼라 출신이라고 치부하고 잘못된 프로파일링을 고집한 것이 수사가 난항을 겪는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2] 카진스키는 단순한 불만으로 범죄를 일삼는 평범한 범죄자와는 판이한 확신범이었다.
그는 폭탄에 어떠한 지문이나 DNA도 남기지 않았으며 일부러 추적이 어려운 오래된 우표를 사용했다. 수사를 혼란스럽게 하기 위해 가짜 증거들을 첨가하기도 했으며 이런 교란 작전은 매우 유효하게 먹혀들어서 FBI 내부에서도 수사방향이 천차만별이었다. 유나바머를 봤다는 제보전화는 2만 통에 달했으며 자신이 유나바머를 볼 수 있는 투시능력자라는 인물들까지 등장했다.
4. 검거
유나바머의 테러 행위 후반기에 뭔가 결정적일 만한 단서를 제공한 인물이 나타났는데, 바로 동생인 데이비드 카진스키였다.[3] 데이비드는 1978년 이래로 형이 가족들과 일체의 연락을 끊고 지내고 있어서 형이 유력한 용의자였는지 어쨌는지도 몰랐지만, 1995년에 언론에 공개된 선언문 산업사회와 그 미래를 읽어보고는 형의 문체와 상당히 비슷하다며 FBI에 연락을 취했다.FBI도 그동안 손가락만 빨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그동안 진보한 수사 기법을 총동원해 주요 테러 지역이 시카고(일리노이)-솔트레이크 시티(유타)-샌프란시스코(캘리포니아) 축선에 집중되어 있는 점을 들어 유나바머가 이 축선에 해당하는 지역 출신이거나 그 지역에 장기간 거주하고 있는 인물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FBI는 데이비드가 제공한 형의 과거 논문이나 이런저런 글과 선언문을 언어학자까지 불러 정밀 대조한 결과, 시어도어 카진스키가 유나바머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결론지었다.
카진스키가 유력한 용의자라고 단정한 FBI는 약 두 달 동안 해당 축선 상에서 그의 거처를 수색했고, 1996년 4월 3일에 몬태나 주 링컨 블랙풋 강가에서 마침내 검거에 성공했다. 수사관들은 카진스키의 너저분한 이동식 오두막에서 폭발물 제작에 사용한 도구와 재료들, 발송 채비를 마친 완제품 폭발물 외에 선언문의 타이프 원문과 40,000페이지에 달하는 자필 원고[4]를 유력한 증거물로 압수했다.
유나바머 검거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 동생 데이비드 카진스키는 FBI가 내건 현상금 100만 달러를 받았지만 현상금 대부분은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나눠주었고 형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사형만은 면해 줄 것을 청하며 대신 용서를 구했다.
5. 심리 검사
체포 이후 1996년 5월 1일에 실행된 심리검사에서 53세인 테드 카진스키의 웩슬러 지능검사(WAIS-R) 결과는 표준편차 15 기준 136이었다.# 카진스키의 언어성 지능은 138, 동작성 지능은 124를 기록했다.[5] 기억지능 검사인 WMS-R에서는 Visual Paired Associates Test가 평균정도 수치로 비교적 낮았고 나머지는 매우 우수했다.카진스키의 심리평가를 주관한 샐리 존슨(Sally Johnson)은 카진스키가 극도로 내향적이고 DSM-IV에 정의된 편집성 성격장애가 있으며 타인이 주는 수치나 조롱에 대단히 민감하다고 밝혔다. 존슨의 진단에 따르면 카진스키는 망상장애도 있는데 충분한 근거없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착취하거나 속이고 있다고 의심하며 사회적 억제, 현대 산업 발달에 대한 심각한 과민반응이 있었다. 또한 이성과 연애관계에 대한 갈망이 있었으나 인생 내내 성적 친밀관계를 이루지 못했고[6] 그에 따른 실망감과 자기 혐오가 이성과 타인에 대한 증오로 변해 이는 살인의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이러한 정신병적 문제는 카진스키의 업무, 대인, 자기관리에서 문제를 만들었다. 그의 반사회적 성격 특성은 타인을 상처입히고 권리를 빼앗는 것에 매우 무관심하며 이는 범법 행위를 반복적으로 하는 것에서 드러난다. 카진스키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죄책감을 방어기제를 통해 거의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검사결과를 기각했다. 설령 카진스키에게 이러한 정신병리적 문제가 있어도 재판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이해와 변론에 대한 취합적 선택 및 의사결정 능력이 충분히 있으며 재판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당시 재판을 맡았던 갈런드 버렐 판사는 이와 같이 말했다.
I find him to be lucid, calm. He presents himself in an intelligent manner. In my opinion, he has a keen understanding of the issues. He has already seemed focused on the issues in his contact with me. His mannerisms and his eye contact have been appropriate. I know there’s a conflict in the medical evidence as to whether his conduct, at least in the past, has been controlled by any or some mental ailment, but I’ve seen nothing during my contact with him that appears to be a manifestation of any such ailment. If anything is present, I cannot detect it.
제가 보기에 그는 침착하고 명료합니다. 그는 자신을 지성적으로 표현합니다. 제 의견으로는, 그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사안을 날카롭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와 만났을 때, 그는 재판 내용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행동과 시선처리는 적절했습니다. 그가 과거에 어떤 정신질환을 앓았다는 의학적 증거가 있다는 사실은 알겠으나, 제가 그와 만나는 동안에는 어떠한 정신질환의 징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신질환이 있다고해도, 저에겐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는 침착하고 명료합니다. 그는 자신을 지성적으로 표현합니다. 제 의견으로는, 그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사안을 날카롭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와 만났을 때, 그는 재판 내용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행동과 시선처리는 적절했습니다. 그가 과거에 어떤 정신질환을 앓았다는 의학적 증거가 있다는 사실은 알겠으나, 제가 그와 만나는 동안에는 어떠한 정신질환의 징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신질환이 있다고해도, 저에겐 보이지 않습니다.#
6. 재판
카진스키는 자신의 오두막을 수색할 때 발부된 수색영장의 법리적 근거 부족을 바탕으로 증거를 무효화하기 위한 공격논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의 변호사들은 가족들에게 대중들 앞에서 그의 정신이 비정상임을 어필시키도록 지시하고, 그를 심각한 조현병 환자로 포장해 사형 대신 무기징역으로 감형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사법거래까지도 시도되었다.이런 움직임에 카진스키는 몹시 불쾌해했다. '범죄에 대한 사리구분이 불가능한 정신분열증 환자'라는 판정이 유나바머로서의 자신의 업적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신의 의사를 묻지 않고 정신분열증으로 어필한 변호인단을 스스로 해고하려 했다. 그는 두번째 변호사를 고용해서 사법거래를 취소하려고 했지만 판사에 의해 기각되었고, 이에 감옥에서 자살을 시도했으나 의료진의 치료로 사망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정신 이상자로 판정받는 대신 유죄를 인정하는 사법거래를 선택했고 덕분에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 Freedom Club의 약자였다.[2] "맨헌트 유나바머"에서도 저학력의 해고노동자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힌 간부들과 백지 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할 것을 주장하는 신참 프로파일러간의 갈등이 계속해서 그려진다.[3] 형만큼 고학력을 지니지는 못했지만 그 역시 형 못지않게 상당히 지적이며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거의 미국의 최상위권 엘리트 코스를 거친 형에 비해서라는 말이지, 데이비드 본인 역시 명문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고학력자다. 사건 이후 그는 사회운동가와 자선사업가로 일하고 있다.[4] 이 원고들 중에는 암호(이른바 Kaczynski's Ciphers)로 작성된 것들도 상당수 있었는데, 수학자답게 상당히 복잡한 암호였다. FBI는 테드 카진스키의 체포 후 10년이 지나서야 그의 오두막에서 우연히 암호 키를 찾고 나서 해독에 성공할 수 있었다. 치환 암호를 바탕으로 한 이중 암호였는데 내용은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암호의 자세한 사항은 2015년이 되어서야 공개했다.[5] 이렇게 큰 차이로 낮은 동작성 지능 수치는 해당 피험자가 장기적인 정신질환으로 인해 지능 저하가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일반적으로 정신증 및 우울증 환자는 동작성 지능이 정상 상태보다 크게 낮아지게 되고 이로 인해 언어성 지능이 동작성 지능보다 큰 차이로 높게 나타난다. 다만 보통 15를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14인 카진스키는 애매한 경계선에 있어서 정밀한 판단이 필요하고 실제로 검사를 진행한 샐리 존슨 박사는 그의 언어성 지능과 동작성 지능이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인정하지만 수행능력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며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6] 어떤 문화권에서든 그곳에서 지능과 무관하게 적절한 사회성을 갖추게 되면 이런 성적 친밀관계를 제대로 이루어내는 경우도 많이 존재한다. 지능이 어떠하든 자신의 특성에 맞는 관계를 이루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 미국의 유명한 수학자나 다른 과학자 중에는 리처드 파인만, 폰 노이만처럼 무난하거나 보통 이상의 열정적인 연애를 한 경우도 많았다. 에드워드 위튼은 대외활동도 제대로 안 하는 성격이지만 자식이 셋이나 있다. 단지 사회성을 어렸을 때 기르지 못하여 이 분야에서 왜곡된 성격을 형성한 것이 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