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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딤/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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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딤이 알아낸 사실2. 침묵3. 세상의 정체4. 아딤의 계획
4.1. 준비 작업4.2. 운명의 변수4.3. 목표

1. 아딤이 알아낸 사실

콘스탄티누스 황제(이하 황제) 생전, 아딤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그의 곁에 나타나 도움을 주었다. 만년의 황제는 자신의 죄를 스스로 용서할 수 없었고, 이는 신이 저주를 내렸기 때문이라 믿었다. 이에 아딤은 시종의 모습으로 황제의 곁에 나타나, 로가텐에 대해 알려주었다. 로가텐은 꿈을 관장하는 초월자이다. 그리고 꿈속에서는 인간이 신을 만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황제는 로가텐의 힘을 빌어 신을 만난 후, 신에게 자신의 죄를 용서받고자 했다. 그러나 로가텐은 황제의 청을 거부했고, 이에 황제는 분노하여 로가텐이 지니고 있던 ‘현자의 돌’(동방에서는 여의주라고도 불리는)을 빼앗았다. 현자의 돌에는 소원을 이뤄주는 능력이 있었기에, 황제는 돌에다 대고 소원을 빌었다. 그러나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자의 돌은 타인을 위한 소원만을 들어주기 때문이었다. 이를 알게 된 황제는 절망하다가 최악의 소원을 외쳤다. 아딤과 로가텐의 주인이자 모든 것의 주인인 자. 그 절대자가 인간(황제를 보고 그의 말을 듣고 그의 괴로움을 알 수 있는 존재)의 모습으로 세상에 내려와, 황제 자신을 이해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원한 것이다.

황제가 소원을 빌자 돌에서 강력한 충격파가 발생하여 주변을 휩쓸었다. 그리고 돌의 힘으로 절대자가 인간의 모습이 되어 현세에 강림했다. 그런데 아딤은 현실에 매개체를 만들어 그를 통해 세상을 접하고 있었다. 황제를 보필하던 시종의 모습도 그녀의 매개체였다. 돌의 충격파는 그 매개체를 소멸시켜버렸기에, 아딤은 소원이 이루어진 이후의 일을 알 수도 그것에 관여할 수도 없었다. 그녀가 현실과 다시 접촉할 수 있게 된 후 알게 된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절대자가 인간으로 현신한 것을 본 로가텐은 세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내 꿈의 세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세계에 절대자를 집어넣었다.[1]모든 힘을 소진한 로가텐은 영혼이 사라져 육신만이 남았다. 그리고 세상으로 떨어진 절대자는 자신이 누구인가 혼란을 느끼다가, ‘방금까지 이 자리에 있었으며, 동시에 현재 세상 어디에서도 육체나 영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자’가 자기 자신일 것이라 여겼다.[2] 그런데 돌의 충격파는 아딤의 매개체는 물론이고, 황제의 육신과 영혼까지 소멸시켜버렸다. 그리하여 절대자는 자신이 황제라고 착각해버렸다.[3] 그리고 절대자(이하 쉬타카두르)는 ‘황제인 자신이 빈 소원으로 인해 신이 인간이 되었고, 그 육신은 소멸하고 영혼은 아딤이 되었다. 아딤은 황제가 저지른 짓을(신인 자신을 모독한 것) 용서할 수 없었다. 그래서 황제의 영혼이 자신에게 오지 않도록 저주를 걸었다.’라고 믿게 되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쉬타카두르/진상’ 항목의 마인의 이야기(진실)쉬타카두르의 정체 문단 참조.

2. 침묵

아딤은 쉬타카두르의 착각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현재 쉬타카두르가 있는 세상은 로가텐이 창조한 세계, 즉 아딤의 힘이 미치지 않는 세계라는 점이었다. 아딤으로서는 그 세계 속에 있는 쉬타카두르와 소통하는 것이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4] 둘째로 쉬타카두르는 아딤을 믿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자신을 용서하지 않아 저주를 걸었다고 믿었고, 그래서 그녀의 모든 행동은 저주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 여겼다.[5] 셋째, 이것이 가장 결정적인 이유인데, 진실을 알려주는 행위 자체가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인간이 된 쉬타카두르는 감정을 갖고 있다. 그런 그가 모든 진실을 알게 된다면...? 당연히 세상의 생명들에게 악의를 품을 것이다. 혹여 공포(생명들이 언제든지 자신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를 느끼기라도 한다면,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이 존재 자체가 지워져버릴 수도 있다. 어찌 보면 쉬타카두르가 진실을 모르는 것이 오히려 다행한 일이었다. 아딤은 마찬가지로 비밀 조직들에게도 이런 정보들을 알려주지 않았다. 사실을 밝히면 그들 사이에 내분이 발생할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6][7]

3. 세상의 정체

작중의 세상은 로가텐에 의해 창조된 세계가 겹쳐있는 세상이다. 이 세상(이하 레이어)은 비유하자면 현실에 덮어놓은 투명한 막(레이어, Layer)과 같았다.[8] 쉬타카두르를 비롯한 현실의 이치를 벗어난 것들은 모두 그 레이어에 존재했다.[9] 원래 레이어에는 쉬타카두르만이 존재했지만,[10] 쉬타카두르가 인간을 연기하는 과정에서 인간 무의식까지 모방하였고, 그 무의식에 축적해온 악의가 폭발하면서 레이어를 짓이겨 버렸다.[11] 로가텐이 모든 힘을 바쳐 창조한 것이 레이어지만, 쉬타카두르는 마음만 먹으면 그것을 간단히 박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아딤은 쉬타카두르가 악의를 통제할 수 있게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여겼고, 그리하여 레이어에 주민들(쉬타카두르를 안정시켜줄)을 들이기로 결심했다. 레이어의 주민이 되는 데는 조건이 있다. 현실의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도 줄 수 없는 운명을 가진 자들만이 레이어로 넘어올 수 있다. 죽음의 경계를 넘은 자들, 그러니까 죽었어야 할 존재들만이 레이어의 주민이 될 수 있다. 그 조건을 만족하여 레이어의 주민이 된 이들이 바로 연금술사들을 위시한 비밀 조직들이었다.[12]

4. 아딤의 계획

4.1. 준비 작업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아딤은 ‘어떤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진행해나갔다.[13] 그 계획은 황제의 소원을 성사시킴으로써, 쉬타카두르를 절대자로 되돌리는 것이었다. 황제는 절대자(쉬타카두르)가 자신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쉬타카두르가 세상에 강림했을 당시, 황제는 이미 육체와 영혼이 갈가리 찢어져 사라졌다. 황제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쉬타카두르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쉬타카두르가 인간의 속박을 벗고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아딤의 계획에는 당연히 황제 본인이 필요하다. 아딤은 사막(쉬타카두르가 떨어진 곳)에서 황제의 영혼 중 가장 조그마한 조각을 찾아냈다. 그녀는 그 영혼 조각을 원래의 모습으로 복구하기로 했다. 필요한 것은 수많은 사람(이하 숙주)이 지닌 영혼의 힘. 완성시킬 모습은 소멸 직전, 그러니까 ‘소원을 빌던 때’의 ‘황제의 영혼’. 그런데 시간의 흐름이 복구 작업에 영향을 주면, 영혼 조각이 황제의 영혼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변해버릴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아딤은 숙주가 될 인간을 택한 후, 그의 운명을 직접 설정하고 인도했다. 그리고 영혼 조각을 숙주의 몸에 심어, 조각이 숙주의 영혼에게서 힘을 받아 스스로를 회복하도록 했다. 숙주가 수명이 다해 사망하면 다시 조각을 수거한 후, 새로운 숙주를 만들어 그의 몸에 심고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흘러가는 시간 속 존재들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숙주들은 ‘시간이 반대로 흐르는’ 존재였다.[14] 그렇게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들이 영혼 조각의 숙주, 시간이 반대로 흐르는 자가 되었다. 그리고 영혼 조각은 그 숙주들을 거치며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갔다.

이 일련의 과정은 쉬타카두르에게 절대 들키지 말아야 했으며, 또한 비밀 조직들이 ‘시간이 반대로 흐르는 자’와 접촉하지 않도록 막아야만 했다.[15] 그래서 아딤은 ‘시간이 반대로 흐르는 자’는 2차원의 존재인 자신이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창조한 매개체라는 거짓말을 했고,[16] 쉬타카두르와 비밀 조직들은 이 말을 믿었다. 자연히 쉬타카두르는 법을 만들어 비밀 조직들이 시간이 반대로 흐르는 자에게 접촉하지 않게 했고, 이를 어기면 벌을 내리도록 정했다.아딤:계획대로 그리하여 쉬타카두르를 포함한 레이어의 주민들은 시간이 반대로 흐르는 자를 보호하기만 할 뿐 그와 접촉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아딤은 순조롭게 영혼 조각을 복구해나갈 수 있었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영혼 조각은 김진호의 대에 이르러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다. 복구된 황제의 영혼은 자아가 생겼고, 자신이 깃든 육신에 함께 존재하던 ‘김진호의 영혼’에 동화되어 스스로를 김진호라고 여기게 되었다. 아딤은 그 완성된 영혼을 꺼내 새로운 육체를 주었다. 그는 호문쿨루스가 되었으며, 발루치에게서 라크리모사라는 이름을 받았다.

4.2. 운명의 변수

문제는 라크리모사가 아딤의 지시를 거부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아딤은 그를 자신의 계획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을 강구했고 답을 찾았다. 김진호의 절친한 친구, 허천도. 허천도가 이 일에 엮인다면, 그를 소중한 친구로 여기는 라크리모사도 아딤의 계획에 끌려올 것이다. 아쉬타가 대회 출전을 허락해달라고 간청하자, 김진호와 허천도를 팀원으로 넣는다는 조건을 붙여 허락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반인으로부터 보물과 능력의 존재를 감추는 것’ 역시 비밀 조직들의 불문율이므로, 쉬타카두르와 비밀 조직들이 허천도의 대회 출전에 반대할 여지가 있었다. 그래서 아딤은 쉬타카두르와 비밀 조직들이 허천도의 정보를 입수하지 못하게 운명을 조작했다. 또한 아딤은 허천도가 레이어의 주민이 되어야, 라크리모사를 확실하게 자신의 장기말로 만들 수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적절하게 운명을 조작하여 허천도가 죽음에 준하는 상황을 겪도록 만들었다.[17] 이로써 허천도는 조건(죽음의 경계를 넘은 자)을 만족하여 레이어의 주민이 되었고 능력을 각성했다. 그리고 아딤이 예측했던 대로, 라크리모사는 허천도가 능력을 각성한 뒤 성격이 광폭해진 것에 경악하여, 원치 않으면서도 부득이하게 아딤의 계획을 따르게 된다.[18]

처음 라크리모사를 만났을 때, 아딤은 라크리모사의 육신에서 LC단검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19] 그리고 "아쉬타, 김진호, 라크리모사 이 셋 중 하나를 찌르면 단검에 힘이 깃들고, 그 단검으로 쉬타카두르를 죽일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러나 이는 거짓이었다. 단검은 라크리모사의 몸속에서 나왔다. 즉 LC단검에는 이미 라크리모사의 영혼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아딤이 라크리모사에게 셋(아쉬타, 김진호, 라크리모사) 중 누구를 죽일지 선택하라고 강요한 것은, 그가 정말로 하나를 골라 죽이기를 원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단검에 이미 라크리모사의 영혼이 깃들어 있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아딤이 바란 결과는 라크리모사가 누구도 죽이지 않는 것이었다. 이것은 아딤의 계획에서 필수적인 부분이었다.
그렇게 아딤은 모든 작업을 마치고, 라크리모사를 지켜 보았다.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아딤은 자신의 도박이 실패할 수도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아딤은 라크리모사가 아쉬타나 김진호를 죽였을 경우에 대한 대비책을 세웠다.[20]
첫째, 라크리모사가 아쉬타를 죽일 경우. 아딤의 대비책은 레이어의 소멸이었다. 레이어를 소멸시키면, 그 세계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절대자 쉬타카두르의 꿈에서 있었던 일로 치부되고, 현실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 된다. [21]
둘째, 라크리모사가 김진호를 죽일 경우. 김진호는 시간이 반대로 흐르는 자이며, 그 속에 깃든 황제의 영혼은 소원을 빌던 사막에서의 순간에 시간이 고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김진호가 라크리모사에 의해 죽음을 맞으면, 시간이 반대로 흐르는 자의 힘이 작용하게 되어 있었다. 로가텐의 꿈이 깨지고, 세상의 시간은 '사막에서 황제가 소원을 빌던 시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라크리모사가 김진호를 죽인다는 결과는 변하지 않기에, 운명이 끝없이 되풀이되어 시간은 그 구간에서 멈춰버리게 된다. 쉬타카두르는 그 속에서 끝없이 괴로워하다가 어느 순간 이변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절대선으로서 살아가던 것을 단념하고, 절대악으로서 세상에 자신의 악의를 모조리 방출할 것이다. 그리고 그 악의의 힘은 쉬타카두르가 레이어를 짓뭉갰듯이, 정해져 있던 운명조차 변화시킬 것이다. 그리하여 쉬타카두르는 원래대로 되돌아가리라.

4.3. 목표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용서를 잃은 존재였다. 아딤은 라크리모사가 용서를 배우길 바랐다. 라크리모사에게 선택을 강요한 것은, 그가 용서를 알게 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아딤의 기대대로, 라크리모사는 용서를 배웠다. 아쉬타에 대한 원한을 거두고, 김진호라는 인간으로 남고자 하는 욕심과 악의도 버렸다.

LC단검으로 쉬타카두르를 찌르면, 쉬타카두르는 단검에 깃들어 있던 라크리모사의 영혼과 만나게 된다. 이로써 쉬타카두르는 자신이 황제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아딤은 라크리모사가 쉬타카두르를 설득하기를 원했다. 쉬타카두르는 이미 용서받지 못하는 괴로움을 충분히 경험했다. 황제의 괴로움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황제의 영혼인 라크리모사가 용서를 배웠듯이, 황제의 프리텐더로 살아온 쉬타카두르 역시 용서를 알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라크리모사의 영혼을 마주하는 순간, 쉬타카두르는 자연히 자신의 정체를 깨닫게 되고, 황제의 소원은 이루어져 쉬타카두르는 원래대로 되돌아갈 것이며, 용서를 배운 쉬타카두르는 세상에 대한 악의를 거둘 것이다.

물론 라크리모사만으로는 쉬타카두르를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아딤은 그녀 안에 있는 천 명의 능력자들로 하여금 라크리모사를 돕게 했다. 능력자들과 그들의 피로 묶인 성물들이 라크리모사를 도울 것이다.


[1] 아딤의 설명을 듣고, 라크리모사는 “절대자에게 직접 꿈의 힘을 사용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아딤 말로는 그것은 절대자를 모독하는 행위이며 황제의 소원보다도 더한 죄이기에, 로가텐은 그러한 행동 대신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한다.[2] 어떤 사람 A가 세상을 바라볼 때, A라는 존재는 분명 세상에 존재하지만, 그의 육신이나 영혼은 A의 눈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스스로 자기 눈썹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3] 아딤은 매개체를 잃었으나 영혼은 건재했고, 로가텐은 영혼이 소멸했으나 육신이 존재했다.[4] 불가능하지는 않은 듯하다. 작중에서 아딤은 쉬타카두르와 힘을 합쳐, 아쉬타를 창조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5] 라크리모사는 아딤이 너무 쉽게 단정짓고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라크리모사도 발루치를 처음 만났을 당시, “당신은 김진호와 외견이 흡사하지만 다른 존재다.”라는 말을 듣고 분노하며 그 말을 부정했다. 아딤이 이를 지적하자, 라크리모사도 이내 입을 다물었다.깨갱[6] 3기 3부 22화를 보면, 아딤은 오직 종정 스님에게만 이런 사실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단, 발루치는 스스로의 힘으로 모든 진실을 알아낸 것 같다고...[7] 비밀 조직들 중에는 바르 미츠바나 교회같이 종교와 관련된 단체들도 있다. 그런 단체들이 아딤의 존재를 받아들인 것은 그녀를 인정하더라도 자신들의 신앙에 위배되지는 않기 때문이었다.(3기 3부 14화를 보면, 교회는 아딤을 영혼들의 군령체로 보고 있으며, 유대교는 그녀를 일종의 시스템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쉬타카두르는 좀 다르다. 아딤은 그가 신이 아니라고 말하긴 했지만, 쉬타카두르는 어쨌든 세상의 질서를 관장하는 절대자였다. 때문에 종교 단체들은 쉬타카두르에 대한 견해가 서로 다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교회와 바르 미츠바. 3기 3부 14화에서 종정 스님이 쉬타카두르의 힘을 설명하다 ‘데미우르고스’라는 용어를 언급한 적이 있다.(앞의 주석에서 말했듯이 아딤은 종정 스님에게 모든 진실을 알려주었다. 종정 스님은 이를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다가 데미우르고스라는 용어를 입에 올렸을 것이다. 물론 그가 영지주의 신봉자여서 그런 단어를 말했을 리는 없다. 불제자이니 말이다.) 그런데 데미우르고스는 영지주의에서 등장하는 불완전한 창조주이며, 영지주의는 신이 완전무결하다고 믿는 유대교나 기독교 입장에서는 완벽한 이단이다. 그리고 쉬타카두르는 충분히 데미우르고스로도 해석 가능한 존재이다.(물론 그런 해석도 가능하다는 거지, 그 해석이 정답이란 말은 아니다.) 그러므로 진실을 알게 된다면, 교회나 바르 미츠바는 쉬타카두르를 받아들이는 것을 곤란하게 여길지도 모른다. 다른 종교 단체들 역시 자신들의 신앙을 근거로 그를 받아들이거나 혹은 배척할 것이다. 쉬타카두르를 인정하는 종교 단체들은 그의 존재를 근거로 자신들의 종교를 정당화하고 다른 종교들을 깎아내릴 것이고, 그리하여 비밀 조직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 유혈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2기 2부에서 버나드 굿맨이 종정 스님에게 LC를 왜 세상에 공개하지 않느냐고 묻자, 종정 스님은 무명사가 LC를 공개하면 각 종교 간에 유혈사태가 벌어지게 될 거라고 답한 적이 있다. 웬 땡중이 이상한 돌을 가져와 그걸로 사람을 치료했다는 소식이 떠돈다면, 다른 종교 사람들이 그냥 구경만 하고 있을 거 같냐고 깐 것이다.) 그리고 만약 쉬타카두르가 대스승으로서 분쟁을 조정한답시고 여기에 개입했다가 진실을 알게 된다면 상황은 겉잡을수 없을지도 모른다.[8] 즉, 도화지(실제 세상) 위에 코팅 지(새로 창조한 세상)를 덮어놓은 것과 같다. 두 세계의 사람들은 서로 만나 대화를 나눌 수는 있지만, 서로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코팅 지에다 낙서를 한다고 해서 도화지에까지 그 흔적이 남는 것이 아니듯이 말이다.[9] 일반인이 능력을 각성하거나 보물을 입수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도, 능력과 보물은 레이어에만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중에서 래더가 비밀 조직들이 관리하는 보물들을 훔치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한 것도 이 때문이다.[10] 단, 레이어와 현실의 사람들은 서로를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레이어에서 홀로 살던 쉬타카두르도 현실의 사람들과 소통하기도 했다. 3기 2부 19화 마인의 이야기에서 '마인이 인간에게 섞여들어가 선을 베풀었다'는 대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11] 위 주석에서는 레이어에 속한 사람들은 현실의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했으나, 1기에서 아쉬타는 허천도에게 “원래 능력은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지만, 살의가 깃들면 사람을 죽이는 것이 가능해진다.”라고 말했다. 2기 1부 초반에는 레이어의 주민인 로췌가 일반인인 조직폭력배에게 주먹을 날려 그 턱을 박살내기도 했다. 이렇듯 레이어의 사람이 현실의 사람에게 물리적인 위해를 끼칠 수 있게 된 것은 쉬타카두르의 폭주로 레이어가 짓이겨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현실과 꿈이 뒤섞인 세계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행히 레이어 자체는 건재한 듯하다.[12] 3기 3부 22화에서 아딤은 연금술사들이라고만 말했는데, 능력을 사용하는 것은 다른 비밀 조직들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3기 1부 1화에서 왕제천은 남미 연금술사들을 죽이고 그들의 보물을 강탈했으며, 3기 3부에서는 이선생 일파와 남미 연금술사들이 서로 죽고 죽이며 싸우는 장면도 있다. 다른 비밀 조직들도 연금술사들과 같은 세계에 속해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13] 3기 3부 22화에서 라크리모사에게 아딤이 쉬타카두르가 악의를 세상으로 흘려보냈을 때의 이야기를 하는 대목이 있다. 이때 아딤은 “이야~ 그땐 정말 깜짝 놀랐다니까. 계획이고 뭐고 그분이 맘만 먹으면 레이어 따위야 순식간에 날려버릴 테니까.”라고 중얼거렸다.(해당 화에서 라크리모사와 아딤이 SD캐릭터(꺼벙이 만화일기 같은) 그림체로 변환된 부분이다.) 이를 통해 아딤이 어떤 계획을 세웠음을 알 수 있다.[14] 보통 사람들은 원인에서 결과가 나오지만, 숙주들은 결과는 정해져있고 원인이 그럴싸하게 조정되기 때문이다. 서로 순서가 반대다.[15] 쉬타카두르가 시간이 반대로 흐르는 자에게서 영혼 조각을 발견한다면, 본인이 황제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가 자신의 정체를 깨닫게 된다면, 앞에서 말했듯이 생명들에 대한 분노나 공포로 세상의 모든 생명이 소멸할지도 모른다. 또한 비밀 조직들이 시간이 반대로 흐르는 자에게 접촉한다면, 마찬가지로 영혼 조각을 발견하여 진실을 깨닫고 쉬타카두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서로 분쟁이 벌어질 수 있었다.(2기에서 발루치는 비밀 조직들 중에는 시간이 반대로 흐르는 자를 감금해두고 그를 도구로 이용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것-불치병의 치료약 레시피 같은-을 만들어내자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쉬타카두르의 법이 없었다면, 비밀 조직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시간이 반대로 흐르는 자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시간이 반대로 흐르는 자를 면밀히 연구하려 들었을 것이다. 그리 되면 시간이 반대로 흐르는 자는 개구리 해부 당하듯이 속속들이 조사받을 거고, 몸에 심긴 영혼 조각도 반드시 들킬 것이다. 아주 억측이 아닌 것이, 크롤카의 아내 모사도 시간이 반대로 흐르는 자를 연구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도덕심을 잃은 호문쿨루스여서 금기시된 연구를 행하는 것에 조금도 거리낌이 없었으며, ‘감정을 현실로 불러오는 씨앗’(크롤카가 쉬타카두르와 맞먹는 물리력을 갖게 만든) 같은 미친 물건을 만들어낼 정도로 실력도 엄청났다. 쉬타카두르가 그녀를 막지 않았다면, 모사는 진즉에 시간이 반대로 흐르는 자를 실험대상으로 삼아 온갖 연구를 하여, 시간이 반대로 흐르는 자의 비밀을 밝혀냈을 것이다.)[16] 완전히 거짓인지는 확실치 않다. 앞에서도 나왔지만, 아딤은 현실에 매개체를 두어 그것으로 세상을 접하고 있었다.(콘스탄티누스 황제를 보필하던 시종 역시 매개체였다.) 레이어는 로가텐의 힘에 의해 창조된 세상이라 아딤의 힘이 거의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3기 3부 22화에서 아딤은 레이어는 자신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라 쉬타카두르와 소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시간이 반대로 흐르는 자는 영혼 조각의 복원은 물론 레이어와의 소통을 위한 매개체라는 기능까지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다.[17] 시간이 반대로 흐르는 자는 자신에게 내재된 운명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 오면, 시간을 되돌리고 작은 변수들을 끌어들여 정해진 운명이 실현될 수 있도록 만든다. 아딤은 이를 이용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허천도가 죽음의 경계를 넘어서는)이 나오도록 운명을 조정했을 것이다. 비밀 조직들이 허천도의 정보를 입수하지 못하게 만든 것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가능하다.[18] 여담이지만 발루치는 누구보다 김진호에게 집착했던 크롤카마저도 허천도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허천도를 처음 만났을 때 크롤카가 "그렇지, 내가 널 모르면 안 되지."라고 중얼거렸다. 전혀 몰랐다기보다는, 알고는 있었으나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것이 맞을 듯하다. 물론 이것도 아딤의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에서, 비밀 조직들이 입수한 모든 정보에는 허천도에 대한 기록이 '우연히' 누락되어 있었음을 간파했다. 발루치는 연단술사 총본산에서 미야비 마오에게 이를 거론하며, "허천도는 아딤이 준비한 운명의 변수다. 스승님과 아딤의 계약은 이미 파기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아딤이 3기 3부 22화에서 진실을 밝히면서, 발루치의 추측은 사실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19] 2기 1부에서 아딤이 라크리모사의 육신을 손으로 헤집으며, "여기 어디쯤이었던 거 같은데"라고 중얼거리는 대목이 있다. 3기 3부 22화에 따르면, 아딤은 라크리모사의 영혼을 '자신이 만든' 육신에 넣었다고 한다. 미리 단검을 만들어 육신에 넣어둔 후, 다시 거기에 라크리모사의 영혼을 넣은 모양이다.[20] 라크리모사가 자살할 경우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다만, 이미 단검에 라크리모사의 영혼이 담겨져 있었다는 말로 미루어, 단검으로 자해하더라도 죽지 않거나 혹은 이 선택지 역시 용서의 결과여서 아딤이 포용할 수 있는 수준의 변수일 수도 있다.[21] 즉, 작중 시점에서 레이어를 없앤다면, 레이어의 모든 생명(라크리모사를 비롯한 등장인물들 포함.)은 소멸하여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허깨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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