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2-23 20:35:24

어나더 어스


1. 개요2. 스토리3. 해석4. 기타

1. 개요

Another Earth (2011)

마이크 카힐 감독의 영화. 브릿 말링, 윌리엄 마포더 주연.

영화 제목과 소재만 보면 SF 영화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SF적인 요소는 크게 없으며 물리학적, 과학적 현실성은 많이 배제되었기 때문에 SF 장르를 기대하고 보지 않는 게 좋다. 또다른 지구는 그저 스토리상의 장치에 불과할 뿐 영화의 주된 내용은 사람간의 용서에 관한 심리적 고찰을 핵심 주제로 삼고 있다.

2.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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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두뇌로 MIT 입학 예정이었던 '로다'(브릿 말링 분)은 자동차를 운전하고 가던 도중 라디오에서 과학자들이 지구와 유사한 환경의 새로운 행성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지금 밤하늘을 보면 푸른 점으로 볼 수 있다는 말에 로다는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정말 미세한 푸른 점의 형태로 그 행성을 보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한눈을 판 사이 로다는 앞에 있던 차를 들이박아 차 사고를 내버린다. 차 사고의 여파로 상대쪽 차에 타고있던 가족 중 아들과 아내가 사망하고 아빠는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 로다는 4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가게 된다.

4년 후 로다는 출소하는데, 세계는 이미 새로운 '제2의 지구'가 한창 논란이 되고 있었다. 제2의 또다른 지구가 하늘에서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가까워 진 것. 이 제2의 지구는 마치 지구를 그대로 복사해놓은 것처럼 국가는 물론 도시까지 똑같은 상태라는 것도 관찰되었다. 로다는 학교 청소부로 취직해 초라한 인생을 살면서, 원래부터 우주에 관심이 많았던 로다는 제 2의 지구 탐사 프로젝트에 지원을 하게 된다.

로다는 자신이 차사고를 낸 장소를 추모하기 위해 찾아갔으나, 다른 누군가가 그 장소에 로보트 장난감을 놓고 가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그 차 사고를 낸 상대쪽 차에 타고있던 가족의 아버지 존 버로스(윌리엄 마포더 분)였다. 작곡가이자 예일대 교수인 존 버로스는 이미 몇 개월 전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집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로다는 존의 집을 찾아가지만 창문 너머 존의 모습만 확인할 뿐 다시 돌아간다. 자신이 존의 아들도, 아내도 죽게 만들었으니 스스로의 죄책감에 못 이긴 건지 눈밭에 옷을 벗고 누워버린다. 극중에서 그 동기가 명시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으나, 최대한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자살함으로써 속죄를 하려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목숨을 건져 병원으로 옮겨져 회복한다.

이후 로다는 용서를 구하기위해 다시 존을 찾아가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자신이 청소부라고 속이게 된다. 마침 집이 더러워서 청소부가 필요했던 존은 로다를 청소부로 고용한다. 로다가 매 주마다 존의 집에서 청소를 해주는 일을 하며 둘 사이는 가까워지더니 이내 사랑으로 발전한다.

한편 제2의 지구 조사팀은 생방송으로 상대편 지구와 연락을 시도한다. 조사팀의 조운 탤리스 박사는 지속적으로 마이크를 말하지만 응답이 없다가 채널을 바꿔서 말하자 드디어 제2의 지구로부터 답신이 돌아오는데, 놀랍게도 그 답신을 보낸 사람 역시 제2의 지구에 있던 조운 탤리스 박사. 심지어 대화를 주고받는 두 박사 모두 똑같은 생년월일, 똑같은 인생을 살아오고 똑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양 쪽 지구에는 모두 똑같은 인물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로다가 청소부로 일하고 있던 학교에서, 마찬가지로 청소부로 일하고 있던 한 노인이 있었는데 한때 로다에게 자기 자신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라는 등 조언을 해준 적이 있던 인물이었으나 어느 날 스스로 표백제를 눈과 귀에 부어서 시력과 청력을 잃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로다는 병원을 찾아가고 이미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청소부 아저씨였지만 로다가 몸에 손을 댄 것만으로도 로다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왜 내가 이런 짓을 했는지 궁금하니? 아니, 아니야, 넌 이미 알고 있겠지"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더니,[1] 로다는 청소부 아저씨의 손에 FORGIVE(용서)라는 글자를 적는다. 이내 청소부 아저씨는 눈물을 흘린다.

이후 로다는 자신이 제2의 지구 탐사 프로젝트에 당첨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소식을 들은 존은 로다에게 제발 가지 말고 남아있어달라며 부탁한다. 그러자 로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도 여전히 남아있어주길 바란다면 그렇게 하겠다면서 자신이 4년 전 교통사고를 내 존의 아내와 아들을 죽게 만든 사람이란 걸 고백한다. 이에 충격을 받은 존은 체념한듯 로다에게 나가라고 한다.

그렇게 존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온 로다. 이미 로다가 지구 탐사 프로젝트에 당첨되었다는 게 언론에 보도되고 수많은 기자들이 로다를 취재하러 하지만 로다는 무시해버린다. 그리고 집에서 TV 뉴스를 보다가 '깨진 거울 이론'에 대해서 알게 된다. 서로 지구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두 지구는 완벽하게 똑같이 돌아가다가, 양 쪽 지구가 점점 가까워지자 서로를 관측할 수 있게 된 순간부터 동시성이 깨져서 미묘한 부분들이 차이가 나게 될 수 있다는 이론.

마침 양쪽 지구가 서로를 관측할 수 있게 된 순간이 4년 전부터인데, 이는 로다가 존의 가족에게 교통사고를 낸 시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로다는 혹시 제2의 지구에서는 자신이 교통사고를 내지 않아 존의 가족이 살아있을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존에게 탐사 프로젝트 당첨권을 넘겨준다. 며칠 후, 로다는 TV 뉴스를 통해 존이 제2의 지구 탐사 프로젝트로 참가하게 된다는 것을 보고 안심하며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4개월 후, 로다는 집을 향해 가고 있던 도중 집 차고에서 무언가를 보고 놀란다. 충격을 받은 듯(혹은 자신이 본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 듯) 잠시 뒤돌았지만 이미 한번 본 이상 모른 체 하기엔 이미 늦었고 이내 다시 뒤돌아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허접하게 옷을 입은 자신과는 달리, 말끔하게 검은 코트를 차려입은 또다른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잠시동안 서로를 마주보고 서있다가 또다른 로다가 지구1의 로다에게 한발자국 다가서는걸 보여주며 영화는 끝난다.

3. 해석

워낙 애매하게 끝난 열린 결말이라서 많은 추측이 오갔지만, 존이 지구2로 떠난 동시에 그 쪽의 로다가 지구1로 건너왔다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즉 로다가 마지막에 만난 검은 코트의 또다른 자신은 건너편 지구에서 온 또다른 로다라는 것. 물론 지구2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지구1이라고 부르고 상대쪽 지구를 지구2라고 부르겠지만 말이다.[2]

지구1과 지구2는 서로 마주보는 방향으로 있는 게 아니라 반대편이기 때문에[3], 지구1에서 지구2가 보이는 시점에서는 지구2에서 지구1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4년 전 지구1의 로다는 하늘에 있던 지구2를 보려고 한눈을 팔다가 사고를 냈지만 지구2의 로다는 사고를 내지 않았다. 따라서 지구2의 로다는 정상적으로 MIT를 졸업하고 상대쪽 지구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그 쪽의 로다는 아무도 해치지 않았기에 존에게 사과하러 갈 이유도 없었고, 그와 어떠한 안면도 없었을 것이기에 티켓을 넘겨주지도 않은 것.

이것이 영화에서 언급된 '깨진 거울 이론'으로 양 지구는 서로를 관측하기 전까진 똑같이 흘러가다가, 점점 가까워져 서로를 관측할 수 있게 된 4년전 부터 미묘한 차이가 발생하게 되었다는 것.

그렇다면 지구1에서 지구2로 간 존은 도착하고 보니 가족이 살아있긴 하지만 지구2에서 원래 살아있던 존이 있을 테니 그쪽의 존도 또다른 존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상술했듯 어나더 어스의 스토리는 용서와 후회에 관한 인간의 심리적, 내적 고찰이 주 내용이다. 인간관계에 따른 스토리가 주로 전개되기 때문에 SF적인 느낌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굳이 SF 장르일 필요가 없는 스토리인데도 굳이 또다른 지구 같은 판타지적인 설정이 동반된 것은 바로 영화의 주제중 하나인 '후회', 자신이 저질렀던 일을 없던 것으로 하고 싶다는 그 후회를 영화적 장치로 풀어내기 위함이다. 영화는 내내 또다른 지구에 또다른 내가 존재한다는 그 설정 자체만으로도 사람을 몽롱하게 만든다. 영화를 보는 관객도 '만약 또다른 내가 존재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또다른 지구와 또다른 나,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영화속에선 존이 그 입장을 대변한다. 존이 말했던 동굴 이야기가 여기서 비유된다. 존은 안전하게 동굴 안에 있길 원하는 쪽이라면 로다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밖으로 나아가고 싶어하는 쪽이었다. 로다의 경우는 어쩌면 그 또다른 나는 나보다는 좀 더 낫지 않을까, 내가 했던 후회할만한 실수를 안 하지 않았을까 하는, 지금의 자신보다 좀 더 나은 또다른 자신이 있다고 믿고 싶은 희망을 가지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후회할만한 짓을 하기도 하고, 나는 왜 이러지 하고 스스로를 자책할 때도 있을 것이다. 결국 또다른 지구라는 설정은 자신이 저질렀던 실수가 아예 없었던 세상이 존재했기를 바라거나, 지금의 자신이 저질렀던 실수를 하지 않은 더 나은 버전의 내가 있길 바라는 인간들의 마음과 허상을 영화적 상상력을 덧붙여 풀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로다의 동료 청소부는 (비록 영화에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나오진 않았지만) 자기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어서 시력과 청력을 잃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로다는 이미 법적으로는 자신의 죄에 대한 죄값을 치뤘지만 여전히 죄책감을 가지고 살고 있다.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해 용서를 구하기 위해 존을 찾아갔으나 처음엔 용기를 내지 못했다. 로다는 존에게서 용서를 받고 싶었던 거기도 하지만 결국은 자기 스스로에게 용서를 받고 싶었던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존이 용서를 해준다면 자기도 스스로를 용서해줄 수 있을 테니.

로다가 존에게 도중에 틱 틱 거리는 소음을 결국 사랑하기로 하고 받아들이기로 한 러시아 우주비행사에 대한 얘기를 한 적 있는데 이것도 영화의 이야기랑 관련이 있는 부분이다. 틱 틱 거리는 소음은 결국 없앨 수 없고 현실에 존재한다. 하지만 자신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자신의 마음가짐에 달린 것 이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지은 죄도 없앨 수 없고 현실에 존재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역시 자신의 마음가짐에 달린 것.

4. 기타

  • 영화 도중에 로다가 존에게 한 러시아 우주비행사에 대한 일화를 말해주는 장면이 있는데 # 이 장면의 음성이 나중에 ODESZA곡 Intro에 사용되었다. #

[1] 추정상 이 청소부도 로다처럼 어떤 죄를 지었는데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어서 자신에게 벌을 내릴 심산으로 청력과 시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2] 애시당초 어느 한쪽이 원본이고 어느 한쪽이 복사본이라는 설정은 영화상에서 나온 적 없다. 그저 영화가 한쪽의 지구의 모습만 보여줬을 뿐 영화 설정상 그냥 두 지구 모두 진짜 지구라고 보는 게 맞다. 따라서 어느쪽도 지구1이거나 지구2라고 부르는 게 애매하긴 하다.[3] 완벽하게 반대편인지는 불명이지만 지구1에서 하늘을 봐 지구2의 행성을 보았을 때 아프리카 대륙, 지중해와 인도양이 만나는 수에즈 운하가 보이는 걸 봐선 최소 90도 이상 차이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