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유연가솔린임을 알리는 글자가 적힌 주유기 |
테트라에틸납(Tetraethyllead[1], (CH3CH2)4Pb)이 첨가된 가솔린. 가연가솔린, 유연휘발유라고 부르며 최초 상표명을 따서 에틸가솔린으로 불린 적도 있다.
유연가솔린 개발 전에 나온 자동차는 연료로 휘발유를 그대로 써서 노킹 현상이 빈번히 발생했다. 토머스 미즐리가 이를 해결하려고 휘발유에 여러 가지 물질을 첨가하는 실험을 하다가 테트라에틸납이 들어간 휘발유가 노킹을 막아준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것으로 유연가솔린이 탄생했다. 납의 위험성은 고대 로마 때부터 알려져 와서,[2] 당시 사람들도 테트라에틸납이 매우 유독한 물질임을 아는 상태였다.[3] 그럼에도 테트라에틸납이 유연가솔린 성분들 중 가장 높은 끓는점을 지녔기 때문에 연소시의 피해는 비교적 적다고 여겨 방심한 것으로 보인다.
테트라에틸납은 1923년부터 대량으로 생산했는데, 부르기 어려운지라 에틸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했다. 납이 들어간 가솔린이 연소되니 당연히 대기 중의 납농도가 증가하기 시작했고, 가솔린 공장의 노동자는 납중독으로 죽어가거나 몸이 마비되기도 하는 일이 생겼다. 이를 두고 미즐리는 산업재해의 원인을 과로라고 주장했다.
미국 듀크대와 플로리다대 공동연구팀에 따르면 유연휘발유 배기가스에 포함된 납이 사람들의 건강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아이큐 감소 추세를 추계한 결과, 2015년 기준 미국인 전체 인구의 아이큐가 모두 8억 2400만점 낮아졌다. 2015년 기준으로 총 인구의 53% 이상인 1억7천만여명의 어린 시절 혈중납농도가 임상 안전기준치(5㎍/㎗)를 넘었다. 또한 유년기의 납 노출은 학습 장애, ADHD, 충동 조절 장애 등 다양한 발달장애와 성격적 문제를 일으켜, '납-범죄이론'은 1970년대, 1980년대 미국의 범죄율이 급증했다가 감소하기 시작한 이유를 유연휘발유에서 찾는다.
2. 무연가솔린 대체와 사용금지
유연가솔린 사용금지는 클레어 패터슨(Clair C. Patterson, 1922.06.02 ~ 1995.12.05)이라는 과학자의 노력으로 이루어졌는데, 그는 원래 우라늄 동위원소의 반감기를 이용해 지구의 나이를 측정하려다가 대기 중의 납 때문에 측정을 하는데 차질을 빚었다고 한다.[4] 청정실험실을 만든 후에야 지구의 나이를 측정하는데 성공했고, 이후 그는 대기 중 납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대기 중 납의 90% 이상이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린란드와 같은 지역은 그해 내린 눈에 의해 얼음이 층층이 쌓이게 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다. 그는 얼음이 층층이 쌓이는 지역에서 얼음의 층을 조사하면 그해 대기 중의 납 농도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해 그것을 조사했다.
조사한 결과 1923년 이전에는 대기 중에 납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유연휘발유가 판매되면서 납의 농도가 높아져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게 됐다. 패터슨은 휘발유에 납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일을 필생의 과업으로 생각하게 됐지만 이는 패터슨에게는 거대기업과 그 기업의 후원을 받는 정치인을 상대로 하는 외로운 싸움의 시작이었다. 그나마 다행히 패터슨의 노력을 정부가 주시하고 국립과학재단, 공공보건국 등의 정부 기관들이 패터슨을 지원해 주었다.
패터슨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에 1970년에 청정대기법이 제정됐고, 1986년에는 미국에서 유연가솔린 판매금지법이 생겼다. 같은 해 일본에서는 세계 최초로 유연가솔린을 완전히 금지시킨다. 이후 1995년 미국에서 유연가솔린 판매가 완전히 금지됐다. 1970년대 이후에 유연가솔린을 대체할 수 있는 무연가솔린이 개발되어 1980년대부터 전 세계적으로 무연가솔린이 주류가 되기 시작했다.[5] 이렇게 해서 2021년 알제리를 마지막으로 퇴출되었다.# #
이 과정에서 패터슨을 더 힘들게 만든 요인이 있었다. 납 문제를 다루면서 납에 대한 공포증 수준의 반감을 가지게 됐고 이것은 심각한 결벽증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딸조차 제대로 못 안아줄 정도로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다고 한다.
3. 유연→무연 관련 지역별 상황
3.1.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국가 | 무연가솔린 판매시작 연도 | 유연휘발유 판매금지연도 |
대한민국 | 1987년 | 1993년 |
일본 | 1970년 | 1986년 |
싱가포르 | ????년 | 1998년 |
대만 | ????년 | 2000년 |
중국 | ????년 | 2000년 |
필리핀 | ????년 | 2000년 |
인도네시아 | ????년 | 2006년 |
호주 | ????년 | 2002년 |
뉴질랜드 | ????년 | 1996년 |
3.2. 아프리카
21세기 초부터 퇴출되기 시작해서 2021년 알제리를 끝으로 완전히 금지됐다.3.3. 아메리카
국가 | 무연가솔린 판매시작 연도 | 유연휘발유 판매금지연도 |
미국 | 1973년 | 1986년(법률상) 1992년(캘리포니아) 1995년(전역) |
캐나다 | ????년 | 1993년 |
브라질 | ????년 | 1989년 |
3.4. 유럽
국가 | 무연가솔린 판매시작 연도 | 유연휘발유 판매금지연도 |
오스트리아 | ????년 | 1989년 |
스위스 | ????년 | 2000년 |
모나코 | ????년 | 2000년 |
세르비아 | ????년 | 2010년 |
폴란드 | ????년 | 2005년 |
[1] 유연, 무연휘발유의 연은 '납 연' 자다. 연필의 어원이 된 흑연의 한자도 마찬가지. 또한 납이라는 뜻인 lead의 발음은 '리드'가 아니라 '레드'이다.[2] 고대 로마는 납의 도시라고 불려도 될 정도로 금속=납인 시절이였다. 당시 기술로는 납은 흔한데다 녹는점도 낮아 주조가 쉬운데 반해 물리적 성질은 적절히 좋아서 사실상 대체재가 없었다. 현대의 철제 재료들의 가성비가 너무 뛰어나 대체가 불가능한 것과 비슷하다. (물론 스테인리스 스틸 등은 인체에도 안전하기까지 한 재료다.) 납을 식기는 물론 목욕하고 식용으로 사용하는 물을 끌어오는 파이프로도 쓰며 납에 온 몸을 비비고 살았으니 당연히 위험성도 알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납이 없으면 사실상 문명의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계속 사용했다.[3] 엘러리 퀸이 쓴 추리소설 중 1929년에 나온 로마 모자 미스터리라는 작품에서는 이 테트라에틸납을 이용한 살인이 나온다. 유연가솔린을 증발시켜 마지막에 남는 것이 가장 끓는점이 높은 테트라에틸납인 점을 이용한다. 작중 전문자는 테트라에틸납이 그 어떤 독약품보다도 강한 독성을 가진다며, 일례로 물에 희석한 용액을 토끼 귀에 그저 바르기만 했는데도 토끼가 죽었다고 설명한다. 이미 1920년대에도 테트라에틸납의 유해성에 대해 어느정도 알려져 있었다는 것.[4] 납은 물, 콘크리트와 함께 대표적인 방사선 차폐재다. 방사선의 양을 측정해야 하는데 공기중에 차폐재 입자들이 둥둥 떠다니는 상황이니...[5] 이때 대한민국과 일본에서 팔리던 승용차의 주유구 주변에 파란색 '무연(無鉛)휘발유만 사용하십시오(UNLEADED FUEL ONLY)' 스티커가 붙었다. 대한민국에서는 '무연'이라고 써진 원을 기준으로 현대와 대우는 바깥쪽이, 기아는 마치 서울 지하철 4호선처럼 안쪽이 파란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