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연탄 한 장>은 1994년 발간된 『외롭고 높고 쓸쓸한』에 수록된 안도현의 시이다. 이 시는 연탄이라는 구체적 사물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여 희생적 사랑이라는 주제의식이 전달되고 있다.2. 시 전문
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에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
3. 해설
이 시는 총 4연으로 구성되어 있다.- 1연: 1연에서는 삶의 의미에 대한 견해는 많을 수 있지만, 자신이 아닌 누군가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어 주는 것으로 삶을 정의하는 화자의 관점이 전면적으로 제시된다.
- 2연: 2연에서는 이러한 자신의 관점을 설명하기 위해 연탄이라는 대상이 지닌 속성에 대한 묘사가 이뤄진다. 방구들이 서늘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제일 아름다운 풍경은 연탄차가 언덕길을 오르는 것이다. 그만큼 연탄은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내게 해 주는 상징적인 사물이라 할 수 있다.[1]
- 3~4연: 3연에서는 삶을 자신을 산산이 으깨는 일이라고 정의하는 화자의 관점이 나타난다. 그 이유는 이어지는 4연에서 드러나는데, 눈이 내려 미끄러운 길에 연탄재가 뿌려져 마음 놓고 걸어갈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마지막까지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연탄의 모습이 제시된다.
이 작품에서 화자는 자신을 기꺼이 태우고 남을 따뜻하게 해 주는 연탄을 보며 그렇지 못한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앞으로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고자 소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몰랐었네, 나는'과 같은 시구에서 알 수 있듯이 도치법을 사용하여 의미를 강조한다.
또한 '부릉부릉'과 같은 음성 상징어를 사용하여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계절감을 드러내어 대상의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다. '~라네/~었네'와 같이 특정 어미를 반복하여 운율을 형성하고 있는 점도 특징적이다.
4. 가수 안치환의 노래
가수 안치환은 이 시를 모티브로 하여 노래를 만들었다.
4.1. 가사
삶이란 나 아닌 다른이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싸늘해지는 가을 녘에서 이듬해 봄 눈 녹을 때까지
해야 할 일이 그 무엇인가를 분명히 알고 있다는 듯이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히 남는 게 두려워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려하지 못했나보다
하지만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아침에
나 아닌 다른 이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나는 만들고 싶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히 남는 게 두려워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려하지 못했나보다
하지만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아침에
나 아닌 다른 이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나는 만들고 싶다
그 길을 나는 만들고 싶다
방구들 싸늘해지는 가을 녘에서 이듬해 봄 눈 녹을 때까지
해야 할 일이 그 무엇인가를 분명히 알고 있다는 듯이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히 남는 게 두려워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려하지 못했나보다
하지만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아침에
나 아닌 다른 이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나는 만들고 싶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히 남는 게 두려워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려하지 못했나보다
하지만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아침에
나 아닌 다른 이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나는 만들고 싶다
그 길을 나는 만들고 싶다
[1]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진다. 화자는 이러한 연탄의 희생적 사랑을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을 먹으면서도 미처 몰랐다고 반성한다. 온몸으로 사랑하고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것이 두려워서 자신은 다른 누군가에게 연탄이 보여 준 것과 같은 희생적 사랑을 베풀지 못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