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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올드게이트 펌프(Aldgate Pump) 또는 속칭 런던 죽음의 펌프(Death Pump of London)란 영국 런던 올드게이트역 인근 노상에 보존되어 있는 16세기에 만들어진 물 펌프이다. 올드게이트 하이(Aldgate High) 거리, 리든홀(Leadenhall) 거리, 펜처치(Fenchurch) 거리의 교차로에 있다.2. 역사
올드게이트 펌프와 관련해 찾을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근세 역사학가 존 스토(John Stow)의 1598년 저서 '런던 조사(Survey of London)'로, 이 시기에 런던 일대의 지하수 설비가 정비되면서 펌프가 설치된 것으로 여겨진다. 보다 이전에는 우물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사료를 종합해 보면 이미 13세기 초 존 왕 재위기에도 올드게이트 교차로에 우물이 존재했을 것으로 상고되어 매우 오래된 수리 시설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후 올드게이트 펌프는 설치 후 300여 년 가까이 런던 주민에게 식수를 공급했다.중세 이후 영국의 수도인 런던 지역의 인구가 급상승하면서 식수의 수요도 급증했고, 이 때문에 런던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분수와 펌프는 주민들의 생존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펌프도 그 중 하나였는데, 과학적인 위생 관리가 없던 시절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다 보니 질병이 발생하기 쉬웠다. 근대 역학의 선구자인 존 스노우 역시 런던에 있는 다른 펌프를 통해 콜레라 감염을 추적하여 역학조사의 첫 발을 내딛었을 정도였다.
이 펌프가 죽음의 펌프로 불려지게 된 사건은 19세기경 발견했다. 1870년대 초부터 일대의 수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으며, 이후 인근에서 수많은 사람이 원인 모를 괴질에 걸려 죽어나갔다. 이 괴질은 올드게이트 전염병(Aldgate Epidemic)이라 불렸는데, 사망자들의 공통점은 이 펌프에서 물을 받아 마셨다는 점이었다. 이에 시 당국이 펌프와 연결된 수로를 정밀하게 조사한 결과, 지하 수맥이 북쪽에서 내려오며 런던 북부에 새로 조성된 여러 곳의 공동묘지를 통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매장된 시체에서 나온 침출수가 지하로 흘러들어 오염된 물이었던 것이다.
조사 이후 펌프는 폐쇄되었고, 1876년경 넓은 신작로가 생기며 조금 이동한 곳에 지하수가 아닌 상수도로 물을 공급받는 다른 펌프가 생겼다. 오늘날 보존되어 있는 펌프는 이 펌프이다. 펌프 위에는 랜턴이 설치되었고 주둥이에는 늑대 모양의 조각이 새겨졌는데, 이는 런던에서 마지막으로 사냥된 늑대와 관련 있다는 설이 있다. 올드게이트 펌프는 20세기에 쓰이지 않게 되면서 다시 폐쇄되었지만, 2010년대 들어 런던 문화유산 신탁(Heritage of London Trust)이 복원을 결정, 2019년 재개장했다. 현재 올드게이트 펌프는 2급 런던 시 기념물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