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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1990년 6월 23일에 방영되었던 1부작 KBS 1TV 6.25 특집드라마. 현길언 작가가 <문예중앙> 1982년 가을호에 발표한 동명의 제주 4.3 사건 소재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디렉터스미디어가 외주제작을 맡았으며 박진수 대표가 연출까지 직접 도맡았고, 극본은 최순식, 조연출은 최재원, 구재현, 김관수 PD 3명, 음악은 임택수 등이 각각 맡았다.
1948년 제주 4.3 사건 당시 공비라는 누명을 쓴 아들 '신규'를 잃은 노인에게 아들의 영혼이 씌이며 보인 이상 행동을 통해 역사적 비극을 풀어내는 작품으로, 이념에 대한 거부감과 공포심으로 묻혀진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해학적으로 다뤘다.(동아일보 기사) 종영 후 한동안 잊혀지다가 2020년 12월 9일 KBS 유튜브 공식채널 '같이삽시다'에 업로드됐다.
2. 출연진
3. 줄거리
제주도의 한 마을에 사는 '강 노인'은 아들 '신규'가 제주 4.3 사건에 휘말려 공비로서 '길삼'의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죄목으로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사건을 겪었다. 홀몸이 된 며느리와 손자 '희빈', 증손자 '수용', 가족들과 함께 사는 '강 노인'. 어느 날, '강 노인'은 갑자기 쓰러져서는 약도 병원도 마다하며 앓고, 가족들은 장례를 준비한다.그러나 '강 노인'은 별안간 병이 말끔히 나은 듯한 모습으로 가족들 앞에 나타나더니, 마흔두 해 전에 죽은 아들 '신규'를 자처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인다. 그것을 지켜보며 가족들은 '강 노인'이 노망이 났다고 말하나, 그저 정신이상이라기엔 죽은 '신규'를 완벽하게 따라하는, 심지어 굽었던 허리를 꼿꼿이 펴고 목소리까지 젊은 사람처럼 변한 '강 노인'을 바라보며 '강 노인'의 증상은 노망이 아닌, 빙의라는 결론을 내린다. '신규'의 혼이 씌었다는 것이다.
'신규'의 아내는 잊을 뻔했던 죽은 남편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나는 기쁨에 땅을 파고, 종조부는 무덤덤하게 장례 절차를 준비하는데, '강 노인'은 40년 전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겠다며 '신규'의 친구 '길삼'과 '정 단장'을 찾아가려 하고, '희빈'은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실마리를 찾은 듯 할아버지 '강 노인'의 언행에 주목한다.
'신규'는 친구 여덟 명과 함께 '길삼'의 아버지 '양 구장'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증언을 거부한 '길삼' 때문에 사형을 당한 것이다. '강 노인'은 이 모든 일을 전부 지켜본 듯 생생하게 재현하고 '신규'의 억울함을 풀려고 하지만 '길삼'은 끝끝내 함구하고, '정 단장'은 그날의 충격으로 실성해 유의미한 증언을 하지 못한다.
'희빈'은 '강 노인'의 말을 통해서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 내고자 하지만, 40년 전의 일이 다시금 분란을 일으키는 것을 원치 않았던 종조부에게 꾸지람을 듣고, 종조부는 묵묵히 장례를 준비한다.
다음날, '강 노인'에게 빙의한 '신규'의 혼을 달래는 굿판이 열리고, 몸져누워 있던 '강 노인'이 깨어난다. 굿으로 원을 풀어줄 테니 그만 두라는 종조부를 뿌리치고 '강 노인'이 향한 곳은 처형이 이루어진 언덕. 끝끝내 함구하고 그를 향해 돌을 던진 '길삼'의 이야기로 그날의 기억을 모두 털어놓은 '강 노인'은, '신규'의 혼이 빠져나간 듯이 그 자리에서 쓰러져 죽고 만다.
'강 노인'의 빈소. 모두들 '강 노인'의 '노망' 해프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만, '신규'의 죽음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신규'의 아내는 허탈한 표정으로 '강 노인'의 옷과 고이 보관해 두었던 '신규'의 옷을 불태운다. 상여 행렬을 말없이 지켜보는 실성한 '정 단장'과 마지막 증인 '길삼'의 모습, 그리고 '강 노인'의 죽음과 함께 약속처럼 다시 묻혀버린 '신규'의 죽음을 지고 가는 상여를 비추며 드라마는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