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만남

스피터가 뱉은 쓰레기 한 무더기가 우리 쪽으로 날아오고 있었습니다.
최대한 많은 소유권을 주장하고 앞으로 올 우리 측 넝마꾼에게 협조하라.


처음엔 한숨이 나오더군요.
이런 일까지 굳이 우리가 해야 하나? 할 수는 있습니다.
우린 소행성대에서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에 대해 훈련을 받았으니까요.
그것도 우리 일 맞았습니다. 하지만 기껏해야 쓰레기 아닙니까.
아니, 30년 전이라면 모를까. 누가 그런 것에 신경을 쓴답니까.
스피터가 뭔가 엄청난 것을 뱉을 거란 기대는 모두가 접은 게 아니었나요?


그런데 보내온 자료를 보니 뭔가 이상합니다.
스피터가 뱉은 금속 덩어리들은 대부분 녹았다가 굳어서 둥글둥글합니다.
개중엔 물방울 모양도 있고 공 모양도 있지만 대부분 딱 액체 상태의 금속이 우주 공간에서 식었을 때 생길 법한 모양을 하고 있지요.
그런데 이번에 우리 쪽으로 날아오는 것들은 모양이 달랐습니다.
다들 모가 져 있었고, 하나는 심지어 거의 완벽한 좌우대칭이었습니다.
비교적 멀쩡한 기계나 건축물 같았단 말입니다.
그리고 완벽한 좌우대칭인 그 물체는 암만 봐도 릴리 마를렌이었어요.


그 무언가가 ‘스테이션 99’의 허구 우주 속 우주선일 가능성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릴리 마를렌스러운 저 길쭉한 뿔 모양 오면체를 보면서 이상한 망상에 빠지지 않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설명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도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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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만남>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