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5-02-09 20:05:00

의자7(조병화)

1. 내용2. 개요3. 해석

1. 내용

의자7
조병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지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겠어요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주듯이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겠습니다.

2. 개요

조병화.

3. 해석

연작시 '의자'는 시간 또는 역사의 흐름 위에 내가 차지하고 있던 공간(자리)을 교차시키면서, 시간 속에서의 공간 인식 또는 공간을 둘러싼 시간 인식을 개진한 작품이다. 그러나 1에서 10까지의 각 시편들은 이 큰 주제의 범위 안에서 그 소주제가 조금씩 다르게 되어 있다.
이 시는 세월의 흐름이 만상(萬象)의 변모를 있게 하는 자연의 섭리 앞에 선 인간 존재의 양식과 이러한 섭리를 경건하게 받아들이는 달관의 경지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다시 말해, 새로운 것의 등장과 낡은 것의 퇴장으로 반복되는 인간의 역사를 세대 교체를 뜻하는 '의자'라는 평범한 소재를 통해 상징적 수법으로 그려냄으로써 인간 생활의 순리적 변모의 당위성을 시화하고 있다.
이 시는 세대 교체라는 주제를 둘러싸고 같은 내용의 연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조병화의 많은 시들이 대체로 '동어반복적인 단순 구문에 의한 단조로운 형식에 의존한다.'라는 평을 받고 있는데, 이 시도 그 전형적인 한 예가 된다. 제1연, 제2연, 제4연은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으며, 한두 글자를 덧붙이거나 변화시키면서 정서적인 농도를 심화시키는 효과를 얻고 있다.
점층과 반복으로 시적 중량감과 여운을 담고 있으며, 생활과 역사성에 대한 경건함과 진지함을 경어체로 표현하여 그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또한, 각 연의 종결 어미를 '드리지요', '드리겠어요', '드리겠습니다.'로 변조하여 세대 교체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점차 증폭시켜 나아간 점도 이 시를 효과적 표현으로 만들어 주는 데 기여하고 있다. 따라서 '먼 옛날 어느 분이 ' 내게 물려주듯이' 물려 받은 이 의자를 이제는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에게 물려 주겠다는 화자의 말은 인간 존재의 변화 과정을 결코 절망적인 것이 아닌 희망의 눈으로 바라본 기대감의 표현이요, 생의 긍정적 인식에서 나온 시인의 깊은 지성적 윤리 의식의 반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