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훈/LOUD: 라우드

Q. 왜 연습생 기간이 냉동 창고에 있었던 사람처럼 느껴진 거예요?
A. 세상에 저라는 사람을 보여 드릴 기회가 이번이 처음이잖아요. 회사 안에서 연습하고 회사 안에서만 저라는 사람을 보여 드렸기 때문에, 세상 밖에 저라는 사람을 보여 드릴 기회가 찾아왔다는 뜻으로 골라봤습니다.

싸이: 아니 왜 데뷔를 안 시키신 거예요? 아니 이렇게 잘하는데 아 진짜 잘한다. 퍼포먼스의 능수능란함과 이렇게 5년 동안 갈고 닦아서 능숙한 사람이 눈빛이 너무 절실한 거예요. 진짜 멋있는 무대였어요. 5년 2개월 만에 박진영 프로듀서님과 이 가까운 거리에서 이렇게 우리 셋이 나눴던 이 순간을 정말 되게 기억에 남겨줬으면 좋겠어요.

박진영: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연습생 생활을 한다는 게 저와 어떠한 교류도 없이 5년 동안 있는 거잖아요. 정말 힘든 일인가 봐요. (가사를 보면서) 월말 평가가 끝나면 사물함을 챙겨서 나가야 하는 친구들이 있었던 거고, 많이 봤죠 5년 동안. 연습하던 친구들이 나가는 것을. 자기도 이렇게 될까 봐. 근데 그것을 판사의 판결문인지라는 표현을 써서 작사 능력이 정말 뛰어나고 소질이 있어요. 전 설레었어요. 이 친구가 다 녹으면 어떻게 될까. 햇볕을 가득 쬐서 완전히 녹은 모습을 무대에서 보고 싶습니다. 축하합니다.

박진영: 제가 정말 말도 안 되게 높은 점수를 준 이유는 창의력 때문이에요. 작사 능력. 이 노래 가사를 이런 내용으로 바꿀 생각을 했다는 것. 그 생각을 이렇게 센스 있는 가사로 쓸 수 있는 것. 그리고 여기에 맞는 안무를 짤 수 있는 것. 거기에 맞춰서 실제로 이 정도 퍼포먼스를 해준다면 프로듀서 입장에서 이런 멤버 한 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높은 점수를 주게 되었습니다.

어째 칼을 뽑지도 않았고만 승부도 나기 전에 길을 내주오? 난 나를 낮추어 부를 땐 소인 이계훈이 아닌 과인이라 부르오
나는 늘 계약서에 옥새를 찍어 넣지 팔자걸음에 배 내밀고 손은 뒷짐질이 내겐 어울림 외쳐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박진영: 계훈 군의 능력은 너무 많지만, 작사 능력은 정말 탁월해요. 썼다 하면 놀랄 만한 줄이 한두 개가 있어요. 한 번이면 우연인데 지금 세 번 연거푸 가사를 쓰는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어요. 가능성이 보이는 게 아니라 지금 잘해요. 지금 가사를 써도 무언가 나올 것 같은? 얼었던 몸과 마음이 녹으면서 표현되는 크기와 넓이와 깊이가 달라졌어요. 자신감이 달라요. 제가 원래 싫어하는 스타일의 심사인데, 멋있고 자랑스럽다.

박진영: 계훈 군 아쉬웠어요. 한마디로 말하면 오늘 너무 쿨했어요. 원래 쿨한 건 좋은 건데 제가 말하는 쿨함은 아쉬운 거거든요. 어느 단계에 간 거 같은? 내가 여기서 뭔가를 증명해야 될 게 없는 사람 같았어요. 사실 오늘 최고의 무대가 나올 줄 알았어요. 왜냐하면 걸어 나올 때부터 이야기하는 내내 지금까지 중에 가장 편안해 보였거든요. 완전히 녹은 것 같았어요. 냉동인간이 완전히 녹은 것 같았는데 완전히 녹았더니 약간 처진 느낌?

손에 침 묻혀 세어본 건 흘러간 시간 1,961일이더라
이젠 좀 돈을 세어보자 하니까 난 아직도 날짜를 더 세어야 할 것 같더라

부모님이든 회사든 받기만 했던 모든 것들이 사실 도움이 아니라 투자였단 걸
누군가에게 난 사람들이 환장하는 돈이 되어야 한다는 걸

Q. 오늘 준비한 무대가 어떤 무대인지 설명해 주세요
A. 아직 돈을 벌어 본 적은 없는데 제가 느끼는 돈에 대한 부담감을 이번 무대로 표현해 봤습니다. 연습생 4~5년 차쯤 어느 날 제가 JYP 밥을 당연시 먹었는데, 내가 먹고 있는 밥도 이게 회사에서 투자 받은 거란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어요. 이게 당연한 게 아니라 좋은 회사에서 지금 많은 투자를 받고 있구나를 깨달았고 이만큼의 투자를 받아왔으니까 그만큼의 몇 배로 더 많은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이번에 가사로 표현했습니다.

싸이: 일단 계훈 군은 가사에 가시가 있어요. 때로는 마음을 후벼 파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을 할퀴기도 하고. 장미꽃으로 가는 길에 난 가시 같은 느낌. 가사가 앙칼지고 못됐는데 따뜻해요. 그건 정말 특별해요. 이걸 심사한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고 그냥 넋이 나가서 무대를 본 것 같아요.

박진영: 라우드 준비할 때 사전에 제가 무대를 두 번 봤죠? 본인이 냉동인간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처럼 자신이 없어요. 연습생만 5년을 했고 주변에 다른 친구들 데뷔하는 것도 봤고 자신이 없어요. 제가 머릿속에서 계훈이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 무대를 봤어요 오늘. 무대를 보여준 친구들에게 정말 잘했다고 말을 많이 했는데, 정말 잘했다 위가 있어요. 감동적이었어요. 감동적이었던 이유는 실력이 탄탄하게 뒷받침되었기 때문이에요. 잘하는 거에도 레벨이 있다는 걸 보여줬어요. 연습생 5년 짬밥이 뭔지 오늘 한번 보여준 것 같아요. 저는 이 무대를 본 것만으로 너무 기쁩니다.

싸이: 계훈 군은 쓰러집니다 진짜. 너무 잘했어요. 오늘 무대는 라우드에 출연한 이후로 본인들 모두에게 리즈 무대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박진영: 저는 사실 멤버들에게 팀 대결에서 이기고 지는 것보다 너희 무대를 준비하고 실력 키우는 게 중요하다 져도 좋다고 이야기를 해왔는데, 계훈 군이 텀블링을 하면서 댄스 브레이크를 시작할 때 지는 걸 허락하지 않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계훈 군이 세 무대를 다 나옵니다. 무대 3개를 준비하려면 굉장히 힘든데, 농구 플레이오프에서 7차전이면 에이스가 안 쉬고 다 뛰잖아요. 오늘 계훈 군이 결심을 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