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풍종호의 무협소설 『지존록(至尊錄)』에서 200여 년 전, 탈혼마제(奪魂魔帝)는 대항하는 신주제파(神州諸派)의 많은 고수를 죽이고 비전절기(秘傳絶技)을 갈취한다. 그때 빼앗은 것들은 그의 사후 암천향(暗天香)이 은신처에 분류하여 보관했으며, 세월이 지나 풍현이 얻는다. 이로 인해 소개되는 여러 고수 중에 마검(魔劍)을 구사하는 전귀(戰鬼)라 불린 청성(靑城)의 시조가 있다.2. 행적
전귀는 전쟁을 대신 나서 주는 대전사(代戰士)로 살아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훌륭한 전사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었으나, 점차 전쟁에서 살아오는 수가 늘어나면서 그는 변해갔다. 단지 생존한 전사에서 전장을 뭉개버린 마귀라 불리게 된 것이다. 하늘마저 뒤집을 폭풍이 그의 검에서 흘러나와 전장은 그 폭풍에 휩쓸려 지워져 버린다고 했다. 전쟁이 일어나면 누구든 그를 동료로 삼고 싶어 하다가 그 전쟁이 끝맺는 순간부터 그는 살육의 마귀로만 대접받은 것이다. 고향에서 유일하게 그의 검을 받아줄 수 있었던 이는 대정산인(大靜散人)뿐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고향을 등지게 되었고, 대정산인은 그러한 친구를 홀로 둘 수 없어서 같이 중원으로 오게 된다.전귀가 검을 마물(魔物)이라며 혐오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대정산인은 마(魔)를 물리친다는 전설의 복마신룡검(伏魔神龍劍)과 같은 효과를 가진 진룡항마검(眞龍抗魔劍)이라는 검법을 창안해 보여준다. 그러나 이는 전귀의 견해뿐만 아니라 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 그 자신조차 부정당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대정산인이 친구의 호의로 한 일이기에 그는 진룡항마검에 대항할 수 있는 검법을 획득하려고 한다. 후대에 천라신망(天羅神網)의 검법이라 일컬어지게 되는 천강신라검(天剛神羅劍)이 그 결과이다. 전귀가 이 검법과 함께 조금이나마 마음에 여유를 얻은 모습에 산인은 묵조관(默照觀)의 심법을 권했으며, 그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천강신라검은 묵조관법을 통하여 다시 새로운 검법을 낳았다. 청성파의 시작을 알리는 청풍검법(淸風劍法)이 마침내 세상에 나온 것이다.
세월이 흘러 대정산인과 전귀, 서로가 일문(一門)의 기틀을 갖추어갈 무렵에도 마검법인 천람(天嵐)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에 대정산인이 십수(十秀)의 안배를 아미에 남기고는 말을 전하자 전귀는 산중 생활의 도구로 가지고 있던 과도(果刀) 두 자루의 기괴한 쓰임새인 벽운도(劈雲刀)와 산속에서 몸에 익히게 된 기묘한 신법인 비류보(飛流步)를 보여준다. 대정산인이 남긴 진룡무경의 방대한 구성에 견주어 단출하기 이를 데 없는 두 가지 기예였지만, 충분히 진룡무경을 상대할 수 있는 심원(深遠)한 절기였다. 그로 인해 두 사람은 번뇌를 해결할 수 있었다. 천람이 남용될 경우를 대비하여 전귀는 벽운도와 비류보의 전승자를 두기로 하였고, 산인은 진룡무경에서 진룡항마검을 삭제한 것이다. 그렇지만 두 시조의 진신절기(眞身絶技)를 이미 모두 물려받은 두 대제자가 천람과 진룡항마검이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아 비밀 속에 문중에서 일인전승(一人傳承)되는 표풍보록(飄風寶錄)과 진룡보전(眞龍寶傳)을 남기게 된다.
3. 무공
- 천람(天嵐): '검객이 휘둘러 봐야 한 손에 한 자루씩 기껏 칼 두 자루가 고작일 텐데 어찌 10만 대군을 맞서겠는가?'라고 종종 어리석은 자들은 말한다. 그들이 왜 어리석은 지를 똑똑히 알게 해주는 표상(表象)과 같은 검법이 바로 전장을 뭉개는 전귀의 마검법이라 불리는 천람이다. 위로 치켜올린 검에서 바람이 일어 소용돌이를 이루며 검을 따라 내리쳐지는 그 검풍(劍風)은 하늘이 통째로 칼끝에 실린 바람이 되어 사람을 낙엽처럼 날려버리고 바윗덩어리라도 구르게 한다. 검에서 일으키는 광풍(狂風)으로 사막의 용권풍조차 간단히 잠재우는 극한의 패도(覇道)를 자랑하는 만큼 전장에서는 탄탄하게 쌓인 성곽도 무너뜨릴 수 있었다. 이 칼바람이 휘몰아쳤을 때, 그 앞에 섰던 자들이 느꼈을 공포는 군사의 숫자를 의미 없게 만든다. 검왕(劍王)이 천하(天下) 각처(各處)의 수많은 검법 중에서 선정한 천하칠대검법(天下七大劍法), 그 일곱 자리 중 하나를 차지한 청성파의 부전검법(不傳劍法) 능풍(凌風)이 고작 편린(片鱗)에 불과하다.
- 천강신라검(天剛神羅劍): 진룡항마검을 제압하고자 전귀가 창안한 검법이다. 천람과 청풍검 사이에 만들어진 검법이다 보니 후대에는 청풍검에서 천람으로 넘어가기 위해 익혔다고 한다. 그런데 『지존록』에서는 이미 실전된 절기라 나오며, 『검신무(劍神舞)』에서는 전설의 천라검법(天羅劍法)이라 칭해질 정도로 그 이름만 전해진다.
- 벽운도(劈雲刀), 비류보(飛流步): 전귀가 산중 생활을 하며 창안해낸 호산절기(護山絶技)이다. 한 쌍의 절기처럼 같이 발휘하는 게 기본적인 용법으로, 『검신무』까지 전승이 된다. 다만 장문인만의 비전으로 전해지고 있어 문중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경혼기(驚魂記)』에서 적우자(摘羽子)가 분뢰수(奔雷手)에게 펼치고, 『검신무』에서는 불해도인(不解道人)이 독인(毒人)으로 변한 방무한의 폭쇄를 막는 데 활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