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2-29 01:12:56

점성술 살인사건

1. 개요2. 줄거리3. 등장인물
3.1. 탐정3.2. 우메자와 일가3.3. 그 외의 인물
4. 스포일러5. 작가 후기

1. 개요

원작 표지 정발 표지
파일:점성술살인사건.jpg 파일:점성술살인사건시공사.jpg

시마다 소지본격 추리 소설. 작가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1981년작.

1980년 에도가와 란포상 최종후보작품으로 당시에 지명되었으나 이자와 모토히코의 <사루마루환시행>에 밀렸다. 당시 에도가와 란포상 심사위원회에서 수상을 안 하기로 결정한 이후, 수상을 못 받았으므로 출간도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작품상을 발표하는 소설현대 지면의 작품평에서 트릭을 공개해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또한 당대엔 사회파 추리 소설이 오랜 시간 대세였고 추리소설로서의 표준이었기 때문에, 발매 당시 평론가나 저널리스트들로부터 '시대에 역행하고 인간을 그리지 못하고 있는 구시대적인 작품'이라고 어마어마한 악평을 받았다.

평론만이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꽤 외면받으면서 그 당시에는 묻히는가 했으나[1] 일본 대학가의 추리소설 연구회에 속해있는 젊은 추리소설 마니아들 사이에서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점차적으로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이후 신본격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내는 교두보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 기념비적인 작품.

아무튼 시간이 꽤 지난 지금으로서는 '전설'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특히 트릭의 임팩트 하나만큼은 정말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그러나 그 임팩트가 쓸데없는 주목까지 끌어모았는지 위의 트릭 공개 만행에 이어 <소년탐정 김전일>에서 트릭을 도용하는 바람에 한때 각종 매체에서 김전일 패러디를 가장한 스포일러를 남발하기도 했다. 때문에 추리물에 어느 정도 정통한 사람은 책을 읽기 전부터 이미 트릭을 알고 있을 확률이 높다(...).

투고 당시의 제목은 <점성술 매직>으로 이 작품은 미타라이 키요시[2]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시공사에서 번역 출간하였다.

2. 줄거리

이시오카 카즈미와 그의 친구 미타라이 키요시는 40년 전 일본 전역을 크게 뒤흔든 우메자와 가 살인사건의 용의자인 유명한 화가 우메자와 헤이키치의 수기를 읽게 된다. 거기에는 조카 둘을 포함한 자기 딸 6명을 죽인 후 점성술의 원리에 따라 토막내어 아조트를 만들 것이라는 계획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막상 본인은 계획을 실행하기도 전 밀실 상태의 화방에서 살해당했고, 그가 계획했던 살인은 그가 죽은 뒤 몇 개월이 지나서야 수기에 적힌 그대로 실행된다.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더더욱 아리송하고 알 수 없는 이 사건. 40년이 지난 지금.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둘은 그렇게 진실을 찾아 나서는데....

3. 등장인물

3.1. 탐정

3.2. 우메자와 일가

  • 우메자와 헤이키치(梅沢平吉) : 유명한 화가. 여자와 점성술에 심취해 있었다고 하며, 40년 전 조카 둘을 포함한 딸 6명을 죽이고 점성술의 원리에 따라 시체들을 토막낼 계획을 세운 뒤, 자신은 밀실 상태의 화방에서 살해당했다고 한다. 별자리는 물병자리
  • 우메자와 다에(梅沢多惠) : 헤이키치의 전처. 헤이키치의 수기에는 阿妙라는 이름으로 잘못 표기돼 있었다. 별자리는 물고기자리
  • 우메자와 토키코(梅沢時子) : 헤이키치와 다에의 딸. 헤이키치의 수기에는 읽는 법만 같은 登紀子라고 잘못 표기돼 있었다. 살해당한 후 머리 부분이 잘렸다고 한다. 별자리는 양자리
  • 우메자와 마사코(梅沢昌子) : 헤이키치의 후처. 카즈에, 토모코, 아키코, 유키코의 어머니. 헤이키치의 수기에는 읽는 법만 같은 勝子라고 잘못 표기돼 있었다. 우메자와와 여섯 자매를 살해한 범인으로 지목되어 옥사했다.
  • 카네모토 카즈에(金本一枝, 혼전명 우메자와 카즈에) : 마사코와 전남편 사이의 딸로 헤이키치와는 혈연적 관계가 없다. 이미 결혼해 집을 떠난 상태로, 헤이키치가 죽은 지 얼마 안 있어 자택에서 뒤통수를 강타당해 숨진 채 발견됐다. 헤이키치의 수기에는 읽는 법만 같은 和榮라고 잘못 표기돼 있었다. 별자리는 전갈자리
  • 우메자와 토모코(梅沢知子) : 헤이키치와 마사코의 차녀. 헤이키치의 수기에는 읽는 법만 같은 友子라고 잘못 표기돼 있었다. 살해당한 후 무릎 이하 부분이 잘렸다고 한다. 별자리는 아버지와 같은 물병자리
  • 우메자와 아키코(梅沢秋子) : 헤이키치와 마사코의 3녀. 헤이키치의 수기에는 읽는 법만 같은 亞紀子라고 잘못 표기돼 있었다. 살해당한 후 허리 부분이 잘렸다고 한다. 별자리는 천칭자리
  • 우메자와 유키코(梅沢雪子) : 헤이키치와 마사코의 4녀. 헤이키치의 수기에는 읽는 법만 같은 夕紀子라고 잘못 표기돼 있었다. 살해당한 후 가슴 부분이 잘렸다고 한다. 별자리는 게자리
  • 우메자와 레이코(梅沢禮子) : 헤이키치의 조카딸 중 장녀. 헤이키치의 수기에는 읽는 법만 같은 冷子라고 잘못 표기돼 있었다. 살해당한 후 배 부분이 잘렸다고 한다. 별자리는 처녀자리
  • 우메자와 노부요(梅沢信代) : 헤이키치의 조카딸 중 차녀. 헤이키치의 수기에는 '노부코'로 이름을 고친 후 한자 표기를 바꾼 野風子라고 잘못 표기돼 있었다. 살해당한 후 대퇴부가 잘렸다고 한다. 별자리는 사수자리
  • 우메자와 요시오(梅沢吉男) : 헤이키치의 동생이자 레이코, 노부코 자매의 아버지. 헤이키치의 수기에는 읽는 법만 같은 良雄라고 잘못 표기돼 있었다. 별자리는 형처럼 물병자리
  • 우메자와 후미코(梅沢文子) : 요시오의 아내이자 레이코, 노부코 자매의 어머니. 헤이키치의 수기에는 綾子라고 잘못 표기돼 있었다. 별자리는 쌍둥이자리

3.3. 그 외의 인물

  • 타케고시 분지로(竹越文次郞) : 카즈에와 정을 통했다는 수기를 남긴 경찰. 현재는 고인.
  • 타케고시 후미히코(竹越文彦) : 분지로의 아들. 역시 경찰.
  • 이이다 미사코(飯田美沙子, 혼전 성은 타케고시) : 분지로의 딸이자 후미히코의 동생. 선친의 수기를 미타라이에게 가져왔다.

4. 스포일러

이 문서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 진실과 결말 #===
범인은 토키코다.[3] 헤이키치는 화가로서 성공을 거두자 첫 아내 다에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해 버렸다. 그렇게 들어온 후처 마사코와 그녀의 소생들은 다에 모녀를 찬밥 취급했고, 이에 어머니가 매우 힘들어하자 복수하기 위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

우메자와의 수기 역시 우메자와가 쓴 것이 아니라 토키코가 위조한 가짜였다. 토키코는 우메자와를 마사코와 다른 자매들만큼이나 강렬히 증오하지는 않았지만,[4] 어머니를 무책임하게 버린 인간인만큼 원한이 없지는 않았기에 그를 살해하고 위조된 수기를 놓아 점성술 살인사건의 단초로 삼았다. 토키코가 근무처에서 일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오해한 다에가 토키코는 사건 당시 자신의 집에 있었다고 위증을 해준 덕분에 알리바이 역시 맞출 수 있었다.

우메자와를 살해한 이후에는 가즈에를 강도 사건으로 위장해 살해했고, 동시에 지나가던 경찰인 다케고시를 사건에 엮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몇 가지 변수에도 불구하고 두 계획이 모두 잘 풀리자, 토키코는 마침내 마지막 계획인 아조트 살인 계획을 실행한다. 수기 이야기를 꺼내며 마사코와 자매들이 야히코로 장례 의식 겸 여행을 떠나도록 유도하고, 여행지에서는 마사코가 세간의 시선을 신경 쓸 것을 계산해 홀로 친정으로 돌아가도록 유도한다. 그 다음 날, 돌아오는 길에 들린 가즈에의 집에서 토키코는 자매 다섯을 모두 독살했다.[5] 사체 절단과 마사코에게 우메자와 살해죄를 덮어씌우기 위해 준비한 증거물을 우메자와의 집에 가져다 놓는 등의 뒤처리를 마친 후, 토키코는 다케고시에게 익명의 협박 편지를 보내 사체를 자신이 지정한 장소에 묻도록 했다. [6]

이를 끝으로 모든 일을 끝마친 토키코는 잠시 만주로 도망쳤다가 10여년 뒤 일본에 돌아온다. 이후에는 20년 가까이 규수에 머물렀고, 뉴스를 통해 어머니가 우메자와의 유산을 어느 정도 물려받았다는 사실을 듣고는 어머니가 평생 꿈이었던 염낭 가게를 열었으리라고 짐작한다.

그러나 사건 발생 이후 27년만에 어머니를 찾아갔을 때, 토키코는 어머니가 염낭 가게를 개업하기는 커녕 사건 이후 줄곧 딸이 죽었다는 절망감과 무력감 속에서 살아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것 때문에 토키코는 매일매일 누군가가 자기를 잡으러 온다는 상상과 어머니를 더 힘들게 했다는 죄책감에 미타라이에게 자신의 행위가 폭로되기 전까지 고통스럽게 지내왔다. 미타라이와 만난 며칠 후 토키코는 미타라이에게 자신을 찾아올 사람을 기다려왔다는 말과 함께[7] 모든 진상이 담긴 편지를 보내고 66세의 나이로 자살한다.
===# 트릭 #===
시신을 부위별로 절단한 다음 모아서 한구를 더 만들어 내고 한사람을 빼돌린 것이다.

파일:점성술살인사건트릭.jpg

파일:육각촌트릭.jpg

비슷한 무언가가 생각난다면 기분탓...이 아니라 소년탐정 김전일이진칸촌 살인사건의 7구의 미라 생성 트릭의 원작이다. 김전일의 작가도 도용임을 인정했으며, 만화 단행본에 해당 소설의 트릭을 이용했음을 명시하고 추가적인 영상화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를 했다.[8]

그리고 이 트릭을 알고있는 상태로 점성술 살인사건을 읽게되면 처음 몇 페이지도 넘기지 않아서 범인이 토키코라는 걸 알게 되는데, 아무리 위에 트릭으로 시신을 바꿔치기 하더라도 머리를 다른 사람으로 바꿨다간 들킬 위험이 크기 때문. 하여 범인은 머리 부분이 없어졌다고 나온 토키코라는 결론에 어렵지 않게 다다르게 된다. 그리고 실제로도 범인인 토키코는 자기 자신은 머리 부분이 빼돌려진 것으로 위장을 했다.[9]

트릭이 곧 범인의 정체나 다름 없기 때문에 트릭을 도용한 게 더더욱 문제가 된 것이다.

여담으로 사실 이러한 형식의 사람 수 트릭은 점성술 살인사건 이전에 이미 존재했다.
파일:샘로이드.지구를떠나라.png
실연 가능 사이트
  • 1880년에 나온 퍼즐전문가 샘 로이드의 책에서 발췌한 "지구에서 쫓아내라(Get off the Earth)" - 지구 안쪽을 반시계방향으로 돌리면 13명이던 사람이 12명으로 바뀌는데 도형소실 패러독스, 사라지는 퍼즐(Vanish Puzzles)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물론 점성술 살인사건이 정말로 이 퍼즐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단순히 시기상으로는 샘 로이드의 퍼즐이 먼저 나온 것이 사실이지만, 간단한 퍼즐이지 소설이 아니고 몸을 자르는 방식 등도 다르다. 이 정도면 '여기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냐'라고 주장할 수는 있어도 '표절이다'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시마다 소지는 일본에서 실제로 발생한 지폐 사기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언급했다. 1만엔짜리 지폐를 10분의 1 잘라내고 그 잘라낸 틈은 종이테이프를 이용해서 이어붙여 10장으로 11장을 만들어서 시중에 유표한 사건이라고 한다. 이 사기 사건의 창시자가 샘 로이드의 퍼즐에서 영감을 얻었을 수는 있다.

다만 이진칸촌 살인사건의 경우엔 점성술 살인사건에서 N명이 죽은 것으로 알았는데 알고 보니 N-1명의 시신을 이용해 N명의 시신을 만들었다는 트릭과 죽은 N명 중 한명이 사실은 살아있고 범인이라는 서사를 통째로 베꼈기에 플롯 표절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작권법은 저작물로 인정될 수 있는 일정 유형을 규정하고 있다. 추리소설 속의 트릭이나, 마술의 트릭의 경우는 저작권법에 의한 저작물로 보호를 받는 어떠한 표현이 아니라 단순한 아이디어에 해당하기 때문에 트릭 자체만을 베꼈다고 해서 표절이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마술사는 그 트릭을 이용한 공연 전체를 저작물로 등록한다.

5. 작가 후기[10]

나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점성술 살인사건》은 데뷔작이기도 하다. 여전히 데뷔작이 대표작이라는 사실에 상당히 오랫동안 부끄러웠다. 그러나 최근에는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이 점점 들었다. 지금부터 쓰는 글은 내가 미숙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이다.
《점성술 살인사건》을 완전 개정판으로 내면서 지금 새삼 생각하는 것은, 나 자신이 쓴 이야기인 듯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이 작품만이 가진 이상한 힘에 관해서이다. 이 작품은 어느새 내 것이 아니라 공적인 존재가 되어, 시대나 장르, 때로는 나라를 대표했다. 내 손을 떠나 시대의 대변자로서 힘을 갖게 된 것이다. 명예롭기는 하지만 자랑해도 된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그냥 멍해진다.
기나긴 시간이 지나기도 한 탓에 이 작품을 썼던 당시의 일은 완전히 잊어버렸다. 어느 동네에서 어떻게 썼는지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데뷔 후 전력을 다해 많은 작품을 쓰고, 끝이 없을 듯했던 작중 체험이 이 작품을 썼던 당시의 기억을 완전히 머나먼 곳으로 밀어내 버렸다. 어딘가 이국의, 타인의 작품인 양 보게 되어 이 작품이 스스로 개척한 다양한 시대에 대해 요즘 생각하게 되었다.
1970년대 무렵 이미 하늘에 존재했던 이 이야기를 우연히 그곳에 있던 내가 수신했고, 무당의 손을 거치듯 내 손을 통해 원고지 위로 내려왔다는 그런 인상이다. 시대를 어떻게 계획하겠다는 뜻이 있는 하늘의 누군가가 써서 마침 그곳에 있던 내게 맡겼다. 프로 작가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다. 미숙한 사람은 백지여서 빙의가 일어나기 쉬웠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이 이야기가 시대 흐름을 바꿀 정도의 신적 영향력을 발휘한 근거를 설명하기 어렵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이 작품이 머릿속에 떠올랐을 때는 세이초의 영향 아래 있을 때였다. 에도가와 란포가 개척한 일본 탐정소설은 보다 많은 독자를 확보하려 했던 란포의 계산으로 에도가와 스타일인 선정적인 기괴함이 주류가 되었지만, 동시에 문학계로부터 경멸을 사 장르문학 작가들을 괴롭혔다. 그 상황을 단번에 불식시키며 당차게 등장한 마쓰모토 세이초에 대한 감사가 그 시절 문단을 자연주의 필치 일색으로 물들였다.
세이초의 작풍은 다윈, 모파상, 졸라, 그리고 다야마 가타이, 오해를 무릅쓰고 말하면 다자이 오사무로 이어져 일본에도 근대문학을 꽃피운 이 작풍이 탐정소설에도 잘 맞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는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이뤄낸 장르문학의 장밋빛 해피엔드로 인식되어 그 이후의 작풍은 절대 존재하지 않아야 했고, 점차 건드릴 수 없는 성역으로 변해갔다.
그러나 이 작풍은 대규모 트릭이나 밀실 발상을 점점 부정하고, 명탐정은 애들 놀이라며 비웃고, 복선도 불필요하며, 상식을 넘어선 동기도 금지, 아크로바틱한 추리 논리를 피력하는 것도 금기했다. 거기에 오로지 섹스, 돈, 출세 등 선정적 잡지 같은, 아니면 〈이불〉[11]에서처럼 인물의 나약함과 그것이 초래하는 범죄를 생생히 그리는 것만 장려하며, 이것을 수사하는 사람은 자격을 갖춘, 두뇌보다는 다리를 활용하는 경찰로 한정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를 위반하는 작가를 문단에서 추방하는 횡포까지 저질렀고, ‘본격이란 무엇인가’라는 논의도 위험하다며 경원시하여 시대의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지금의 감각으로는 눈 가리고 귀 막은 듯한 상황인데도, 당시에는 아무도 이 사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1980년대 벽두, 《점성술 살인사건》이 그 상황에 정면으로 승부하듯 등장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화근이 될 말썽을 당시의 문단에 일으켰다. 결과적으로 그것은 일본에 새로운 본격의 시대를 낳는 진통이었다.
아직도 남은 문단의 분노와 정반대로, 데뷔하지 않은 젊고 재능 있는 작가들이 이 작품에 자극을 받아 태동하기 시작했고 곧 ‘신본격 무브먼트’가 서일본에서 등장했다. 분별 있는 사람들이 걱정한 엽기적이고 선정적이고 기괴한 소재를 지향하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 즉 지금의 시선으로 돌이켜 보면 《점성술 살인사건》은 일본의 ‘신본격’이라는 새로운 조류를 멋지게 개척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신센구미 공격대장과도 같은 이 작품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1988년 이 작품은 타이완에서 번체자로 번역되어 타이완의 젊은 재능들을 자극해 그 땅에 본격물 창작의 씨를 뿌렸다. 화문(華文) 출판계에 뚫린 바람구멍 사이로 졸작뿐 아니라 대량의 일본 신본격 작품이 흘러들어, 적지 않은 화문의 재능을 끊임없이 싹트게 했다.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고 《점성술 살인사건》 번역본은 대륙으로 건너가 간체자로 번역되어, 베이징이나 상하이에도 독자가 많이 생겼고 곧 젊은 신인들이 등장했다. 전진은 더더욱 계속되어 북으로는 한국, 남으로는 베트남, 태국까지 진출했다. 이 작품은 새로운 세기에 들어와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아시아 본격 시대’를 개척하고 있다.
또한 영어로 번역되어 영국과 미국, 프랑스에서도 출간되어 장르문학을 창조한 민족 앵글로색슨이 이 작품을 읽고 장르문학이 황금시대로 돌아갈 준비가 되었다고 말하게 했다. 이렇게 이 작품은 세계적인 규모로 신본격 시대를 열어젖힐 기세마저 보였다. 일본에서 사륙판 소프트커버로 소소하게 등장해 성대한 비난을 스콜처럼 뒤집어썼던 1981년 말을 생각하면, 확실히 격세지감이 있다.
그것은 말 그대로 소나기였는지, 첫 출간된 지 30년이 흐른 뒤 이 작품은 《주간 분슌》에서 선정한 ‘동서 미스터리 베스트 100’(2012)에 《옥문도》와 《허무에의 제물》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혼란과 수난의 시대는 아무래도 끝난 것 같다.
《완전 개정판 점성술 살인사건》은 ‘시마다 소지 전집 I’에 수록되었고 고단샤 노벨스가 출판되었지만, 주무대라고 해야 할 고단샤문고에는 아직 들어가지 않아서, 앞에 쓴 것과 같이 역대 3위로 통과한 사람으로서 약간 초조했다. 그러나 이제 드디어 안도할 수 있다.
훗날의 연구자들을 위해 완전 개정판에서 어떤 내용을 추가하고 수정했는지 아래에 기록해두고 싶다.
우선은 첫머리부터 끝까지 모든 문장의 흐름을 부드럽게 수정했다. 한자어 사용은 각 수기마다 독립적인 규칙을 만들어 오래된 시대상을 훼손하지 않게 했다.
이렇게 문장을 다듬은 것을 제외하면 수정한 부분은 약 네 가지이다.
첫 번째로 발견한 시체를 정리한 표를 추가했다. 헤이키치 수기에 따라 살해되어 유기된 여성의 시체가 일본 각지에서 순차적으로 발견되는데, 이들의 발견일, 발견 장소, 이름, 매장 깊이 등을 차례대로 기록한 표가 필요하다고 전부터 생각해왔다. 이 작품은 순수하게 이론 지향적이며, 추리에 필요한 단서를 감추지 않고 독자에게 제공하는 동시에 추리 경쟁을 하기 때문에 이런 표가 있는 게 적절하다. 이번에 겨우 실행했다.
두 번째로 작품 속에서 일본 열도의 중요한 사적이나 포인트가 동경 138도 48분이라는 남북 방향 선 위에 늘어서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이는 동서 방향에도 있다. 또한 영국에도 비슷한 것이 있는데, 고분이나 제사장이 직선으로 늘어서 있고 그 지명 끝에는 ‘레이’라는 음이 붙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지식을 개정판에서 덧붙였다.
이 작품을 출판한 뒤, 나는 사법 문제나 원죄(寃罪) 구제 활동에 관여하게 되어, 구치소나 법률사무소에 자주 드나들며 원죄 사형수의 인생에 관해 많은 지식을 얻었다. 이 이야기에도 원죄 사형수가 등장한다. 피고가 어떠한 언동을 하며 어떠한 투쟁 활동을 하는지 잘 알게 되었다.
이 부분을 더 구체적으로 묘사한 것이 세 번째 수정 부분이다. 다만 방대한 지식을 너무 많이 적용하면 본격 퍼즐러인 이 책의 구조를 어그러뜨릴 위험성이 있으므로 최소한으로 자제했다.
네 번째 수정 부분은 헤이키치 살해 묘사다. 작품을 다시 읽을 때마다 이 부분에 나의 미숙함이 드러나 수정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겨우 보강했다.
서른 살 당시의 필치에서 느낀 게 그저 미숙함만은 아니다. 개정 작업 중에 느낀 감상도 적어둔다. 무대 장치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 등은 아마 연구자가 흥미를 가질 것이다.
이 작품의 무대가 된 도요코선, 도립대학역 주변, 가키노키자카 주택가, 고마자와 올림픽 공원의 지금은 사라진 골프장 터 등은 초등학교 시절에 좋아했던 장소다. 우메자와가의 모델이 된 저택은 당시 살았던 메구로 구 오하라마치(현재의 야쿠모) 집 길 건너편으로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준세이의 요리사인 에모토는 당시 알고 지낸 실제 인물로, 그의 아파트에 굴러들어 가 작품과 마찬가지로 실제로 교토의 거리를 걸었다. 이 작품을 위한 취재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
미타라이와 이시오카가 범인을 만나는 아라시야마의 고토키키 카페에도 이때 갔다. 이 가게는 지금도 그대로 있다. 미타라이가 이시오카에게 전화를 건 전화 부스도 아직 존재하지만 당시의 외관과는 다르다.
현장 검증과 같은 이 부분의 묘사는 교토대 미스터리 연구회의 아야츠지 유키토 등과 교류하는 계기가 되어, 얼마 후 신본격 무브먼트로 발전했다. 만일 미타라이가 진상을 깨달은 도시가 센다이나 삿포로였다면 신본격 무브먼트의 형태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이 노년을 보낸 호야 시(현 니시도쿄 시)는 학생 시절에 살았던 동네이다. 새로 나온 컬러텔레비전에 선명하게 비친 도쿄 올림픽 개회식 광경에 눈을 빛내던 추억도 실제 경험이다.
데뷔작 단계에서 작가는 아직 많이 뻔뻔하지 못해서 거짓말은 완벽하게 쓸 수가 없다. 미숙함에서 비롯된 작문적인 묘사는 오히려 당시의 공기를 생생하게 잘 담아내었다고 느껴져, 오히려 내가 독자가 된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지금 초등학생 시절을 무척 소중하게 느끼는 이유가 있다. 창작하는 데 있어 소중한 무언가가 그 시절에 있다고 느낀다. 이에 대해 쓴 글로 후기를 맺으려 한다. 몇 년 전 중국에서 간체자판 《점성술 살인사건》이 출간될 때 청탁을 받아 쓴 글로, 데뷔하지 않은 신인에게 창작을 권하는 마음을 담았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을 메구로 구 오하라마치(현 히가시가오카 1, 2초메 부근), 그리고 고마자와, 가키노키자카 일대에서 지냈다. 메구로 구의 히가시네 초등학교에 다녔던 당시 에도가와 란포의 ‘소년탐정단’이나 ‘괴인 20면상’이 우리의 히어로였는데, 라디오 드라마가 활발히 제작되었고 친구와 에도가와 란포의 책을 서로 빌리고 빌려주며 푹 빠져서 읽었다.
검은 망토를 나부끼며 20면상이 뛰어다니는 도쿄 거리는, 실제로는 아마 야나카나 단고자카, 아사쿠사나 고지마치 근처였겠지만, 함께 탐정단을 결성해 동네를 돌아다니는 친구들에게 야나카나 아사쿠사를 동경하는 마음은 전혀 없었다. 왜냐하면 그 시절 고마자와 주변이나 가키노키자카 주택가만큼 20면상이 활약하기에 적합한 장소는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고마자와 스포츠 공원이 된 근처는 초등학교 4학년 때에는 널찍한 골프장 터였다. 언덕과 골짜기가 있는 수풀이 우거진 계곡에, 희고 노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면 같은 색깔의 나비가 춤을 추었고 덩굴풀의 잎을 적시며 시냇물이 흘렀다.
그러다 1964년 도쿄올림픽 제2경기장으로 결정되었고, 어느 날 공사가 시작되어 언덕은 깎여 나가고 녹지는 메워지고, 시냇물까지 거대한 시멘트 토관에 들어가 버렸다. 당시 우리는 소중한 자연을 잃어 억울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공사는 되레 우리에게 눈이 핑핑 도는 모험의 무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관리가 엉망이어서 공사가 쉬는 날에는 땅 위로 우뚝 솟은 시멘트 관 위에서 내부 벽에 달린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토관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었다. 조심조심 토관 바닥에 내려섰을 때, 눈앞으로 뻗은 어두운 원통형 길, 새 시멘트 특유의 냄새, 여기에 섞인 물 냄새, 작은 손전등 빛줄기에 떠오른 섬뜩한 끝없는 어둠은, 갈수록 길어져 20면상의 아지트로 이어진다고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현실적이었다.
20면상의 비밀 지하요새로 가는 입구는 도시의 길모퉁이, 지극히 평범한 어둠 속에 펼쳐져 있다고 소설에 나와 있다. 올림픽용 대규모 공사라는 설명이야말로 작가의 교묘한 위장이며, 사실 거대한 비밀 지하 요새를 건설하는 게 틀림없다고 우리 가키노키자카 소년탐정단은 생각했다. 이렇게 꼭 맞는 모험의 무대를 얻은 도시의 초등학생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이것을 제공해준 고마자와 공사에 우리는 오히려 감사했다.
히가시네 초등학교 우리 반은 점심시간이 되면 책상을 움직여 섬을 만들어 여럿이 함께 이야기를 하며 급식을 먹었다. 나 또한 잠시 그런 잡담에 만족했지만 점점 창조성 없는 대화에 지루함을 느껴, 어느 날 고마자와 공사 현장을 모험하며 한 망상을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에도가와 란포의 흉내를 낸 탐정 이야기였는데 다들 의외로 재미있게 들어주었다. 이야기 도중에 점심시간이 끝나는 종이 울려서, 뒷이야기는 다음 날 급식시간에 하기로 했다.
20면상의 거대한 비밀 지하 요새라는 발상은 사실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에게 실제로 존재했고 만들고 있던 것이었다. 중대 기밀이기는 했지만 패전의 기색이 짙어지자 군이 허세를 부리는 식으로 이 존재를 신문에 살짝 흘렸다. 국가 간 전쟁은 적국의 수도에서 벌이는 대규모 시가전으로 결판을 낸다. 저항하는 쪽은 반드시 사방으로 판 지하도에서 게릴라전을 전개한다. 이것은 근대전의 상식이므로 도쿄의 지하에도 분명히 존재했을 것이다.
란포의 어린이용 소설에 그러한 구 일본군의 영향이 있었던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3월 10일 도쿄 대공습에서 10만이나 되는 도민이 타 죽었는데, 그들을 지하에 피난시키지 않고 죽게 내버려 둔 것을 보면 이런 지하도나 지하 기지가 없었다는 억지 주장이 나왔고 그대로 봉인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런 소년 이야기 자체가 역사의 잠재 기억이다. 지금은 그런 감상도 갖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물론 생각하지 못했다.
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입에서 나오는 대로 어떻게든 이야기를 이어나갔지만, 점점 임기응변식 망상도 바닥나 다음 날에 다시 이야기를 술술 떠들려면 상당한 준비가 필요해졌다. 그래서 전날 집에서 공책에 초안을 썼다. 그리고 다음 날 급식 때 책상에 공책을 펼쳐놓고 곁눈질하며 이야기했다. 어느 순간 그것도 귀찮아져서 아예 낭독하기로 했다.
그러자 모두 집중해서 들어주었다. 평소 비판적이고 성가신 것만 지적하며 시비를 걸던 여자아이들도 미간에 주름을 잡고 진지한 표정으로 내 이야기에 푹 빠져서 들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무척 놀랍고 자랑스러워 이야기의 강한 힘을 느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당시는 라디오 드라마나 소설 낭독 프로그램이 무수히 많아서 낭독이 하나의 예능 장르였다. 게다가 컴퓨터 게임이나 DVD도 없던 시절이라 나의 오리지널 스토리 낭독은 인기가 치솟아 도저히 끝낼 수가 없게 되었다.
당시의 고마자와 일대는 어린이들에게는 꿈의 나라로, 이야기를 창조하게 하는 에너지가 있었다. 가키노키자카의 한쪽에 당시 놀라운 기세로 보급되던 텔레비전용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도에이 텔레비전 촬영소가 있었는데, 여기서 실사판 〈우주소년 아톰〉이나 〈월광가면〉이 만들어졌다. 촬영소에서 출발한 로케이션팀이 곧잘 고마자와 주변에서 촬영하곤 했다. 길에 자동차도 적었기 때문에 촬영은 무척 편해 보였다.
아사쿠사나 야나카가 부럽지 않았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텔레비전 드라마 촬영을 빈번히 하는 이곳 고마자와야말로 소년들에게는 빛나는 할리우드였다. 로케이션팀과 마주치면 텔레비전에서 본 얼굴이 멀리서 보이기도 해서 정말로 두근두근했다. 내 망상 이야기는 그런 일상 풍경에서 나왔다.
그러나 한때 모험의 무대를 제공해준 고마자와 일대에서 공사가 끝나고 경기장과 스포츠 공원이 완성된 후 그저 깔끔하기만 하고 불필요할 정도로 정돈되어, 예전의 예기치 못한 어둠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 인공적인 모습은 아이들의 탐험 충동을 말없이 거절했고, 갑자기 나타난 광대한 평지에서 어른들은 예절 바르게 산책하고, 벤치에서는 커플이 조용히 장래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의 발걸음은 점점 고마자와로부터 멀어졌다. 그 무렵 겨우 잃어버린 것의 소중함을 깨달았는데, 개인적으로 그러한 상실이 한 편의 미스터리 소설을 가져다주었다.
내가 이어서 한 이야기 낭독이 반에서 점점 호평을 부르자 여기저기에서 뒤를 이어 작가가 나타나, 내게 지지 않겠다는 듯 작품 낭독을 시작했다. 대다수는 내 흉내를 낸 란포풍 탐정소설이었는데, 그중에는 시대극을 들려주던 친구도 있어서 그 어른스러움에 약간 초조하기도 했다.
1987년 고단샤 편집부 우야마 히데오와 나는 힘을 합하여 문단에 ‘신본격 무브먼트’라는 조류를 일으켰는데, 그보다 먼저 히가시네 초등학교 교실에서 시대를 앞선 신본격 부흥기가 일었다. 고단샤보다 30년 앞선 프리 신본격 붐은 메구로에서 이미 일어났다. 안타까운 점은 반 친구들 중에 작가가 된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이 전혀 없이 서른 살이 되어 처음 소설 구상을 시작했다면, 유머라거나 어린아이 같은 꿈은 자취를 감추었을 것이다. 아마 시마다 소지의 작풍은 지금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데뷔작 《점성술 살인사건》을 읽어보면 깨닫는 점도 많다. 이 이야기의 무대는 틀림없이 가키노키자카 히가시네 소년탐정단의 활동 범위와 같다. 예술가가 사는 야쿠모의 저택에서 수상한 사건이 일어나고, 경찰이 가키노키자카 일대의 주택가나 마네킹 공방을 탐문하며 돌아다니고, 범인은 공사가 시작하기 전 고마자와 일대에 있던 광대한 숲에 숨는다. 히가시네 초등학교에서 낭독했던 소설보다 훨씬 잘 만들었을지 모르지만, 무대와 소재는 그대로이다. 당시 이야기 낭독의 바탕이 되었던 소재들이 이 이야기에서도 그대로 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점성술 공부와 실제로 도쿄에서 일어난 지폐 사기 사건을 연구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뇌리에 떠오른 이 이야기의 트릭을 나는 망설임 없이 가키노키자카 소년탐정단의 활동 무대에 올려놓았던 것이다. 나이 서른의 어른이 되어서도, 본바탕은 소년 시절과 전혀 변함이 없었다. 당시와 같은 탐정 충동이 내게 이 소설을 쓰게 한 것이다.
돌이켜 보면 1955~1964년 도쿄 거리는 탐정소설의 공기로 자욱하게 덮여 있었다. 탐정소설이 잔뜩 나왔고, 명탐정 만화책이 그려지고, 라디오에도 새로 나온 텔레비전에도 탐정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넘쳤고, 뒷골목에는 소년탐정단의 주제가가 들렸다. 생각해보면 그런 거리의 공기를 듬뿍 들이마시면서 자란 내가 탐정소설을 쓰지 않는 아이가 되는 편이 오히려 어려웠다.
서른 살이 되어 소설을 쓰기 시작했지만 진짜 시작은 초등학생 시절이었다. 서른 살까지 기다린 것은 그 나이가 되면 세상의 짜임새를 제대로 이해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것대로 맞는 면도 있지만, 초등학생 때 집필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작풍의 폭을 충분히 넓히지 못하고 계속 창작을 못했을지도 모른다. 또한 스무 살 전후에는 아무것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영원히 잃어버린 청춘의 이야기도 잔뜩 있는 듯한 느낌이다.
세상일을 완전히 이해하기까지 글쓰기를 기다려야 하는 이유는 사실 없다. 나이가 얼마든 모르는 것은 있고, 젊을 때 잘 알다가 점점 잃어버리는 세계나 지식도 있다.
또한 이야기는 살아 있는 것이며, 그것이 만일 걸작이라면 쓴다는 행위 자체가 알지 못했던 것들을 가르쳐준다. 많은 독자가 의미 있게 받아들인 이야기가 세상의 구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적에 쓴 것이어도 신기하게도 모순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것은 쓰는 사람의 순수한 영혼을 통해 하늘의 누군가가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점성술 살인사건》을 읽고, 아하 이런 세계도 있구나, 재미있네, 라고 생각한다면 소설을 쓰는 걸 고려해보면 좋겠다. 당신의 내부에, 당신 자신도 모르는 거대한 능력이 잠들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초등학생 시절, 내 안에 이야기를 쓰는 능력이 숨어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야산을 뛰어다니고, 그림을 그리고, 야구를 하고, 모형을 만드는 능력은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러나 지금, 그중 어느 것도 아닌 소설을 쓰는 사람이 된 것이 무척 신기하다. 꿈꾸던 시절의 힘 때문이라는 것을 지금은 안다.
어린 시절 과감하게 이야기를 하고 써보기도 했던 것, 그리고 내 낭독을 진지하게 듣고 격려해준 히가시네 초등학교의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래서 지금 나는 그들에게도 감사한다. 들어준 그들도 그저 재밌었을지 모르지만, 이야기를 쓴 나는 그 몇 배나 즐거웠다. 태어나 처음으로 나라는 인간의 가치를 느꼈다. 마지막까지 이 글을 읽어준 당신에게도 그 시절 나와 같은 즐거움이 찾아오기를.


[1] 당시 상황에 대해 시마다 소지 본인이 회술하기로는 일본 사회가 이런 작품을 원하지 않았던 거 같다고 말할 정도로 대중적인 반응도 신통찮았다. 평론가 신보 히로히사의 말에 따르면 앞서 작품상 발표 때 트릭이 공개되어 버린 것도 적잖게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2] 御手洗潔. 이름 뜻은 화장실을 깨끗이(...). 작가의 이름 소지가 일본어로 청소를 뜻하는 말(掃除)과 발음이 같기 때문에 학창시절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3] 미타라이와 만날 당시에는 '스도 다에코'란 가명을 쓰고 있었다.[4] 수기가 조작인 이상 우메자와가 토키코를 아꼈다는 수기의 묘사는 거짓이 되지만, 토키코의 편지에 따르면 토키코가 모델 일을 해주겠다고 제안하자 둘만의 비밀을 가지게 되었다고 기뻐했고, 평소에도 토키코를 신뢰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인간으로 여기며 다정하게 대해주었다고 한다. 토키코의 친모인 다에에게 냉혹한 처사를 저지르긴 했지만 친딸인 토키코에게는 상당한 애착이 있었던 듯. 토키코는 우메자와를 살해하고 난 뒤 우메자와의 다정했던 모습을 떠올리며 죄책감에 시달리기까지 한다.[5] 다에의 담배가게 수익이 형편없던 까닭에 도키코는 어머니를 만난다는 핑계를 대고 일주일에 하루 병원에서 일했는데, 이때 아비산을 조금씩 빼돌렸다.[6] 퇴근하던 다케고시를 유혹해 잠자리를 갖고 정액을 가즈에의 질에 넣어 시간당한 것처럼 보이게 해 범인을 남자로 생각하게 만들었다.[7] 그녀에게는 삶의 어떤 즐거움도 없었기에 진상을 밝히러 온 남자와 맺어져 그에게 헌신하는 꿈을 가졌다. 그러나 살인계획이 너무나 완벽했고, 진상을 아는 사람 (미타라이)이 찾아온 시기에는 그녀는 이미 늙어버렸다.[8] 드라마는 들키기 전에 만들어지긴 했는데 차후에 VHS 감독판과 DVD에는 수록되지 않았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것은 합의 전에 출시된 VHS 버전이다. 어차피 애니메이션은 내용의 잔혹성 때문에 만들어질 일이 없기는 하다.[9] 다만 토키코는 머리가 없더라도 자신의 친어머니인 다에만큼은 몸 만으로도 그게 자신이 아니라는 걸 알아챌까봐 걱정했지만, 정해진 '몸'에 맞춰 억지로 만든 반점을 보여준 것이 통해 알아채지 못한 것으로 추정한다.[10] 2013년에 출간된 완전 개정판에 실린 후기이다.[11] 다야마 가타이의 중편소설. 일본 자연주의 문학의 대표작으로 사소설의 시초라고도 평가받는다. 《신소설》 1907년 9월호 게재 당시 성을 노골적으로 묘사해 문단에 큰 충격을 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