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노르웨이 출신의 하버드 교수인 오드 아르네 베스타 교수의 책으로, 한국과 중국의 역사적 관계에 관해 분석한 책이다.원제목은 Empire and righteous nation으로, nation은 민족, 국가, 민족국가, 나라 어느쪽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말이다. 이 책에서는 정권으로써의 국가보다는 한반도에 살고있는 토착민들의 정체성에 더 집중하고 있으므로 민족이라는 해석이 더 맞다고 볼 수 있다.
Empire는 당연히 중국을 의미하며, righteous는 흔히 말하는 '의'이다. 이는 한국이나 한반도 민족이 다른 나라나 민족에 비해 월등히 의롭다는 얘기는 당연히 아니며(약간의 영향은 있겠지만,) 수백년간 한반도 민족이 국가적 문제를 '의로움'을 중심으로 접근한 것에 대해 분석한다는 의미이다.
2. 내용
19세기 서양에서 처음 민족국가(Nation)의 개념이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한반도 민족에게는 정권의 성향을 초월하는 민족의 개념이 존재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강력한 정체성은 중국의 맹공으로부터 한반도 국가가 멸망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든 핵심적 요소였으며, 조선시대 이후 이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바로 의(righteous)라는 것이다.한반도 민족국가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어쩌면 더욱 강하게 엘리트주의적이고 계층주의적인 정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그 전체주의적 정부가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간에 모든 구성원의 참여, 간접적 기여가 아닌 행동적 차원의 참여를 기반으로 했다고 분석한다. 동아시아 대전인 임진왜란에서 중앙군의 연전연패에도 불구하고 그냥 발생한 소위 '의병'의 존재가 대표적인 사례로, 이 '의'라는 슬로건이 모든 민족구성원의 행동적 차원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슬로건으로써 모두를 결집시켰다고 주장한다.
또한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 조선을 시대의 풍파 속에서 잘 살아남도록 유지해온 조선 지배층들의 기여는 한반도 민족 피지배계층의 결정적 기여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저평가되는 경향이 존재한다고도 주장했다.
이 '의'를 내세우는 한반도 민족의 정체성은 20세기 말에 들어서 배타적 민족주의로 일부 변화했으며, 이 배타적 민족주의와 '의'의 혼합된 정체성은 아직도 한반도 민족의 정체성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또한 한반도 국가는 중국에 대해 이 '의'를 기반으로 한 사대관계를 유지했으며, 한반도 국가가 중국 제국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취한 이 스탠스가 역설적으로 제국으로써의 중국이 더 오래 제국으로 있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중국은 북한을 완충지대로 가지고 있는 상태이지만 북한은 이전의 한반도 국가와 달리 중국과의 협력관계가 거의 불가능한 불안정 국가로, 경제 문화적으로 많은 교류를 가지는 준적성국 남한과 통제불능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완충지대인 북한 사이에서 겪는 딜레마가 중국의 입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현재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어떤 형태의 분쟁도 반드시 중국에게 치명적인 손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중국도 한반도의 평화(좋게 말하면), 좀더 현실적으로는 현상유지를 위해 북한의 군비 통제를 적극적으로 시도했으나 말 안듣는 북한이 이를 거부하고 폭주해 버렸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북한의 급작스러운 붕괴와 남한에 의한 한반도 재통일을 대비해야 하며 중국에서 고려할 대비 중 전쟁도 있겠지만 이는 최악의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