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시 - 학교에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1995년 특별판 추가디스크에 수록된 아라이 쇼지의 이야기. 특별판에서의 해금 조건은 이와시타 아케미의 이야기를 들은 뒤 아라이 쇼지를 고르고, '정말 무서우니까', '취미로 바뀌는 것이 있으면 좋다' 순으로 선택지를 고르는 것이다.
아라이는 취미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보인다며 얼굴을 감추고 다니는 남학생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라이가 1학년일 때 시오야마 케이타라는 학생이 있었다. 그는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종이봉투를 얼굴을 쓰고 등교하고 다녔다. 꽤나 자신의 맨얼굴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는지, 엘리펀트 맨의 흉내를 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기괴한 외견은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래서인지 그의 종이봉투 속에 감추어진 얼굴의 정체에 흥미를 보이는 친구들은 많았고, 실제로 시오야마의 종이봉투를 강제로 빼앗으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시오먀마는 10대의 소년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괴력으로 친구들을 날려버렸다. 개중에는 엄청난 체격을 자랑하는 럭비부원도 있었으나 벽까지 밀려나갔다고 한다. 시오야마의 필사적인 저항을 본 친구들은 그 일이 있은 뒤 시오야마의 종이봉투를 건드리는 일은 그만두었다. 그 이유는 시오야마가 무서운 것도 물론 있지만 반에서 인기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오야마는 사교적이고 친절하며 배려심도 깊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호감을 받는 성격이었다. 공부도 잘해서 모범생이기까지한 그는 인덕을 발휘하여 종이봉투를 빼앗으려고 했던 친구들과도 금방 화해를 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오야마의 종이봉투는 건드리지 않겠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오직 한 명만이 시오야마에게 적의를 불태웠다. 그 남학생의 이름은 우에다 요시노리. 그는 말주변도 없고 목소리도 작고 겁이 많아서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받을 만한 요소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근본은 외로움을 타는 성격이라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만은 있었다. 하지만 화제에 끼어들려고 해도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발언을 해서 주위를 불쾌하게 하곤 했다. 아이돌의 이야기를 하는데 그 아이돌의 추문을 말하거나, 점술 이야기를 하는데 어차피 미신이라는 발언을 하거나... 이렇게 그에게는 대화의 흐름이라는 것을 파악하는 기술이 치명적으로 결여되어 있었다. 결국 우에다는 친구를 만들기는커녕 다른 사람들로부터 방해꾼 취급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그는 종이봉투를 뒤집어썼는데도 자기와는 정반대로 인기가 많은 시오야마에게 질투심을 품었다. 두 사람을 지켜보았던 아라이는 시오야마의 외견에만 정신이 팔려서 내면의 부분까지 이해하지 못한 것은 우에다의 그릇이 작았기 때문이라고 평한다.
우에다의 마음 속에 축적되는 질투심은 날이 갈수록 썩어들어갔고 결국에는 시오야마에게 해를 끼치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생각한, 시오야마를 곤경에 처하게 하는 수단은 시오야마의 맨얼굴을 까발리는 것이었다. 아무리 시오야마를 친구로 생각해도 맨얼굴이 괴물 같다면 무서워서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힘으로 벗겨내는 수단은 무리라는 전례가 있으니 더 교활한 방법을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처음 우에다가 생각한 것은 비가 오는 날 시오야마의 우산을 숨겨서 귀갓길에 흠뻑 젖게 하는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우산이 없는 시오야마를 본 착한 여자애가 함께 우산을 쓰고 돌아가자고 청해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다음 날, 이 소문은 좋은 이야깃거리가 되었고 그것을 지켜본 우에다는 더 열이 받았다. 물이 안 된다면 다음에는 불이라고 생각한 우에다는 성냥을 준비해서 시오야마가 혼자가 되었을 때 불을 붙이려고 했다. 그러나 기회는 찾아 오지 않았고, 우연히 소지품 검사가 이루어져 우에다는 성냥을 몰수당했다. 더욱이 그 무렵에는 방화범이 신문에 보도가 되었기 때문에 우에다는 방과후에 교무실에서 심하게 질책을 들었다. 방화범으로 정학되거나 퇴학되고 싶지 않았던 그는 담배를 피려고 가져왔다고 변명을 했고 다행히 삼자면담까지 가지는 않았으나 우에다의 내신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렇게까지 실패를 거듭하자 우에다는 시오야마가 종이봉투를 벗는 순간을 도촬하기로 했다. 시오야마는 교내나 등하굣길에도 벗는 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집에서 샤워를 하고 있을 때 창문을 열고 밖에서 찍는 수밖에 없었지만 시오야마는 창문을 보호시트로 막아둔데다 안쪽에서 잠가놓고 있었다. 결국 우에다는 시오야마의 집에 직접 들어가서 시오야마의 맨얼굴을 찍기로 했다. 여러 서점을 순회하며 픽킹이나 도촬용 카메라의 지식을 습득하고 최적의 카메라를 구하려 다녔다. 부족한 돈은 부모님의 계좌에서 충당하며 우에다는 픽킹용 열쇠에 도촬용 소형 카메라 등의 도구를 준비했다. 그리고 드디어 시오야마의 집에 잠입하는 날이 찾아왔다. 이날이 올 때까지 우에다는 시오야마의 가족 구성을 조사해서 저녁 무렵에 어머니가 쇼핑을 가서 시오야마가 혼자 남는 것을 알았다. 그날 방과후 우에다는 시오야마가 부활동에 가는 것을 확인하고 시오야마의 집에 갔다. 그리고 시오야마의 모친이 쇼핑나가는 것을 본 후 장갑을 끼고 픽킹 도구로 문을 열었다. 시오야마의 집에 침입해 탈의실의 보이지 않는 곳에 비디오 카메라를 설치한 후 우에다는 밖으로 나왔다. 비디오 카메라는 데이터 송신기 역할까지 해서 촬영한 영상을 수신기에 보내는 것까지 가능했다. 우에다는 그 수신기를 컴퓨터에 접속해서 영상 중에 마음에 드는 순간을 인쇄만 하면 되었다.
우에다는 자기 방에서 저녁도 먹지 않고 화장실도 가지 않은 채 시오야마가 모니터에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모니어 안에 시오야마가 나타나서 종이봉투를 벗었다. 종이봉투 아래의 맨얼굴은 우에다의 예상을 능가하는 것이었는데...
1. 끔찍하게 못생긴 얼굴, 평범한 얼굴(여신이 미소지은 때)
종이봉투 안에 감추어진 시오야마의 맨얼굴은 절세의 미소년이었다. 우에다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시오야마의 얼굴에 빠져들어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시오야마가 욕실에서 다시 나올 때 본 시오야마의 나체는 미켈란젤로의 조각과도 같은 미남자 중의 미남자라서 우에다는 더더욱 그것에 매료되었다. 다음 날, 우에다는 시오야마를 옥상에 불러서 도촬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사과했다. 그리고 그런 아름다운 얼굴을 종이봉투로 감추고 있는지 물었다. 잠시동안 침묵한 시오야마는 자신이 흉상 공포증이 있음을 밝혔다. 즉, 옆에서 보면 미남자로 보인다고 해도 시오야마는 자신의 얼굴이 이 세상의 것으로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흉하다고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우에다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으니 그 얼굴이라면 더욱 인기를 얻을 수 있다고 간청하지만 시오야마는 거절했다. 시오야마의 공포증은 심각한 수준이어서 조금 칭찬받은 것 정도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그렇게 시오야마가 종이봉투로 얼굴을 감추는 나날이 이어졌지만 이번 일로 큰 변화가 일어났다. 우에다가 시오야마와의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어 서로 친해지면서 우에다의 대인능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고, 자연스럽게 친구들도 늘어난 것이다. 아라이는 우에다의 질투심에서 우정이 싹텄다며 선행이 나쁜 결과를 불러오고 악행이 좋은 결과를 불러오는 것을 신기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여신이 미소를 지었다고 생각하는데, 만약 악마가 미소를 지은 때는 무엇이 일어날지 궁금하다며 이야기를 마친다.
2. 멋있다, 상상할 수 없다(종이봉투의 내용물)
종이봉투 안에 숨겨진 시오야마의 맨얼굴은 우에다와 완전히 동일한 얼굴이었다. 그것을 본 우에다의 뇌리에 도플갱어에 관한 이야기가 스쳐지나갔다. '도플갱어를 본 사람은 가까운 시일에 죽음을 맞이한다.' 우에다는 식은 땀을 흘리며 그저 우연일 뿐이고 중얼거렸다. 그런데 갑자기 모니터 안의 시오야마가 카메라를 보며 무슨 말을 했다. 카메라에는 마이크가 내장되어 있지 않았지만, 우에다는 시오야마가 무슨 말을 하는지 똑똑히 알았다. "봤구나." 우에다는 놀라서 수신기의 선을 뽑고 침대 위에서 모포를 뒤집어썼다. 그러나 시오야마의 얼굴은 여전히 우에다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어느덧 아침이 되었고 우에다는 전날 밤의 일이 기분 탓이라고 여겼다. 나쁜 일을 꾸미는 것을 그만두게 하기 위해 본능이 꿈을 통해 경고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제부터는 심기일전해서 시오야마처럼 호감형 인간이 되겠다고 우에다는 다짐했다. 그런데 우에다가 일어난 곳은 자신의 방이 아닌 다른 사람의 방이었다. 침대에서 나온 그는 곱게 접힌 옷들과 함께 어떤 물건을 발견했다. 그것은 시오야마의 종이봉투였다. 가방 속의 내용물을 열고 노트에 기입된 이름을 확인했는데 그것도 역시 시오야마의 것이었다. 우에다는 내키지 않지만 시오야마의 옷을 입고 종이봉투를 썼다. 그때 입학하자마자 지각하는 건 봐주지 않겠다는 시오야마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에다는 그것을 듣고 1학년 입학 무렵으로 타임 슬립한 것을 깨달았다. 어머니가 계속 일어나라고 재촉하자 우에다는 반사적으로 잠깐 기다리라고 대답했다. 그것도 마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신체를 빌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말투였다. 우에다는 어쩔 수 없이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잠시 종이봉투를 벗고 거울을 쳐다봤다. 그러더니 거울 속의 자신이 싱긋 웃으며 전날 밤의 상황을 재현했다. 거울 속의 도플갱어는 "다음은 없어"라는 말만 남기고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갔다.
그 후로 우에다는 종이봉투를 뒤집어쓴 채로 시오야마로써 생활하기 시작했다. 종이봉투를 벗고 싶어도 벗으면 저주해서 죽인다고 협박하는 것처럼, 벗으려고 할 때마다 시야의 한 켠에서 도플갱어가 그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라이는 지금도 종이봉투의 학생은 이 학교에 재적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친구도 많고 성적도 우수하지만 종이봉투의 내용물에 관해서 일절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반면에 우에다라는 학생은 이 학교에 존재하지 않고, 시오야마만이 그 이름을 들을 때마다 몸을 떤다고 한다. 그런데 어째서 아라이만이 우에다를 알고 있냐면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우에다를 관찰해서 그가 조우한 괴기현상에 말려든 것 같다고 아라이는 밝힌다. 두 번 입학하는 건 귀중한 체험이었다면서 집이 바뀐 것도 아니니 특별히 귀찮은 일도 없었다고.
사카가미가 납득이 가지 않는 표정을 짓자 아라이는 사카가미도 스스로의 기준으로밖에 만사를 판단하는 왜소한 인간이라고 깐다. 이어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다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라며, 자신의 언어로 말한다는 당연한 일이 이렇게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예전에는 할 수 없었던 일이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아라이는 혼잣말이었으니 신경쓰지 말라며 이야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