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례교 지계석주의는 19세기 미국 남침례교에서 유행한 사상으로, 침례교가 종교개혁의 결과로 성립된 개신교의 일파가 아니라 초대교회로부터 2천년 가까이 로마 가톨릭에 저항하며 지하교회로 계승되어 온 교회라는 역사관을 골자로 한다. 침례교판 환단고기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몬타누스파, 도나투스파, 카타리파, 발도파, 재세례파 등 로마 가톨릭으로부터 이단정죄되어 탄압받은 집단을 모두 침례교 신앙의 선조라고 본다. 그러나 엄정한 입장에서 이러한 역사관은 극히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역사 속의 이들은 서로 다른 지역과 시대에 나타난 단체로서, 현대 침례교와 인적, 물적 연속성이 없는 것은 물론, 이들끼리도 연속성이 없다. 인적, 물적 연속성이 없다는 점을 잠시 눈감아두더라도, 그들의 신앙이 '정신적으로 연속된다'고 볼 근거도 없다. 몬타누스파와 카타리파는 영지주의자들이었고, 도나투스파는 사제계급의 자격을 엄격히 제한했으며, 재세례파는 침수례를 고수하지 않았다. 이들이 이 시대에 다시 나타난다면 침례교와는 적대 관계가 될 가능성이 차라리 더 높다. 따라서 침례교 지계석주의에서 역사 속의 각종 교파들을 자신들의 상고사에 끌어다 붙이는 것은 억지 견강부회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