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1941년 펄프 잡지 위어드 테일즈에서 연재했다.국내에는 영언출판사에서 '찰스 덱스터 워드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출간. 동서문화사에서 출간한 러프크래프트 모음집 중 한 권인 '에리히 짠의 음악'에 '찰스 워드의 기괴한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황금가지에서 출판한 러브크래프트 전집에서는 3권에 '찰스 덱스터 워드의 사례'로 실렸다. 번역은 절판된 영언출판사본이 월등히 뛰어나다. 이하는 영언출판사판 '찰스 덱스터 워드의 비밀'의 해제.
2. 줄거리
로드아일랜드 주, 프로비던스 근처의 어느 시립 정신 병원에서 환자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18미터 높이의 창문이 열려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어려서부터 고미술품에 관심이 많았고, 족보학, 식민지 시대풍의 건축물과 가구, 예술품에 대한 끝없는 관심을 나타내던 26세의 찰스 덱스터 워드. 언제부턴가 워드는 광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마법, 신비술, 주문, 의식, 고문서, 흡혈귀, 무덤, 소생, 그리고 조지프 커웬. 환자의 어린 시질부터 줄곧 지켜봤던 윌렛 박사는 말한다. 찰스 덱스터 워드가 혼자만의 연구 도중 뭔가 두려운 사실을 발견해냈으며 그 때문에 정신병이 시작됐을 것이라고. 은밀한 연구와 발견의 결과가 그에게 뭔가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
다음 부분은 스포일러. 작중의 긴장을 한 번에 깨버리므로 아직 읽지 않은 사람은 주의.
찰스 덱스터 워드는 사실 100년 전에 죽은 마법사 조지프 커웬의 후손이었다. 조지프 커웬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는데, 그 딸이 시집을 가서 낳은 아이의 후손이 찰스였던 것이다. 찰스는 어렸을 때부터 옛 것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 폐허가 된 옛 식민지 시대의 거리를 돌아다니곤 했다. 그러던 도중 자신이 조지프 커웬의 후손이라는 것을 발견한 것.
조상에 대해서 연구하던 찰스는 조지프 커웬이 처음에 마을에 온 뒤로 기묘한 행동을 벌여 마을 사람들의 의심을 사다가 결국 습격을 당해 죽은 것을 알아낸다. 그리고 조지프 커웬이 모종의 마법을 이용해서 환생을 기획했다는 것까지 알아냈고, 그의 비밀을 알아내서 커웬을 부활시킨 것으로 추측된다.
두 사람은 매우 닮았기 때문에, 찰스와 조지프 커웬은 서로 신분을 바꿔가면서 위장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마도 도중에 무언가의 사정으로 찰스는 조지프 커웬에게 살해된 듯 하며, 정신병원에 갇힌 것은 찰스가 아니라 조지프 커웬이었다. 커웬은 찰스의 신분으로 자신을 위장하고 자신이 부활한 이 시대에 적응하여 밖으로 나갈 음모를 꾸미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1]
월렛 박사는 커웬의 본거지를 뒤져서 그 음모를 알아낸다. 찰스가 살해되었다는 것을 안 월렛 박사는 벽난로 선반 뒤의 벽장에 숨겨진 찰스의 시체를 발견하고, 정신병원으로 찾아가 조지프 커웬과 대결하게 된다.
월렛 박사의 추궁에 정체를 드러낸 조지프 커웬은 마법을 사용하려 하지만, 윌렛 박사는 즉시 커웬의 본거지에서 알아낸 역주문을 외워서 커웬을 되살린 부활의 마법을 취소해버린다. 마법의 힘이 사라지자 커웬의 육체는 무너져 내리고, 그리하여 찰스는 정신병원에서 사라져서 영원히 행방불명된 것으로 처리된다.
3. 그외
러브크래프트 소설 중에서는 그나마 드물게 완전히 절망적인 결말은 아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래도 "배드 엔딩"이지만.모험 소설과 추리 소설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 있어서 꽤나 흥미진진하고, 길이도 적당해서 읽기에도 좋다. 그런데 정작 러브크래프트는 이 작품을 '지루하고 옛 느낌에 너무 사로잡혀 있다'라며 별로라고 생각했다고. 그러나 많은 러브크래프트 작품들이 그렇듯이 동료 작가들이나 후세의 평론가들은 극찬한 경우도 많았다. 심지어는 러브크래프트의 최고작이라고 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 S T 조시의 경우 최고의 초자연적 탐정 소설이라고 극찬할 정도였다
작중 흑인 커플이 나오는데 전혀 인종차별적인 묘사가 없어서 많은 독자와 학자들이 신선한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2] 이런 묘사를 두고 러브크래프트가 자기 생각을 바꾸기 시작한건 아닌가 하는 의견을 내놓은 사람들마저 있을 정도니 그의 인종차별적인 사상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다.
참고로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이나 건물, 장소 등은 대부분 실제에서 따왔다. 사실 러브크래프트의 작품들은 이런 경우가 많았다.
90년대 초반 나온 어린이용 공포 소설 도서에 버젓히 실린 적도 있다.
제목은 찰스 덱스터 워드지만, 거의 페이크 주인공이고, 진 주인공은 찰스에 대해서 조사하기 시작한 월렛 박사이다.[3] 젊은 시절 랜돌프 카터의 친구였다고 짧게 언급된다. 러브크래프트의 작품군에선 헨리 아미티지와 함께 본좌급 히어로라고 할만하다. 더불어 작중 악역인 조지프 커웬 또한 러브크래프트 작품의 인간 악역들중에서는 최고라 할만한 교활함과 잔혹함을 보여준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인스턴스 던전 스톰윈드 지하감옥엔 이 소설의 주인공 찰스 덱스터 워드와 이름이 똑같은 네임드 인간형 몬스터가 있다. 관련 퀘스트도 있는데 이 사람이 감옥에 갇힌 이유는 그늘숲에서 시체를 내다 팔았기 때문이라나.
러브크래프트가 쓴 수필원고가 브라운 대학에 전시되어 있다.
영화 어둠의 부활(The Resurrected, 1991)이 이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부활에 관한 내용을 제외하고는 다른 작품이라 봐도 되는데 마법보다는 부활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했다.
[1] 소설 첫 부분에 이에 대한 암시가 나온다. 항상 자신의 조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찰스가 어느 순간부터 현대에 관해 모조리 알아내려고 애를 썼다고 나온다.[2] 그도 그럴게 러브크래프트 본인의 인종차별적 인식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3] 다만 제목 자체가 찰스 덱스터 워드에 대한 이야기이지 그가 주인공이란 얘기는 아니니 페이크 주인공이라고 보기에도 그렇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에서 애크로이드가 죽는다고 해서 그가 페이크 주인공은 아닌 것과 같다.